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2

 

제 2 장

2

 

문명자는 위대한 수령님 서거 100일중앙추모회까지 참가하고 평양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조국인민들과 함께 추모의 전기간을 함께 보내고싶었다. 순탄치 않은 경위를 거쳐서 평양에 온 걸음인것만큼 쉽게 떠날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지난 7월 9일 청천벽력같은 비보를 들은것은 일본에서였다. 그때 문명자네 부부는 일본의 어느 피서지에서 여름철휴양을 하고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다가 비보를 듣게 된 문명자는 지체없이 워싱톤으로 날아갔다. 조의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수속을 서둘러야 했다. 그랬으나 미국당국은 그의 평양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조선과 국교가 없는데다가 평양에서는 일체 외국인조객은 받지 않는다고 공포했기때문에 전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문명자는 조선과 국교가 없지만 베이징을 거쳐서 평양을 방문했던 전례가 있으며 자기는 비록 미국시민이지만 분명히 조선사람이기때문에 평양은 입국을 승인할것이라고 들이댔다. 했지만 미국당국은 출국을 승인하지 않았다. 문명자가 좌익계친북인물이기때문이였다. 문명자는 면식이 있는 사람을 내세워 대통령까지 만나게 되였고 이튿날 베이징으로 날아갈수 있었다. 베이징에 도착한 문명자는 거기에 주재하고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사관을 찾아갔다. 대사관에서는 즉시 평양에 문명자의 청원을 전하였다. 그의 청원내용을 보고받으신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체류기간 문명자의 생활과 취재조건을 잘 보장해주라고 하시였다. 문명자는 그날로 평양에 날아와서 해외동포조문단의 한 성원으로 어버이수령님의 령전에 조의를 드릴수 있었다.

평양에 머무르는 기간 그는 거의 매일과 같이 만수대언덕에 높이 모신 김일성주석님의 동상을 찾아 꽃송이를 정히 드리고 눈물을 뿌리였다. 주석님의 접견을 받던 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사무쳐오는 그리움을 금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는 세계정치정세에 민감한 언론인으로서 조선의 현실을 예리하게 관찰하려고 하였다.

랭전이 종식된 후 오늘의 세계정치구도의 특징은 조미대결이였다.

미국인들자신도 오늘의 세계에서 미국의 세계제패전략에 정면으로 저항해오는 가장 무서운 실체는 조선이라고 말한다. 조선으로서는 참으로 힘겨운 대결을 하고있는셈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을 뽐내는 나라이고 거기에 제국주의세력들이 합세하고있다. 그런데 조선은 봉쇄를 당하고 자연재해까지 입다보니 참으로 어려운 경제적난국을 겪고있다. 보통상식으로 보면 열번도 더 무너졌을것이다. 사회주의제도를 굳건히 고수하면서 안정되고 평화로운 생활을 유지하는것은 세계의 수수께끼이고 력사의 기적이라고 아니할수 없다. 그 수수께끼를 풀고싶었다.

요즈음 평양의 신문들과 텔레비죤은 서해안 일부 지역의 수해상황을 전하고있다. 살림집들이 홍수에 떠내려가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때에 그런 재난까지 당하였으니 과연 피해지역 농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있을가? 문명자는 가장 혹심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수해지역으로 취재를 떠났다. 진상을 사실그대로 세상에 알려서 국제인도주의단체들로부터 지원의 손길이 미치도록 하려고 했다.

평양을 떠나 몇시간 달려서 현지에 이른것은 오후 3시경이였다. 해외동포영접국의 안내원 최길호가 동행을 했다.

눈앞에 펼쳐진 전경은 참혹했다. 홍수와 해일이 겹쳐서 마을을 통채로 쓸어갔다. 남아있는 집은 한채도 없었다. 물이 쪄버린 논과 밭들의 곡식들은 시꺼멓게 감탕을 뒤집어썼다. 수확은 고사하고 그 짚은 소도 못 먹일것이다. 그처럼 참담한 피해를 당했으나 천막을 치면서 새 살림을 꾸려가는 농민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었다. 저켠 산기슭에는 군인들이 동원되여 농민들의 살림집을 짓기 시작했다. 여러곳에서 지원물자와 건설자재를 실은 대형화물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도착했다. 흔적만 남아있는 마을복판의 느티나무곁에 서있는 방송차에서는 전투적기백이 넘치는 혁명가요가 우렁차게 울려나왔다.

문명자는 장화를 신은 발로 감탕을 밟으며 여러곳을 돌아보고나서 작업반장을 만났다. 볕에 그을려서인지 얼굴색이 거무스름한 중년녀인이였다.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살림집들을 몽땅 쓸어간것으로 봐서 얼마나 무서운 홍수가 들이닥쳤는지 짐작이 갑니다.》

《지금은 물이 다 쪘지만 그저께 당일에는 온 벌판이 물바다였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재난을 당했습니다.》

작업반장녀인은 감탕이 말라붙은 손으로 이마에 드리운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담담한 어조로 응대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그때 일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모양이다.

《인명피해는 얼마나 됩니까? 구체적으로 마을의 성원중에 몇명이 희생되였습니까?》

문명자는 취재수첩을 펼치고 원주필을 꼬나들었다. 짐작컨대 많은 사람이 희생되였을것이다.

그런데 작업반장녀인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수해 당시 우리 마을의 인구는 두명이 불어났습니다.》

문명자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녀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놀라움보다 놀림을 받는듯 한 노여움이 북받쳤다. 저도 모르게 노기어린 목소리가 튀여나갔다.

《이미 소개했지만 나는 기자입니다. 진실을 말해주길 바랍니다.》

《내가 뭣때문에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선생은 우리 동포로서 위대한 수령님의 접견을 받은바 있는 기자라는것을 진작 알고있습니다. 선생도 같은 조선사람으로서 우리 조선사람들은 거짓이나 꾸밈을 모른다는걸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녀인의 말에 머리가 숙어졌다. 노기를 풀고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

《좋습니다. 당신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러면 진실을 말해주세요.》

《아닌게아니라 홍수가 밀려들 때 우리 동네사람들은 몽땅 수장되는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승기들이 날아오고 수륙량용장갑차들이 달려왔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군부대들을 구조대로 급히 파견해주셨던것입니다. 아이들과 로인들, 병약자들이 먼저 구원되고 그다음 청장년들이 구원되였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람의 등을 떠밀면서 비행기나 수륙량용장갑차에 오르라고 했습니다. 나는 평소에 우리 작업반원들이 그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인줄을 모르고있었는데 이번에 재난을 당하면서 그들의 진속을 알게 되였습니다. 작업장에 조금 늦어나왔거나 얼마간 리기적인 행동을 했다고 해서 추궁을 했던 일을 후회했습니다. 참으로 다 좋은 사람들입니다.

인명피해문제에 대한 선생의 질문에서 이야기가 잠시 빗나갔는데 그 문제는 이렇습니다. 직승기안에서 두 녀자가 몸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한 녀인은 오누이쌍둥이를 낳았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셋이 태여났는데 왜 인구가 두명 불었다고 했습니까?》

《아참, 우리 작업반에서 한명은 수해때 실종되였습니다.》

작업반장녀인은 비로소 기억을 떠올린듯 한 기색을 지어보이며 천천히 뒤를 이었다.

《마을의 맨 끝집에 박두칠이라는 로인이 살고있었는데 그 로인이 그만 실종되였습니다. 인민군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 집은 지붕까지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바다로부터 해일이 밀려들었거던요. 군인동무들이 잠수를 해서 그 집에 들어가보았는데 그때에는 로인이 집에 없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아직은 알길이 없습니다. 아들은 일하러 나가고 해산을 앞둔 며느리는 리인민병원에 입원을 하고있었기때문에 로인은 집에 혼자 있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문명자는 부지중 한숨이 터졌다. 필경 로인은 방안에 물이 쓸어드는 순간에 밖으로 나갔다가 해일에 휩싸여 수장되였을것이다. 그처럼 혹심한 재난속에서 인명피해가 없을리 없었을것이다. 젊은이나 어린이가 아니라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로인이 잘못되였다는것은 그래도 다행한 일이 아닌가? 아니다. 젊으나 늙으나 삶은 아름다운것이고 생은 귀중한것이다. 늙어가는 사람일수록 생에 대한 애착이 더 크다고들 한다. 로인의 최후는 과연 어떠했을가?

침통한 침묵이 흘렀다.

문명자는 잠시후에 수재민들의 생활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 다시한번 한숨을 앞세우고 말문을 열려는데 느닷없는 부름소리가 들리였다.

《반장어머니!》

소리나는쪽으로 반장녀인과 함께 머리를 돌렸다.

빨간 머리수건을 쓰고 비닐장화를 신은 처녀가 경황없이 달려오고있었다. 하는 품으로 보아 보통 다급한 일이 아닌상싶었다.

반장녀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명자도 따라일어섰다.

반장녀인은 급히 처녀를 마중가며 물었다.

《옥실아, 무슨 일이냐?》

《반장어머니, 박두칠할아버지가 살아계셔요!》

다가선 처녀는 숨가쁘게 말을 번졌다. 하지만 얼굴에는 반가운 웃음이 비꼈다.

《뭐, 그 할아버지가 살아계신다구?》

반장녀인은 얼없이 반문했다.

《살림집건설을 하던 군인동무들이 박두칠할아버지를 발견했어요.》

《그래 그 할아버지는 지금 어데 계시느냐?》

반장이 물었다.

《버드나무에 있어요. 홍수가 터질 때 나무에 오른 모양이래요. 군인동무가 나무우에 올라가서 내려가자고 했으나 말도 못하고 손발이 굳어져서 움직이지 않더래요. 군대동무들이 사다리를 구해다가 뻗쳐놓고 할아버지를 끌어내리자고 의논하는걸 보고왔어요.》

《어서 그리로 가보자.》

반장녀인은 처녀를 앞세우고 반달음을 놓았다.

문명자도 황황히 뒤따랐다. 어느새 버드나무주위에 이르렀다. 버드나무는 몇백년이나 자란것인데 밑둥에는 구새가 먹고 층층으로 아지가 뻗쳐서 로인이나 아이들도 쉽게 오를수 있는것이였다. 아래부분에는 감탕이 게발렸으나 중간부분부터는 물길이 닿지 않아서 푸른 잎새가 풍만한 가지들을 사방으로 뻗치고있었다. 잎새들사이로 나무가지에 걸터앉아서 그 무엇인가를 가슴에 부여안은 로인의 모습이 보이였다. 나무밑에는 군인들과 마을사람들 여럿이 웅성거리고있었다.

군인들이 살림집건설에 리용하던 키높은 덕대를 날라왔다. 덕대우에 성큼 뛰여오른 세명의 병사가 로인의 몸을 흔들며 소리쳤다.

《할아버지, 정신차리세요!》

그랬으나 로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군인들은 힘을 모아 로인의 다리를 나무가지에서 벗겨서 덕대우에 내려놓았다.

《박두칠할아버지가 살아계셔요?》

반장녀인이 군인들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체온도 있고 숨도 쉬십니다.》

긴장했던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군인동무들, 빨리 땅우에 내려놓으시오. 땅김을 쐬여야 의식을 차립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군인들이 로인을 덕대에서 내려놓았다. 누구인가가 멍석을 가져다가 자리를 마련해놓았다. 로인을 멍석우에 편히 눕히였다. 그사이 언제 련락을 받았는지 위생복을 입은 녀의사가 나타났다. 로인은 반듯이 누워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가슴에는 보자기에 소중히 싼것을 부여안고있었다. 팔이 강직되여서 풀수가 없었다. 녀의사가 두루 살펴보더니 포도당주사액암풀을 깨여 고뿌에 쏟아서 로인의 입에 넣어주었다. 절반은 입귀로 흘러내렸지만 얼마간은 목으로 넘기는것 같았다. 로인의 숨결소리가 높아지면서 곁에 사람에게도 들리였다. 하더니 물을 찾는 로인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사흘동안이나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나무우에 있었으니 제일 참기 어려운것이 갈증일것이다. 녀의사가 다시 포도당액을 고뿌에 따라서 로인의 입술에 가져갔다. 이번에는 로인이 달게 마셨다.

문명자는 로인의 소생과정을 주의깊게 살피고있었다. 년로한 몸으로 사흘동안이나 나무우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살아있다는것자체가 하나의 기적이였다. 로인은 여전히 가슴에 보자기를 부여안은채 누워있었다. 강직되여버린 팔과 손은 누구도 풀지 못했다. 그 보자기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가? 분명 로인으로서는 목숨으로 지켜서 자손들에게 물려주려는 가보일것이다.

이윽하여 로인이 눈을 떴다. 의식을 차렸던것이다.

《아버지!》

젊은 사나이가 로인의 가슴우에 엎드리며 소리쳤다. 분명 로인의 아들일것이다.

로인은 점차 생기가 도는 눈으로 아들을 마주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얘야, 네 처는 무사하냐?》

《무사합니다. 그 사람은 란리때 비행기안에서 몸을 풀고 그길로 평양산원에 실려갔습니다.》

《나도 안다. 내 나무우에 올랐을 때 방송소리를 들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고맙게도 군인구조대를 보내주셨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우리 장군님께서 계시는 한 나도 살아날수 있겠구나 하는 강심을 먹고 실망하지 않았댔다. 사람이 마음을 모질게 먹으면 명도 질긴 법이란다.》

로인의 눈에 핑하니 눈물이 고이였다.

반장녀인은 로인에게 깨우쳤다.

《두칠할아버지, 할아버지 며느리는 오누이쌍둥이를 낳았습니다.

오늘 오전에 평양산원에서 관리위원회로 전화가 왔는데 산모도 애기들도 모두 건강하답니다.》

《그렇단 말이지. 이런 경사라구야!》

로인은 강력한 강심제주사라도 맞은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때까지 그리도 필사적으로 소중히 가슴속에 품고있던 보자기를 풀었다. 물이 슴새여들지 못하도록 꼼꼼히 둘러싼 비닐박막을 펼쳤을 때 사람들은 두눈을 커다랗게 뜨며 경탄에 잠기였다.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초상화였다!

로인은 집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가정에 모셨던 두분의 초상화를 정히 싸서 가슴에 품고 나무에 올랐던것이다.

문명자는 충격적인 감동에 잠기였다. 가슴속에서 소리없는 부르짖음이 터져올랐다. 김일성민족의 공민만이 이렇게 할수 있다. 눈앞에는 지칠대로 지친 초췌한 로인이 아니라 자기의 수령을 목숨으로 보위할줄 아는 영웅적인 한 공민이 있었다. 서둘러 사진기를 꺼내여 렌즈에 로인을 포착하려 하였다. 그런데 도무지 초점을 맞출수 없었다. 로인의 모습이 자꾸만 흐려졌다. 잠시후에야 자기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는것을 깨닫고 눈시울을 닦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오래동안 기자생활을 하여오지만 지금처럼 감동적인 사실을 취재하여보기는 처음이다. 이 하나의 사실에 조국인민들의 정신도덕적풍모가 함축되여있다. 이 사실을 널리 선전함으로써 조선의 현실을 두고 의혹을 품고있는 세상사람들의 수수께끼에 해답을 주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