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6

 

제 4 장

6

 

넉대의 기중기가 원석두리에 서있었다. 두대는 자동차기중기였다. 기중기의 쇠바줄끝에 매달린 갈구리들이 흐느적이며 서로 부딪쳤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하는듯싶었다. 어느 한대의 기중기라도 작업을 할 때 힘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수 있었다. 운전공들의 얼굴에 긴장이 흘렀다. 1번기중기에는 처녀운전공을 대신하여 서분옥이 올랐다. 그는 줄곧 남편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로태심은 연공들에게 원석의 어디어디에 쇠바줄을 걸라고 지시했다. 젊은 연공은 오래동안 신고를 하면서도 쇠바줄을 자기 위치에 걸지 못했다.

《시라소니같은 녀석, 비켜라!》

로태심은 욕설을 퍼부으며 청년의 일손을 자기가 잡았다. 역시 오랜 연공의 솜씨는 놀라왔다. 어떻게 조화를 부리는지 팔뚝같은 쇠바줄이 나긋나긋하게 바위에 감겼다. 손을 털고 일어선 그는 다른 연공들이 건 쇠바줄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로동무, 한번 들어보지 않겠소?》

리수환이 물었다.

로태심은 숨을 몰아쉴뿐 대답이 없었다.

모여선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며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고 했다. 초조와 불안이 무겁게 실린 침묵이 흘렀다. 모두는 로태심에게 눈길을 모았다. 그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바위옆에 굳어져버린듯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결심을 내리기가 주저되는 모양이다. 원석을 들었다가 떨구어버리는 날이면 크게 손상을 입을수 있었다. 여차하면 깨여져 버릴수도 있다. 그 후과를 만회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듯 미타한 기색이였다. 언제 기중기에서 내려왔는지 서분옥이 그의 곁에 나타났다. 말없는 시선이 마주쳤다. 하더니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버럭더미뒤로 사라졌다. 단 대목에 와서 이건 무슨 일인가? 사람들은 그들이 사라진쪽을 바라보며 눈을 슴벅이였다.

긴장이 흐르던 작업장에 때이닌 웃음이 번지였다.

《조용들 하시오. 로동무는 로친의 조언을 듣기 위해 자리를 피한거요.》

리수환은 들은 소리가 있었던지라 나름대로 그렇게 두둔했다. 로태심은 로친과 함께 인차 돌아왔다. 약간 붉어진듯 한 그의 얼굴에 엄숙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자기에게 쏠리는 의아한 시선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위세계를 망각하고 자감상태에라도 빠져버린듯싶었다. 기중기들의 위치와 원석에 걸린 쇠바줄을 다시한번 가늠해보더니 허리에 손을 짚고 입을 열었다.

《2번기중기는 20센치, 3번기중기는 30센치 각각 뒤로 물러서시오. 그리고 원석 오른쪽쇠바줄은 다시 걸어야겠소. 지금보다 50센치 앞으로 당겨주시오.》

전에없이 담차고 결연한 어조였다. 작은 두눈에서는 예리한 빛이 뿜어졌다. 로친과 밀담을 나는 후에 딴사람이라도 된듯 했다. 아무튼 그의 지시에 따라 기중기들이 움직이고 연공들이 쇠바줄을 다시 걸었다.

로태심은 원석우에 닁큼 뛰여올랐다. 그는 기중기갈구리들을 원석을 묶은 쇠바줄에 끼웠다. 이로써 상차작업의 준비는 끝난셈이다.

《기중기!》

로태심은 원석우에서 허리를 펴며 소리쳤다. 기중기운전공들이 그를 주시했다. 지휘자의 구령과 손짓에 따라 네명의 운전공이 동작과 호흡을 맞추어야 했다.

로태심은 높이 들어올렸던 오른팔로 허공을 후리며 구령을 내렸다.

《들어올렷!》

우렁찬 동음이 골짜기를 진감했다. 바싹 헹기운 쇠바줄들에서 현악기의 울림과도 같은 소리가 나더니 기중기들의 동체가 움씰거렸다. 땅밑에서도 그 무슨 소리가 나는듯 했다. 둘러선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숨을 멈추었다. 땅에서 거대한 원석이 자리를 떴다.

로태심은 그 상태에서 기중기들을 멈춰세우고 운전공들에게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깨우침이 아니라 절반은 욕설이였다. 하지만 운전공들은 탓하지 않았다.

리수환은 로태심더러 돌우에서 내려와 지휘를 하라고 이르고싶었다. 위태로운 그의 모습이 가슴을 조였다. 하지만 그의 기상을 보고는 입을 열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자기의 비위에 거슬리면 용서치 않을상싶었다. 그는 원석과 함께 생사를 판가름할 결심을 가진것이 분명했다. 돌우에 높이 올라서면 운전공들과 시선을 마주치며 지휘를 더 잘할수 있을것이다. 자기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땅우에 내려설 그가 아니였다.

로태심의 손짓에 따라 기중기들이 다시 쇠바줄을 감았다. 원석이 점점 높이 들리였다. 밑에서 바라보는 긴장한 시선들이 원석에 박혔다. 워낙 체소한 로태심은 허공에 떠오르며 더 작아져보이였다. 그러나 구령소리는 여전히 우렁찼다.

《추레라!》

견인차 두대가 끄는 대형추레라가 원석밑으로 들어왔다.

로태심은 서서히 손을 저었다. 조심스레 기중기들의 쇠바줄을 풀어달라는 뜻이였다. 조츰조츰 내려오던 원석의 밑굽이 마침내 추레라에 닿았다. 그 순간에 환성이 터져올랐다. 사람들은 성공의 기쁨에 설레였다. 기중기운전공들이 땅우에 내려섰다.

그러나 로태심은 원석우에 풀썩 주저앉은채 움직일줄 몰랐다. 넋을 잃었는지 설레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내려다보고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리수환은 급히 원석우로 올라갔다. 젊은 연공이 그의 뒤를 따랐다.

《로동무, 어찌된 일이요?》

《갑자기 자개바람이 일었는지 손발이 놀려지질 않수다.》

스스로도 이상스러운지 로태심은 의혹짙은 표정이였다. 그의 얼굴과 목에서는 줄줄이 땀이 흘렀다. 솜저고리의 앞가슴과 잔등에도 흥건히 땀발이 내댔다. 그 땀발이 그가 겪은 마음의 긴장도를 말해주었다. 성공의 기쁨에 마음의 탕개가 풀리자 허탈에 빠져버린것이 분명했다.

리수환과 젊은이는 그를 부축하여 땅우에 내려놓았다.

서분옥이 다가왔다.

로태심은 겁질린 로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빙긋이 웃었다.

《일없네. 마실걸 좀···》

서분옥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더니 머리를 저었다.

《없어요.》

그 대화에는 그들량주만이 아는 은밀한 뜻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물을 찾는줄로 알았다. 누군가가 더운물을 가져왔다. 로태심은 목이 갈리기도 하여 물을 달게 마셨다. 그리고는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지간히 원기가 회복된 모양이다.

이날은 때이르게 푸짐한 점심을 치르었다.

정각 12시에 원석을 실은 일행이 평양을 향해 채석장을 떠났다.

요란한 동음을 울리며 견인차들이 끄는 추레라가 앞에 섰다. 그뒤로 한대의 뻐스와 두대의 승용차가 뒤따랐다.

로태심은 추레라에 올라 정황을 살피며 지휘를 했다. 채석장에서 20여리가량은 길이 험했다. 구배도 심하고 폭도 좁았다. 조금만 자칫하면 뒤집히던가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질수 있었다. 한치한치 가슴을 조이며 전진했다. 어떤곳에서는 길바닥을 다시 닦아야 했다. 수십개에 달하는 추레라의 바퀴가 골고루 힘을 받지 못하면 터져나갈수 있었다. 마침내 포장도로가 멀리 보이였다.

그런데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끝내 사달이 났다. 구간이 10여메터가량 되는 다리가 있었다. 추레라의 앞머리가 다리에 들어서자 콩크리트바닥이 깨여지는 소리가 들렸다.

로태심은 자지러지게 호각을 불었다.

견인차들이 멈춰섰다. 모두가 차에서 내렸다. 다리가 원석의 무게를 감당할수 없다는것이 누구에게나 명백했다. 누구도 예견치 못했던 정황에 부닥쳤다. 이 길로 몇번 오간 사람들도 여기에 이런 다리가 있다는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구간이 좁은 다리여서 자동차로 지나간 사람들의 눈에는 잘 뜨이지 않았다.

어찌할것인가? 암담한 생각에 누구나 눈앞이 아뜩했다. 우회로를 닦자면 산탁을 까내야 하는 큰 공사를 벌려야 했다. 차라리 다리를 새로 건설하는것이 나을수 있었다. 어느쪽이나 한달이상의 기일이 걸려야 했다. 그 무슨 다른 방도는 없을가? 의논들이 많았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느새 다리밑을 깐깐히 살펴본 로태심이 나타났다.

《사장선생, 동발목을 촘촘히 세우면 될것 같수다.》

《가능할가요?》

리수환은 다급히 물었다. 캄캄하던 눈앞에 한가닥 희망의 빛발이 비껴오는듯 했다.

《다리로반은 다행 철근콩크리트로 되여있수다. 밑에서 잘 받쳐주기만 하면 견디여냅니다.》

묘안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창황중에 다른 사람들은 거기까지도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리수환은 새삼스레 미더운 눈길로 로태심을 바라보았다.

《동발목이 몇개나 있으면 될것 같습니까?》

《푼푼히 잡아서 직경 150미리짜리 20개정도 필요합니다.》

로태심은 나무의 받침힘이 얼마인지를 알고있었다.

리수환은 승용차를 타고 소재지로 떠나갔다. 군에서는 긴히 쓰려던 원목을 지체없이 화물차에 실어보냈다.

다리밑에 동발을 들이는 작업이 벌어졌다. 로태심이 위치를 정해주었다. 연공들이 얼음을 까고 물속에 들어서서 일을 했다. 갑자기 고무장화가 있을리 없었다. 솜신에 스며드는 찬물은 뼈속까지 얼구었다. 잠시후에는 감각을 잃었다. 밖에서 우등불을 피웠다. 일을 끝낸 연공들이 우등불두리에 모여앉아 발을 녹이였다. 젖어버린 신발을 신은채로 불을 쪼이던 로태심이 리수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원석이 다리를 건늘 때 우리가 동발목을 붙잡고있어야 하겠수다. 로반이 움직이면서 동발목이 한대라도 자빠지면 랑패지요.》

리수환은 망설였다. 이 모험적인 제기를 승인해야 하는가? 원석에 눌리워 로반이 꺼지는 날이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의 내심을 엿본 로태심이 다시 말했다.

《내 다 회계를 때려보고 동발을 들였수다. 동발이 넘어지지만 않으면 다리가 무너질 걱정은 없어요.》

곁에서 듣고있던 연공들이 벌떡벌떡 일어섰다.

《우리 반장아바이 말대로 하도록 승인해주십시오!》

그렇게 부르짖는것은 키가 꺽두룩한 부반장이다. 하지만 연공들모두의 엄숙한 눈빛들이 그 목소리를 합치는듯 했다.

리수환은 뜨거운것을 삼키며 승인했다.

로태심은 로친한테 눈짓을 하더니 슬며시 강냉이짚무지뒤로 사라졌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소변을 보러 가는줄로 알았다. 그런데 얼른 뻐스에 다녀온 서분옥이 다급히 그리로 갔다. 어려운 일을 앞에 둘 때마다 남의 눈을 피해 만나는 그들의 행동이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이번에는 로태심이 인차 돌아왔다.

《로친과 무슨 공론을 했소?》

리수환이 따져물었다.

《뭐 별로···》

로태심은 붉어진 덜미를 쓰다듬으며 돌아서버렸다. 그는 연공들을 데리고 다리밑으로 갔다. 맨 복판에 세운 동발 두개를 량팔에 껴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연공들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한사람이라도 겁에 질려서 동발목을 놓쳐버리는 일이 없어야겠네!》

돌격구령을 내리는 지휘관처럼 엄숙히 말했다.

《알았습니다!》

전투장에 나서는 병사의 웨침처럼 비장한 화답이 일제히 울리였다.

《건느라!》

로태심이 다리우를 향해 소리쳤다.

견인차들의 발동소리가 요란스레 들리였다. 다리로반이 움씰거렸다. 우적우적 부서지는 콩크리트에서 떨어지는 먼지가 연공들의 눈앞을 가리웠다. 그 무엇이 끊어져나가는듯 한 굉음이 귀전을 때렸다. 동발목들이 강바닥에 박히며 로반이 낮아졌다. 금시 짓눌러버릴것같은 공포에 누군가가 비명을 터쳤다. 로태심은 그쪽으로 눈길을 날렸다. 자리를 피한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는 밖에서 다급한 웨침이 울렸다.

《멈춰세우고 다리밑에서 모두 나오라!》

로태심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연공들이 동발목에서 물러난다면 위불없이 로반이 꺼져내린다.

《거 어떤 놈이야! 계속 건너가라!》

목이 터지도록 부르짖었다.

멈칫했던 견인차들이 다시 움직였다. 무시무시한 파렬음이 계속되였다. 어쩌면 10여메터밖에 안되는 다리를 그리도 오래 건느는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순간순간은 10년맞잡이였다.

《속도를 높이라!》

로태심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견인차들의 동음이 높아졌다. 로반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콩크리트부스레기들이 연공들의 머리를 때렸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육체가 그대로 기둥이 되여 로반을 떠받들고있는 심정이였다.

마침내 추레라가 다리를 건넜다.

밖에서 환성이 터져올랐다.

그러나 연공들은 다리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리수환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급히 달려갔다.

《이게 어찌된 일이요?》

다급히 물었다.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극도의 긴장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던 그들의 몸에 마비가 왔다는것을 깨달았다. 땀과 먼지에 윽죄여진 얼굴들, 깨문 아래입술에서 흐르는 피, 동발목을 껴안은채 굳어진 팔··· 10여명의 그 군상은 그대로 헌신과 희생의 각오를 구가하는 생동한 조각상이였다. 그 어떤 예술가도 그처럼 처절하고 비장한 형상을 창조할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적인 감동이 전신에 줄달음을 쳤다. 목이 메고 눈물이 솟았다.

뒤따라 다른 사람들이 달려왔다. 영문을 알게 된 그들이 연공들의 몸을 주무르고 안마를 했다. 그리고 동발목에서 팔을 풀었다. 수고들 하였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범상한 치하는 오히려 무색하다는것을 알았다. 말없이 연공들을 부축하고 모두가 다리밑에서 나왔다.

모닥불두리에 둘러앉아 잠시 휴식을 했다. 연공들의 발에서 얼음물에 젖은 신발을 벗겨주었다. 평소라면 그들의 발에 동상이 올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동상을 입지 않았다. 피부가 약간 불그스름했을뿐이다. 발이 시리다는 느낌을 모르리만큼 긴장했던 정신력이 동상을 물리쳤을것이다. 서분옥과 다른 젊은 녀자가 더운물과 빵을 연공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간단히 요기를 한 그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아까 다리밑에서 나오라고 어느 겁쟁이가 소리쳤소?》

로태심이 성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대가 나타나면 가만두지 않을 잡도리였다.

《이 겁쟁이가 너무 속이 떨려서 저도 모르게 소리쳤소.》

맞은편에 앉은 리수환이 서슴없이 대답했다.

《사장선생이?···》

《난 틀림없는 겁쟁이였소.》

리수환은 진정을 고백하듯 숙연한 낯빛이였다.

로태심의 성난 표정이 송구스러움으로 바뀌였다.

《사장선생, 이거 안됐수다··· 우리 창작사에서 사장선생에게 욕설을 퍼부은건 정 버릇이 없는 이 로태심뿐일거우다.》

《그래, 로동무가 버릇이야 없지.》

서로 마주보는 눈빛이 정겹게 얽히였다.

좌중에서 통쾌한 웃음이 터졌다. 오고간 대화로 보면 별로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은 허리를 꺾으며 웃어댔다. 무사히 큰일을 치르고난 통쾌한 감정이 두사람의 대화를 계기로 웃음으로 북받쳤던것이다.

점점 높아가는 웃음소리가 눈덮인 들판으로 메아리쳐갔다.

 

×

 

이윽하여 행렬은 다리목을 떠났다. 포장도로에 들어서면서 로태심은 굳이 행군지휘를 할 필요가 없었다. 리수환은 그들부부를 자기의 승용차에 태웠다.

순탄한 도로를 달리지만 추레라의 속도는 빠르지 못했다. 마력수가 높은 견인차들이였지만 힘에 부쳤다.

오가던 사람들이 놀라운 눈길로 추레라에 실린 원석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큰 돌을 캐여서 나른다는것이 엄청나게 생각되였을것이다. 마주오던 자동차의 운전사들도 바위산이 통채로 움직이는듯 한 위용에 압도되여 조심스레 길을 비켜주었다. 그들은 물론 그 대리석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몰랐다. 만일 알았더라면 한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일행을 바래웠을것이다.

리수환이 뒤좌석에 나란히 앉은 로태심부부에게 머리를 돌렸다.

《로동무.》

조용히 불렀다. 로태심은 피곤이 실려서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떴다.

《어려운 일에 부닥칠 때마다 동무는 남들의 눈을 피해 로친과 밀담을 하던데 거기에 무슨 쪼간이 있는게 아니요?》

로태심은 시뭇이 웃으며 로친과 시선을 마주쳤다. 서분옥은 정색해서 눈을 슬쩍 감았다 떴다. 절대로 발설을 해서는 안된다는 신호였다.

《도대체 한순간씩 만나서 뭘했소?》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물었다.

《비밀에 붙여주겠습니까?》

그렇게 반문하는 로태심에게 서분옥은 눈을 흘겼다.

《여보, 내가 상욕을 퍼부어도 나무람없는 사장선생한테야 무슨 일인들 숨기겠소.》

《내 언제까지나 비밀에 붙여주지요.》

리수환은 그들을 일별하며 선선히 수긍했다.

로태심은 건기침 한토막을 앞세우고 실토하기 시작했다.

《실은 로친이 담근 물약을 한고뿌씩 얻어마시군 했수다. 보통 일을 할 때와는 달리 어렵고 아슬아슬한 일을 할 때에 말이우다. 그게 한고뿌 들어가야 전에없던 담도 생기고 궁냥도 트이거던요. 헌데 남의 눈에 뜨이면 어찌되겠습니까. 남의 속내는 모르고 그처럼 중한 일에 무언가 처마시고 나선다고들 하지 않겠습니까.》

듣고보니 그럴상싶었다.

《워낙 로동무야 술을 멀리 하는줄로 알고있는데···》

《그렇수다. 솔직한 말로 맥주는 좀 마셔도··· 대신 그저 위험천만한 일에 부닥칠 때마다 로친이 만든 약을 조금 마시는 습관이 있어놔서···》

로태심의 말에 서분옥이 발을 달았다.

《별난 체질이다보니··· 그 약은 심장을 보하는건데 약한 알콜에 푼것입니다. 령감이 술을 못하다나니 그걸 조금 마셔도 인차 담이 커지군 해요. 집에서도 어쩌다 심장이 뿌듯하면 쓰군 하댔습니다.》

서분옥은 부끄럼을 타며 조심히 말했다.

리수환은 저절로 웃음이 나갔다. 로태심에게 그런 체질적특성과 습관이 있을줄이야!

그들은 밤이 이슥해서야 창작사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적지 않은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않고 원석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대형견인차들이 지축을 울리며 정문으로 들어서자 방마다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촉수높은 야외등들이 대낮같이 사위를 밝혔다. 언제 준비를 하였는지 이름있는 미술가들이 차에서 내리는 돌격대원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금수산기념궁전형성도안창작에 망라된 미술가들이였다. 그 집단은 정수만부사장이 책임지고 긴장한 창작전투를 벌리고있었다.

환영분위기가 짐짓해지자 리수환이 정수만에게 말했다.

《나는 이번에 많은것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우리 로동자들의 충정과 헌신성이 어떤 높이에 이르렀는가를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들을 따라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래일 시간을 내서 도안창작집단에 나가서 돌격대원들의 투쟁이야기를 들려주겠습니다. 크게 고무가 될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흩어져갔다.

정수만은 홀로 원석을 쓸어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리수환은 그를 남겨두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경애하는 장군님께 원석을 성과적으로 날라왔다는 보고를 하여야 했다.

소식을 듣고 기뻐하실 그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