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5

 

제 4 장

5

 

만수대창작사는 환희로 설레였다. 지방에 나간 돌격대가 마침내 원석을 채취하였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왔던것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며칠 앞둔 이즈막이였다. 리수환사장은 이해안으로 원석을 날라올 결심이였다. 대형견인차와 기중기차들이 보장되자 지체없이 현지로 떠났다. 리수환은 승용차로 먼저 달려갔다. 한시바삐 돌격대원들을 축하해주고싶었다. 지나온 나날에 그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난관은 헤아릴 길이 없었다. 무인지경의 산중에 천막을 치고 겨울을 맞이한 그들은 어느 하루도 따뜻한 잠자리에 들어보지 못했다. 온기를 잡아두지 못하는 천막안은 바깥날씨가 하자는대로 실내온도가 령도이하로 떨어졌다. 그속에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잤다. 채석장까지 전기선을 늘이고 도로를 닦는 나날에 돌격대원들은 참으로 헌신적인 투쟁을 벌리였다. 박토를 하고 원석을 캐는 과정은 또 얼마나 간고했던가. 돌격대원들의 의지를 시험해보려는듯이 원석으로 될만 한 대리석은 지심깊이 정체를 감추고있었다. 이번에야! 하고 품을 들여서 캐여냈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참담한 실패의 소식이 전해져올 때마다 리수환은 조바심에 모대겼다. 늦어도 한달이내에 원석을 캐지 못한다면?··· 섬찍한 충격이 가슴을 쳤다. 이미 8번이나 실패를 했다. 다음이나 그 다음에 성공하리라는 담보는 없다. 마음속에서 동요가 일었다. 피할길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선 자신을 의식하며 리수환은 말했다.

《내 다시한번 현지에 가보고 와서 결심합시다.》

그날로 채석장에 달려나갔다. 떠날 때에는 여러번의 실패에 돌격대원들이 떡심이 풀려서 손맥을 놓고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락관에 넘쳐있었다.

로태심은 말했다.

《사장선생, 너무 걱정하지 마시우. 우리는 기어이 여기서 필요한 원석을 캐여내겠수다. 조국산천의 정기를 한몸에 지니신 우리 수령님이신데 어찌 그 산천에 금수산기념궁전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대리석이 없겠습니까. 우리의 지성이 부족해서 쉬이 드러나지 않을뿐이지요.》

처음 듣는 소리가 아니다. 돌격대가 여기에 도착한 첫날에 그가 이미 말하였다. 현실적으로 기대를 가지게 하는 사실도 발견했다.

점점 땅속으로 들어갈수록 덩지가 크고 질이 좋은 대리석이 나왔다.

돌격대원들은 이제 한두번만 더 캐느라면 필요한 규격과 재질을 가진 대리석이 나온다고 확신했다.

리수환은 그들의 확신을 긍정하고 창작사로 돌아왔다. 그것이 20일전의 일이였다. 그 나날은 하루가 열흘맞잡이였다. 어찌될것인가? 운명적인 기대와 불안속에 흘러간 나날이였다. 그런데 드디여 성공을 하였다니 가슴이 터질듯이 기뻤다.

《운전사동무, 좀 빨리 갑시다.》

젊은 운전사를 독촉했다. 제 눈으로 원석을 한시바삐 보고싶은 욕망이 불같이 치밀었다.

길바닥에는 엷게 눈이 깔렸다. 그러나 여러번 오고간 낯익은 길이여서 운전사는 쾌속으로 차를 몰았다.

채석장에 이르자 돌격대원들이 반겨맞이했다. 리수환은 그들과 함께 캐여놓은 원석을 돌아보았다. 집채같은 대리석바위가 은근한 회백색을 뿜으며 눈앞에 솟았다. 터슬터슬한 너설을 애무하듯 쓰다듬었다. 크기와 색갈로 보아 원석으로 나무랄데가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두팔 벌려 부여안고 번쩍 들어올리며 환성을 터치고싶었다.

《우린 어저께 이 돌을 캐여놓고 만세를 부르며 울었습니다.》

곁에 선 돌격대장의 말이였다. 그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리수환도 같은 심정이다. 참말이지 울고싶다. 지금의 기쁨을 눈물의 언어가 아니고서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것 같았다. 젖어드는 눈시울을 슴벅이며 돌격대원들을 둘러보았다.

《동무들, 수고했습니다!》

가장 열렬한 축하를 보내고싶었으나 물기어린 음성은 목밑으로 잠겨버렸다.

 

×

 

그날 저녁이였다,

돌격대원들은 여느날보다 일찌기 잠자리에 들었다. 래일의 긴장한 작업을 위해 잠을 푹 자야 했다. 100여톤이 넘는 돌을 평양까지 날라가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당중앙위원회 부부장과 창작사의 정수만부사장이 래일 아침 현지에 도착하기로 되여있었다. 군당책임비서도 온다는 련락이 왔다. 그만큼 돌을 실어나르는 일은 커다란 관심사였다.

돌격대원들은 인차 잠에 들었다. 푸짐한 돼지고기국에 저녁식사를 했었다. 그러니 포만감에 단잠을 청할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윙- 윙- 바람소리가 울리였다. 거기에 화답하듯 천막안에서는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가 높아갔다.

하지만 리수환은 잠들수 없었다. 래일 모든 일이 무사히 되겠는지··· 책임일군으로 의례히 품게 되는 근심이 잠을 앗아갔다. 그의 곁에 나란히 누운 로태심도 잠들지 못했다. 원석을 추레라에 싣는 작업은 그가 주도해야 할 일이다. 평생 연공으로 살아오지만 여적 그렇게 큰 돌을 다루어본 일은 없었다.

《사장선생.》

귀속말로 조용히 불렀다.

리수환이 그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없는 눈길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래일 돌머리를 드는 1번기중기는 우리 로친이 타게 해줄수 없을가요?》

《그렇게 합시다.》

리수환은 선선히 수긍했다. 이미 실패한 돌들을 옮길 때에도 1번기중기는 서분옥이 운전을 했다고 한다. 애젊은 처녀운전공은 기능이 어렸다. 그도 그렇지만 서분옥은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순간에 남편의 의도를 륙감으로 알아맞힌다고 한다.

로태심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로친한테 가서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겠수다.》

리수환은 천막밖으로 나가는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그리였다.

먼저번에 내려왔을 때 로태심은 기탄없이 자기 생활의 지나온 경위를 들려주었다. 특별히 극적인것은 평양역에서 서분옥과 눈물겨운 작별을 한 후의 생활이였다.

···로태심은 원동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으나 조국을 잊을수 없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달픔이 가슴을 찢었다. 평양역에서 손저어바래주던 처녀의 모습이 한시도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사무치는 그리움속에 간이 마르고 살이 내리였다. 병석에 계시던 아버지가 돌아갔다. 장례를 치르고난 로태심은 다시 조국으로 갈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국적을 바꾼다는것이 보통 어렵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였다. 언제까지 앉아서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서분옥의 얼굴이 눈앞에서 얼른거렸다. 우선 조국으로 가고보자.

려권수속을 하고난 로태심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자기의 결심을 피력했다. 계모와 동생의 눈물겨운 바래움을 받으며 그처럼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왔다.

평양화력발전소건설장에 다시 나타난 그를 보는 서분옥의 놀라움과 기쁨은 말할수없이 컸다. 잃어진 첫사랑의 애달픔에 가슴을 태우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전처럼 함께 일을 했다. 연공총각과 기중기운전공처녀의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는 온 건설장에 퍼졌다. 하루는 소문을 듣고 내무원이 로태심을 찾아왔다.

《동무는 어디까지나 쏘련공민이요. 동무의 심정을 리해할수는 있지만 허용할수는 없습니다. 사증기일이 되면 쏘련으로 돌아가시오. 여차하면 동무때문에 두나라관계에 영향이 미칠수 있습니다.》

그럴수도 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처녀와 다시 리별을 한다면 미쳐버릴것 같았다. 나중에야 어찌되든 서분옥과 시선을 맞추며 연공작업을 하는 황홀한 즐거움을 잃고싶지 않았다. 계속 건설장에 남아있었다. 비극적인 결렬을 예감할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욱 열렬하게 불타올랐다. 설명할 길없는 비장한 감정이 두 청춘의 가슴을 지배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건설장에 나오시였다. 여러곳을 돌아보시던 수령님께서는 로태심과 서분옥이 함께 일을 하는 작업장에도 들리시였다. 그들은 천정트라스를 마지막단계에서 조립하고있었다. 대견스레 그들의 작업모습을 바라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연공과 기중기운전공이 어쩌면 그렇게 손발을 잘 맞추는지 놀랍다고 하시였다. 건설장의 책임일군이 그들의 남다른 사연을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로태심과 서분옥을 자신의 곁으로 부르시였다.

《국적을 무시한 동무들의 사랑을 어쩌면 좋을가?》

두 청춘남녀를 번갈아보며 빙긋이 웃으시였다. 총각은 죄라도 지은듯이 머리를 숙이였으나 처녀는 주저없이 말씀드렸다.

《수령님, 이 동무를 조국에 남아있도록 하여주십시오.》

《어째, 헤여져서는 못살것 같은가?》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처녀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 용기에 놀라듯 총각은 피끗 처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이런 처녀를 평양에 두고 갔으니까 총각이 다시 국경을 넘어 조국으로 왔구만.》

수령님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며 헌헌한 음성으로 교시하시였다.

《이 연공동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건설장책임일군의 말이였다.

《조국은 진정 어머니품이요. 마음같아서는 해외에 흩어져사는 동포들을 모두 데려다 함께 살고싶소. 해당부문 일군들에게 말해주지.》

수령님께서 여전히 웃는 얼굴로 교시하시였다.

그로부터 한주일후였다. 로태심에게 국적바꿈이 허용되였다는 소식이 왔다. 그날로 공민증수속을 하였다. 아직 결혼식을 하지 않았지만 두번다시 수속을 밟을 필요가 없었다. 처음으로 수여받는 조국의 공민증에 결혼등록도 하였다.

그날밤 로태심과 서분옥은 감격의 눈물속에 보통강반을 거닐었다.

어버이수령님의 은혜가 너무도 고마와서 하염없이 울었다. 인차 가정을 이룬 그들부부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았다. 사랑의 행복속에 전보다 더 일을 잘했다. 화력발전소건설이 완공되였을 때 그들부부는 높은 국가표창을 받았다.

로태심이 만수대창작사로 소환되여온것은 1970년대초였다. 창작사에 유능한 연공이 필요했던것이다. 지나친 고집때문에 종종 비판도 받았지만 그의 재능과 헌신성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었다.

지난 7월의 비통하던 나날에 그들량주는 련사흘 만수대언덕의 동상앞을 떠나지 않고 통곡을 터뜨렸다. 동상을 우러러 수령님을 부르며 그들이 뿌린 피눈물에는 남다른 추억이 실려있었다.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여러날 동상앞을 떠나지 않았던 그들량주는 그만 졸도해버렸다. 그들은 주변에 전개된 구급치료소로 실려갔다. 급히 작성된 병력서에는 《무길남151》, 《무길녀211》로 그들이 올라있었다. 구급치료소에 동원되였던 어느 의사의 지혜인지는 알수 없었다.

당시의 다급한 정황이 그런 지혜를 낳았을것이다.···

리수환은 이런 과거를 가지고있는 그들량주가 대리석원석을 채취하는 이번 일에 어떤 심정으로 참가하고있는지를 알고있다.

그런데 로친을 찾아간 로태심이 왜 아직 돌아오지 않을가? 그가 천막을 나선지도 한시간이 넘었다. 서분옥이 채석장에 온 후로 그들은 매일 만날것이다. 이 저녁에 특별히 정깊은 이야기를 길게 나눌것도 없을것이다. 아무튼 그들부부처럼 다정한 사이는 흔치 않을것이다. 입가에 따뜻한 웃음이 저절로 번지였다. 또다시 퍼그나 기다려서야 로태심이 나타났다.

《로친을 만나서 무슨 잔사정이 그리 길었습니까?》

리수환은 웃음진 얼굴로 물었다.

《함께 원석을 돌아보면서 래일 일을 어떻게 꾸밀것인가를 의논했습니다.》

로태심은 솜옷을 벗고 자리에 눕더니 속삭이듯 계속했다.

《로친이 래일 일을 벌릴 때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수는 없다면서 그리로 끌고갔지요. 미리 깨우쳐줄것을 말해주겠다는거지요. 아니할 말로 우리 로친은 나보다 궁냥이 트인 작업방법을 내놓는 때가 있수다. 내 여태 누구한테도 맡을 하지 않았지만 어느 한 기념비적탑을 올릴 때에도 로친이 뒤에서 남모르게 한몫 했수다. 그 사람이 현지에 나와 보고 여러가지로 귀뜀을 하여주었기때문에 내가 수월히 탑을 들어올릴수 있었지요.》

리수환은 그에게로 돌아누웠다. 느슨한 미소가 흐르는 로태심을 놀라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탑을 들어올린 공법은 국제기술전시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은 그 공법의 발명자로 로태심만을 알고있었다. 거기에 서분옥의 지혜가 안받침되여있다는것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때 받은 발명권증서에 로동무만이 아니라 부인의 이름도 함께 올려야 하는걸 그랬습니다.》

《나는 진작 그럴 생각이였수다. 그런데 로친이 한사코 반대를 하는통에 일이 좀 공정치 못하게 됐수다.》

로태심은 시뭇이 웃었다. 그 웃음에 마누라에 대한 애틋한 정과 은근한 자랑이 비꼈다.

《그래, 래일일은 의논이 잘되였습니까?》

《글쎄요. 의논은 했지만 하도 덩지가 큰 돌이다보니 상차를 할 때 무슨 일이 생길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로태심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이 가셔지고 긴장한 빛이 떠올랐다.

그로서도 평생 처음 다루어보는 중량물이다보니 장담을 할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들은 동시에 집채같은 대리석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래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수 없었다.

밖에서는 칼바람에 뒤채는 나무가지의 새된 울음소리가 아츠럽게 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