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12

 

제 1 장. 이 땅, 저 하늘

12

 

해질무렵이 되여 아이들을 집으로 보낸 몽금은 서둘러 유치원을 떠났다. 어머니로부터 일을 필하는 차제로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는 전갈을 받았던것이다.

종종걸음을 쳐 집에 당도하니 어머니는 마당가에서 끓는 물이 담긴 버주기를 내놓고 김을 문문 피워올리며 한창 닭을 튀하고있었다. 그것도 두마리씩이나 되였다.

《요샌 우리 집에 닭잡는 일이 잦아졌네. 손님이 온대요?》

《에구, 이제 오니. 어서 와서 손을 좀 붙여라. 이건 갑자기 불호령이니···》

《또 〈안변사둔님〉이 오는게 아니예요?》

《〈안변사둔님〉일게 뭐냐? 이젠 그 〈사둔〉은 닭을 다 잡수셨다. 아버지가 지금 얼마나 후회한다구···》

《그럼 누가 온대요?》

《토지정리설계원들이 온다누나.》

집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바쁘게 몽금이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손을 잡았다.

《근데 어머니, 아버지가 후회한다는건 무슨 소리예요?》

가마에서 설설 끓어번지는 물을 퍼내 늄버치에 있는 닭의 몸뚱이에 부으며 몽금이가 물었다.

《아까운 땅을 괜히 안변에 줬다는게지 웬 소린 웬 소리겠냐.》

《원 아버지두. 로력자가 모자라 제대루 관리를 못할바엔 안변군에 줘서 아이들에게 사탕과자라도 먹이는게 옳다더니···》

《이젠 토지정리를 하게 됐으니 그 땅두 다 구실을 할수 있을게 아니냐. 아버진 지금 생살을 떼운만치나 아파한다. 안변군상업관리소장이 며칠만 늦게 왔어두 주지 않는거라면서···》

몽금은 아버지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부침땅과 관련해서는 그야말로 제 육신보다 중히 여기며 아끼는 아버지였다.

 

4작업반에서 오전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안변군상업관리소의 강냉이파종을 보아주느라고 금장골에 올라갔던 정여삼은 그 시각 리소재지로 내려오고있었다. 올라갈 때는 인차 돌아설 생각이였지만 원료기지책임자로 나온 젊은이가 통 농사물계를 알지 못해서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가며 같이 씨놓이까지 해주다보니 의외로 늦어져 관리위원회에 들어설 때는 뉘엿뉘엿 해가 지고있었다.

《설계원들이 도착했습니다. 두명인데 평양시설계연구소 사람들입니다.》

낮동안 관리위원회 직일을 선 회계과장의 말이였다.

《아니, 래일 도착한다고 하지 않았나?》

《오늘 오전에 원산에서 강습이 끝났는데 마침 이쪽으로 오는 차편이 있어 그길로 떠났답니다.》

《허, 거 금오리인심이 다 팔렸겠구만. 인사불성이라고 욕들을 하지 않던가? 관리위원장이 코도 안 내밀었다구···》

회계과장이 피씩 웃었다.

《사정얘기를 했습니다. 관리위원장아바이가 며칠전부터 몹시 기다렸다고··· 그 사람들두 숙소랑 꾸려놓은걸 보구는 이런 환대를 받을줄 몰랐다구 합디다.》

《환대를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지.》

정여삼은 손님들을 만나보고 오겠노라면서 벗어놓았던 밀짚모자를 쥐며 일어섰다.

《합숙에 동석식사를 준비시켰는데 갔다오실적에 저리 손님들을 데리구 합숙으루 오십시오.》

회계과장의 말이였다.

《식사는 우리 집에서 시키겠으니 합숙에단 기다리지 말라구 이르게.》

그런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나선 정여삼은 곧장 기계화작업반으로 건너갔다. 앞으로 토지정리돌격대가 올것도 예견하여 설계원들의 숙소를 거기 기계화작업반선전실 옆방에 정했던것이였다.

정여삼이 방에 들어섰을 때 설계원들은 마주앉아 측량기를 정비하고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천정을 올려다보고 창문이 제대로 여닫기는가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방바닥도 짚어본 정여삼은 쓰지 않던 방이라 탄내가 날수 있으므로 각성을 높여야 한다는것을 루차 강조하고는 손님들과 같이 집으로 건너왔다.

인차 상이 차려졌다. 안해와 딸의 성의가 찰찰 흐르는 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여삼은 술 한잔도 입에 대지 못하는 그답지 않게 부엌쪽에 대고 뭘 더 들여오라느니 좀더 따끈하게 덥히라느니 하면서 자꾸만 잔소리를 하며 수선을 피웠다.

《정말 아버진 기분이 둥둥 떴군요.》

연방 더운 음식들을 들여가던 몽금이가 부엌에 나와 어머니에게 하는 소리였다.

《이제 봐라, 토지정리만 되면 네 아버지가 금장골밭을 꼭 되찾지 않나.》

식사후에도 정여삼은 설계원들을 눌러앉히고 담배를 피우며 장군님께서 강원도토지정리를 결심하신 경위며 전국적으로 불도젤수리전투가 어떻게 진행되고있는가 하는 소식을 듣고 래일부터 시작해야 할 조사측량사업과 관련하여 나서는 실무적문제들도 토론하였다.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는 몽금이의 귀전에 방안의 이야기가 도간도간 흘러나왔다.

《···점심밥을 싸가지고 다니는건 그렇게 하면 되겠고, 보조인원은 농장적으로 제일 든든하고 눈썰미가 있는 젊은이를 한명 붙여주겠소다. 그러니 설계원들이 측량대를 직접 메고다니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시우. 참, 자전거를 한대 주면 어떻겠소? 》

《허허허, 자동차는 안 주시렵니까?》

《자동차면 자동차···》

정여삼은 노상 싱글벙글하였다.

《자전거는 필요없는데 정전이 되는걸 예견해서 기름등잔이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한사람당 두개나 세개정도··· 밤에도 계산을 하고 도면을 그려야 하니까요.》

《허허, 기름등잔밑에서야 어떻게 설계를 그리겠소. 그건 달리 해결합시다. 내 우리 기계화반에 일러서 자동차축전지를 하나 놔주도록 하지요. 또 뭐이 필요합네까?》

현재로서는 그러한 문제들만 풀어주면 되겠다는 설계책임자의 말에 정여삼은 일을 하는 과정에라도 걸리는 문제가 있으면 자기한테 직접 제기하라고 하고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며 화제를 돌렸다.

《토지정리야 아무래도 설계에 따르겠는데 논판면적은 대략 얼마로 계획합네까?》

《3백으로 계획하고있습니다.》

설계책임자가 심상하게 대답했다. 정여삼은 재털이에 재를 털다말고 놀란 눈길로 설계책임자를 쳐다보았다.

《3백이라니, 아니 도무지 3백평짜리 포전을 만든단 말이우?》

《기준이 그렇습니다. 안변군이나 평강군 같은 벌지대는 4백평이고 여기 고산군 같은 중간지대는 경사도가 있기때문에 기준이 3백평입니다. 왜, 작아보입니까?》

정여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털이에 담배재를 털었다. 그는 이제껏 기쁘던 생각이 가뭇없이 사라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래일 보면 알겠지만 우린 60년대에 조합자체로 정리하면서도 3백평짜리 논을 만들었수다. 등고선을 따라 포전을 앉히다보니 모양새들이 좀 곱지 못한건 있지만서··· 그런데 3백평이라니, 잘 리해되지 않는구만.》

《금오리에서 자체로 토지를 정리했단 말을 우리도 들었고 아까 좀 돌아도 보았는데 이제 토지정리를 하면 제멋대로 생겨먹은 그 논들이 모양새가 많이 달라질겁니다.》

《모양새는 달라진다 해두 규모야 달라질게 없단 소리가 아니요?》

《어쨌든 3백평은 이번 강원도토지정리를 총책임진 농업위원회 조만규부위원장동지가 그어준 기준입니다.》

바깥에서 귀를 강군 몽금이의 심중에도 따분할 정도로 방안에서는 오랜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가 좀 헤식어지는것이 어색하게 생각되였던지 설계원들이 주섬주섬 일어섰다.

그들을 대문밖까지 바래주고난 몽금이가 방안에 들어갔을 때 정여삼은 자기딴의 생각에만 잠겨있었다.

《아버진 손님들을 바래줄 생각두 않구 그냥 앉아만 계시면 어쩐다는거예요?》

정여삼에게는 몽금이의 말이 머리속에 들어올리 없었다.

(정말 모를 일이군. 조합자체로도 3백평짜리를 만들었는데 국가투자로 정리한다면서 기준을 도무지 3백평에 놓다니···)

아무래도 리해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