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5

 

제 1 장

5

 

김정일동지께서는 누구보다 상실의 아픔이 컸지만 피눈물을 삼키며 불굴의 의지로 자신을 다잡고 답답한 표정으로 세계를 굽어보시였다. 설사 다른 사람들은 가셔질줄 모르는 비통한 감정을 어쩔수 없어서 계속 슬픔에 잠겨있다 하더라도 자신께서만은 절대로 그럴수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넘겨주고가신 사회주의조국과 우리 인민의 운명이 자신의 어깨에 실려있다는것을 한시도 잊을수 없으시였다.

이즈막에 세계의 관심사는 한결같이 조선으로 쏠리고있었다.

이제 조선은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김일성주석께서 개척하신 주체혁명위업이 굳건히 계승될것인가, 아니면 그 어떤 정책변화가 있을것인가?

저마다 나름대로의 견해를 쏟아놓았다. 세계 진보적인민들은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과 봉쇄에 경제적난관까지 겹친 우리 나라를 두고 깊은 우려와 동정을 표시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조선에서 일정한 정도의 정책변화가 있을것이라면서 어차피 《개혁, 개방》이 있을것이라는 여론도 내돌리였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사회주의조선을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은근히 쾌재를 올리면서 《3, 3, 3》이라는 랑설을 퍼뜨렸다. 우리 나라가 사흘 아니면 석달, 늦잡아서 3년이상 더 지탱하지 못한다는것이였다. 물론 우리를 잘 모르고 지껄이는 잠꼬대같은 수작이였다. 그러나 국내외정세를 놓고보면 우리 앞길에 전례없이 엄혹한 난관이 겹쌓인것만은 사실이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변함없이 계승하기 위하여 이 난국을 어떻게 뚫고나갈것인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수령님께서 생존해계실 때처럼 수령님의 혁명업적을 견결히 고수하고 빛내여나가야 하며 혁명과 건설을 철두철미 수령님의 뜻대로, 수령님식대로 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수령님서거직후에 일군들에게 표명하신 자신의 정치의지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닥친 중중첩첩한 난관을 뚫고나가자면?··· 너무도 무겁게 실리는 력사의 중하를 실감하며 조용히 방안을 거니시였다. 그 누구와 가슴 후련히 심금을 터놓고싶은 생각이 미치시였다. 집무탁앞으로 다가가 전화로 인민무력부 책임일군들을 부르시였다. 자신과 함께 오늘의 난국을 헤쳐갈 우리 혁명대오의 앞장에는 변함없이 인민군대가 서야 한다는 생각이 드시였던것이다. 얼마후에 인민군지휘성원들이 도착했다. 책임부관의 안내로 그들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맨앞에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와 총참모장 최광이 서고 그뒤로 총정치국 책임일군들과 총참모부 국장들 여럿이 뒤따랐다.

그들모두가 낯익으신 얼굴들이였다. 그런데 누구나 전에보다 얼굴이 수척해진것이 눈에 띄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항일무장투쟁시기에 10대의 청소년시절부터 한품에 안아 혁명가로 키워주신 오진우와 최광은 말할것도 없고 다른 일군들도 해방직후 평양학원과 보안간부학교를 졸업하고 조국해방전쟁의 불길속을 헤쳐오며 수령님의 각별한 사랑과 믿음속에 장령으로 성장한 사람들이였다. 그러니 대국상을 당한 후에 그야말로 살이 내리고 뼈가 깎이는듯 한 마음의 아픔을 겪었을것이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몸이 축간것은 오진우였다. 그는 7월 8일 오전 정치국비상회외에 참가하여 위대한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사실을 알게 되자 돌아가는 길에 의식을 잃고 며칠간 깨여나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례로 그들의 인사를 받은 다음 자리를 권하시였다. 자리에 앉은 그들을 다시금 둘러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담담한 어조로 교시하시였다.

《지금 전체 인민과 인민군장병들이 크나큰 슬픔에 몸부림치고있는데 동무들은 자신의 책임감을 깊이 자각하고 그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서 관하군부대지휘를 비롯한 직책상임무를 더잘 수행해나가야 하겠습니다.

나는 방금전에 수령님께서 남기신 사회주의조국과 우리 인민의 운명을 두고 생각을 거듭하다가 동무들과 마주앉고싶어서 이렇게 찾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리 나라가 처한 엄혹한 내외정세를 설명하고 힘주어 강조하시였다.

《인민군대만 강하면 천하대적이 덤벼들고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와도 두려울것이 없으며 조만간에 김일성민족이 사는 내 조국을 이 세상에서 가장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수 있습니다.

인민군대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개척하고 령도하여오신 주체혁명위업완성에서 주력군이 되여야 합니다.

인민무력부에서는 인민군대를 수령님혁명위업완성의 주력군으로 튼튼히 준비시키기 위한 정치사상교양사업을 일층 강화하여야 하겠습니다.》

인민군대의 숭고한 사명과 임무에 대하여 새롭게 밝혀주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교시를 받아안은 인민군지휘성원들의 가슴은 한결같이 격동되였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외워보았다.

《수령님혁명위업완성의 주력군!》

그 교시의 의미를 다는 알수 없었으나 인민군대가 보다 중요한 임무를 지니게 된다는것만은 명백히 깨달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갈린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나는 여러 동무들이 얼마나 모진 마음의 괴로움에 잠겨있는가를 잘 압니다. 동무들은 누구나 어버이수령님의 사랑과 믿음속에 자라난 일군들입니다. 그러니 수령님을 잃은 슬픔이 오죽하겠습니까. 나 역시 그렇습니다. 수령님께서 병석에 계시며 나의 정성을 조금이라도 받다가 돌아가시였어도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것입니다. 수령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신것을 생각하면 절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인민군지휘성원들은 장군님의 눈가에 불시로 눈물이 어리시는것을 보았다. 누구누구하여도 대국상을 당한 후에 제일 크나큰 비애에 잠긴분은 장군님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목메인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자기의 개인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있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수령님께서 남기신 사회주의조국과 우리 인민의 운명을 먼저 생각해야 했습니다. 동무들이 나의 이 심정을 리해하고 나와 함께 분연히 일떠서기를 바랍니다. 지나간 세계사를 둘러보면 제일 어려운 고비는 국가수반을 잃었을 때입니다. 국가수반을 잃었을 때 흔히 사람들속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대렬안에 숨어있던 야심가, 음모가들이 나타나 국권과 군권을 탈취하려고 책동하였습니다.

동무들은 이러한 력사적교훈을 잊지 말고 높은 정치적각성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지금 미제를 비롯한 우리의 원쑤들은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이 기회를 리용하여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붕괴시키려고 책동하고있습니다. 우리 인민군대는 원쑤들의 책동을 짓부셔야 하며 수령님의 유훈을 끝까지 관철하여야 합니다. 우리 인민군대는 수령님께서 창건하신 수령님의 군대이며 당의 군대입니다. 나는 인민군대를 우리 혁명의 기둥으로 믿고있습니다.

사람에게는 어려운 때일수록 의탁해야 할 기둥이 있어야 합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이 의탁해야 할 혁명의 기둥은 인민군대입니다. 나의 이 심정을 모든 인민군병사들에게 전하여주시오.》

인민군지휘성원들은 그이의 크나큰 믿음에 가슴이 격동되였다. 인민군대에 대한 그이의 신임과 기대가 얼마나 큰가를 깨달으며 숭고한 사명과 임무가 자신들의 어깨우에 무겁게 실리는것을 의식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외워보았다.

《혁명의 주력군!》

《혁명의 기둥!》

새로운 결의가 불타오르는 일군들의 얼굴을 둘러보던 김정일동지께서 오진우의 얼굴에 시선을 멈추시였다. 오진우의 얼굴에 병색이 돌고있었다. 단순히 국상을 당한 후 마음의 슬픔때문만이 아닌것 같았다. 이미전부터 몸에 병조가 있다는것을 느껴왔으나 수령님서거에 접하고보니 진찰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치료에 무관심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서거하셨는데 이 몸이 뭐 중하다고 치료를 받으랴 하는 심정들이였다. 청소년시절부터 수령님을 따라 고령에 이르는 오늘까지 혁명의 길을 걸어온 오진우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을것이다.

《내 인민무력부장동지한테는 이 자리에서 특별한 과업을 하나 주겠습니다.》

다소 엄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오진우는 수첩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껏 긴장과 의혹이 어린 표정이였다. 특별과업이란 과연 어떤것일가? 어떤 과업이든 기어이 수행하리라는 불타는 결의가 뒤따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부장동지는 오늘중으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얼굴색을 보니 무슨 병에 든것 같습니다.》

순간 오진우의 얼굴에 놀란 빛이 떠올랐다. 그는 어리둥절하여 마음을 수습하는듯 하더니 떨리는 어조로 응대하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저의 건강에 대해서는 념려마십시오. 저는 건강합니다.》

《부디 검진을 받도록 하십시오! 병세가 확증되면 즉시 입원치료를 받으십시오.》

《지금과 같은 때에 제가 어떻게···》

오진우는 장군님의 엄한 시선에 부딪치자 입을 다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광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총참모장동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최광동지가 오늘 함께 병원에 가서 오진우동지를 검진시키고 그 결과를 나에게 알려주십시오.》

다른 그 누구에게 그런 과업을 준다면 오진우의 요구나 간청에 의해 에누리가 있을수 있었다. 오진우의 얼굴색이 눈에 뜨이게 나빠졌는데도 부관이나 담당의사가 여적 어쩌지 못하고있는것은 본인의 요구를 거역하기가 어려웠기때문일것이다.

최광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오진우의 낯색을 얼핏 살피더니 장군님께 힘있는 어조로 대답을 올리였다.

《알았습니다.》

《자, 그러면 돌아들 가보시오. 나는 동무들이 국상을 당한 후로 지금까지 어느 하루도 퇴근하지 않고 긴장하게 일한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누구나 건강에 류의하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건강만을 축원하고있습니다.》

오진우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였다.

《고맙습니나. 나도 건강하고 동무들도 모두 건강해서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굳세게 이어갑시다.》

《알았습니다.》

격동된 심정들이 일시에 목소리를 터쳤다. 그들은 숭고한 결의가 빛나는 얼굴로 인사를 드리고 집무실을 나섰다.

그날 저녁이였다.

최광이 집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못 초조한 심정으로 전화를 받으시였다. 오진우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내처 검진결과를 기다려오시던 참이였다. 그런데 최광은 무엇인가 서슴어하는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부장동무는 병원에 안 가겠다는걸 제가 우겨서 데리고가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뒤를 잇지 못하고 갑자르고있었다.

《그런데 어찌되였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재촉하시였다.

《검진결과 페암이라는 진단이 내렸습니다. 제때에 검진을 받지 못해서 인제는 암세포가 일정하게 전이되였다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이마를 맞대고 일을 하면서도 부장동무가 진작 검진을 받도록 하지 못한 제 불찰이 큽니다.》

괴로움과 자책이 어린 목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에 그 무엇이 박히는듯 한 아픔을 느끼시였다.

오진우동지가 불치의 병에 걸리다니··· 만일 그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우리 혁명에 커다란 손실이 아닐수 없었다. 그는 수령님을 모시고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쳐온 로투사이며 충실하고 능력있는 군사지휘관이였다. 우리 혁명이 입게 될 손실도 손실이지만 그처럼 미더웁고 친밀하게 지내던 일군을 잃을수 있다는 우려가 가슴에 서려드시였다.

《오진우동지가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다는것을 알고있습니까?》

《본인에게는 의사들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래일중으로 입원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한사코 입원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우리 인민군대앞에 보다 무거운 임무가 나서고있는 이때에 자기가 어떻게 입원을 하겠는가고 합니다.》

《그로서는 그럴수 있습니다. 그것을 예견했기때문에 그의 검진과 입원치료를 최광동지에게 맡겼습니다. 무조건 입원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알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통화가 끝난 전화기에 시선을 멈춘채 생각에 잠기시였다.

비록 상하관계에 있지만 최광은 오랜 전우이며 벗인 오진우를 설득시킬것이다. 인민무력부장이 불치의 병에 걸려 입원을 한다는것은 인민군대사업에서 커다란 공백이 생긴다는것을 의미했다. 그는 총정치국장임무도 겸임하고있었다. 물론 총참모부나 총정치국의 책임일군들이 보다 분발해서 그 공백을 메꾸어나갈것이다. 제일 우려되는것은 오진우가 건강을 회복할수 있겠는가 하는것이다. 괴로움과 안타까움에 오래도록 잠겨계시였다.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나는 입원을 하겠소.》

오진우는 마침내 수긍했다.

그를 설복하느라고 한시간나마 땀을 빼던 최광은 날숨을 길게 내불었다.

오진우는 상심한듯 한 기색으로 이윽토록 최광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최동무, 동무한테는 의사들이 내 병명이 뭐라고 했나?》

최광은 일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숨길줄 모르는 성미였다.

《눈치가 빠르기란 참···》

무엇인가 낌새를 차리고 묻는다는것이 뻔하기때문에 최광은 롱말로 얼버무리였다. 사업상문제를 떠난 화제를 단둘이 이어갈 때에는 어느쪽에서나 직급상관례를 벗어나서 허물없는 사이로 되여버리는 오진우와 최광이였다.

《에돌지 말고 어서 사실대로 말하게.》

오진우가 정색해서 뒤를 재촉했다.

《뭐 뻔히 알고있는것 같은데 새삼스레 나에게 따지고드나?》

《음-》

신음소리를 앞세운 오진우가 제 먼저 실토했다.

《나는 페암에 결렸네. 병원의사들이 거짓말을 했지만 나는 못 속여.》

최광은 가볍게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담당의사는 이미 여러날전에 내 병이 심상치 않다면서 페암일수 있다고 하였댔네. 병원에서 검진을 할 때 나는 여러 의사들의 얼굴에서 당혹한 기색을 보았네. 방금 최동무가 말한것처럼 나는 아직 눈치가 무디지 않네. 그런데 의사들은 나를 로둔해진 령감으로 알고 거짓말을 하였네. 괘씸한것들.》

오진우는 의사들을 진심으로 괘씸하게 여기는것 같았다.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불치의 병은 말하지 않지. 그것은 그들대로 옳은 처사일세.》

최광의 말이였다. 그러자 오진우의 갱핏한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상대가 누구인가를 알아보고 그랬어야지. 내나 최동무야 지나온 생애에 죽을 고비인들 얼마나 많이 겪었나, 그러나 우리는 어느때든 실망을 모르지 않았나. 병치료는 어느 경우든지 의사와 환자가 합심이 되여야 잘되는 법이네. 나도 자기가 무슨 탈에 걸렸는지 명백히 알아야 그에 해당한 몸조리도 하고 약도 먹을게 아닌가. 나에게는 기관지염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페암치료를 하자니 의사들이 얼마나 불편스럽겠나. 내 오늘 병원에 가면 즉시로 툭 터놓고 치료를 받겠네. 물론 로친이나 아이들에게는 무슨 병인지를 숨기겠네.》

《생각을 잘했네. 나도 인민무력부의 다른 동무들에게는 부장동무가 기관지염으로 입원을 했다고 하겠네.》

한순간 생각에 잠겼던 오진우가 신중한 안색으로 물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는 검진결과를 어떻게 보고드렸나?》

최광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렸네.》

오진우는 첫순간 놀라는듯 하더니 인차 표정을 바꾸며 응대했다.

《우리야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는 무슨 일이나 진실만을 말씀드리군 하였지. 하지만 최고사령관동지께서내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를 알고 걱정하실걸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네. 어느때보다도 그이의 뜻을 따라서 몸과 맘을 다 바쳐야 할 이즈막에 오히려 걱정을 하시게 하였으니 죄스럽기가 이를데 없네.》

오진우의 낯색이 심한 자책으로 이지러졌다.

최광은 그의 감정에 공감되는 자신을 의식했다. 자신의 건강이나 마음속 괴로움은 전혀 내색하지 않으면서 전사들의 건강과 괴로움에 대해서는 관심과 걱정이 크신 최고사령관동지의 풍모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길은 부장동무가 빨리 입원치료를 해서 건강을 회복하는것일세.》

이날 오진우는 자기가 없는 사이에 해야 할 일들을 밤이 깊도록 최광에게 인계했다. 직무상의 실무적인 사업들을 인계하고난 오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한가지 특별히 당부하고싶은것이 있네. 그게 뭔고 하니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우리 당 총비서로, 국가주석으로 추대하는 사업일세. 내 생각에는 이 중대사가 너무 지체된다고 보네. 이 사업에는 누구보다 백두산에서 싸우던 우리들이 앞장에 서야 하네. 최동무가 내 심정까지 합쳐서 이 중대사가 하루빨리 성사되도록 하여주게.》

어찌보면 개인적인 당부라고 할수 있었지만 최광은 명령을 접수할 때처럼 《알았습니다!》라고 엄숙히 대답했다.

오진우는 은근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최동무, 추대사업이 벌어지는 당회의나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병원에 와서 소식을 알려주시오. 입원중인 나에게는 누구도 공식적으로 회의에 참가하라고 통지를 하여주지 않을거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총비서로, 국가주석으로 높이 추대하는 회의에서 손을 높이 들어 찬성을 표시하면 나는 조금도 여한이 없겠소.》

최광도 오진우와 같은 심정이였기때문에 선선히 수긍했다.

이튿날 아침 오진우는 병원을 향해 인민무력부청사를 떠났다. 최광은 함께 가보려고 현관까지 따라나섰다

오진우는 그의 심정을 알고 펄쩍 뛰였다.

《부관과 함께 가는데 총참모장동무까지 뭘 따라가겠소. 군사분계선일대에서 적들의 준동이 심상치 않은 이때 총참모장이 자리를 뜬다는게 말이 되오?》

딴은 그렇기도 했다. 놈들은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무시로 도발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