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3

 

제 1 장. 이 땅, 저 하늘

3

 

당중앙위원회 회의실 중앙홀.

지금 여기서는 김정일동지께서 정무원총리와 부총리들,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몇명의 정무원 부장, 위원장들 그리고 당중앙위원회 일부 책임일군들과 함께 《개천―태성호자연흐름식물길》설계시안을 료해하고계시였다. 정무원에서 설계를 당분간 보류해두려고 한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시급히 올려오도록 하신것이다.

축척 1:10만의 평면도와 측면도, 각종 수자들로 가득찬 직관물들을 앞에 놓고 조만규부위원장이 짤막한 지시봉으로 설계도의 이곳저곳을 짚어가며 장군님께 상세한 설명을 드리였다. 엊그제 설계를 정무원에 올려보낼 때까지만 해도 조만규는 자기가 이런 영광의 자리에 참가하여 장군님께 직접 설명을 해드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는 꿈을 꾸고있는듯 한 심정에서 좀처럼 헤여나지 못하고있었다.

조만규의 설명을 주의깊게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앞에 있는 평면도와 측면도에 눈을 주신채 그 내용을 다시한번 되새겨보시였다.

자연흐름식물길설계안은 서해안일대에 새로운 관개체계를 형성할데 대한 수령님의 유훈에 기초하여 착안되였다는것, 평남관개와 기양관개를 비롯한 서해안지구의 현존관개체계가 안고있는 제한성을 철저히 극복하면서도 그 리용을 전제로 하고있다는것, 개천언제로부터 태성호에 이르는 물길이 건설되는 경우 2백여개의 양수장이 필요없게 되며 거기서 소비되던 전기를 쓰지 않는다는것, 그러면서도 평안남도 10여개 군 10만정보의 관개용수가 완전히 풀리고 많은 알곡을 증수할수 있으며 20여개 저수지들에 사철 물을 채울수 있다는것··· 문제로 되는것은 규모가 방대한만큼 초기투자액이 아름차고 물길굴을 비롯한 구조물공사가 많은가 하면 전반적으로 건설조건이 어려운것이였다. 소요되는 로력만 해도 5천만공수를 넘고 처리할 토량을 1m폭에 50㎝의 높이로 쌓으면 지구를 한바퀴 돌릴수 있다니 건설규모의 방대함과 어려움이 충분히 짐작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해를 돕기 위해 제시한 직관물의 내용들도 일일이 기억에 새기며 깊이 음미해보시였다. 오른쪽측면도옆에 세워놓은 걸그림에는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것으로 일러준다는 중국과 에짚트의 자연흐름식관개망에 대해 소개하고있었다.

 

중국의 인민승리관개수로

황하상류에 수원― 하남성 정주시 신양구까지.

길이 56㎞

구조물 9개소.

관개면적 4만정보.

건설기간 6년.

 

에짚트의 이스마일물길

닐강상류에 언제를 막아 수원조성, 이스마일주에 건설.

언제는 이전 쏘련이 건설해줌.

길이 120㎞

구조물 16개소.

관개면적 14만정보.

건설기간 7년.

 

※ 둘 다 일부 간선에서 양수동력을 리용하므로 완전자연흐름식은 아님.

 

김정일동지께서는 지시봉을 세워짚은채 평면도옆에 긴장한 자세로 서있는 조만규에게 설계가 예견하고있는 2백여개의 양수장이 필요없어지므로 철수하게 될 양수기와 절약되는 전력이 얼마인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였다. 조만규의 대답이 놀라왔다. 양수기만도 수백대가 넘고 전동기와 변압기를 비롯한 부대설비들도 거의 그만한 수자인데 국가가 생산하자면 몇년이 걸려야 할 계획분이고 절약되는 전력은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가 만부하를 걸었을 때의 능력과 맞먹는다는것이였다.

《물길건설로 소실되는 논밭면적은 얼마로 보고있습니까?》

《700정보로 보고있습니다. 그중 논이 120정보고 나머지는 다 밭입니다.》

그이께서는 얼른 추산해보시였다. 정보당 평균 6t씩 보아도 4천 2백t의 쌀을 잃는셈인데 대신 물길의 덕을 입어 10여만t이 증수되고 덤으로 숱한 관개설비와 전기까지 절약하니 일거삼득이다. 아니, 삼득이 더 된다. 개천언제에 수천㎾능력의 발전소가 예견되여있고 태성호를 비롯한 수십개의 저수지에 사시장철 물을 채워넣는것도 있지 않는가.

《개천언제의 저수능력이 그 정도이면···》총리의 말이였다. 《그밑에 있는 봉화나 미림갑문발전소의 발전량이 떨어지지 않을가? 대동강상류에서 물을 너무 잡으면···》

설계자들은 별로 영향이 없을것으로 보고있다고 조만규는 대답하였다. 개천언제가 가두는 물이라야 그우에 있는 발전소들이 놓아주는 물인데다 만일 대동강물이 모자라는 경우에는 향산쪽으로 에돌아서 청천강물을 끌어다넣는 대책안이 예견되여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총리에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총리동무 보기엔 어떻습니까?··· 욕심나는 설계가 아닙니까?》

《욕심납니다. 착상도 멋있고 리점도 많고··· 나라형편이 어려운것이 한스럽습니다.》

총리의 조심스러운 대답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지시봉을 들고있는 조만규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부위원장동무도 같은 의견입니까?》

조만규는 그 순간 온몸이 굳어져 대답을 올릴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분명 설계안에 만족을 표시하시였는데 당장은 시공이 불가능하다는 자기의 외람된 견해를 어떻게 감히 말씀올린단 말인가. 그러나···

조만규는 옆에서 민망스럽게 바라보는 눈길들을 느끼면서도 침묵을 깨뜨리지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컴컴한 얼굴을 숙이고있는 조만규를 이윽토록 바라보시다가 천천히 탁자주위를 거니시였다.

그이께서는 그 시각 조만규를 리해해주고싶으시였다.

언제나 비관을 모르던 사람이 저렇게까지 주눅이 든걸 보면 고난의 행군이 조만규부위원장의 가슴에 어지간히 큰 돌멩이를 매달아놓은 모양이였다.

그래서는 안된다, 우리 일군들이 난관에 포로되여 패배주의, 비관주의에 빠진다면 우리 혁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일개인이 패배주의에 빠지면 비겁분자가 되고 저 하나의 인생을 망치는것으로 끝나지만 일군들이 패배주의에 빠지면 혁명의 전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 조국과 민족의 장래를 위태롭게 할게 아닌가.

장군님께서는 문득 조만규에게 물으시였다.

《얼마전에 4. 25예술영화촬영소 예술인들이 경희극 〈편지〉를 내놓았는데 부위원장동무는 그 공연을 보았습니까?》

뜻밖의 물으심에 조만규는 어리둥절해졌다가 솔직히 말씀드렸다.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바빠도 한번 가보시오. 공연을 보고나면 머리가 거뜬해질겁니다. 그 작품에는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오늘의 난관을 이겨내고 기어이 승리자가 되려는 당의 의지, 인민의 의지가 반영되여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시여 일군들에게 절절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나라의 형편이 어려운것은 사실이지만 이 물길설계안을 묵인다는건 단순히 투자금에 대한 문제이기 전에 일군들의 자세와 사명감에 대한 문제라고 보았기때문입니다. 만약 이 설계를 인민들이 안다면 뭐라고 할것 같습니까? 당장 살아가기도 힘든데 무슨 돈이 있어 물길공사를 하겠느냐고 할것 같습니까 아니면 조국이 더욱 부강해지는 일인데 허리띠를 조이고라도 해내자고 할것 같습니까? 대답해보시오.》

그이의 절절한 말씀끝에 홀을 가득 채우며 숭엄한 정적이 길게 이어졌다. 정적을 깨치며 정무원총리가 한발 앞에 나섰다.

《장군님, 건설비가 좀 많다고 저희들이 지레 겁을 먹었던것 같습니다. 장군님의 의도에 맞게 가능성을 타산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최근에 농업생산이 떨어지고 나라의 식량사정이 긴장해진것은 물론 제국주의자들의 반사회주의, 반공화국고립압살책동이 전례없이 강화된데다가 몇해째 련이어 들이닥친 자연재해와 관련되여있지만 우리 경제지도일군들, 농업부문 일군들이 당의 농업정책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고있는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설계안까지 묵여두고 때를 기다리는 식으로 일한다면 우리는 언제 가도 긴장한 식량문제를 풀수 없고 나아가서는 곤난앞에 무릎을 꿇는 결과밖에 얻지 못하게 됩니다.

중요한것은 우리의 의지이고 배심입니다. 여러모로 형편은 어렵지만 자립경제의 토대에 발을 붙이고 그 잠재력을 최대한 리용하면서 우리 인민들을 불러일으킨다면 안될 일이 없습니다. 원칙과 립장을 그렇게 세우고 가능성을 타산해보시오.》

그이의 저력있는 말씀에 화답하듯 언뜻 홀창문들이 밝아지더니 얼마후 꾸르릉! 하고 먼 우뢰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