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13

 

제 1 장. 이 땅, 저 하늘

13

 

평양―개성사이 도로.

밤이 퍼그나 깊은 어두운 길로 자동차행렬이 달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지난 이틀간 서부지구의 인민군부대들을 시찰하고 지금 평양으로 들어오시는 길이였다.

이윽고 다 보신 두툼한 문건을 비준하여 내려놓은 그이께서는 다른 문건을 펼치시였다. 중앙인민위원회에서 올라온, 9월초로 예견하고있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토의결정할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안(초안)과 변화된 현실의 요구에 따라 정무원사업기능을 내각체계로 개편하는것과 관련하여 위원회, 부를 성으로 명명할데 대한 제의서였다. 수정보충할 헌법초안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고 위원회, 부의 명칭을 내각체계에 맞게 고치는데서 국가계획위원회의 지위가 고려되지 못한 점이 있으므로 필요한 의견을 써넣으시였다.

 

※ 인민무력부를 내각안의 다른 위원회, 부들과 같이 볼수 없는것처럼 국가계획위원회는 나라의 경제활동총참모부나 같기때문에 성으로 고치지 말고 위원회로 그냥두는것이 사업상 편리할것 같습니다.

 

다른 문건을 집어들고 잠시 차창을 내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문득 《차를 세우시오!》하고 운전사에게 이르시였다.

운전사는 영문을 모르고 차를 세웠다.

《이자 금방 저기 가로수옆에서 웬 녀인이 손을 들었던것 같은데?》

《예, 배낭을 진 녀성인데 차를 세워달라는것 같습니다.》

운전사가 아니라 조수석에 앉은 부관의 대답이였다.

《내가 잘못 보았는가 했는데··· 여기가 어디요?》

《금방 송림과 흑교로 갈라지는 길목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황주군지경이였다. 차를 멈추신 까닭을 안 부관이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예정보다 훨씬 늦어서 평양에 들어서고있는것이 안타까운 모양이였다.

《몇시요?》

《10시 43분입니다.》

《부관동무, 좀 지체하더라도 동무가 가보고 오오. 사연이 있는 녀인같소.》

장군님께서는 한밤중에 대도로에 나선 녀인에게 어떤 바쁜 사연이 있겠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사유는 어쨌든 도와주어야 할 필요를 느끼시였다.

부관이 달려갔을 때 녀인은 사색이 되여 어쩔바를 모르고있었다.

전조등불만 보고 무심중에 손을 들었던 그는 뜻밖에 승용차행렬이 멎어서게 되자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실책을 저질렀는가를 비로소 알아차린듯 했다.

부관은 녀인앞으로 다가갔다. 마흔서넛쯤 되였을가. 보통키에 관골이 약간 솟은 너부죽한 얼굴, 흰 바탕에 푸른 점이 연하게 박힌 브라우스에 곤색바지를 입은 든든해보이는 체격, 등에 진 배낭···

《어디서 삽니까?》

부관은 녀인이 놀라지 않도록 될수록 친근한 어조로 물었다.

《사는덴 평양이지만··· 안됐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날이 오늘까진데 대도로다나니 차들을 도무지 세울수 없고··· 로상에서 밤을 보낼것 같더라니··· 정말 죄송합니다.》

녀인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손을 주물렀다. 녀인의 손답지 않게 크고 마디가 굵었다.

《어느 직장에 다닙니까?》

《락랑구역 토지건설사업소에 다닙니다.》

《거기서 무슨 일을 봅니까?》

통계원이나 창고장일것이라는 짐작으로 물었지만 녀인의 대답이 뜻밖이였다.

《불도젤을 맡고있습니다.》

불도젤운전수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딜 갔다 오는 길입니까?》

《사리원엘 갔다 옵니다. 부속들을 얻으러···》

《불도젤부속들 말입니까?》

《예···》

녀인은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부관은 긴 말을 하지 않고 《여기 잠간 기다리십시오.》하고는 곧 돌아섰다.

부관의 설명을 듣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불도젤부속을?》하고 반문하시고나서 《동무가 그 녀인을 집에까지 태워다주고 오오. 같이 가면서 그곳 불도젤수리정형이랑, 어떻게 녀인이 불도젤을 몰게 되였는가 하는거랑 자세히 알아가지고 오시오.》하고 이르시였다.

다시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당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의 책임일군협의회에서 강원도토지정리문제를 토의한것이 한달전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운전수들이 부속품을 얻으러 여기저기 뛰여다니고있다니 부속품공급이 본격화되지 못했다는것이 아닌가. 석달밖에 안되는 준비기간에 한달을 지체했으면 너무 많은 시간을 잃었다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 실태가 그렇다면···

무슨 결정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이께서는 이튿날 오전 리한철부부장을 부르시였다.

협의회이후 추진된 강원도토지정리준비정형을 료해하시기 위해서였다.

리한철의 보고에 의하면 설계를 맡은 농업위원회가 540명의 설계진을 무어가지고 강원도에 나가 필요한 실무강습을 한데 이어 조사측량작업에 달라붙은것이 성과라면 성과고 그밖의 다른 일들은 진척이 매우 완만하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간밤에 로상에서 있은 일을 들려주시였다.

《부관동무의 말에 의하면 그 동무는 락랑구역 토지건설사업소의 유일한 녀성불도젤운전수인 홍산옥이라는 동무였습니다. 군대때 평사포운전수였답니다. 그 동무는 불도젤부속이 걸려 9월중에 불도젤들을 다 완료해야 한다는 당조직의 결정을 집행하지 못할가봐 사리원뜨락또르부속품공장에 있는 친척의 도움을 받으러 갔다오는 길이였습니다. 부관동무에게 솔직히 하는 말이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9월중에 불도젤수리완료가 불가능하다는것이였습니다.

부부장동무, 부속품이 왜 그렇게 나오기 힘들어하오? 어디 걸렸소? 전력이요, 강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상건너에 앉아있는 리한철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이 실린 어조로 물으시였다. 리한철은 송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있었다.

《전력과 강도 걸렸지만 제일 걸린것은 경제일군들의 머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부장은 적지 않은 경제일군들이 강원도토지정리사업에 아직 발벗고나서지 않고있는 점을 설명하였다.

정무원에서 금속기계공업부를 비롯한 련관단위들에 부속품생산계획을 먹이는데만도 옹근 한주일이 걸렸다.

《전력과 자재가 넉넉치 못한 형편에서 어떻게 그 많은 량을 석달동안에 생산보장하는가? 계획을 조절해서 최소한 절반쯤은 석달이후로 안고 넘어가야 한다. 부속은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하겠는데 그만한 여유는 안고 넘어갈수 있지 않겠는가.》

적지 않은 일군들의 사고관점이 이렇기때문에 회의를 열고 비판을 주지 않으면 안되였다.

부속품을 생산하게 된 공장, 기업소들의 경우에는 이번 부속품생산을 걸고 필요이상의 도움을 받을 작정으로 이걸 풀어달라, 저것도 해결해주어야지 생산에 들어갈수 있다 하면서 이번 기회를 타서 예비조성을 하자는 경향도 보이고있었다.

《그런가하면 도들에서는 불도젤수리가 아름차다고 하여 이미 보고한 대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황해남도 같은데서는 보고한 대수대로 수리는 하겠지만 강원도에다는 그중의 절반만 보내도록 해달라는 의견까지 제기되고있습니다.》

《그건 로영태동무의 의견입니까?》

《도농촌경리위원회 일부 일군들속에서 그런 의견이 제기되였습니다. 곡창지대인 자기네 도에 비해볼 때 터밭농사나 다름없는 강원도가 토지정리를 한다면 응당 자기네 도도 해야 리치에 맞는다는겁니다.》

(역시 농사군들다운 욕심론리군!···)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이없는중에도 미소를 금치 못하시며 자리에서 일어나 왼손으로 허리를 짚고 천천히 책상앞을 거니시였다. 부부장도 따라일어섰다.

《일군들의 머리에 그러한 문제점들이 배겨있다면 대책은 뭐라고 생각하오?》

《···》

말문이 막히는지 부부장은 대답을 못했다.

《좋습니다. 그 문제는 내가 대책을 세우겠으니 동무는 가서 자기 사업을 하되 정무원당위원회와 짜고들어 경제실무일군들이 자기 능력을 다 발휘하도록 조건을 지어주는데 많은 관심을 돌리시오.》

부부장이 돌아간 뒤 그이께서는 책임서기에게 국방위원회 국장을 불러달라고 하시였다. 자리를 떴던 모양 국장은 한시간이 넘어서야 이마에 땀발이 돋은 얼굴로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그와 앞상을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강원도토지정리와 관련한 국방위원회명령서를 작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는 심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쪽일이 여의치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다고 하시면서 간밤 군부대시찰을 하고 돌아오던 로상에서 한 녀성불도젤운전수를 만나 부속품공급이 안되고있는 형편을 아시게 된 사실과 리한철부부장을 통해 료해하신 부속품생산의 부진과 일군들의 관점이 어떠한가 하는것을 이야기하신 다음 뒤를 이으시였다.

《···강원도토지정리를 국방위원회명령으로 추진합시다. 이건 내가 언제부터 생각하고있던 문젠데 간밤에 들은 그 녀성불도젤운전수의 말과 오늘 리한철부부장동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더욱 명백해졌습니다.》

그이께서는 명령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며 명령서작성에서 나서는 원칙적문제들과 꼭 언급해야 할 내용, 형식과 제목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신 다음 이런 말씀으로 끝을 맺으시였다.

《잊지 말아야 할것은 이번 명령서가 이 몇해동안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고생한 우리 인민들과 일군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뒤흔들어놓는 불이나 지진의 근원같은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입니다.》

국장은 일어나 군인답게 발뒤축을 모으고 몸을 곧게 펴면서 정중하게 그이의 지시를 접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