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7

 

제 5 장

7

 

허덕복은 배천군의 몇개 협동농장들을 돌아보고 해주로 향했다. 협동농장들에서는 례년에 없이 앙양된 분위기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올해농사를 잘 지어보려는 각오가 어데서나 불타오르고있었다. 농장마다 배로 늘어난 이모작면적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 예상외로 빨리 추진되였다. 광범한 토의를 거쳐서 적지들이 확정되였다. 우려하였던 종자도 이미 전량이 확보되였다.

어버이수령님을 잃고 흘리던 피눈물이 힘과 용기로 바뀌여진 현실을 허덕복은 가슴후덥게 느낄수 있었다. 바로 이것을 믿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우리 도에 이모작과제를 주시였구나! 하는 생각에 휩싸였다. 도에서 열린 협의회때는 농업지도일군들의 달라진 사고방식과 사업태도를 보았다면 오늘은 농민들의 높아진 열의와 각오를 보았다. 끊임없이 포전길을 걸은 어버이수령님께서 흙묻은 손을 서슴없이 잡아주고 뜨겁게 고무해주면서 사랑을 다해 키우신 우리 농민들이였다. 그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어려운 과제라도 해낼수 있다는 신심이 북받쳤다. 이제 남은것은 자신을 포함한 농업지도일군들이 농민들의 앙양된 열의에 맞게 영농지도사업을 짜고드는것이다.

허덕복은 달리는 승용차안에서 자기의 사업을 두고 생각을 거듭했다. 이제 해토가 되면 수령님의 현지교시를 받은 협동농장들에서 전작파종본보기를 창조할것이다. 그리고는 도와 군의 농업지도일군들을 협동농장들에 파견할것이다. 북받치는 사업의욕에 가슴이 설레였다. 차창밖으로는 눈덮인 들판으로 거름을 실어나르는 농민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였다. 그들도 지금 자기와 같이 씨붙임의 봄날을 그려보며 일손을 다그칠것이다. 봄이여, 어서 오라!

봄은 아직 멀리에 있었으나 허덕복의 가슴속에서는 씨붙임의 봄날이 태동하고있었다.

승용차는 어느새 해주시내에 들어섰다.

군대행렬이 도로복판으로 노래를 부르며 행진해오고있었다. 앞에는 군관이 서고 뒤따르는 대오에는 빨간 전사령장이 달린 새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늘어섰다. 군대에 입대를 한 초모생들이 분명했다.

승용차는 서서히 군대대오와 길을 어기였다.

허덕복은 평양에 있는 두 아들을 생각했다. 맏아들 정훈이는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2학년에 다니고 둘째 경훈이는 중학교 4학년에 다닌다. 정훈이도 저 청년들처럼 인민군대에 탄원하지 않았을가? 곁에 있다면 남먼저 총을 메고 위대한 장군님의 친위전사가 되여야 한다고 권고했을것이다. 해주에서도 농업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대학생들이 엄혹해진 정세에 대처하여 인민군대에 탄원했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도 탄원사업이 벌어졌을것이다. 시대의 엄숙한 부름앞에서 정훈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고있을가? 혹시 배움의 행복에 도취되여 총잡기를 주저하고있지나 않는지···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이 어머니는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사람은 운명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그 진면모가 드러나는 법이다. 정훈아, 조국의 하늘에 전쟁의 불구름이 밀려오는 이때 너는 과연 무엇을 결심하고 어떻게 행동하고있느냐? 어버이수령님께서 물려주신 사회주의조국을 지켜 한목숨바쳐 싸울 준비가 되여있느냐?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너를 낳아키운 이 어머니는 자신부터 용서치 않을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평양에 있는 언니네 집에 전화를 걸어서 정훈이의 태도를 알아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들려서 볼일을 보다보니 여느때없이 늦어졌다. 출입문을 열고 전실에 들어서니 남편이 먼저 집에 와있었다.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리던 참이였다. 밥상옆에는 세면도구와 목달개, 빨간 수첩과 원주필이 놓여있었다. 언젠가 펼쳐본 일이 있는 남편이 군복입은 시절에 쓰던 퇴색된 《병사수첩》도 있었다. 부피가 두툼한 그 수첩에는 병사생활의 지침으로 되는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와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내용 그리고 남편자신이 쓴 수기와 그가 즐겨외우던 전투적인 시들이 적혀있었다.

자못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그것들을 바라보는데 남편이 깨우쳤다.

《오늘 낮에 정훈이 이모가 우리 공장에 전화를 걸어왔소. 당신한테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사무실이 비여있어서 나를 찾았던거요. 정훈이녀석이 군대로 나간다오. 래일 군복을 입는다오. 당신 래일 평양에 올라가봐야겠소.》

허덕복은 기뻤다. 그러면 그렇겠지. 우리 정훈이가 어떤 애라구, 원쑤들의 전쟁도발책동이 우심해지는 이때에 총잡을 궁냥을 하지 못할 애가 아니지. 장하다, 정훈아. 그런걸 모르고 이 어머니는 혹시 네가 배움의 행복에만 도취되여 총잡기를 서슴어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를 했댔구나. 오래동안 떨어져있었던탓으로 순간이나마 아들을 믿지 못한 이 어머니를 용서해라!

눈앞에 방불히 떠오르는 아들의 군복입은 모습을 그려보며 마음속의 말을 보내였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래일 당신도 평양으로 함께 가자요.》

《아무래도 난 못 가겠소. 밀보리파종기창안이 단대목에 이르렀소. 도무지 몸을 뺄수가 없소. 당신이 내 병사시절의 이 수첩을 전해주면서 그녀석한테 말해주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 수첩에 다 적혀있다고. 그 수첩이 정훈이의 병사생활에 도움이 될거요. 내 그래서 낮에 그녀석한테 보낼걸 마련하다가 궤짝속에서 병사시절의 수첩을 찾아냈소. 내가 섰던 초소에 아들녀석이 서게 되니 마음이 대견하고 생각이 깊어지누만.》

남편은 감개가 무량한 낯빛이였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병사시절로 되돌아가는듯 한 심정일것이다.

허덕복은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정훈이가 갓 태여났을 때의 사연이 머리에 떠올랐다.

정훈이가 태여날무렵에 평양에서는 전국농업대회가 열리였다. 허덕복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평양의학대학병원(당시)에서 몸을 풀었다.

농업대회를 몸소 지도하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덕복동무가 왜 보이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대회보고서에는 허덕복이 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 구역내농사를 잘 지은 사실이 올라있었던것이다. 해당한 일군으로부터 그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사연을 들은 수령님께서는 교시하시였다.

《덕복동무가 농사도 잘하고 아들까지 낳았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요. 그에게 몸간수를 잘하고 아들애를 훌륭히 키우라고 하시오.》

이튿날 그이께서는 병원을 찾아가는 일군을 통하여 산모를 위해서는 꿀과 닭알을, 아기를 위해서는 옷과 담요를 보내주시였다. 허덕복은 격정에 넘쳐 목메여 울었다. 친부모인들 이렇게 다심히 보살펴주시랴. 녀의사가 울면 산모의 몸에 해롭다고 몇번이나 속삭였지만 흐르는 눈물을 걷잡을수 없었다.

얼마후에 진정을 한 덕복은 아기에게 조심히 옷을 입히였다. 연분홍모달리천으로 지은 애기옷은 연약한 어린 생명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덕복은 아기를 꼭 껴안고 볼을 비비며 속삭였다,

《네가 이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 입은 옷이 아버지원수님께서 보내주신것임을 먼 후날에도 잊지 말아라.》

물론 갓난아이였던 정훈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허덕복은 아들애의 가슴에 자기의 말이 심어지리라고 믿었다. 어머니로서 아들애의 장래를 축복하는 념원과 기대가 그 한마디에 담겨져있었다.···

이튿날이였다.

오전에 긴급한 일들을 처리한 허덕복은 오후에 평양으로 올라왔다. 보통강가에 있는 언니네 집에 이르렀을 때에는 저녁녘이였다. 마침 집에는 언니와 두 아들이 있었다. 정훈이는 군복차림이였다. 오늘 새 군복을 타입은 초모생들은 집에 돌아가 하루밤 자고오라는 승인이 있었다고 했다.

허덕복은 제법 군대식으로 거수경례를 하며 웃고있는 정훈을 와락 품에 그러안았다. 반가움과 대견스러움이 가슴에 넘치였다. 정훈이는 지난 여름방학때 해주에 내려와서 며칠간 부모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니 헤여져있은 기간은 불과 몇달밖에 안된다. 하지만 이 순간은 오랜만에 만나는듯 한 정회가 밀려들었다. 정훈이는 몰라보게 성장한듯싶었다. 키도 더 커보이고 몸도 더 름름해보이였다. 아마도 위엄있는 군복이 더해주는 인상때문일것이다. 군모의 오각별과 목깃의 령장을 쓸어보았다. 거기에서 뿜겨지는 빨간 빛갈이 심장한 의미를 담고 망막에 새겨졌다.

《어머니, 아버지는 안 오셨나요?》

한참만에 정훈이가 물었다.

덕복은 그를 껴안았던 팔을 풀며 대답했다.

《아버지는 바빠서 못 오셨다. 그대신 아버지는 너에게 주어보낼것들을 다 마련해서 보내셨다.》

덕복은 눈길로 자기가 들고온 가방을 가리켰다.

《아버지는 전날의 병사였으니까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다 아실거예요.》

정훈은 은근히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자랑을 풍기였다.

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내려갔다. 저녁밥을 지으려는것이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되여오고있었다. 겨울의 짧은 해는 어느새 지고 밖에는 어둠이 깃을 펴기 시작했다.

《큰어머니가 저녁밥을 짓는 사이에 우리는 만수대에 다녀오자.》

두 아들은 말뜻을 깨닫고 어머니를 따라 일어섰다.

허덕복은 두 아들을 앞세우고 집을 나섰다. 만수대언덕은 멀지 않았다. 뻐스를 탈것도 없이 걸었다. 군복입은 맏이를 앞세우고 걷는 어머니의 마음은 마냥 즐겁고 긍지로왔다. 실팍한 맏이의 잔등에서 줄곧 눈길을 뗄수 없었다. 어머니로서 조국앞에 할일을 한듯 한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길가의 꽃상점에 들려서 그중 아담해보이는 꽃송이를 사서 정훈에게 주었다.

그들은 어느덧 만수대언덕에 올랐다. 촉수높은 전등이 사위를 밝히였다.

정훈은 어버이수령님의 동상에 꽃송이를 드리였다. 잠시 동상을 우러르던 그들은 정중히 인사를 드리였다.

허덕복은 어버이수령님의 믿음과 사랑속에 흘러간 지난날이 생생히 돌이켜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정훈에게 깨우쳤다.

《정훈아, 네가 이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 입었던 애기옷이 어버이수령님께서 보내주셨던것임을 항상 잊지 말아라. 이것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던 너에게 이 어머니가 처음으로 보낸 축복의 당부였다. 군복을 입은 지금의 너에게 이 어머니가 하고싶은 당부도 그것이다.》

《어머니, 명심하겠습니다.》

그들은 어버이수령님의 동상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은 정훈이가 독사진을 찍었고 다음은 셋이 함께 찍었다. 그리고 다시 동상을 우러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천리혜안으로 멀리 조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한손을 들어 그 길을 가리켜주고계시였다.

덕복은 불현듯 숭엄한 감정에 휩싸이는것을 의식했다.

어버이수령님의 그 손길따라 항일의 선렬들이 혈전만리를 헤쳐왔고 혁명의 다음세대가 전쟁의 포화를 뚫고 조국을 수호했으며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쳐왔다. 오늘은 정훈이를 포함한 혁명의 새 세대가 그 손길을 따라 사회주의조국을 지키고 주체혁명위업을 굳건히 이어가고있다. 오직 그 손길을 따라 전진하는 력사의 흐름은 영원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