제 1 장 5

 

제 1 장. 이 땅, 저 하늘

5

 

39군단지휘부에서 강룡을 비롯한 군단의 여러 장령, 군관들과 인사를 나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속에 정치위원이 보이지 않는데 관심을 돌리시였다.

《황해남도당 책임비서동무한테 갔습니다.》

군단장 강룡의 대답이였다.

《무슨 일이 생겼소?》

《식량문제와 관련하여 토론할것이 있어 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군인들의 생활을 잘 돌봐줄데 대하여 말씀하시고나서 정황을 제시하시였다.

《그럼 동무네 전투준비상태를 좀 봅시다. 정찰자료에 의하면 지금 〈적〉들은 방어전연에 대한 공격을 앞두고 공중타격으로 군단사령부를 무력하게 만들 기도밑에 항공대가 벌써 포항에서 리륙했소. 현재 시간은 8시 04분이요.》

정황을 접수하고 시간을 맞춘 군단장이하 장령, 군관들이 급히 자기 위치로 달려갔다. 뒤따라 고동이 야무지게 울면서 사령부골안을 전투분위기속에 휩쓸어넣었다. 철갑모를 쓰고 권총집을 눌러잡은채 집에서 바삐 뛰여나오는 군관들, 사방에서 들려오는 《모엿!》혹은 《자기 위치로 빨리!》하는 짧은 구령, 각종 장구류를 착용한채 분대 혹은 소대단위로 대피소를 향해 달려가는 군인들, 위장망을 들쓰고 내닫는 무선차며 화학차··· 그 모든것을 보고 느끼시며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일군들과 함께 작전실로 가시였다.

통신병들이 자기 임무를 수행하기에 여념이 없는 속에 작전실에서는 방어전연에 대한 《적》들의 가상공격을 격퇴하고 반격하기 위한 작전계획이 수립되고있었다. 그 작전안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것과 동시에 군단장 강룡이 헐떡거리며 들어오더니그이께 사령부의 대피가 완료되였음을 보고하였다.

《가족들은?》

《학교 간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가족들도 다 대피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한번 기습판정을 해보았는데 그만하면 대피도 빠르고 작전안도 좋고··· 전투준비를 괜찮게 했소.》

해제고동이 울리는 속에 수행일군들과 함께 작전실을 나오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제 오후 평양에서 39군단의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보신 일을 문득 상기하시였다.

《강동무, 동무넨 전투동원준비는 괜찮은데 가족예술소조공연은 그렇지 못한것 같애. 군단장은 어떻게 생각하오?》

강룡의 눈이 대뜸 커지며 번쩍거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전 우리 군단 가족예술소조의 수준이 대단히 높아서 1등까지는 몰라도 2등 같은건 히쭉 웃으며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지로 그렇게 생각하는듯 군단장은 아주 자신만만한 기색이였다.

《정치위원동무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소?》

《경연에 올려보내기 전에 같이 시연회를 보았는데 그때 하는 말이 의상이 좀 화려하지 못해서 그렇지 작품이나 연기수준은 전문예술단체보다 썩 낫다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일군들속에 섞여있는 총정치국 부국장을 돌아보시며 총정치국에서 내다보고있는 39군단의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 등수를 문의하시였다.

《더 락후한 단위가 나오겠는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10등권에 들지말지 합니다.》

총정치국 부국장의 말에 강룡은 눈을 부릅뜨며 얼굴이 시뻘개졌다.

《아니 부국장동무, 그건 총정치국에서 잘못 보는겁니다. 10등이 될지말지라니, 우린 그런 평가를 인정할수 없습니다. 우리 군단 가족예술소조가 평양으로 올라가기 전에 공훈예술가인 도예술단 부단장이 보구 깜짝 놀라며 뭐라 했는지 압니까? 자기네 도예술단수준보다 나으면 나았지 절대로 못하지 않다고 했단 말입니다. 예술전문가가··· 특등이나 1등은 아니라도 2등쯤은 줘야 공정하고 총정치국에도 예술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허허허···》

《하하하···》

군단장의 우격다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물론 수행일군들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강짜를 부리지 마오.》

웃음이 멎기를 기다려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동무네 가족예술소조공연을 나도 보았는데 잘하는것 같으면서도 심중한 약점을 가지고있었소. 가족예술소조공연은 자기 체질에 맞게 군인가족들의 생활과 사상감정을 소박하면서도 진실하게 보여주어야 하오. 다시말하여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은 흙냄새가 구수하게 나고 생활의 향취가 진하게 풍겨야 호평을 받을수 있소. 한마디로 생활에 발을 붙여야 한단 말이요. 그런데 동무넨 어떤가? 작품의 사상성도 좋고 출연자들의 기량도 그만하면 높은데 진실하게 안겨오지 않는게 결함이요. 맨 마감의 합창시 같은건 밝은 미래를 확신하며 신심높이 가자는 주장은 좋지만 생활적이지 못하니까 허공에 뜬감이 나거던··· 》

그이의 리치 분명한 말씀에 강룡은 얼굴이 지지벌개졌다.

《원칙은 그렇다 해도 10등이라는건··· 좀 너무한감이 있습니다. 그걸 준비하느라고 우리 정치위원동무가 애를 여간 쓰지 않았습니다. 1, 2등은 틀렸다 해도 3등이야 줘야지 10등인줄 알면 정치위원동무가 당장 주먹을 부르쥐고 총정치국에 달려올라갈겁니다.》

듣다못해 류광선대장이 한마디 퉁을 놓았다.

《여보 군단장, 그잘나게 해놓고 완력행사로 등수를 먹자는겐가?》

대장이 그런다고 쉽게 쭈그러들 강룡이 아니였다. 그는 볼이 부어서 대들었다.

《아니 대장동지, 우리 군단가족써클이 그잘나다니요? 그거 뭐 예술에 대해 좀 알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내가 예술을 왜 몰라. 이래뵈도 내 전쟁때 제1차 군무자예술축전에 참가했던 사람이야, 북통수로··· 》

《북을 두드리는거야 사실 그게 어디 예술입니까?》

《북이 왜 예술이 아니야? 장단을 맞추고 심장을 울리며 돌격에로 부르는건데··· 군단장이라는게 저렇게 예술에 무식하니10등밖에 더 하겠어? 여보 부국장, 봤지? 이 사람네 꼴찌 주라, 꼴찌. 군단장의 무식으로 봐선 사실 꼴찌도 아깝긴 하지만.》

《그렇게는 안될겁니다. 총정치국에 예술을 아는 사람들이 그리도 없을라구요.》

《흥, 10등이나 하는 주제에 뭐 예술?··· 정말 소가 웃다 꾸레밀 터뜨리겠군.》

그러는 사이에 일행은 야전차들이 서있는 군단장실 앞마당에 이르렀다.

이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온종일 군단관하 여러 부대, 구분대들을 시찰하신데 이어 밤에는 군단직속 어느 한 부대의 야간기동훈련을 보시였다. 이튿날에도 계속된 39군단에 대한 그이의 현지시찰은 전선중부의 오성산을 거쳐 밤 10시경에야 끝났다. 그렇다고 시찰이 다 끝난것은 아니였다. 이번 길에 그이께서는 51군단의 몇몇 사단도 시찰하실 계획이였다. 작별에 앞서 김정일동지께서는 군단장에게 말씀하시였다.

《정치위원동무가 오면 전하오. 전투동원준비도 잘돼있고 훈련과 군인교양도 아주 잘한다고··· 부족점이라면 군인들의 식생활수준이 아직 높지 못한것인데 그건 정치위원이 책임질 문제라고 하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의 식생활은 제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강룡의 목소리는 자책에 젖어있었다.

《물론 동무도 책임져야지만 정치위원의 책임이 더 크오.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식탁은 사회주의를 지키는가 못 지키는가 하는 운명적인 문제와 련결되여있소. 때문에 사회에서는 당비서가, 군대에서는 정치위원이 먹는 문제를 책임져야 하오.》

《최고사령관동지, 우리 군단에서는 51군과 협동작전으로 세포등판을 개간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군단의 김장용무우를 해결할수 있습니다.》

추가령지구대에 속하는 세포군이 무우가 잘되는 고장이라는것은 그이께서도 알고계신다. 그래서 지난해 군단을 찾았을 때 세포등판을 개간해볼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다. 그런데 제꺽 51군단과 합동하겠다고 한다. 무엇이 하나 생겨도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대견했다. 역시 군대들과는 일할 멋이 있었다.

《협동작전을 한다는게 흥미있구만. 그래, 타산이 서오?》

《땅은 욕심나는데 잡관목들이 우거지고 나무뿌리들이 많아서 헐친 않겠지만 해보겠습니다.》

《하긴 전쟁전만 해도 대낮에 호랑이가 마을에 내려와 돼지를 물어갈 정도로 수림이 울창했다니까. 그러나 해볼만 한 일이요. 놀고있는 땅을 개간해서 김장용무우를 얻는다는게 얼마나 성수나는 일이요. 성공만 하면 전군이 동무네를 부러워할거요.》

그이께서는 믿음어린 눈길로 강룡을 바라보시였다.

39군단장 강룡은 사단장을 거쳐 총참모부에 있다가 군단장으로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군단장으로서는 수하지휘관들의 지휘능력과 군단의 전투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만도 부족되는 시간이였겠는데 그는 벌써 김장용무우를 생각하고있다. 생각만 하는것이 아니라 벌써 실천단계에 들어갔다. 또 자기의 대담한 계획속에 린접부대까지 끌어들이고있다. 얼마나 폭이 크고 여유작작하며 자신심에 넘쳐있는가.

《그래, 얼마나 개간할 계획이요?》

《예. 금년에 한 50정보가량 개간하는걸로 보고 100정보만 가지면 래년이나 늦어 래후년 가을부턴 김장무우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100정보··· 좋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우에 엇걸었던 팔을 풀고 두주먹으로 허리를 꾹 눌러짚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아주 대담하고 멋들어진 계획이요. 경쟁적으로 한번 잘해보오. 경쟁에서 이기는 군단에 최고사령관의 표창으로 무우수송차를 50대 주겠소.》

가슴을 쭉 펴며 알겠다고 대답하는 군단장의 얼굴에는 자신심이 넘쳐흘렀다. 50대의 무우수송차는 벌써 자기네 군단것이나 같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밤길에 조심하십시오.》

강룡은 야전차의 불빛이 멀리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자세로 굳어져있었다. 세포등판개간에 대한 과업은 자신께서 주시고도 외려 아직은 타산에 불과한 계획을 듣고 그토록 기뻐하시는 장군님의 사랑에 눈굽이 축축히 젖어왔다.

×

야전차는 또다시 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굴파령을 넘어 창도군 대백리로 가자고 이르시였다. 여기서 창도군에 들렸다가 51군단지휘부로 가려면 2백여리길을 더 에돌아야 했다. 수행원들은 장군님의 의도를 알수 없어 의아해했으나 그이께서는 더 다른 말씀없이 중앙통신사가 입수한 최근국제정세자료를 읽고계시였다.

국제정치정세는 여전히 매우 착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일로를 걷고있었다. 끝날줄 모르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에서의 종족분쟁, 에이즈의 만연, 류혈이 랑자한 체츠냐사태, 종교간 대립의 심연에 빠져 헤여날줄 모르는 중동, 딸라에 맞서 단일화페지대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유럽, 세계제패를 꿈꾸며 국제관계의 어떤 문제에나 코를 들이밀고 전횡을 일삼는 미국, 인디아와 파키스탄에서의 핵폭발경쟁··· 세계는 악몽속에서 허덕이며 혼란에로 내닫고있었다. 그런 혼돈속에서도 한가지 명백한것은 《21세기는 태평양세기》라는 탐욕적인 정치론리에 따라 아시아를 거머쥐려는 미국의 검은 손이 보다 가까와지고있는 사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금후 미국의 대아시아전략이 군사와 경제의 두 측면으로 갈라져 추진될것으로 전망하시였다. 경제적측면에서는 중동의 원유자원을 타고앉는것이 목적이고 군사적면에서는 사회주의조선을 무너뜨림으로써 중국과 로씨야에 대한 동쪽포위환을 형성하는것이였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것은 미국에 개입의 언질을 준 하나의 실책이고 우리 사회주의조선에 있어서는 미국의 계속되는《봉쇄》와 싸워 승리하기 위해 보다 강심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였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어려운 먼길을 가야 한다. 혁명의 전도를 두고 비관하거나 맥을 놓아서는 안되며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성스러운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나가야 한다.

조국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시급히 경제를 활성시키고 인민생활을 추켜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최단기간내에 경제를 활성시켜 인민생활을 추켜세우고 새 세기에 대비한 비약의 토대도 마련할수 있겠는가? 그것은 우리 인민에게 승리의 신심을 안겨주기 위해서도 더욱 절실하게 나서는 문제다. 하나를 통해 열, 백을 해결할 방도가 과연 없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머지않아 맞이하게 될 새 세기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20세기의 문어구에서 식민지운명을 강요당했던 인민에게 다시 밝아오는 새 세기의 의미는 참으로 비상한것이였다.

수령님께서 맡기고가신 인민,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 그 인민이 새 세기의 문어구에서 바라는것은 과연 무엇이고 줄수 있는것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어깨에 실려오는 크나큰 중하를 느끼시였다.

(수령님께서 계시였더라면··· 수령님이시라면···)

차가 가볍게 들추는 바람에 그이께서는 사색에서 깨여나시였다. 차창밖은 아직 어둠에 잠겼는데 차가 달리는 오른켠 저 멀리 산봉우리우가 희붐하게 들리고있었다.

시창을 조금 내리우자 봄철의 새벽공기가 차안가득 몰려들었다. 산나물의 향기며 송진냄새, 지어 골짜기의 물소리며 산새소리까지 다 담겨있는듯 한 산골특유의 맑고 청신한 새벽공기에 가슴이 찡 하고 열리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두눈을 감으시며 길게 심호흡을 하시였다.

(우리는 반드시 새 세기에 어울리는,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변모된 모습으로 세계앞에 등장해야 할것이다.

무엇을 안겨줄것인가? 우리 인민에게···)

그것은 번쩍거리는 화려한 생활만도, 아까운것 없는 풍족한 살림만도 아니다, 우리 인민은 보다 큰것을 요구한다, 큰것을!···

옳다, 세상을 굽어보는 존엄과 긍지, 래일에 대한 락관과 의지를 주어야 한다.

그것은 번개처럼 강렬하고 한소리에 천지를 진감하는 우뢰처럼 크고 힘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박두한 새 세기에도 부합되는것이여야 한다.

바로 그 번개와 우뢰를 부르기 위해 그이께서는 지금 대백리로 가시는것이였다.

 

변하고 또 변하자

아름다운 강산이여

 

전진하는 청춘의 나라

영광스러운 조국의 나날과 더불어

한층더 아름답기 위해선

강산이여 변하자

 

천추를 꿰뚫어 광명을 내다보는

지혜와 새로움의 상상봉

불패의 당이

다함없는 사랑으로 안아 너를 개조하고

보다 밝은 래일에로 기발을 앞세웠거니

···

 

(불패의 당이··· 너를 안아 개조하고 밝은 래일에로 기발을 앞세웠거니··· 한층더 아름답기 위해 강산이여 변하자!··· 얼마나 당에 대한 열렬한 칭송과 조국애의 감정으로 충만된 시인가. 아니, 그보다도 얼마나 큰 사명감을 깨우치며 이 땅에서 생을 받은 아들딸들을 애국과 투쟁에로 부르는 힘찬 호소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언제인가 익혀두시였던 한편의 시를 더듬어보고계시였다.

야전차일행은 어느 이름모를 령마루에서 줴기밥으로 조반을 마치고 또다시 달려 늦은 아침에야 대백리에 들어섰다.

동이 트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원들과 함께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산둔덕에 오르시였다. 멀리 서쪽으로 거뭇한 형체의 높은 산이 시야에 안겨드시였다. 산중턱에 흰 바위가 많아 흰설이라고도 한다는 백역산이였다. 백역산 저쪽은 옛 고구려시기 부여군으로 불리웠다는 김화군인데 부여란 금이 나는 땅이라는 리두식의미다. 백역산을 끼고있는데다가 산골치고는 넓다고 할만 한 땅이 펼쳐져있어 마을이름도 대백리라고 불리운다지만 벌방지대와 대비해보면 보잘것없는 논벌이 펼쳐져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실안개가 걷히기 시작한 마을전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좀 있으면 모내기철이라 등성이를 따라 층층으로 들어앉은 자름자름한 논배미들에서는 소로 논을 갈고있었다. 백평도 될가말가한 뙈기논들에는 뜨락또르는커녕 모내는기계도 한번 들어가지 못했을것이다.

등고선을 따라 우불구불 뻗은 높고 실한 최뚝들, 뚝에 가리워 벼그루를 세울 면적이 절반쯤 보이든가 아주 보이지 않는 갖가지 크기와 모양새를 가진 논뙈기들··· 개중에는 논판면적이 두렁면적보다 별로 많을것 같지 않은 논들도 많았다. 뚝치장만 한 이런 다락논과 뙈기논에서 쌀이 나와야 얼마 나오며 그에 반해 이런 막된 땅에서 농사를 짓는 우리 농민들의 수고는 또 얼마나 크겠는가.

(언제까지 이런 두렁치장만 한 부침땅에 매달려 살게 할수 없다. 허물어야 한다. 달리 살아야 한다. 새 세기를 앞둔 지금 조국은 결정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그것은 전날 밤 비바람속에 굽이 많은 아호비령을 넘으면서 굳히신 결심이였다. 그보다 앞서 《개천―태성호자연흐름식물길》설계를 보시며 하신 생각이기도 했다. 설계를 보시며 그려본 생명수 흘러넘칠 논밭은 이런 뙈기논이 아니였다.

아니, 결코 어제오늘의 애씀만으로 얻어진 답이라고만 할수 없었다. 언제든 때가 되면 꼭 실현하리라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두시였던 력사적인 과제였다.

《내가 생각해오던 문제를 말하겠소. 이미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오늘에야 결심을 하게 되오.》

일군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기색으로 장군님을 우러렀다.

《저길 보시오. 저 올망졸망한 뙈기논밭을 보면서 생각되는게 없소? 저게 바로 우리 농촌의 실태요. 해방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답답하게, 숨가쁘게 지내온것이 우리 농민들이고 우리 농토입니다. 이제 더는 그렇게 살수도 없거니와 살아서도 안됩니다. 토지정리를 합시다. 봉건적토지소유관계의 마지막지경을 허물고 사회주의적인 새 지경을 그을 때가 되였습니다.》

수행일군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지난 며칠간 줄창 군사사업에만 전심해온 그들로서는 토지정리며 봉건적토지소유관계의 마지막지경을 허물고 새로 긋는다는 말자체가 우선 귀에 설었다.

《토지를 정리한다면··· 이 대백리토지를 말입니까?》

직위로 보나 나이로 보나 수행일군들중의 좌상인 류광선대장의 어리둥절한 물음이였다.

《할바에야 왜 대백리만 하겠습니까. 나는 강원도의 토지를 다 정리하자는것입니다.》

《예―에?!》

류광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 불가능해보입니까?》

《불가능해서라기보담 너무 상상밖이여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상상 못했을수밖에 없는 대장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또 그러한 심정은 다른 일군들이라고 다를수 없을것이라고 보시였다.

《동무들로서는 좀 뜻밖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의 부침땅을 사회주의적토지답게 정리하는것은 어버이수령님께서 한생 품고 계시던 소망이며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문제입니다. 다시말하여 나라의 경제형편이 펴이고 여유가 생기면 꼭 실천하리라 마음먹고있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경제사정이 의연 어렵고 모든것이 부족한 지금 그것도 강원도의 토지부터 정리하자고 하는가?》

물음을 던져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왼손으로 허리를 눌러짚으신채 천천히 장령들앞을 오가면서 이 며칠간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하던 문제들이 무엇이였는가를 토로하신데 이어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물론 수만정보나 되는 한개 도의 토지를 단꺼번에 정리한다는것이 헐치는 않을것입니다. 그러다 혹시 몇해동안 한개 도의 농사를 망쳐먹고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형편을 더 어렵게 만들진 않겠는지··· 사실 걱정스러운바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백한것은 저런 뚝치장만 한 다락논, 뙈기논들을 가지고는 언제 가도 긴장한 식량문제를 풀수 없고 우리 농민들을 고된 로동에서 해방할수 없으며 나아가서 부강조국도 건설할수 없다는것입니다. 나는 토지정리야말로 그 모든 없는것을 있게 해주는 관건적인 조건이고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21세기의 대문을 열어제끼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엇걸어 가슴우에 얹으려던 팔을 풀어 다시 허리를 짚고 천천히 수원들앞을 오가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은 현재 우리 사람들에게 제일 필요되는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고생한 우리 인민들이, 강행군을 하고있는 우리 인민들이 지금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바라는것은 박두한 새 세기에 대한 희망입니다. 아직도 일부 일군들이 동면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고 패배주의에 빠져있으며 일시적고난앞에서 신심이 엷어지고있습니다.

근간에 나는 자강도 랑림에서 보내온 한 로인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당에서 소형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도록 해준 덕분에 온 마을이 전기로 구들을 데우고 음식도 끓여먹게 되여 기쁘기 그지없다, 그런데 평양에서 정전이 자주 된다는 소식을 들은것을 빌미로 기쁨이 걱정으로 바뀌였으니 자기네 전기를 평양에서 가져다 써주면 오히려 백성된 마음이 편하겠다는 청원편지였는데 마감에 쓰기를 자기들은 전기불이 없고 식량공급을 받지 못해도 살아갈수 있지만 수도에서는 그러면 안되니 장군이 부디 알아서 조처해달라는것이였습니다.

로인의 소박한 편지를 통해 나는 우리 인민의 변함없는 애국충정과 함께 그들이 어려운 생활속에서 희망을 잃게 될가봐 얼마나 마음쓰고있는가 하는것을 새삼스럽게 절감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인민은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면서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데서 힘이 될 새소식을 기다리고있습니다.

나는 현재에 있어 인민들이 바라는 그 새소식이 바로 토지정리이고 또 그 과정이 일부 패배주의에 감염된 일군들의 정신상태를 바로잡는 기회가 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수행일군들은 토지정리를 하시려는 그이의 뜻이 비로소 석연히 리해되여 모두 감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이를 우러렀다. 그러는 속에 류광선대장이 심정을 피력하였다.

《장군님, 토지정리야말로 땅에다 발을 아주 든든히 붙이고 멀리를 내다보는 현실적인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민들은 물론이겠지만 우선 저부터 속이 열리며 힘이 납니다.》

표현방식은 달라도 다른 수행일군들도 같은 심정을 털어놓았다.

《동무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결심이 더 굳어집니다. 좋습니다. 비록 나라형편은 어렵지만 우리 한번 강심을 먹고 강원땅에서 토지혁명의 새 장을 펼쳐봅시다. 》

전선시찰의 길에 장군님께서 맞이한 1998년 5월 4일 아침은 그렇게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