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7

 

제 7 장

7

 

《아니, 만수대창작사 사장선생이 어떻게 오셨습니까?》

돌생산지휘부 책임자 최근식은 방안에 들어서는 리수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빠른 시일내에 원석을 세개나 보장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리수환은 권하는 의자에 앉으며 헌헌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흘전에 만수대창작사에는 울타리용원석이 대형추레라에 실려왔다. 그렇게 원석이 빨리 해결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최근식이 돌광산에 나가서 원석생산을 직접 지휘했다.

《창작사에서 만점짜리 형성도안을 내놓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원석이야 보장하지 못하겠습니까. 돌광산에서도 형성도안을 보더니 역시 만수대창작사의 화가들이 다르다고들 했습니다.》

최근식도 웃음진 얼굴로 응대했다. 진작 훌륭한 형성도안을 창작한 화가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고싶었다.

《그런데 정작 울타리제작에 착수하고보니 크게 걸린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대형돌톱입니다.》

오래동안 돌을 다루어온 최근식은 리수환의 말뜻을 인차 리해했다. 원석을 울타리규격만큼 만들자면 돌톱이 있어야 한다. 짐덜기작업을 정으로 쪼아내는 식으로 하자면 시간과 품이 어방없이 들것이다.

《현재 돌광산이나 석재공장에 있는 돌톱들은 어느 하나도 돌려 쓸수가 없습니다. 그 어느 설비보다 긴장하게 돌아가는것이 돌톱입니다.》

《알고있습니다.》

사정을 알면서도 제기한단 말인가? 최근식은 불만과 의혹이 엇갈린 눈길로 리수환을 마주보았다. 리수환은 여전한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창작사에서 돌톱을 수입해오도록 주선만 해주십시오. 지난해 돌생산지휘부에서 돌톱을 수입해온 일이 있었다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돌톱거래에 나섰던 사람의 부주의로 돌톱을 잘못 사왔던 불쾌한 추억이였다.

《남들이 의심하는것처럼 내가 돌톱거래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흑심을 가졌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할겁니다. 하지만 어느땐가는 사실이 증명될 날이 꼭 올겁니다. 후에라도 석재설비거래로 홍콩에 가게 되면···》

그는 미림벌에서 판석가공을 하는 돌격대에 자진하여 동원되였다.

기념궁전건설에 기여하려는 처음의 결심을 저버릴수가 없어서였을것이다. 이번 만수대창작사에 필요한 돌톱을 사오면서 그의 문제를 확인할수 있지 않을가? 본래 그는 얼마나 정직한 사람이였는가. 그가 떠날 때의 마지막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최근식은 선선히 응대했다.

《도와드려야지요. 창작사의 요구대로 대형돌톱을 인차 사오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정직성여부를 증명하는 문제와도 관련됩니다.)

이런 말이 치밀었으나 입밖으로 번지지 않고 말했다.

《내가 직접 석재공장 기사장동무를 데리고 홍콩으로 가겠습니다. 기사장동무는 석재가공설비에 밝은 사람입니다. 되도록 세계적인 최신설비를 사오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식은 려권수속을 한 후 지체없이 홍콩으로 떠났다.

지난해 거래했던 아. 태. 기계무역회사는 홍콩시의 중심에서 떨어진 쥴륭반도의 남쪽에 자리잡고있었다. 채굴설비와 석재가공설비들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회사였다. 세계적으로 채굴과 석재가공기술이 발전되였다고 하는 유럽나라들의 기계를 사다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재수출하고있었다. 자유무역지대인 홍콩의 많은 회사들이 그러한것처럼 그 회사도 중계무역회사였다. 크지 않은 청사의 벽은 고급석재로 장식되여있었고 울타리를 따라 키높이 자란 아열대성정원수들은 청사건물을 서느러운 그늘로 덮어주고있었다.

회사의 사장 로태근은 평양에서 온 손님들을 친절히 맞이했다. 자기 손으로 직접 맥주와 차를 권하며 확스를 받은 때부터 무척 기다렸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근식과 석재공장 기사장 박만영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우리에게 중고품기계에 뼁끼칠을 하여 새것으로 팔아먹었다. 당신들에게 두번다시 속지 않을것이다. 이런 각성을 가지고 로태근의 행동을 주의깊게 살피였다. 그러한 내심때문인지 로태근의 친절이 장사치의 다스러진 꾸밈처럼 여겨졌다. 고객의 환심을 사려고 친절히 대하는것은 자본주의사회 장사치들의 일반적인 처세술이다.

맥주를 나누며 인사가 오고갔다. 어지간히 시간도 흘렀다. 박만영이 최근식에게 눈짓을 했다. 이쯤 됐으면 흥정을 하기 전에 먼저번 거래에서 눈속임을 한 사실부터 까밝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뜻이였다. 비행기안에서 그렇게 하기로 약속되여있었다. 돈만 있으면 홍콩바닥에서 얼마든지 돌톱을 살수 있었다. 굳이 이번에도 아. 태. 기계무역회사와 거래를 하려고 한것은 지난해 있은 일의 진상을 캐기 위해서였다.

최근식이 마음을 다잡으며 들이대려고 하는데 상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이번에 사가는 돌톱을 어디에 쓰려고 합니까?》

로태근으로서는 의례히 던져볼수 있는 물음이다. 고객이 얼마나 해당한 물건에 절박한 필요를 느끼는가를 타진하는것은 흥정을 앞둔 장사치의 수완에 속한다고 할수 있다. 절박성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값을 부르는대로 사가기마련인것이다.

《우리가 뭣에 쓰든 그거야 상관할바가 아니지요. 회사로서야 돌톱을 제값으로 팔면 그만이 아닙니까.》

최근식은 명백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는 상대의 내심을 꿰뚫어보려고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아래로 눈길을 떨구는 로태근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진실하게 어리였다. 동시에 조용한 목소리가 입귀로 새여나왔다.

《회사로서는 무관계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 개인으로서는 심중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무엇을 념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까?》

최근식은 나직이 반문했다.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었다. 심중한 기색이 말그대로 떠오른 로태근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도 조선사람이기때문입니다!》

그 대답이 무게를 가지고 웅글게 울리는듯 했다.

최근식과 박만영이 눈길을 마주쳤다. 뜻밖이여서가 아니였다. 그들은 이미 지난해에 왔던 동무들로부터 로태근이 조선사람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로태근의 아버지는 조선사람이고 어머니는 중국사람이였다. 아버지의 혈통을 따르는 관념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나라에 그 어떤 애착을 가져서인지 로태근은 자기를 조선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는 여전한 어조로 뒤를 이었다.

《평양에서는 세해전 7월 8일에 우리 겨레의 구성이신 김일성주석님을 생전의 모습으로 높이 모신 금수산기념궁전개관식을 가지였지요.

기념궁전을 꾸리는데는 석재가 많이 들지요. 만일 그 석재를 가공하는데 돌톱이 필요하다면 나는 무상으로 기증하겠습니다. 그것이 위대한 주석님의 영생을 도모하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가 된다면 나로서는 여한이 없겠습니다.》

최근식은 감동했다. 로태근은 이런 사람이였구나! 몸은 비록 조국을 떠나 멀리 해외에 있어도 위대한 수령님을 영원히 높이 모시려는 그의 심정은 얼마나 절절한것인가. 눈시울이 화끈 달아오르는것을 의식하며 머리숙여 응대했다.

《로선생의 심정이 그렇다면 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사가려는 돌톱은 기념궁전돌울타리제작에 필요한것입니다.》

그러자 로태근은 기쁨을 금치 못하며 최근식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내 예견이 맞아떨어졌습니다. 필경 당신네가 요구하는 돌톱이 그렇게 요긴하게 쓰일것이라고 여기면서 우리 회사에 들여온것중에서 제일 좋은 최신형을 몇틀 골라두고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최근식은 진심으로 감사의 정을 보내고싶었다. 동시에 날카로운 의혹이 떠올랐다. 이렇게도 정직하고 선량해보이는 사람이 먼저번 거래에서 있은것과 같은 비렬한짓을 저지를수 있을가?

그때의 진상을 따지고싶었으나 뜻밖에 커다란 성의를 보이는 로태근에게 당장은 불쾌한 일을 상기시키고싶지 않았다. 그대신 그의 경력을 알고싶은 생각이 불쑥 치밀었다.

《로선생은 이 기계무역회사를 경영하는지 오랬습니까?》

《몇해밖에 안됩니다.》

《전에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원동의 채석장에서 설비지도원으로 일했습니다. 쏘련이 붕괴된 이듬해에 외삼촌의 연줄을 타고 홍콩에 와서 그가 경영하던 이 회사를 넘겨받았습니다. 사회주의사회에서 나서자라서 오랜 세월 살아온 나에게는 자본주의적인 중계무역이 너무도 생소했습니다. 처음 한두해는 밑지는 놀음을 많이 했는데 점차 미립이 터서 인제는 괜치 않게 경영활동을 하고있습니다.》

로태근은 두드러진 눈가에 쓸쓸한 눈웃음을 그리였다.

《그러니까 전에는 쏘련공민이였댔군요.》

《그렇습니다. 아다싶이 홍콩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제반 특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유무역지대가 아닙니까. 내가 받은 교양과 생활의식으로써는 아직 리해할수 없는것이 많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이제라도 형님처럼 조국에 돌아가 살고싶습니다.》

최근식은 그의 말꼬리를 잡고 따져물었다.

《형님은 현재 우리 나라에서 살고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선뜻 수긍을 한 로태근은 회고에 잠기는듯 감개가 어린 그윽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형 로태심이 평양에 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고나서 뒤를 이었다.

《1960년대초까지 편지거래가 있었는데 그후는 소식을 모릅니다. 아버지도 생존시에 늘 말씀하시였습니다, 김일성주석님은 우리 가문의 은인이시라고. 나는 한번도 주석님을 만나뵈온 일이 없지만 형님의 경우를 놓고보면 우리 겨레의 어버이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번에 주석님의 영생을 도모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자고 하는것은 이런 남다른 사연을 안고있기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흥미있게 듣고난 최근식은 얼핏 머리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을 덮쳐잡았다. 만수대창작사 연공반장에 대한 생각이였다. 사적지건설총국장으로 있을 때 그와 함께 일을 하면서 그의 인생경로에 대하여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던것이다. 무산지구혁명전적지를 건설할 때였다. 무산지구전투승리기념탑건설을 끝내는 날 낯모를 중년녀인이 나타났다. 녀인은 기념탑앞에 꽃다발을 드리고 기념탑건설에 이미 참가했던 로태심과 만났다. 그날 밤에 로태심은 기구한 자기들의 사랑이 어떻게 결혼에로 이어졌는가를 이야기했다.

《혹시 형님의 이름을 로태심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최근식은 느닷없이 물으며 초조한 기대로 가슴을 조이였다. 로태근은 흠칫 몸을 떨며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 입술을 벙싯거렸으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도 세찬 충격에 일순 넋을 잃은듯 했다. 최근식은 같은 물음을 반복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 형님을 아십니까?》

《항일무장투쟁전적지기념비건설을 할 때 함께 일한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함께 일한다고 할수 있지요.》

《지금도 말입니까?》

로태근은 눈을 빛내이며 숨가쁘게 물었다. 이 순간에 최근식은 그의 얼굴에서 로태심의 모습을 발견했다. 우묵한 눈확속에서 담차게 빛나는 작은 눈이며 성큼한 코날, 짙은 눈섭이며가 형님과 비슷했다. 아버지로부터 두형제에게 공통으로 유전된것이 분명했다.

《나와 로태심동무는 지금 다같이 금수산기념궁전건설에 참가하고있습니다.

로태심동무는 높은 기능과 성실성으로 해서 직장에서뿐만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있는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로태근은 기쁨에 겨워 어쩔줄을 몰라했다. 조국에서 온 두 손님에게 번갈아 머리를 숙여보이더니 서둘러 전화기를 잡았다.

《여보, 당신이요? 나요. 인제 곧 내 사무실로 오우. 평양에서 귀한 손님들이 왔소. 형님소식도 가져왔소. 빨리 와서 손님들에게 사죄를 하오. 오늘 저녁에는 손님들을 우리 집에서 쉬도록 해야 하겠소.》

최근식은 전화를 끝낸 로태근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케를 보니 자기의 안해한테 거는 전화였다. 빨리 이리로 와서 인사를 하라는것은 리해할만 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한테 사죄를 하라는것은 무슨 뜻인가.

《부인도 조선사람입니까?》

조선말로 전화를 하기에 그렇게 물었다.

《아닙니다.》

로태근은 저으기 거북해하는 눈치였다.

최근식은 어느 민족 녀성인가고 캐여묻고싶었으나 어색해하는 상대의 낯빛을 살피며 침묵했다. 로태근은 조국에서 온 손님들앞에서 이족결혼을 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아닌게아니라 그는 담배를 피워물더니 자기의 그러한 심정을 터놓았다.

《우리 아버지는 형님에게도 그러했지만 나에게도 반드시 조선족처녀와 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살던 원동에는 조선족이 얼마 없었습니다. 1930년대말에 동포들은 모두 중앙아시아로 옮겨갔지요. 나는 하는수없이 우리 조선사람과 생김새가 비슷한 나나이족처녀와 결혼했습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였습니다.》

《일단 한번 정을 주면 변심이 없는것이 진짜인간이 아니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난해 당신네와 거래가 있은 다음에는 부부간에도 피줄의 차이는 속일수 없다는것을 실감했습니다. 내가 없는 사이 회사일을 주관하던 우리 집사람이 중고품에 뼁끼칠을 해서 비싼 값으로 팔아먹었던것입니다.》

아, 그 일이 이렇게 된것이구나! 최근식과 박만영은 눈길을 마주쳤다. 그때 거래를 한 우리 사람이 속히웠을뿐이지 그자신이 잘못한것이 아니였다.

그의 청백성이 마침내 증명되였다.

로태근은 다소 붉어지는 얼굴을 손으로 내려쓸더니 이렇게 물었다.

《당신들도 물론 그 사실을 알고있겠지요?》

《포장을 뜯어보는 순간에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도 청맹과니는 아니니까요.》

박만영이 퉁명스레 응대했다.

《참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조국에서 온 사람들과 거래를 하면서는 되도록 눅은 값으로 팔면서 성실성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그것을 늘 불만스레 여기던 처는 제가 없을 때 그런짓을 했습니다. 그도 조선사람이라면 그러지 않았을것입니다. 나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으로 이족결혼을 한 자신을 후회하였습니다.》

《당신이 없을 때에는 부인이 회사일을 대리합니까?》

《그렇습니다. 워낙 그 녀자는 원동에 있을 때 산짐승털가죽장사를 하는 아버지의 슬하에서 장사물계를 배웠습니다. 처음 몇해동안 고난을 겪었지만 지금만큼이라도 우리 회사가 일떠서게 된것은 실상 그 녀자의 경영업무능력과 기질이 크게 은을 냈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때 손기척도 없이 출입문이 열리며 웬 녀인이 방안에 들어섰다.

최근식과 박만영은 나나이족에 대한 표상이 없었지만 조선사람과 용모가 비슷한 그 녀인이 로태근의 안해라는것을 알았다. 품을 들여 화장을 하고 몸단장을 한듯 한 그 녀자는 황홀하였다.

검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환한 이마, 보일듯말듯 한 웃음을 그리며 영채롭게 빛나는 눈동자, 오똑한 코, 탐스러운 입술은 동방미인으로 불리울만큼 아름다왔다.

《여보, 인사하오. 평양에서 온 손님들이요.》

로태근이 안해에게 깨우쳤다.

녀인은 자연스럽고 세련된 몸가짐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최근식과 박만영에게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뜻밖에도 그 녀자의 입에서 조선말이 튀여나왔다. 힘겹게 발음을 하는 억양이 다소 어색할뿐이다. 남편에게서 조선말을 배운 모양이다. 인사가 오간 다음 그 녀자는 남편의 옆자리에 앉았다.

《지난번 거래에서 어리석은짓을 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그 일때문에 남편으로부터 호된 꾸중을 들었습니다. 만일 먼저번 평양에서 왔던분이 그 돌톱의 용도를 말해주었더라면 제가 그런 비렬한짓을 하지 않았을것입니다.》

그 녀자는 나나이어가 아니라 로어로 말했다. 원동에서 자라면서 로어로 교육을 받았을것이다. 로태근이 안해의 말을 조선말로 통역했다. 굳이 통역을 하지 않더라도 최근식과 박만영은 그 녀자의 맡을 알아들을수 있었다. 대학시절에 로어를 익혔던것이다.

《때늦게나마 진실을 실토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장사거래에서 상대를 속이는 일은 있을수도 있는 일이지요.》

최근식이 선선한 표정으로 응대했다.

《먼저번에 사간 돌톱도 금수산기념궁전을 꾸리는 일에 사용되였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더구나 죄스럽습니다. 김일성주석님은 저의 일가와 저자신에게도 은인이십니다.》

최근식과 박만영은 그 녀자의 아름다운 얼굴에 경건한 빛이 떠오르는것을 보았다. 그 어떤 깊은 사연을 안고있는듯싶었다. 아닌게아니라 천천히 뒤를 잇는 그 녀자의 말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일성주석님께서 원동에 계실 때 저의 오빠는 그 부대에 자주 다니군 했습니다. 어린시절에 저의 오빠로부터 주석님의 고귀하신 인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석님부대의 조선사람들에 의해 저도 구원되였습니다. 아무르강에 나가서 미역을 감다가 물에 빠져버렸는데 그들이 살려주었습니다.

그때 주석님휘하의 군대들은 주변지역인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그토록 귀중히 여겨주었습니다. 생전의 주석님께 갚지 못한 은혜를 서거하신 이후라도 잊지 말아야 하는건데 제가 그처럼 불손한짓을 했습니다.》

자책과 회오에 휩싸이는 녀인의 고운 눈에 물기가 어리는듯싶었다. 그는 잠시 진정을 하는듯 하더니 남편에게 머리를 돌렸다.

《당신은 이번에 평양손님들에게 최신형돌톱 한틀을 무상으로 기증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내 몫으로 한틀 더 보내드리자요.》

그 녀자의 얼굴에 차마 거절할수 없으리만큼 간절한 애원이 흘렀다.

《그렇게 합시다.》

기꺼이 수긍한 로태근은 최근식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조선에 다녀올수 있도록 노력해주실수 없겠습니까?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김일성주석님을 찾아뵙고싶고 형님도 만나보고싶습니다.》

그 심정이 리해되였다.

최근식은 로태근을 데리고 그날로 홍콩에 있는 우리 나라 대표부를 찾아갔다. 사연을 듣고난 대표부에서는 즉시로 조국에 전화를 걸었다. 조국에서는 홍콩항에 도착하게 될 우리 나라 무역선편으로 최근식일행과 로태근이 떠나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