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7

 

제 2 장

7

 

100일중앙추모회가 있은 후의 첫 일요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무드기 쌓인 문건들을 보기 시작하시였다. 처음으로 손에 잡힌것은 지난 100일기간에 남조선인민들이 표시한 추모정형을 종합한 자료였다. 김영삼역도의 반인민적인 폭압을 무릅쓰고 남조선의 각계인민들은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가지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가진 추도모임에서 한 신부는 이렇게 추모사를 하였다.

김일성주석이시여, 당신께서는 결코 가신것이 아닙니다.

당신께서 민족을 위해, 인류를 위해 쌓으신 공적이 그토록 찬연할진대 어찌 당신께서 가셨다 하겠습니까.

김일성주석이시여, 당신께서는 오늘 또 한분의 자신을 두고 가심으로 하여 영생하고계십니다. 당신은 그대로 김정일령도자님이십니다. 김정일령도자님은 다름아닌 당신이십니다.

당신께서는 정녕 김정일령도자님으로 환생하셨거늘 당신께서는 그 하나의 심장속에서 생전그대로 계시는것입니다. 김정일령도자님께서 주석님을 대신하여 이북의 국가수반직에 오르게 된다는것은 터럭만 한 여지도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계승의 경사가 언제 있게 될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속에는 김정일령도자님께서 김주석님으로 불리우고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너무도 친근해진 존칭입니다. 두분은 정녕 한분이시기에 김정일령도자님도 앞으로 그렇게 부르게 될것입니다. 그래서 태양은 오늘도 찬연히 빛나는것이고 7천만겨레가 조국통일과 민족의 장래에 대해 락관하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조선인민들의 진정이 후덥게 안겨오는것을 느끼시며 수령님의 조국통일유훈을 기어이 관철할 결심을 가다듬으시였다. 동시에 남조선인민들의 가슴속에서도 수령님께서는 영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시였다.

다음문건을 보시였다. 새로 창작된 가요 《높이 들자 붉은기》에 대한 간단한 해설과 록음카세트가 들어있는 문건이였다. 설명문을 본 후에 카세트를 록음기에 끼우시였다. 장중한 선률이 흐르면서 노래가 울리였다.

 

백두의 성스런 붉은 기발엔

수령님의 한생이 어리여있다.

높이 들자 붉은기 맹세로 불타라

장군님을 따라서 휘날려가리라

 

력사의 준령을 헤쳐넘으며

승리만을 기폭에 새기여왔다

높이 들자 붉은기 신념의 이 기발

장군님을 따라서 휘날려가리라

 

이 기발 들고서 당을 받들고

이 기발 지키며 내 조국 빛내리

높이 들자 붉은기 주체의 한길에

장군님을 따라서 휘날려가리라

 

김정일동지께서는 노래에 깊이 심취되시였다. 창작가들이 당의 의도를 잘 반영하였다. 가사의 구절구절에 크게 공감하며 《붉은기!···》하고 입속으로 조용히 뇌이시였다. 그러자 불현듯 위대한 수령님의 령구를 금수산의사당에 정중히 안치하던 그날 밤이 머리속에 그려지시였다.

수령님의 령구앞에서 점도록 서있다가 준비한 붉은 기폭을 가져오라고 이르시였다.

붉은기는 화전의 언덕에서 높이 추켜들었던 그날로부터 위대한 수령님께서 만난을 헤치며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휘날려오신 혁명의 기치이다. 그 붉은기를 수령님을 따라 한생을 총대와 함께 혁명의 천만리길을 헤쳐온 항일의 로투사들이 령구에 덮어드리는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시였다. 그 자리에는 오진우, 최광, 리을설을 비롯한 항일투사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볼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오진우가 그들의 심정을 대표하여 말씀드리였다.

《이 붉은기는 주체위업의 상징입니다. 그런것만큼 그 위업을 계승하시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위대한 수령님의 령구에 덮어드려야 합니다. 그것은 전체 인민군장병들과 인민들의 념원입니다.》

자못 절절한 어조였다.

《그러면 우리 함께 덮어드립시다.》

마침내 로투사들의 얼굴에 수긍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로투사들과 함께 붉은 기폭을 수령님께 덮어드리시였다.

노래에는 그때의 심정이 잘 반영되였다. 참으로 좋은 노래가 창작되였다. 두번다시 감상하려다가 최광의 얼굴이 떠올라서 록음기의 스위치를 끄시였다. 지난번 100일중앙추모회에서 추모사를 그가 하였다. 추모사에 흐르는 사상감정이 노래에 그대로 형상되였다. 총참모장실에 전화를 거시였다. 마침 최광은 사무실에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사무실에 계시는군요. 이제 곧 나한테로 오십시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알았습니다!》

최광은 엄숙한 어조였다. 중요한 전투명령을 예상하는듯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다시 말씀하시였다.

《좋은 노래가 나왔는데 최광동지와 함께 들어보고싶어서 그럽니다. 어서 오십시오.》

항일투사들은 누구보다 이 노래를 좋아할것이다. 최광은 말할것도 없고 김옥순도 좋아할것이다. 전화를 끝낸 그이께서는 그들의 집에 록음카세트를 하나 보내주고싶은 생각에 록음기에 빈 카세트를 끼우고 복사하시였다. 복사가 끝났을 때 최광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반가이 맞으시였다. 그와 나란히 쏘파에 앉아 노래를 함께 감상하시였다. 노래의 1절이 끝났을 때 최광의 낯색을 살피시였다. 그의 얼굴에 흥분된 빛이 떠오르고있었다. 무릎우에 놓인 손바닥을 다독이며 노래의 선률에 박자를 맞추기도 하였다. 최광은 잔사정을 모르는 과묵한 성미여서 음악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 노래만은 감명이 큰 모양이다. 노래가 다 끝났을 때 그는 저으기 상기된 얼굴을 들며 경탄조로 입을 열었다.

《듣고보니 참 좋은 노래입니다.》

《그중 어느 대목이 좋습니까?》

《후렴 <장군님을 따라서 휘날려가리라>라는 구절이 특별히 마음에 듭니다.》

《나는 가사에서 <백두의 성스런 붉은 기발엔 수령님의 한생이어리여있다>와 <승리만을 기폭에 새기여왔다>는 구절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주체의 붉은기는 이 세상에 나붓겼던 다른 붉은기와 달리 력사의 준령을 헤쳐넘으면서 승리만을 기폭에 새기여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순간 붉은기를 두고 생각하시였다. 일반적으로 색갈은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반영한다. 민족별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거의나 공통적이다. 붉은색은 예로부터 정의감과 열정, 리상과 랑만을 표현했다. 그래서 프랑스로동계급이 빠리콤뮨의 전투에 추켜든 기발도 붉은기였고 로씨야10월혁명이 휘날린 기발도 붉은기였다. 그러나 그 기발들은 력사의 준엄한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리워졌다. 빠리콤뮨의 붉은 기발은 단명으로 빛을 잃었다. 10월혁명의 붉은기는 수십년간 크레물리지붕우에 나붓겨왔으나 현대수정주의자들에 의하여 그 빛이 점차 바래여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붉은색을 상실했다. 동유럽나라들은 들었던 붉은기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우리 수령님께서 백두에서 추켜드신 주체의 붉은기는 불멸의 기치로 날을 따라 그 붉은색이 더욱 선명해지고있다. 그것은 주체의 붉은기가 자기의 색갈에 담고있는 사상의 진리성과 불패성을 증명해보이고있다. 참으로 우리의 붉은기는 인류의 최고리상인 인간의 자주성실현을 위한 기치로, 가장 성공한 혁명의 상징으로 되고있다. 그 기발은 력사의 고비마다에서 적들의 도전이 심해질수록 더욱 기세차게 휘날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광에게 힘주어 교시하시였다.

《우리는 그 어떤 역경과 시련속에서도 혁명의 붉은기를 절대로 내리우지 않을것이며 억천만번 죽더라도 원쑤를 치고 조국을 통일하며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할것입니다.

인민군대는 붉은기를 높이 추켜드는데서도, 붉은기를 지켜나가는데서도 앞장에 서야 합니다.》

《알았습니다!》

내처 격동된 심정에 사로잡혔던 최광은 부지중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아 도로 자리에 앉히시였다.

《내 이제 총정치국책임일군들에게 군대에서부터 이 노래를 널리 보급하고 붉은기를 높이 들데 대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미 준비한 록음카세트를 손에 들고 친근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최광동지는 오늘 일찌기 돌아가서 김옥순동지와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회포를 나누십시오. 나는 수령님 서거후에 최광동지가 여적 한번도 집에 들리지 못했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집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기다리겠습니까? 인제는 100일중앙추모회도 치르었으니 오늘은 집에 가서 쉬십시오. 김옥순동지도 그동안 절통한 심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몸이 퍽 축가셨더군요. 머리칼도 전보다 더 희여졌습니다.》

교시를 듣고난 최광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리 로친을 언제 만나셨댔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얼마전 금수산의사당 로대에서 포대경으로 대성산혁명렬사릉을 바라본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김옥순동지는 우리 어머님동상에 인사를 드리고있었습니다. 나는 어머님과 김옥순동지가 나눈 마음속 회포가 무엇이였는가를 짐작하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최광도 어버이수령님께서 서거하신 후 김정숙동지에 대한 생각이 더욱 사무쳐왔을 로친의 심중이 짐작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감회깊은 안색으로 다시 교시하시였다.

《오늘 집에 들어가서 건강에 류의하기 바란다는 나의 심정을 김옥순동지에게 전해주십시오. 우리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 어머님을 대신하여 나와 나의 동생을 극진히 돌보아주던 황순희동지나 김옥순동지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김옥순동지는 음악에 조예가 깊습니다. 아동단연예대 대원이였고 후에 산에서 싸울 때도 노래를 잘 불러서 전우들을 기쁘게 하여주었다는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노래 <높이 들자 붉은기>를 들으면 특별히 좋아할것입니다. 그 노래가 수록된 록음카세트입니다. 받으십시오.》

록음카세트를 최광에게 주시였다.

《고맙습니다.》

최광은 감격한 낯빛으로 카세트를 받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서 물러나려는 그에게 다시 교시하시였다.

《내가 쓰던 이 록음기를 집에 가져다 들으십시오. 음질이 좋습니다.》

최광은 당황한 기색으로 사양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애용하시는 록음기를 제가 어찌···》

《나야 다른것을 구하면 되지요. 어서 받으십시오.》

《그냥 두십시오. 저희들은 오늘 저녁 우리네 록음기에 이 카세트를 끼우고 듣겠습니다.》

최광은 고집스러운데가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김옥순동지는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데 음질이 좋은 록음기로 다른 노래도 종종 들으면 적적하지 않을것입니다. 이 록음기는 내가 김옥순동지에게 주는것이니 최광동지는 그에게 전달만 해주십시오. 그 부탁이야 들어주시겠지요?》

최광은 눈을 슴벅이며 떨리는 손으로 록음기를 받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 올리고 집무실을 나서는 최광은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 다리가 휘청거렸다. 록음기가 무거워서가 아니였다. 뜨겁게 가슴속으로 치밀어오르는 감사의 정에 온몸이 떠밀리우고있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