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4

 

제 6 장

4

 

3월 15일.

평양체육관에서 조선인민군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가 성대히 열리였다. 그처럼 많은 인원이 참가한 대회는 드물것이다. 간호원양성중대의 중대장인 김옥순도 참가했다. 중대장으로 임명된지 두달밖에 안되는 자기가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대를 떠나는 시각부터 그는 남다른 흥분에 사로잡혀있었다. 분에 넘치는 영광을 받아안았기때문이였다.

대회에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몸소 참석하시였다.

그이께서 주석단으로 나오시는 순간 김옥순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튕겨나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만세의 환호를 올리였다. 얼마나 뵈옵고싶던 그이이신가. 전에도 그러하였지만 최전연대대에서 최광으로부터 그이께서 보내주신 감사를 전달받은 그날부터는 꿈결에도 그리움에 사로잡히군 했었다. 김옥순은 대회장의 중간쯤에 자리잡고있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전과정에 김옥순은 줄곧 그이만을 우러러 바라보고있었다.

대회에서는 《중대의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하여 전군주체사상화를 힘있게 다그치자》라는 보고에 이어 여러명의 토론이 있었다.

보고와 토론들은 김옥순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새로운 직무를 받아안고 중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것인가? 모색하고 고심하던 문제의 답을 이 회의에서 찾는듯 하였다. 새로운 깨달음의 환희로 마냥 가슴이 설레였다.

첫날회의가 끝났을 때였다.

인민군대의 낯모를 한 일군이 김옥순을 찾아왔다.

《동무가 간호원양성중대 중대장이요?》

《그렇습니다.》

《나를 따라오시오.》

김옥순은 일군을 따라섰다. 무슨 일로 찾을가? 아무리 생각을 굴려도 알수 없었다. 장내에서 출입구로 빠져나가는 군인들의 사품을 벗어나서 호젓한 복도에 나섰을 때 일군이 머리를 돌리며 나직이 말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지금 동무를 찾으십니다.》

《예?!》

김옥순은 놀라움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게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불시로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면서 숨이 막혀왔다. 커다랗게 벌려뜬 눈으로 일군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일군은 속삭이듯 다시 말했다.

《지금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휴계실에서 모범적인 중대장들과 담화를 하고계시오. 그러다가 동무도 이번대회에 참가하였겠는데 데려오라고 하시였소. 어서 갑시다.》

다시 발길을 옮기는 김옥순은 감격의 선풍에 온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듯 하였다. 발길이 바닥에 닿는것 같지 않았다. 마치 꿈속을 걷는것 같았다. 자나깨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그리워하던 나머지 꿈을 꾸는듯싶었다. 휴계실앞에서 옷매무시를 바로하고 일군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널직한 방안에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인민군지휘성원들과 10여명의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들이 둘러앉아있었다.

김옥순은 거수경례를 하고 그이께로 다가갔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이상하게도 갑자기 목이 꺽 막히면서 뒤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정일동지께서는 거수경례를 한채 굳어진듯 한 김옥순의 손을 잡고 일순 바라보다가 장내를 향해 그의 손을 높이 쳐드시였다.

《동무들, 보시오. 이 손이 적장교놈을 단매에 쓸어뜨리고 포로한 그 주먹이요.》

김옥순은 환히 웃으시는 그이를 우러러 눈을 슴벅이였다. 반가움이 넘쳐서 눈물이 불쑥 솟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옥순을 이끌어 자신의 곁에 앉히시였다.

《내 동무의 아버지 소식을 들려주려고 이렇게 찾았소.》

김옥순은 놀랐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아실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중을 둘러보며 교시하시였다.

《내가 군부대에 나갔다가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습니다. 지팽이를 짚고 힘겹게 언덕길을 오르는 로인을 만나서 차를 세우고 타라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 로인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제2전선에서 싸운 로병이였습니다. 그때 시신경이 위축되여 점점 앞을 잘 보지 못하다나니 로인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로인은 식량을 보태려고 바구니에 풀뿌리를 캐여들고 오는 길이였습니다. 그것이 너무도 가슴아파서 물었습니다. 인민생활이 그처럼 어려운 때에 당에서는 군대에만 관심을 돌리고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입니다. 로인은 우리야 뭐라나요, 허리띠만 조이면 그만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깨여진 둥지에 성한 알이 없다고 인민군대가 여의치 못하면 적들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 인민은 다 잘못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민의 판단이고 각오입니다.

나는 로인의 말에서 커다란 고무를 받았습니다. 동시에 이처럼 훌륭한 우리 인민을 절대로 제국주의자들의 노예로 내여맡길수 없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가지였습니다. 회의에서도 강조했지만 어버이수령님께서 물려주신 사회주의조국과 우리 인민을 지키기 위해서 인민군대는 백방으로 전투력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이번대회에 참가한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들이 거의다 20대의 젊은 청년들인데 패기가 있고 사기가 높습니다. 그들을 잘 이끌어주고 도와주어서 전군의 모든 중대들을 강화하여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인민군대에서는 상급단위의 지휘관, 정치일군들이 중대에 내려가서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실속있게 지도하는 사업을 벌려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중대가 3대혁명붉은기중대의 영예를 지니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나는 이번대회를 계기로 인민군대의 모든 중대들이 쇠소리가 나는 불패의 대오로 강화되리라고 믿습니다.》

김옥순은 그이의 교시의 마디마디가 정대로 쪼아박듯이 자기 심장에 새겨지는것을 의식했다.

모임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회의참가자들을 태운 자동차들의 마지막대렬이 떠나가고있었다. 김옥순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

끝간데없이 늘어선 대렬차행렬이 수도의 거리를 누비며 숙소를 향해 달리였다. 수천수만의 시민들이 연도에 늘어서서 꽃다발을 흔들고 손을 저어주었다. 대렬차의 군데군데 끼워선 방송차에서는 수령영생가요들이 울려퍼졌다.

김옥순은 이처럼 장엄하고 장쾌한 광경을 처음 보았다. 수도시민들에게 손저어 답례를 보내는 그의 눈에는 얼핏얼핏 스쳐지나는 군중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로 바뀌여보이였다. 원쑤들의 침략으로부터 이들을 지켜 한목숨 서슴없이 바쳐 싸우리라는 결의가 북받쳤다.

대렬차를 타고가는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들모두의 눈시울은 젖어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 광경을 보고 자신들뿐아니라 온 세계가 놀라움에 사로잡혀 끓어번지고있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서방의 한 통신은 이 광경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썼다.

《평양에서 별안간 이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무엇때문인지 그 수효를 헤아릴수 없는 많은 군대트럭행렬이 방송차들을 앞세우고 수도의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을 선동하고있다. 트럭마다 붉은 기발이 꽂혀있었다. 이것은 김일성주석의 위업을 끝까지 고수하고 완성하려는 군대의 변함없는 의지를 그대로 반영한것이다. 군대와 인민이 합창하는 노래들도 김일성주석의 위업을 영원히 받들어가려는 내용이였다. 길가던 시민들은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손을 흔들며 군대의 사회주의고수의지에 열렬한 찬동의 뜻을 표했다.

올해 정초 김정일령도자의 군부대들에 대한 방문보도가 전해진데 뒤이어 펼쳐진 북조선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공세적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눈물의 피바다에서 불현듯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듯싶다. 분명히 금후 북조선의 정치동향은 군력을 배경으로 강경자세를 취할것이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이 거대한 충격파에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여하튼 김일성주석의 서거후 평양에서 그 어떤 정치적변화가 있으리라던 예상은 완전히 뒤집혀졌다.

김일성주석은 북조선의 군대와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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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끝난 후의 어느날이였다.

김옥순은 부대로 내려가기 전에 대대장이 입원하고있는 병원을 찾았다. 모처럼 평양에 올라왔던김에 강철수대대장을 만나고싶었다. 원쑤들과의 접전에서 중상을 입었던 그가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되였을가? 모르긴 해도 거의 완치되였을것이다. 그 병원에는 능력있는 의료진과 최신의료설비가 갖추어져있다. 군의대학시절에 그 병원에서 여러번 실습을 하였다. 그 병원의 유능한 군의들로부터 초빙강의를 받기도 했었다. 건강이 회복되여가는 대대장을 만나게 되리라는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불쑥 나타나면 몹시 놀랄거야!

언제부터인지 김옥순은 대대장을 은근히 마음속에 그리고있었다. 대대의 군관들도 일이 그렇게 되였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강철수는 도무지 반응이 없었다. 그도 총각인 이상 처녀의 마음을 모를리 없을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모르는체 하였다. 직급상의 실무적인 상하관계를 벗어나서 은근하고 살뜰하게 대해주는 일이란 없었다. 인제는 내가 그 대대를 떠났으니 상하관계를 벗어나서 두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을 스스럼없이 나눌수 있지 않을가? 아무튼 감미로운 기대로 가슴은 잔잔히 설레였다. 강철수가 입원하고있다는 호실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잠시 진정을 하고서야 출입문을 두드렸다. 사업상의 용무를 가지고 대대장방의 출입문을 두드릴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작용했다.

《들어오시오.》

방안에서 울려나오는 응답소리는 귀에 익은 옛 대대장의 음성이였다.

김옥순은 출입문이 무척 힘겹게 열려지는것같이 느껴졌다. 방안에 들어서니 책을 읽던 강철수가 머리를 돌리였다. 그는 상대를 알아보더니 튕겨나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급히 마주걸어왔다.

《아니, 이게 누구요!》

큰소리로 웨치다싶이 말을 하는 강철수의 놀란 눈과 미소가 확 번지는 얼굴에 반가움이 넘치였다.

《대대장동지!》

김옥순도 반가움에 사로잡혀 그의 손을 맞잡았다.

크지 않은 방안에는 강철수 혼자 있었다. 그는 김옥순의 손을 이끌어서 자기의 침대에 걸터앉도록 하였다.

《찾아주어 고맙소. 정말 반갑구만!》

《그럴수가 없었으니 말이지 마음은 진작 찾아오고싶었어요.》

사단군의소나 군단병원에 입원을 하였다면 이미전에 여러번 찾았을것이다. 거리가 멀다보니 오늘에야 찾아왔다.

서로 얼굴만 마주볼뿐 잠시 말이 없었다. 어느쪽이나 오랜 작별끝에 만난듯 한 느낌이였다. 무슨 말부터 하여야 할지 알수 없었다.

강철수가 먼저 침묵을 깨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나타났소.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기회가 생겼지요, 이번대회에 참가했어요.》

《위생소장동무가?!》

《올해 초에 나는 간호원양성중대 중대장으로 소환되였어요.》

《그렇게 됐구만. 대대동무들이 섭섭했겠소.》

김옥순은 새로운 직무로 조동된 후의 생활과 이번대회에 참가하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접견을 받는 영광을 지닌 사연을 말했다.

강철수는 그의 성장과 영광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자기의 입원생활을 요약하여 말하였다.

《나는 이 병원에서 세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소. 동무도 잘 알다싶이 처음은 매우 위태로웠댔는데 지금은 거의 원상태로 몸이 회복되였소.》

그는 어조를 바꾸며 다시 말했다.

《얼마전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나에게 산삼을 보내주시였소. 그것을 전달하는 일군에게서 들은데 의하면 그 산삼은 지방의 어느 한 농촌로인이 그이의 건강을 위해서 드린것이라오. 그런데도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 산삼을 나에게···》

대대장의 마지막말마디는 목밑에 잠겨버렸다. 동시에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김옥순은 그 산삼이 자기 아버지가 경애하는 장군님께 정히 드리였던것이라는것을 알았다. 접견을 받을 때 그이께서는 산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아버지를 고맙게 생각한다고 하시였다. 그런데 그 산삼을 강철수대대장에게 보내주실줄이야! 장군님께서는 늘 이렇게 응당 자신께서 받아야 할 약재조차 고스란히 우리 전사들에게 돌려주신다. 그이의 은정에 목이 메였다. 하지만 자기 아버지가 그이께 올린 산삼이라는것은 말하지 않았다. 만일 그런 말을 한다면 강철수는 죄스러움에 시달릴것이다.

저으기 진정을 한 대대장은 말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보내주신 사랑의 보약을 먹고 하루가 다르게 내 몸은 완치되여가고있소. 며칠내로 퇴원할수 있소. 이제 돌아가면 전보다 몇배로 대대의 싸움준비를 잘할것 같소.》

《저도 이제 중대로 돌아가면 이번대회의 정신을 구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겠어요.》

《동무가 조동되여서 부대에 돌아가도 인제는 종종 만나기가 어렵겠구만.》

김옥순은 그 말이 이상하게 충격적으로 안겨오는것을 느끼며 천천히 반문했다.

《대대장동지도 내가 대대를 떠난것을 서운하게 생각합니까?》

《대대가 모두 서운하게 생각하겠지만 제일 서운하게 생각하는건 나요.》

《어째서요?》

반문을 한 김옥순은 강철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날숨을 멈추었다.

《대대위생소장으로 동무야 얼마나 자기 사업을 잘하였소. 우리 대대가 동무와 같은 위생소장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거요.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도 허전하구···》

강철수는 빙긋이 웃으며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그 대답에 김옥순은 마음이 안정되여갔다. 그는 말했다.

《간호원양성중대에 가도 자주 들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가요?》

《아무때든 환영할거요. 그러나 짬을 내긴 헐치 않겠는데···》

강철수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며 고개를 숙이였다.

《그래도 짬을 내겠어요. 정 부득이하면 밤에라도··· 어째선지 마음은 항상 우리 대대였던 그 대대에 가는걸요. 대대장동지랑 잊혀질것 같지 못합니다. 저도 가까이에서 한생을 전연초소를 떠나지 않고 대대장동지의 모범을 거울로 삼겠습니다.》

강철수는 가슴이 후더워났다. 얼마나 미덥고 훌륭한 녀성인가! 그는 고개를 번쩍 들고 김옥순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과 부드럽게 부딪쳤다. 순간에 그 눈빛들은 무수한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간호원이 약병을 들고 방안에 들어섰다.

김옥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철수도 따라일어섰다.

《잘 다녀가시오. 후에 짬이 생기면 내 한번 꼭 찾아가지.》

작별인사를 하고 방을 나선 김옥순은 총총히 복도를 걸어갔다. 자기를 바래워주는 강철수의 시선을 등뒤에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