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5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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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이 지났으나 날씨는 여전히 삼복간처럼 무더웠다. 한낮의 해볕은 살갗을 지져내는듯이 따가왔다.

림성욱은 땀을 흘리며 회의장소에 급히 당도했다.

김정일동지께서 당중앙위원회 협의회에 건설부문 일군들을 불러주신것이였다. 서늘한 바람이 풍겨나오는 현관안으로 들어섰을 때에야 성욱은 비로소 숨이 나갔다. 소회의실은 지하철역에 들어선것만치나 선선하고 시원하였다. 크지 않은 장내에는 벌써 여러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대체로 건설관계부문이거나 계획 혹은 재정부문의 사업을 담당한 당중앙위원회와 정무원의 해당 부서, 책임일군들이였다.

림성욱과 김광성은 자기들을 보고 손짓인사를 하는 곽운필의 곁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기중기운전공이나 연공들과 늘 붙어살다싶이 하는 운필은 의사표시를 손짓으로 하는데 버릇되여 있었다.

노상 사무실이 아니면 설계실에서 지내다싶이 하는 피부색이 희멀끔한 성욱과는 달리 운필은 얼굴빛이 검붉었다.

《종합목욕탕이 벌써 외부공사를 끝내고 내부공사에 들어갔다며?》

림성욱은 운필을 돌아보며 나직이 물었다.

《내부에 들어갔소. 9. 9절전에는 분수를 뿜어볼 작정이요. 그때 와서 한번 구경하구려. 시비질은 말구.》

설계주인 림성욱과 운필은 맞다들기만 하면 다투기가 일쑤였다.

림성욱은 운필을 만날 때마다 시공을 설계의 요구대로 하지 않는다고 까박이였으며 운필은 또 그대로 설계가 불합리하다고 푸념질이였다. 그러나 두사람은 같은 운명의 배를 탄 동행자처럼 상대방의 주장을 무턱대고 거역해버리는 우둔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생사운명을 판가름해야 할 결정적인 시각에는 언제나 합심하였고 일심동체가 되여 동거동락해온 사이였다.

《착공한지 반년 되나마나한데 벌써 분수를 뿜게 됐다? 거 정말 번개불에 콩닦아먹을 솜씨인걸!》

림성욱은 공사가 그렇게 빨리 진척되였다는것이 놀랍고 기쁘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은근한 압박감과 조바심을 느꼈다. 속력을 내며 세괃게 밀고나가는 중땅크에 다쫓기는듯 한 처지에 빠진 자신을 의식한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운필은 그를 보며 빙상관과 천석식당(청류관)설계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산원과 창광원공사에서 먼저 손을 뗀 자기네 사람들에게 새 일감을 안겨줘야 할게 아닌가 하는 핀잔비슷한 물음이였고 우회적인 재촉이였다.

성욱이 한두달만 좀 참아달라고 말하려 하는데 갑자기 장내에 정숙이 깃들며 엄숙한 분위기가 떠돌더니 주석단의 측면입구쪽에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정무원 총리를 앞세우고 김정일동지께서 들어오시였다. 대기중이던 참가자들은 정중히 일어나 경건한 박수로 그이를 맞이하였다.

총리와 약간 사이를 두고 주석단 한가운데 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내를 둘러보시고 협의회를 소집한 취지부터 설명하시였다.

《나는 동무들과 시급히 토의하고 확정지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오늘 이렇게 모이자고 하였습니다. 래년도 10월에 우리는 당제6차대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그 당대회는 우리 당의 강화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력사적인 대회로 될것입니다. 당대회를 가진 다음 1년반이 지나면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70돐기념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전당, 전인민적경사로 될 당 제6차대회와 이버이수령님의 탄생 70돐을 성대히 기념하기 위하여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은 어떤것인가?··· 당조직사업으로부터 시작하여 인민생활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해야 할 사업은 각 분야에 걸쳐 이루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그가운데서 오늘은 먼저 건설문제, 건설문제중에서도 수도건설문제를 중심에 놓고 협의하자고 합니다. 말하자면 수도건설부문에서 당대회준비와 수령님탄생 70돐준비사업을 어떤 방향에서 진행하겠는가 하는것을 구체적대상까지 찍어 확정하자는것입니다. 당대회준비사업을 하면서 우리가 다른 부문의 사업보다 건설부문사업을 우선적으로 토의하게 되는것은 건설이 제일 많은 시일을 요구하기때문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간 말씀을 끊으시고 총리를 돌아다보시였다.

남방샤쯔를 입은 협의회의 모든 참가자들가운데서 정무원 총리만이 유독 혼자 흰 양복을 차려입고 량어깨를 살린채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다가 두세번 가볍게 머리만 끄덕였다. 기침소리 하나 없는 장내에 김정일동지의 저력있으면서도 청청한 음성이 다시 울렸다.

《지난 기간 수도건설자들과 수도시민들은 미제침략자들의 야수적인 폭격에 의하여 완전히 페허로 되였던 평양에 수많은 기념비적건축물들과 현대적인 주택들을 일떠세움으로써 유구한 력사를 가진 고도 평양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가장 아름답고 현대적인 도시로 전변시켰습니다. 그러나 수도건설에 대한 어버이수령님의 숭고한 의도와 원대한 구상을 실현시키자면 아직도 할일이 많습니다.

나는 앞으로 있을 우리 당 제6차대회와 어버이수령님의 탄생 70돐을 계기로 수도건설에서 질적인 비약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58년에 수도건설자들은 조립식방법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여 <평양속도>를 창조함으로써 단 한해사이에 7천여세대분의 자재, 자금을 가지고 2만여세대의 주택을 짓는 기적을 창조하였습니다.

그때에 이룩된 비약의 비결은 건설에서 조립식방법으로 전환한것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 제6차대회와 수령님탄생 70돐을 계기로 이번에 우리가 수도건설에서 질적인 비약을 이룩하려는 내용은 시공방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건축물의 구성문제이며 건축물들자체의 실용적, 예술적가치를 높이는 문제입니다. 다시말해서 당 제6차대회와 수령님탄생 70돐을 맞으면서 우리 평양을 위대한 수령님께서 찾아주시고 세워주시고 부강발전시켜오신 주체조국의 수도다운 체모를 기본적으로 갖추어놓았다고 말할수 있게 하며 또한 주택을 포함한 평양의 건축물들을 모든 면에서 세계적으로 으뜸이라고 할만 한 경지에 올려세우자는것입니다. 건축물들의 가치문제는 매 건축물들을 놓고 하나씩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의 토의를 거치게 될것이므로 오늘 협의회에서는 당 제6차대회와 수령님탄생 70돐을 앞두고 어떠어떠한 대상을 건설하는것이 좋겠는가 하는 문제만 토의하자고 합니다. 우선 6차당대회기념건설대상을 어떻게 정했으면 좋겠는지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가지고있는 복안을 좀 들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일어났다. 왼손에는 국판규격의 수첩을 펴들고 오른손에는 검은 테의 돋보기를 들었지만 거기에 눈을 주지않고 발언하기 시작하였다.

《저희들은 래년에 소집되는 조선로동당 제6차대회와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70돐기념일을 계기로 하여 수도 평양이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자기 면모를 기본적으로 다 갖추자면 선차적으로 어떤 대상을 골라잡겠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많은 론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지금 건국이래 가장 많은 산업건설이 벌어지고있는 실정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대상을 건설하는것이 어떻겠는가 생각합니다.

우선 인민대학습당입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당에서 오래전부터 제일 크게 관심하시고 중시해오신 대상입니다. 지금의 중앙도서관은 작고 시설도 불비하여 전민학습의 중심기지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인민대학습당을 수령님탄생 70돐기념 건축물로 건설하자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시면서 몇자 적으시였다. 계획위원회 위원장이 발언을 계속하였다.

《둘째는 산원과 창광원입니다. 우리 나라에 전국의 모든 병원들마다에 산과와 산실이 갖춰져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산과병원은 없었습니다. 현재 건설중에 있는 산원이 6차당대회기념건물로 완공되면 당에서 온 나라 녀성들과 산아들에게 베푸는 특혜가 은을 낼것입니다. 우리 평양에 산모들과 산아들을 위한 궁전이 구비되게 될것입니다. 창광원도 시공중인데 당대회기념건축물로 당대회전에 준공하게 하자는것입니다. 이때까지 수도에 수영관이 없었던탓으로 늦가을부터 이른봄까지 수영선수들이 황해남도의 온천지구에 가서 온천물에서 수영훈련을 진행하였는데 지금 천리마거리에 짓고있는 창광원만 완공되면 그안에서 겨울에도 국제적인 수영경기까지 할수 있습니다.

셋째로, 빙상관입니다. 평양에 빙상관이 없어 빙상체육선수들과 빙상체육애호가들이 여름에는 로라스케트로 훈련하고 겨울철경기때에는 먼 량강도의 삼지연으로 가군 하였습니다. 래년초에 착공하여 당대회기념건물로 완공하면 여기서 얼마든지 빙상무용이나 빙상호케이같은것도 할수 있을것입니다.

넷째로, 대동강변에 있는 옥류관같은 멋있는 국수집을 보통강쪽에도 하나 세워 어제날의 토성랑사람들이 국수생각이 날 때 거기로 가게 해야겠다는 어버이수령님의 뜻을 수령님탄생 70돐을 계기로 실현시키려는것입니다.

다음으로 안을 잡아본것은 동평양의 문수지구 주택거리형성입니다. 문수벌은 평양에서 주택거리를 형성하려고 아껴온 터전입니다. 당 제6차대회와 수령님탄생 70돐에 즈음하여 이 지구에 새 거리를 형성하면 동평양일대의 거리형성이 완비될수 있습니다.

문수지구에는 몇만세대의 주택을 앉힐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계획위원회 위원장은 가볍게 헛기침소리를 내면서 자기의 발언을 마무리지었다. 그가 손수건으로 벌거우리해진 얼굴과 목덜미를 닦으며 자리에 앉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좌중을 둘러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수도건설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평양시건설자들인데 평양시당 비서동무는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동무가 내놓은 복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인들의 마음에 듭니까?》

김광성은 코등에 흘러내렸던 도수경을 가운데 손가락으로 밀어올리면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꼿꼿이 펴고 정중한 자세를 취하였다.

《개별적인 중요대상건설에 대하여서는 저희들도 찬성입니다. 다만 새로운 현대적인 주택거리를 어디에 형성하겠는가 하는데 대하여서는 론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두 얼마전까지는 당 제6차대회와 수령님탄생 70돐을 계기로 문수지구와 북새지구에 현대적인 다층주택거리를 형성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지만 지금은 다른 견해를 갖게 되였습니다. 문수지구를 좀더 두더라도 륜환선거리의 낡은 유럽식 2층주택들과 단층주택들을 헐어버리고 그자리에 새 현대적인 다층주택거리를 형성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하겠다는것입니다.

문수지구와 북새지구건설을 뒤로 미루는 조건에서 릉라도우에 놓게 될 새로운 대동강횡단다리와 모란봉지하동굴도로건설도 미루고 륜환선거리개조에 자금과 자재, 력량을 집중시켰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김광성이쪽에 얼굴을 돌리고 자못 놀라와하던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잠자코 있을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불쑥 도중에 끼여들었다.

《수령님탄생 70돐을 계기로 문수지구에 새 거리를 앉히자는 안은 바로 시에서 작성하여 올려 보낸 안이 아닙니까? 동무네 자신이 제기한 안을 동무네가 뒤집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때는 우리가 미처 륜환선거리에 대한 생각을 못했기때문입니다. 여러 동지들도 다 잘 알겠지만 륜환선거리에는 아직까지도 전후에 종파사대주의자들이 망탕 세워놓은 초라한 집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륜환선거리에서 사는 인민들의 불편을 잊고있었으며 그 거리에 잘못 지은 집들때문에 오래전부터 품고계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심려에 대하여서도 잊고있었습니다. 또 그때문에 당에서 얼마나 가슴아파하는가 하는것도 몰랐댔습니다.

저는 며칠전에야 그것을 깨닫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문수지구에 새 현대적인 주택거리를 형성하기전에 륜환선거리를 현대적인 주택거리로 개조하는 사업부터 하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습니다.》

협의회에 참석한 일군들가운데서 유일한 녀성인 재정부장이 일어났다. 그는 중년기를 넘었지만 목소리는 애된 처녀마냥 챙챙했다.

《제가 한마디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전후에 한때 바로 그 륜환선거리의 2층집에서 살았기때문에 그 집들을 잘 알고있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바로 그 집들때문에 몹시 심려하신 사실도 알고있습니다. 그 집이 비록 잘되지 못한 집이지만 위대한 수령님께서 살림방에 뻬치까 대신 온돌을 놓게 해주신 다음에는 그럭저럭 살기가 괜찮아졌습니다. 그집이 그후에 지은 다른 주택들에 비하면 볼 멋도 없고 우리 조선사람들의 생활습성과 생활양식에도 잘 맞지 않으며 불편한것도 사실이지만 토피로 지은 단층주택들보다는 얼싸하게 낫습니다. 아직 평양의 뒤골목이나 변두리에 그보다 못한 단층집들이 남아있는 형편에서 륜환선거리의 2층집들을 당장 허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속담에도 이불귀를 보고 발을 펴라고 했습니다. 저는 륜환선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스럽다고 투정하거나 타발하는 소리를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륜환선거리는 버드나무거리와 승리거리를 합친것과 거의 맞먹는 부지를 가진 대단히 길고 큰 거리입니다. 그 엄청나게 큰 거리를 헐어버리고 새 주택거리를 형성하자면 얼마나 막대한 국가자금과 자재와 로력이 들겠는지 시당비서동무가 심사숙고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나라의 돈주머니를 걷어안고 아껴써가는 녀인다운 소견이였다.

김광성이가 륜환선거리를 헐어내리자고 제기한것은 엊그제 김정일동지를 뒤따라 그 거리를 돌아본 후에 결심한 일이여서 그러한 내막을 알리없는 사람들로서는 놀랄만도 했다. 거기에다 재정부장이 계획위원회 위원장의 편역을 들고나서자 장내의 분위기는 자못 심각해졌다. 오랜 경제일군인 총리까지 재정부장의 말에 동의해나서면 어찌나 하고 은근히 마음을 조이고있던 림성욱은 재정부장이 자리에 앉자 지체없이 일어났다. 그는 정무원 총리가 재정부장의 발언에 아무러한 반응도 나타내지 않는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말을 시작하였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설계사업소에는 륜환선거리의 2층살림집에서 살다가 단층집과 바꾸고 이사해간 설계가가 두사람씩이나 있습니다. 며칠전에 그 두사람에게 2층집에서 단층집으로 옮겨앉은 리유를 물어봤더니 한사람은 겨울에 김치독을 들여놓을 자리조차 없기때문이라고 하였으며 다른 한사람은 뻬치까대신 몇번 고쳐놓은 온돌에 불이 제대로 들지 않는데다가 구멍탄을 2층으로 오르내리는 층계에 쌓아놔야 하므로 단층집에 사는것보다 더 불편하기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직업이 설계가인 사람들이 벽돌로 지은 2층양옥집을 버리고 토피로 지은 단층집에 옮겨앉은데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것이 아닙니까. 이 한가지 리유만 가지고도 저는 륜환선거리의 개조에 선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시당비서동무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륜환선거리의 낡은 집들을 지체없이 허물어버리고 현대적으로 개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까닭은 그 낡은 집들이 수령님의 가슴속에 큰 시름을 남긴채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있습니다. 때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한시바삐 수령님의 마음속에 오래 묵어있는 아픔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림성욱이 한바탕 이렇게 열변을 토하고 앉으려 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만···》 하고 다시 불러세우시였다.

《이왕 일어난 김에 다른 대상들에 대한 소장동무의 생각도 마저 들어봅시다. 새 주택건설대상지에 대해서만 론의하고들 있는데 그밖의 다른 대상선정에서도 견해를 달리하는 안이 있으면 말하십시오.》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내놓은 복안자체가 김광성이나 운필이와 같이 마주앉아 토론을 거듭한끝에 작성한 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것이기때문에 다른 대상선정에서는 성욱이로서도 의견이 없었다.

《별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문수지구에 새 주택거리를 당장 형성하지 않는 조건에서 자재와 자금, 로력타산을 해보고 가능하면 수령님탄생 70돐을 계기로 릉라도에 새로운 종합경기장을 하나 앉히면 수도의 운치가 한결 돋구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앉은 다음 더는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의견들을 말하라고 채근하시였지만 서로들 얼굴만 쳐다볼뿐 발언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정무원 총리를 돌아보시였다. 발언할 의향이 없는지.··· 마주보는 총리의 눈길에서 겸양의 뜻을 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두손으로 탁자를 짚으시며 활달하게 일어나시였다.

《다른 문제가 없으면 내가 가지고있는 안을 말하겠습니다.》

그이의 어조는 언제나와 같이 빠르고 박력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도 급급히 기세좋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때와 같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단한 약동감과 속도감에 휘말려들게 하고 특이한 언성으로 심장을 끓게 하는 매우 활기있고 신심에 차고 선동력이 강하게 울리는 말씀이였다.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낸 복안을 나도 기본적으로 찬성합니다. 인민대학습당은 두말할것 없고 다른 개별대상들인 산원, 창광원, 빙상관건설도 당대회와 수령님탄생 70돐기념건축물로 하자는데 동의합니다. 문제는 새로운 현대적인 주택거리를 어디에 형성하겠는가 하는것인데 이왕 그 문제를 놓고 엇갈린 주장들이 나온만큼 먼저 그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한다면 륜환선거리개조에 선차성을 부여하고 문수지구건설을 뒤에 놓는것이 좋겠다는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륜환선거리개조를 두 단계로 진행하되 6차당대회까지는 제1단계공사를 완결하고 그후에 제2단계를 진행하는것이 좋겠다는것입니다. 재정부장동무가 이야기한것처럼 지금 륜환선거리의 2층집에 살고있는 사람들가운데는 그 집이 좋지 못하다고 타발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이 별반 없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하면 불편해도 참고 견디며 살만하다고 생각할뿐아니라 일제시기나 전후시기의 생활에 비하면 그런 집도 너무 과남하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병신같은 집들이 종파분자들의 사대주의적행위로 인하여 생겨난 주택들이며 어버이수령님의 심중에 대단히 아픈 상처를 남기고있는 사실에 응당한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우리 당은 주체의 당이고 우리 나라는 주체의 조국입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자주성을 나라와 민족의 생명으로 여기십니다. 그런데 평양의 한복판 륜환선거리에 우리 인민의 자주적요구와는 정 반대되는 사대주의의 오물들을 그대로 두고 우리 당 제6차대회를 맞는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수령님께서 제일 가슴아파하시는 륜환선거리를 그대로 두고서 수령님의 탄생 70돐을 맞는다는것도 수령님께 죄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한시바삐 우리의 수도에서 사대주의의 오물들을 제거해버림으로써 수령님께서 이제는 기꺼이 평양을 후대들에게 넘겨주게 되였다고 기뻐하실수 있도록 해드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륜환선거리부터 개조해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리를 보시며 새거리형성순차를 그렇게 선정하는것이 좋지 않는가고 하시였다. 왼손 주먹으로 네모진 턱을 고인채 반백의 머리를 기웃하고 신중히 듣고있던 총리는 허리를 쭉 펴며 석쉼한 목소리로 답변을 드리였다.

《아주 지당한 말씀입니다. 저는··· 사실 그런 고려를 하지 못하고있었습니다. 정무원에서 그걸 놓쳤습니다. 커다란 실책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냥 서신채 정무원 총리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오늘 우리는 대단히 큰 의의를 가지는 건설문제를 토의하였습니다. 앞으로 불과 2∼3년동안에 이 아름찬 건설과제를 수행한다는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힘이 들어도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내 생각엔 륜환선거리건설을 벌리는 조건에서 문수거리형성은 두 단계로 나누어 수령님탄생 70돐까지 1단계공사를 완공하는것으로 계획을 세우는것이 좋겠습니다. 릉라도경기장은 문수지구에 새 거리가 형성된 다음에 건설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륜환선거리건설의 선차성을 다시한번 강조하시고나서 말씀을 중단하시였다. 장내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회의참가자들이 다시금 그이께서 어떤 중요한 발언을 하시려니 하고 초조해 기다리고있을 때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가방안에서 무슨 편지인지 한뭉테기 꺼내놓으시며 가라앉은 음성으로 뒤말을 이으시였다.

《동지들, 여기에 당중앙위원회앞으로 보내온 우리 인민들의 절절한 요구와 청원이 담겨있는 편지들이 있습니다. 수령님탄생 70돐을 맞이하여 전국각지 인민들이 자기들의 의사를 적어보낸 편지들인데 이 자리에서 함께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맨우에 놓여있는 네귀가 반듯한 편지를 집어드시고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누가 읽으면 좋겠소? 저기 림성욱소장동무가 나와서 읽어주시오.》

《알겠습니다.》

림성욱은 기운차게 대답하고 집행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그이께서 여러명의 회의참가자들중에서 자기를 지명하신 일로 하여 저도 모르게 가슴속이 두근거리는것을 느꼈다.

《소장동무, 앞부분은 생략하고 원주필로 표시한 기본내용만 읽는게 좋겠습니다.》

《예.》

림성욱은 편지를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속지를 펼쳐들었다. 그는 약간 목을 다듬고 나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당중앙위원회에서 구상이 어련히 있겠는데 주책없이 청원을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광복직후 평양공설운동장에 가서 수령님의 개선연설을 직접 듣고 꽹과리를 두드리며 덩실덩실 춤을 췄던 사람입니다.

이듬해 우리 강동군 삼등면 인민들은 어버이수령님을 북조선인민위원회 첫 대의원으로 추대하는 대경사를 맞고 또다시 개선광장에서처럼 만세의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그때의 감격을 무슨 말로 다 이야기할수 있을런지 저희들은 너무도 기뻐 수령님을 모실 민중대회장입구에 솔문을 세우고 정성들여 짠 무명필을 길우에 펴놓았습니다. 춘풍추우 20여년의 긴긴 세월 풍찬로숙하시며 조국광복의 새봄을 안아오신 수령님앞에 비단필을 깔아드린들 저희들의 직성이 풀릴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도 대회장으로 찾아오신 수령님께서는 인민들이 옷을 해입을 천을 밟아서야 되겠는가고 굳이 사양하시며 무명필을 거두게 하시였습니다. 그날 우리 삼등면 사람들과 흑령의 탄부들, 남강건너 멀리 황해도에서 달려온 수많은 군중들은 수령님께서 수수한 솔문안으로 들어서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목메여 흐느꼈습니다.

그 시기 경축행사때면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었던 솔대문이였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우리 인민을 위해 한평생을 바치시며 이세상 만복을 다 안겨주시는데 개선하신 수령님께 솔문밖에 세워드린게 없으니 어찌 백성된 도리라 할수 있겠습니까? 제 그래서 평양에 가도 아들집에 들리기 앞서 개선광장에로 찾아가군 합니다. 이제라도 여기 나라의 한복판에 억만년 굳건히 서있을 큰문, 수령님의 개선문을 하늘높이 일떠세우면 얼마나 좋으랴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저는 오늘 수십수백번도 더 바라고 갈망해 온 그 마음을 담아 간절히 청원합니다. 수령님의 조국광복위업을 자자손손 길이 전할 개선문을 꼭 세워주십시오. 한뉘 수령복만 누리며 살아온 저희들은 오매불망 기원해온 이 소망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림성욱의 편지랑독이 끝나자 잠시 엄숙한 침묵이 흐르던 장내에 우렁찬 박수가 요란히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편지를 받아 가방우에 놓으면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우리 인민의 이 총의를 한시도 미룰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또한 김책제철소와 황해제철소 용해공들이 보낸 이런 편지들도 있습니다.》

그이께서 다른 편지를 집어드시자 장내는 다시금 조용해졌다.

《오늘 우리 인민들은 수도 평양에 개선문과 함께 주체사상탑을 건립하자는 편지들을 수많이 보내오고있습니다.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도 이러한 소망을 표시한 외국인의 기증품이 있지 않습니까. 어느 한 나라 수반이 수령님께 올린 목각지구의말입니다. 지구의의 회전축우에 주체라는 글발이 새겨져 세계가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에 따라 움직일것이라는 기증자의 견해를 뚜렷이 표시한것입니다. 우리 인민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주체사상을 높이 칭송하고있느니만큼 나는 평양에 주체사상탑을 세우자는 이 시대의 절절한 요구를 받아들일것을 엄숙히 제의합니다.》

장내는 한결같은 찬동과 격정으로 설레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열정에 넘치신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우리 나라는 반만년의 유구한 력사를 가지고있습니다. 우리 평양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도이고 우리 선조들도 여기에 적지않은 유산을 남겨놓았습니다. 강동쪽에 그 확실성이 아직 채 해명되지 않은채로 전해져오는 고조선의 단군릉이 있으며 그밖에 대성산성, 대성산 남문, 보통문 등 건축유적들과 상원을 비롯한 여러곳에서 발굴된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선사시대에 산 우리 선조들이 남긴 유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평양은 우리 수령님에 의하여 마련되고 일떠선것입니다. 사회주의조선의 시조는 위대한 수령님이시고 현대 평양의 창조자도 어버이수령님이십니다. 수령님께서 왜적에게 빼앗긴 나라를 찾으실 결심을 품고 떠나신 곳도 평양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여기에서 건당, 건국, 건군위업을 이룩하시고 반미성전을 승리에로 이끄시였으며 전후복구건설과 사회주의혁명, 사회주의건설을 승리적으로 령도하여 이 땅우에 살기좋은 사회주의지상락원을 일떠세우시였습니다. 수령님께서 쌓으신 거대한 업적과 련결시켜 본다면 평양은 마땅히 김일성동지의 도시라고 불러야 할것입니다. 오늘날 사회주의조선의 수도인 평양은 우리 수령님을 떠나서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수 없습니다.

수령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평양은 생겨날수도 없고, 오늘과 같은 번영도 이룩될수 없었습니다.》

가슴속에서 용용히 굽이치며 솟구치는 격정을 누를길 없었던 림성욱은 이 자리가 행사장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놓고 오손도손 의논하기 위해 모여앉은 협의회좌석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만 저도모르게 또다시 박수를 쳤다.

꼭같은 순간에 그옆에 앉아있던 김광성과 곽운필도 박수를 쳤다. 집행석에 앉아있던 정무원 총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거세찬 파도가 바다가절벽에 부딪친 순간에 일어나는것과 흡사한 장쾌한 음향, 숭엄한 광경이였다.

세찬 파도의 비말들이 가라앉고 거품이 잦아드는듯 한 소음속에서 김정일동지의 열정에 넘친 말씀이 또다시 장내에 울려퍼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도건설에서 반드시 수령관을 확립하는데 제일차적인 주목을 돌려야 합니다.

그 어느 나라 사람이 평양에 와봐도 첫눈에 과시 여기가 김일성동지께서 세우시고 이끄시는 주체조선의 수도이고 김일성동지의 도시인것이 확실하구나 하고 느낄수 있게 되여야 합니다. 동무들은 우리 인민을 위한 수령님의 건설구상을 실현하는데 머물지 말고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불멸의 업적을 온 세상에 빛내일 대기념비적건축물들을 일떠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기념비건설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수령님께서 매번 우리 인민이 잘 살면 되지 않느냐면서 굳이 만류하시여 여태껏 인민들의 절절한 소망을 실현시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우리 인민의 요구를 미룰수 없습니다. 나는 륜환선거리와 인민대학습당, 빙상관건설과 함께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업적가운데서 가장 큰 업적인 주체사상을 상징하는 주체사상탑을 세우고 조국광복의 력사적위업을 이룩하시고 조국에 개선하신 뜻깊은 사적을 담은 개선문을 세울것을 제의합니다.

수령님께서 개선연설을 하셨던 장소인 공설운동장, 지금의 모란봉경기장을 대담하게 현대적으로 개축하여 <김일성경기장>으로 하는것도 계획에 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건설자금과 로력이 문제라면 우리가 혁명자금과 로력을 제공하고 적극 떠밀어주자고 하는데 동무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이의 격정에 넘친 말씀을 듣고 총리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엄숙한 낯빛으로 앉아있던 회의참가자들도 그 순간 일제히 일어나 또다시 열렬한 박수로 응답하였다.

림성욱은 발밑에서 지진이 인듯 한 강한 진동을 느꼈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멎고 장내가 정돈된후에도 그는 두손으로 앞의자의 등받이를 꽉 눌러잡고있었다. 자기의 심혼을 불태우고 뒤흔들어놓은 김정일동지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수도건설구상앞에서 자제력을 잃어버린것이였다. 아니 얼굴을 쳐들수 없었다. 평양시건설에 일생을 바쳐오면서 한갖 건축가의 명분을 지키는데 불과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옆에 앉은 김광성 역시 벌거우리해진 얼굴로 그를 마주보기만 하였다. 서로 말없는 가운데 심장속 격동과 가책의 상반되는 감정이 눈물겨웁게 교차되고있었다. 림성욱이와 김광성은 1년이 멀다하게 외국출장을 다니면서 위인으로 일컬어오는 사람들과 명인들의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도시들을 적지않게 보아왔었다. 오랜 력사를 자랑하는 그 도시들에는 위인, 명인들의 명성만 요란하게 붙어있을뿐 건축가의 눈으로 새롭게 찾아볼만 한것이 별반 없었다.

림성욱은 가슴에 한가득 차고넘치는 격동을 누르지 못하여 협의회가 끝나자 혼자 노을비낀 저녁거리에 나섰다. 몇발자국 뒤에서 김광성이가 따라왔으나 아무런 감촉도 느끼지 못하였다. 김광성이가 옆에 와서 나란히 섰을 때에야 그는 겨우 알아차렸다.

《음, 자네인가?》

《뒤에서 보니 얼근히 취한 사람 같군.》

《그래, 취했네. 우리가 얼마나 놀라운 세계를 받아안았는가. 이건 누구도 상상할수 없었던 발견이네. 오늘 밤은 잠들것 같지 않네.》

성욱은 장대한 몸을 젖히고 명상에 잠겨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이윽히 쳐다보았다.

《나도 그렇네, 우리 타지 말고 걸어가세.》

《그러세.》

두 사람은 차를 보내고 나란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