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6

 

제 1 장

6

 

《아니, 최광동지가 어떻게?···》

양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방안으로 들어서는 손님을 반겨맞았다. 인사를 나는 다음 군복차림의 로투사를 놀라운 눈길로 다시 바라보았다. 국가적인 중요한 회의나 행사들에서는 만나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그가 여기로 걸음을 하기는 처음인것 같다.

그들은 벽밑에 놓인 쏘파에 나란히 앉았다. 최광은 낯선 방안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양석은 부드러운 선이 단정하게 둘러맺힌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나도 대의원의 한사람으로 의장동지한테 긴히 전하고싶은 심정이 있어서 왔습니다.》

처음부터 자못 심중한 표정이였다. 케를 보니 전하고싶다는 심정이 보통문제가 아닌듯싶었다. 그는 얼른 입을 열지 않고 채양에 금빛장식이 돋친 위엄있는 차수모자를 벗어서 앞탁에 놓았다. 그것은 평범한 한 대의원으로 의장에게 의견을 제기하려고 한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양석은 다소 긴장을 느끼며 성긴 백발이 드러난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기탄없이 말씀하십시오.》

《진작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국가주석으로 추대했어야 했습니다. 한데 오늘까지 소식이 없으니 안타까워서 찾아왔습니다. 내 어저께 병석에 있는 오진우동지를 문안했는데 그도 같은 심정이였습니다.》

《그래서 오셨군요!》

양석은 그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였다. 지금처럼 한달가까이 국가수반직이 비게 된 일은 그 어느 나라에도 있어본적이 없었다. 이중대사변을 두고 전체 인민이 그러하지만 항일의 로투사들은 특별히 생각이 깊을것이다. 하루빨리 김정일동지를 국가주석으로 모시고싶은 심정이 누구보다 절절한 그들이다. 그이를 위대한 수령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추대하던 때에도 항일의 로투사들이 앞장에서 우리 인민의 한결같은 념원을 실현하도록 하였다.

《물론 다른 사람이 새삼스레 의견을 제기하지 않아도 이미 의장동지가 무슨 조치를 취하고있을줄 압니다.》

《국가주석추대는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는것만큼 아닌게아니라 그 문제를 두고 마음을 많이 써왔습니다.》

참으로 그랬었다. 양석은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 자기의 본분을 자각하고있었다. 전례를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령도자의 서거로 국가수반직이 비게 되는 일은 늦어서 한주일이였다. 레닌이 서거한 후 쓰딸린이 취임한것도, 쓰딸린이 서거한 후 말렌꼬브가 취임한것도 불과 며칠후였다. 수반직이 공백으로 남아서 시일을 끌면 정치적혼란이 불가피하다는것은 굳어진 정치상식이다. 그렇기때문에 인류사에 정치가 출현하여 오늘에 이르는 력사적기간에 수반직계승은 어느 시기에나 시간을 다투는 중대사로 여겨왔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는 국가수반직을 비여둔다고 하여 정치적혼란이 있을수는 없었다. 우리 생활의 면모를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다. 위대한 장군님을 우러러모시고 따르려는 인민들의 신념은 철석으로 굳어졌다. 그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일심단결은 반석으로 다져졌다. 그러나 장군님을 국가주석으로 하루빨리 높이 추대하여야 인민들의 슬픔을 가실수 있고 모든 국가사업들이 중단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될것이다. 양석은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그래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있습니까?》

최광의 물음에 양석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비상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할 날자와 회의진행일정을 짜놓고있습니다.

며칠전 금수산의사당에서 수령님령전에 조의를 드리고 당중앙위원희 정치국회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회의가 끝나면 정치국성원들이 다 모인데서 장군님께 저희들이 짜놓은 계획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치국성원들이 저희들의 계획을 적극 찬동하리라고 믿었습니다. 마음을 조이며 기회를 엿보았는데 그만 아쉽게 되였습니다. 제가 회의안건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여서 어지간히 주저하며 일어서려는데 회의를 마친 장군님께서 그만 자리를 뜨시였습니다. 우물쭈물한 제탓이였습니다.》

최광은 마치 자기가 뜻을 이루지 못한듯이 아쉬워하며 무릎을 쳤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구만. 우물쭈물할 일이 따로 있지 그 일이야··· 역시 학자들이란···》

얼결에 비난이 튀여나갔다는것을 깨달은 그는 말끝을 감추며 미안한 기색을 지었다.

양석은 젊은 시절에 력사학자로 대학교단에 섰던 경력이 있었다. 그 기간은 몇년밖에 안되였다. 그후 수십년간 정계에서 활동했으나 옛시절의 굳어진 몸가짐이 남아있었다. 그러한 과거가 아니더라도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 학자풍의 인상이 짙었다. 단정한 옷차림, 높은 교양이 느껴지는 몸가짐이 그러한 인상을 풍겼다.

《옳습니다. 그 일만은 우물쭈물할 일이 아니였습니다.》

최광의 비난을 성근히 수긍한 양석은 등받이에 몸을 젖히며 뒤를 이었다.

《그날 금수산의사당에서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도무지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력사앞에 커다란 실책을 저지른것 같은 자책에 잠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미 작성한 계획서를 다시 검토한 후에 장군님께 보고드리였습니다. 물론 계획서에는 추대행사가 하루빨리 있기를 바라는 각지 인민들의 반영자료도 첨부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였습니까?》

최광은 초조히 물었다. 마주보는 눈빛도 간절한 기대로 빛났다.

《여러날 장군님의 결론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저께 장군님께서 전화를 걸어오시였습니다. 헌법에서 국가주석의 임무와 중앙인민위원회의 임무를 규정한 내용을 보고하라고 하시였습니다. 전화를 받고난 저는 기뻤습니다. 드디여 됐구나!하는 환성이 가슴속에 터져올랐습니다. 전화의 내용으로 보아서 국가주석추대와 관련된다는것이 명백하지 않습니까. 서둘러 헌법에 규정된 국가주석과 중앙인민위원희의 임무를 뽑아서 보고드리였습니다.》

《드디여 됐구만!》

《그렇습니다. 우리는 신문에 보도될 최고인민회의 소집과 관련한 상설회의 결정도 만들어놓고있습니다.》

《내가 오늘 여기 오기를 잘했습니다. 기쁜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후련합니다.》

양석은 커다란 희망을 안고 돌아가는 최광을 복도까지 바래워주었다.

 

×

 

언제면 기쁜 소식이 있을가? 이제나 저제나··· 안타까운 기다림속에 또 하루가 흘렀다. 밤중에라도 장군님께서 국가주석추대를 수긍하셨다는 소식이 날아올것만 같아서 사무실에서 간밤을 보냈다.

마침내 장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양의장동무입니까?》

그이의 음성이 귀로가 아니라 심장으로 흘러드는것 같았다. 공식석상이 아닌 때에는 이름대신 《양의장》이라고 불러주군 하시였다. 그 부르심에서 류다른 친근감을 느껴보는 양석이였다.

《그렇습니다.》

수화구를 귀에 바싹 눌렀다.

《오후에 토론할 문제가 있으니 헌법원문을 가지고 2시까지 내 집무실로 오시오. 당중앙위원회 조인규비서동무도 불렀으니 함께 오시오.》

《알았습니다.》

양석은 느닷없이 가슴이 설레였다. 드디여 애타게 기다리던 시각이 왔다. 주석추대와 관련하여 올린 문건을 보신 장군님께서 이제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실것이다. 그런데 헌법원문은 왜 가지고오라고 하셨을가? 예견과는 전혀 다른 일이 생긴것은 아닌지··· 피끗 그런 의혹이 떠올랐다. 그러나 곧 의혹을 부정했다. 절대로 다른 일이란 있을수 없다. 김정일동지를 국가주석으로 추대하는것은 달리될수 없는 기정사실처럼 누구에게나 인정되고있었다. 우리 인민뿐아니라 온 세계가 그렇게 인정하고있었다.

예정된 시간에 양석은 조인규와 함께 장군님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조인규는 틀진 체구에 비해서는 키가 작은편이였다. 키가 크고 몸매가 호리호리한 양석과는 대조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사를 올리는 두 일군을 반겨맞으시였다.

《이리 가까이 와서 앉으시오.》

그들은 그이께서 가리키시는 집무탁옆의 걸상에 앉았다.

《국가주권기관 기구체계를 일부 고칠데 대한 문제를 토의해보자고 동무들을 찾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놓인 헌법원문을 펼치며 교시를 이으시였다.

《앞으로 주석제를 없애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의논조로 조용히 물으시였다. 하지만 상대를 바라보시는 그이의 시선에는 깊은 사색의 여운이 흘렀다. 여러날을 두고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하시는 교시라는것을 깨달으며 양석은 순간에 굳어졌다. 너무도 예상밖이였다.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국가주석으로 추대하자고 하였는데 주석제를 없애다니?!··· 그 절절한 념원을 안고 자기를 찾아왔던 대의원들의 모습과 전국각지에서 보내온 편지의 내용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아무 말도 못하고 조인규를 돌아보았다. 둥실한 그의 얼굴도 무척 놀란 기색이였다. 장군님을 국가주석으로 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 소집과 관련된 계획서는 사전에 그와 토의하고 올렸던것이다. 그때 그도 커다란 흥분을 안고 열렬한 공감을 표시했다. 그와는 사업상련계가 깊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상종을 하여오지만 국가주석추대문제를 놓고 토론을 할 때처럼 견해와 감정이 하나로 완전히 결합되여본적은 없었다. 토론을 마쳤을 때에는 북받치는 격정을 누를길 없어서 서로가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그랬던것만큼 방금 뜻밖의 말씀을 듣고 어리둥절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두 일군의 표정을 살피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처음과는 달리 결연한 어조로 교시하시였다.

《주석제를 없애는것은 나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두사람은 말을 못하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헌법원문을 가져왔겠지요?》

잠시후에 그이께서 침묵을 깨치시였다.

두 일군은 가져온 헌법원문을 펼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놓인 헌법원문의 조항들을 찍어가며 교시하시였다.

《나의 의견을 참고하시오. 주석은 국가의 수반이며 공화국을 대표한다는 내용을 없애자는것입니다.

주석이 명령을 낸다는 내용을 페지해야 합니다.

중앙인민위원회 수위는 주석이라는 내용도 없애자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중앙인민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상설회의 임무와 권한을 새롭게 규정하고 정리해야 할것입니다. 이렇게 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돌아들 가서 토론해보시오.》

양석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침내 자신의 심정을 헤쳐보일 기회가 왔다는것을 깨달았다.

《경애하는 장군님, 헌법에서 주석제를 없애면 안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언제나 단정하고 침착하던 그가 돌발적으로 이렇게 나오는것이 참말로 뜻밖이시였다.

《왜 안된다는겁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양석은 그이의 시선에서 결연한 빛이 뿜겨지시는것을 보았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만일 이 자리에서 인민의 념원을 대변해야 할 자신이 숙어든다면 력사앞에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지를것이다. 비장한 각오가 북받쳤다.

《장군님, 수령님께서 령도해오신 국가사업은 장군님께 그대로 계승되여야 합니다. 물론 우리 인민은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주석을 하시든 안하시든 장군님의 령도에 충실할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대외적기능을 수행하는데서 수뇌외교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또···》

무수한 론거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폭발하는 격정으로 갑자기 목이 막혔다. 그 찰나에 곁에 앉았던 조인규가 일어섰다.

《장군님! 지금 온 나라 인민들은 경애하는 장군님을 주석으로 추대하게 될 시각만을 손꼽아 기다리고있습니다.》

그의 얼굴에도 간곡한 빛이 어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완강하게 나오는 두사람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동무들도 잘 알다싶이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우리 나라 초대국가주석으로 추대되시였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의 직함은 위대한 수령님과만 결부되여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직함을 다른 사람과 결부시켜서는 안됩니다!》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장군님은 수령님그대로이십니다. 반드시 수령님께서 지니셨던 주석의 직함을 장군님께서 넘겨받으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온 나라 인민은 물론 수령님과 김정숙어머님께서도 기뻐하실겁니다.》

양석은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보니 불시로 눈물이 솟았다. 그 눈물이 담고있는 감정이 어떤것인지는 스스로도 분석할수 없었다.

《장군님, 그렇게 해주십시오!》

조인규도 목메인 음성으로 청을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안타까운 심정이 폭발하는듯 걷잡을수 없이 떨리는 음성으로 교시하시였다.

《동무들은 여태껏 내 말을 어떻게 들었습니까? 나는 어제도 오늘도 래일도 위대한 수령님의 전사일뿐입니다!

돌아가시오. 내 심정을 그렇게도 몰라주는 동무들과 더 토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양석은 조인규와 함께 말없이 깊이 머리숙여 인사를 올리고 집무실을 나섰다. 어쩌면 김정일동지를 공화국 최고공직에 추대하는 사업을 못할수도 있지 않을가? 불안과 실망이 가슴에 스미였다. 하지만 다음기회를 보기로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