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5

 

제 2 장

5

 

배천역구내에는 고요가 깃들었다. 사위는 아직 어스름에 잠기였다. 신선한 새벽기류가 밀려오기도 하고 밀려가기도 하였다. 동터오는 려명에 시각마다 사위가 밝아지는듯싶었다. 역사앞에 서있는 10여대의 뻐스들이 점차 륜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역홈에는 황해남도의 책임일군들이 허덕복과 함께 서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평양으로 뻗은 철길을 따라 북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자신을 대신하여 파견하시는 중앙기관일군들이 이 새벽에 배천역에 도착하기로 되여있었다.

허덕복은 눈과 귀에 총기를 모으고 아득히 뻗어간 철길을 바라보고있었으나 렬차도 보이지 않고 기적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불현듯 지난해 이날 새벽 바로 이 역두에서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뵈옵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이로부터 황해남도에 오시겠다는 말씀을 들은것은 지난해 8월 24일이였다. 평양에 올라와서 중요한 회의에 참가했던 허덕복은 어느한 일군으로부터 북방지대를 현지지도하고계시는 수령님께서 전화로 찾으신다는 전달을 받았다. 급히 휴계실로 달려가서 전화를 받았다.

《어버이수령님, 황해남도농촌경리위원장 허덕복이 전화를 받습니다.》

《덕복이야? 그동안 잘 있었나? 황해남도농사형편을 알고싶어서 전화를 걸었소. 그래 올해농사형편이 어떤가?》

얼마나 우리 도의 농사가 걱정되시였으면 멀리 북방에서도 전화를 거시랴! 허덕복은 이런 생각과 함께 그이의 정다운 음성이 가슴에 흘러드는것을 의식하며 힘주어 말씀드리였다.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우리 도의 물문제를 풀어주시고 비료를 비롯한 영농자재를 원만히 보장해주셔서 올해에는 최고수확이 날것 같습니다.》

《황해남도농사가 잘되였다니 기쁘오. 동무네 도는 우리 나라 알곡생산량의 많은 몫을 담당하고있지 않나.》

수령님께서는 계속하여 벼와 강냉이를 비롯한 주요작물의 정당 수확고는 얼마나 되는가? 연안군, 배천군, 청단군, 신천군, 안악군을 비롯한 여러 군들의 작황은 어떤가? 올해 비료는 얼마나 쳤는가? 뜨락또르와 자동차의 가동실태는 어떠한가? 하는것을 일일이 물으시였다. 그리고는 농촌테제관철에서 황해남도가 앞장서야 하겠다고 당부하시였다.

《어버이수령님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허덕복의 신심에 넘친 대답을 대견히 여기신듯 수령님께서는 정겨운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고맙소. 이제 인차 황해남도에 가서 농장원들도 만나보고 농사작황도 돌아보겠소. 후에 다시 만나자구.》

전화가 끝났다. 하지만 눈앞에는 그이의 자애로운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언제면 우리 도에 다시 오실가?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렇게 빨리 황해남도를 향해 떠나실줄은 몰랐다. 연백벌에 나갔다가 저녁늦게 돌아와서 사무실에서 자던 8월 31일 새벽 2시였다. 다급히 전화종이 울리였다. 잠에서 깨여나 송수화기를 들어보니 수령님을 수행하는 한 일군이 걸어온 전화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금 황해남도로 가는 도중에 계십니다. 새벽에 도착하실 예정입니다.》

허덕복은 놀라움에 사로잡히였다. 수령님께서 북방의 현지지도에서 쌓인 피로도 풀 사이없이 이밤으로 우리 도를 향해 떠나실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그것도 모르고 간밤에 깊은 잠에 들었던 자신이 죄스럽게 여겨졌다. 부랴부랴 도의 다른 책임일군들과 함께 배천역으로 갔다. 그날 새벽 5시 30분에 어버이수령님께서 타신 렬차가 배천역에 도착했다.

허덕복은 차에서 내리시는 어버이수령님을 향해 달려가서 깊이 머리숙여 인사를 올리였다. 전보다 퍼그나 년로해보이는 수령님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우러르는 두눈이 소리없이 젖어들고있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내가 언제부터 덕복이가 있는 여기에 찾아오자고 하였는데 일이 하도 바빠서 이제야 찾아왔다. 연백벌농사가 잘되였다는데 이제 거기부터 가보자.》

허덕복은 간절히 말씀드리였다.

《어버이수령님, 먼길을 오셨는데 배천려관에 가서 잠시 피로를 푸십시오. 려관옆에는 온천도 있습니다. 저희들이 햇쌀로 지은 아침식사를 마련해놓았습니다.》

《걱정말라구. 나는 일없어. 아침식사전에 두세개 농장을 돌아봐야지. 왔던김에 되도록이면 여러 농장들을 돌아보아야지. 그냥 지나가면 농민들이 섭섭해할것 아닌가. 덕복이, 동무가 주인인데 어서 길안내를 하라구.》

그리하여 수령님께서는 배천역에 내리시는 길로 농장을 향해 떠나시였다.

허덕복은 그때를 추억하며 짜릿한 아픔을 느끼였다. 그이께서 굳이 사양하신다 하더라도 그날 아침에 우리 도에서 지은 햇쌀로 아침식사를 대접해드리지 못한것이 지울수 없는 한으로 남아있다.

수령님께서 돌아가셨으니 다시는 그런 기회가 없을것이다. 마치도 정성이 부족한 자기의 불찰로 햇쌀밥을 대접해드리지 못한것처럼 생각되였다. 풀길없는 여한이 저도 모르게 눈물로 솟구쳤다.

아득히 멀리에서 기적소리가 울리였다. 눈물을 씻고 북쪽을 바라보았다. 벌판의 한끝에서 려객렬차의 머리가 보이였다. 가슴속에서 반가움의 파동이 일었다. 마치도 어버이수령님께서 지난해 오늘에 남긴 약속을 지켜서 저 렬차를 타고 오시는것만 같이 생각되였다. 점차 크게 들리는 렬차바퀴의 동음은 수령님께서 영생하신다고 속삭여주는듯싶었다.

마침내 렬차가 역구내에 들어섰다.

중앙기관일군들이 차에서 내리였다.

허덕복은 도내 책임일군들과 함께 평양에서 온 손님들을 반겨맞이했다. 위대한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온 일군들이였다. 그들중 태반은 여러 기회에 이미 낯을 익힌 사람들이였다.

도에서는 배천려관에 아침식사를 준비해놓았으나 중앙기관일군들은 사양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지난해 오늘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농장부터 돌아보신것만큼 자기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다.

손님들은 여러대의 뻐스에 올랐다. 선두차에는 총리와 최광, 리을설과 양석을 비롯한 책임일군들이 올랐다. 허덕복은 그 차에 올라 길안내를 하였다.

뻐스행렬은 어버이수령님께서 다녀가신 로정을 따라 연백벌을 달리고있었다. 어느새 배천군 수원리에 이르렀다. 그이께서 농사작황을 돌아보셨던 뜻깊은 장소에 뻐스들이 멈춰섰다.

허덕복은 차에서 내린 일군들에게 설명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농장벌을 돌아보려고 하시자 한 일군이 지팽이를 가져왔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내가 지팽이를 잡은것을 보면 농민들이 눈물이 나서 할말도 못할수 있으니 깊숙이 건사하라고 하시였습니다.》

허덕복은 말을 번지고보니 그때의 기억이 방불히 떠오르며 눈굽이 젖어들었다. 중앙기관일군들앞에서 눈물을 안 보이려고 했지만 북받치는 오열을 어찌할수 없었다. 리을설이 그를 대신하여 뒤를 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기에 오신 수령님을 수행했던것이다.

《수령님께서는 아침마다 금수산의사당 정원을 산책하실 때 그 지팽이를 종종 사용하시였습니다. 년로하시다보니 걷기를 힘겨워하셨던것입니다. 하지만 험한 포전길을 걸으실 때에는 지팽이를 짚지 않으셨습니다. 농민들이 가슴아파할것을 생각하시여서였습니다. 한평생 인민들앞에서는 자신의 로고나 헌신을 숨겨온 우리 수령님이시였습니다.

그날 수령님께서는 강냉이이삭과 벼이삭의 알수를 손수 세여보시고 매우 기뻐하시면서 농민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농사를 잘 지을수 있었는가고 물으시였습니다. 한 농민이 물길공사를 완성해주신 수령님덕이라고 말씀올리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내 덕이 아니라 동무들이 높은 사상적각오를 가지고 일을 잘한 덕이지, 물길공사도 동무들이 하지 않았나, 물길공사도 하면서 농사를 이렇게 잘 짓자니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소, 장알이 지고 마디가 굵어진 동무의 손이 모든걸 다 말해주고있소라고 하시며 그 농민의 손을 오래도록 쓸어주시였습니다.》

저켠 논밭에서 일을 하던 농민들이 멈춰선 뻐스들을 띄여보고 모여왔다. 키가 큰편인 중년녀인이 밀짚모자를 벗어들고 총리를 비롯한 일군들에게 인사를 했다.

《먼길을 오시기에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어제밤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수령님을 그리워하는 저희들을 생각하여 일군들을 보내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온 농장이 고마움에 잠들지 못했습니다.》

허덕복이 일군들에게 그를 소개했다.

《수원리 리당비서동무입니다.》

《리당비서동무가 이른아침부터 농민들과 함께 일을 하는구만.》

총리가 리당비서를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허덕복은 리당비서와 관련한 하나의 사연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오신 날 리당비서동무는 논밭에서 일을 하다가 달려오고보니 맨발로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린채 수령님앞에 나섰습니다. 나는 보기가 민망해서 저 동무의 바지가랭이를 내리워주려고 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리당비서가 이른아침부터 바지가랭이를 걷어붙이고 농민들의 앞장에서 일을 하니까 농사가 이렇게 잘되지 않았나고 하면서 그냥 두라고 하시였습니다.》

일군들은 리당비서의 차림을 훑어보았다. 지금은 신발도 신었고 바지가랭이도 걷어붙이지 않았다. 다만 바지에 흙물이 몇방울 튕겼을뿐이다.

《이 협동농장에서 올해 정보당 몇톤이나 수확할것 같습니까?》

총리가 리당비서에게 물었다.

《평균 10톤은 문제없을것 같습니다. 이모작을 한 논이나 밭에서는 정보당 12톤정도를 예견하고있습니다.》

《12톤이라!》

총리가 눈을 휘둥그래 떴다.

일군들은 논과 밭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둘러보았다. 몇달전에 수확을 한 보리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풍작을 이룬 보리밭이 선명히 머리속에 그려졌다.

리을설이 나이지숙한 한 농민을 일군들앞으로 이끌어왔다.

《바로 어버이수령님께서 그날 이 동무의 장알진 손을 오래도록 쓰다듬으시면서 얼마나 애써 농사를 지었는가를 이 손이 다 말해준다고 하셨습니다.》

일군들의 시선이 농민의 순박한 얼굴에서 류달리 크고 투박한 손으로 옮겨졌다. 총리는 그의 손을 한번 잡아주려고 한걸음 다가섰으나 량손에 벼이삭과 강냉이이삭이 쥐여져있었다. 농민은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그 이삭들을 내여밀며 역시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총리동지,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바빠서 오시지 못하였는데 이 이삭들을 올려주십시오. 이 이삭들의 알수를 세여보면 올해 연백벌 농사가 어찌되였는지 잘 아실수 있을것입니다. 특별히 고른 이삭들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대로 따고 꺾어온 이삭들입니다.》

총리는 이삭들을 정히 받았다. 거기에는 올해농사작황을 위대한 장군님께 보여드리고싶은 이곳 농민들의 심정이 알알이 열매로 영글어있었다.

이윽하여 일행은 수령님께서 돌아보신 문화주택마을에 이르렀다.

허덕복은 일군들에게 설명했다.

《몇해전만 하여도 우리 황해남도에는 해방후나 전후에 지은 기와집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도농촌경리위원장으로 부임되여온지 며칠후였습니다. 하루는 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 도에 내려와 영화를 찍겠으니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도가 영화에 나온다는 생각이 앞서서 기뻐하며 어서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한순간이 지난 후에야 왜 하필이면 우리 도에 내려와 영화를 찍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까닭을 물었습니다. 촬영소의 대답인즉 우리 도에 낡은 집들이 남아있어서 해방후나 전후 우리 농민들의 생활을 그릴수 있는 적당한 곳이기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실망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료해하여보니 그런 집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집들을 헐어버리고 문화주택을 짓는다는것은 엄청난 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도당과 토의해보았는데 도내 힘만으로는 당장 하기 어려운 일이였습니다. 제일 풀기 어려운것은 목재와 세멘트를 비롯한 건설자재였습니다.

그런데 당중앙위원회 한 책임일군이 해주에 내려온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제가 중앙당에서 일할 때 잘 아는 사이였고 같은 녀성일군이다보니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농촌문화주택건설과 관련한 저의 안타까운 심정을 주의깊게 들은 그는 평양에 올라가는 즉시로 위대한 장군님께 보고드리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목재생산기지인 자강도와 량강도에서 황해남도의 농민들이 지은 쌀을 가져다 먹는데 농민들의 집을 지을 목재를 보장해주라고 하시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세멘트공장과 유리공장에도 그렇게 호소하시였습니다.

그 책임일군은 위대한 장군님의 뜻을 따라서 벽지와 장판지를 비롯한 자재와 가구들을 보장해주었습니다.

걸린것은 로력문제였습니다. 물길공사를 벌리면서 문화주택도 짓다나니 로력이 긴장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헤아리신 장군님께서는 우리 도에 주둔하고있는 군인들을 주택건설에 동원시켜주시였습니다. 그래서 한두해사이에 낡은 집들을 없애버렸습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이 마을을 돌아보시면서 전에 왔을 때에는 낡은 기와집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는데 그것들을 다 없애버리고 희한한 기와집들을 일떠세웠으니 얼마나 좋은가고 못내 기뻐하시였습니다.》

산기슭을 따라서 번듯한 기와집들이 렬을 지어 들어앉은 마을의 전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선경이였다. 복판에는 키높이 자란 느티나무그늘밑에 붉은색비닐지붕을 얹은 탁아소와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는데 그것이 더욱 마을의 운치를 돋구었다.

그 마을을 돌아본 일행은 뻐스들을 타고 다시 떠났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다녀가신 로정을 그대로 따랐다. 배천군의 금성협동농장, 연안군의 오현협동농장과 천태협동농장, 청단군의 청전협동농장 그 농장들마다에 어버이수령님의 헌신과 로고의 자취가 뜨겁게 어려있었다. 일군들은 옷자락을 땀으로 적시였다. 뜨거운 뙤약볕아래 포전길을 걸으시던 수령님이 그리워 울음부터 앞세우는 농민들과 함께 눈시울을 적시며 그들을 고무해주었다. 혹은 밭머리에서, 혹은 농가의 퇴지에서 일군들과 농민들사이에 허심하고 진정어린 담화들이 무수히 오고갔다. 농민들은 일군들에게 위대한 장군님을 잘 보좌해드려달라고 당부하였고 농사를 더 잘 지으려는 자기들의 결심을 그이께 전해줄것을 부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