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4

 

제 1 장

4

 

김구선은 어버이수령님의 체취가 어려있는 방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위대한 장군님의 집무실이 여기 금수산의사당으로 옮겨질것이다. 의례히 그렇게밖에 될수 없다고 생각했다. 국가수반이 바뀌면 선대의 궁전으로 계승자가 옮겨오기마련이다. 그것은 어느 시기, 어느 나라에서나 굳어진 전례였다.

아직까지는 수령님의 령구를 그냥 의사당에 모시고있다. 서거하신 첫날에 열린 정치국회의에서는 론의가 많았다. 수령님의 령구를 어디에 모시고 조의식을 할것인가를 두고 일군들속에서 여러갈래의 의견들이 교차되였다. 4. 25문화회관과 인민문화궁전, 인민대학습당이 물망에 올랐다.

그들의 의견을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침묵에 잠기셨다가 자신의 심정을 터놓으시였다.

《내 생각에는 어버이수령님을 금수산의사당에 안치하고 인민들이 금수산의사당에 와서 조의를 표시하도록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금수산의사당은 수령님께서 근 20년이나 집무를 보시던 곳입니다. 나는 수령님의 령구를 여기저기에 옮겨모실 생각이 없습니다.》

정치국성원들은 그이의 충의에 깊이 머리숙이였다.

회의가 끝난 이후에 이 사실을 전해들은 김구선은 류다른 공감을 느끼였다. 조의기간만이라도 전날처럼 수령님을 곁에 직접 모실수 있었다. 생전의 수령님을 보좌해드리던 자신의 본분을 그만큼이라도 연장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하지만 인제는 조의행사가 끝났으니 수령님의 령구를 다른데로 옮겨모시게 될것이다. 떠도는 말도 있지만 김정일동지께서 어떤 결심을 하고계시는지··· 어느 곳이든 옮겨질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 장군님을 의사당에 모시자면 새롭게 정리할것은 정리해야 했다. 그러한 조직사업을 위해 방안들을 돌아보기로 결심했던것이다.

수령님께서 집무를 보시던 방 문앞에 이르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옷깃을 여미고 몸가짐을 단정히 했다. 생전의 수령님께서 부르실 때마다 이 문앞에서 갖추던 행동이 저도 모르게 반복되였다.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얼핏 환영이 스쳤다.

널다란 집무탁을 마주하고 앉은 수령님께서 어서 가까이 오라고 부르신다. 반겨맞으시는 모습이 눈앞에 안겨온다. 귀에 익은 독특하신 음성이 심장에 흘러든다.

그 환영이 사라지자 방안에는 숙연한 정적이 깃들었다. 인제는 그처럼 친절하신 모습과 다정하신 음성을 다시는 볼수도 들을수도 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가슴을 쳤다. 막혔던 날숨을 길게 내불고 비품들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옮겨지던 시선이 텔레비죤에 박히였다. 모서리의 칠이 벗겨진 오래된 《목란》은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널리 보급된 천연색텔레비죤이였다. 오래되였지만 수령님께서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그 텔레비죤을 보시였다.

몇해전이였다. 김구선은 수령님께서 현지지도를 가신 사이에 텔레비죤을 새것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런데 그 일이 그이의 노여움을 사게 될줄이야. 현지지도에서 돌아온 수령님께서는 당장 김구선을 부르시였다.

《왜 아직 잘 나오는 텔레비를 다른것으로 바꾸었나?》

처음부터 노기어린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그 텔레비죤은 오래된것이여서 음과 화면의 질이 좋지 못하지 않습니까. 마침 최신형텔레비죤이 생겼길래 바꾸어놓았습니다.》

《당장 낡은것을 도로 가져다놓으시오!》

《어버이수령님, 저희들의 성의를 좀 받아주십시오.》

김구선은 선뜻 물러서지 않고 간청했다. 그러자 더욱 준절하신 수령님의 음성이 방안을 울리였다.

《관리처장각하!》

전혀 예상치 않았던 호칭에 김구선은 어리둥절했다. 《각하》로 불리우기는 그때가 처음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여전하신 표정으로 뒤를 이으시였다.

《아직 우리 나라에는 색텔레비는 고사하고 흑색텔레비도 갖추지 못한 가정들이 있소. 그걸 생각했어야지. 두말 말고 낡은 텔레비를 도로 가져다놓으시오!》

김구선은 수령님께서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신다는것을 깨달았다.

즉시로 돌아가서 낡은 텔레비죤을 가져다놓았다.

그후에도 이따금 《관리처장각하》로 불리우군 했었다. 수령님의 낡은 실내화를 바꾸어드리려고 했을 때, 의사당의 환기시설을 바꾸려고 했을 때 그러하였다.

언젠가 정원을 거니시는 수령님을 뒤따르던 김구선이 조심히 물었다.

《저에게 노여움을 가지실 때마다 왜 〈각하〉라고 부르십니까?》

《왜? 그렇게 부르는것이 귀에 거슬렸나?》

수령님께서는 돌아보며 빙긋이 웃으시였다.

《평소에는 〈동무〉라고 부르다가 노여울 때만 〈각하〉라고 부르시니 하는 말입니다.》

《그랬댔군. 내 진작 그 까닭을 알려줄걸 그랬소. 이 금수산의사당은 인민을 위해 헌신할 의무만을 지닌 인민의 수령이 일을 보는 집이야. 그런데 이따금 동무는 자본주의나라 대통령궁전같이 필요이상 호화롭게 꾸려놓으려고 하거던. 그때마다 그런 나라 사람들이 고위관리들을 부르는 식으로 〈각하〉라는 말이 저절로 튀여나갔지. 내나 동무는 〈각하〉가 될것이 아니라 인민의 충복이 되여야 해. 앞으로는 내가 다시 〈각하〉라고 부르지 않도록 하라구.》

《알겠습니다.》

김구선은 뜨거운 감동속에 머리숙여 수긍했다.

그러했으나 지금 낡은 텔레비죤을 바라보니 가슴찢기는 회오가 갈마들었다. 기어이 바꾸어드렸어야 하는건데··· 수령님께서는 최근년간에 시력의 장애를 받으셨다. 보다 화면이 선명하고 음질이 좋은 텔레비죤을 보시게 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가. 풀길 없는 여한이 사무쳐왔다. 복도에서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한 일군이 들어섰다.

《관리처장동지, 리을설동지가 찾습니다.》

《어데서?》

《지금 관리처장동지 사무실에 와계십니다.》

김구선은 지체없이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

《차수동지, 부르셨습니까?》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리을설은 일어서서 이윽히 마주보더니 말없이 눈시울을 내려깔았다. 으리으리한 차수복장을 하였지만 크지 않은 체구에 수더분한 농민형의 외양은 언제나 가식없는 소박한 인상을 풍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때문인지 얼굴에 그늘이 비끼였다.

《여기 와 앉소.》

석쉽하게 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에도 더듬는 음조가 흘렀다.

김구선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가 가리키는 쏘파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일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김구선은 리을설의 낯색을 살피며 조심히 물었다.

《내가 이리로 온것은···》

힘겹게 입을 열던 리을설은 말끝을 삼키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방금전에 무슨 일을 하댔소?》

《어버이수령님의 집무실을 돌아보댔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이제 나와 함께 의사당밖을 돌아봅시다.》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리을설은 포장을 한 정원길바닥을 유심히 살피며 천천히 자국을 옮겼다. 길바닥에 떨어뜨린 그 무엇을 찾기라도 하는듯싶었다. 그러더니 바닥에 금이 간것을 발견하고 우뚝 멈춰섰다. 금이 간 사이로는 뾰족한 풀싹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구내길이 이렇게 터진 곳이 몇군데나 되오?》

《10여군데 됩니다.》

《그러니 인민들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일수밖에···》

리을설은 길게 한숨을 내불었다.

《지난해 저희들이 전반적으로 구내길포장을 다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끝내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라의 경제사정이 긴장한데 다시 포장을 하겠는가고 하셨습니다.》

《그거야 나도 잘 아는 일이지.》

리을설은 어성을 높였다. 김구선의 응대가 변명처럼 들려서 저도 모르게 의분이 치밀었던것이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풀싹을 뽑아버리더니 말했다.

《조의행사에 참가했던 인민들로부터 신소가 제기되였소. 관리처사람들이 어버이수령님께서 다니시는 구내길이 터진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냈다고··· 아무튼 인민들은 관리처사람들의 모시는 립장과 자세가 그렇게 틀려먹었기때문에 우리 수령님께서···》

리을설은 뒤말을 번지기가 두려운듯 훅 숨을 들이긋더니 외면을 했다.

김구선은 철추가 정수리에 떨어지는듯 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껏 어버이수령님을 잃고 스스로 느껴오던 자책과 회오가 얼마나 심각하고 엄중한것인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저는 인민들의 분노와 원망앞에서 변명할 길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오?》

《그렇습니다.》

《좋소. 래일 관리처회의에서 자기를 반성하면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더잘 받들어모실데 대한 결의를 다지시오. 동무도 이미 짐작하고있는 일이지만 조만간에 위대한 김정일동지께서 집무실을 여기 의사당으로 옮기게 될거요. 그이를 의사당에 모실 준비사업을 서둘러야겠소. 그러자면 의사당 안팎을 새로 꾸리고 비품들가운데서 바꿀것은 바꾸어야 하겠소. 이것은 동무네 관리처의 힘만으로는 어려울거요. 하지만 구체적인 안은 동무네가 작성해야 하겠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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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대로 관리처회의가 열리였다. 리을설이 회의를 지도했다. 책임일군 여럿이 집행석에 오르고 련관일군들이 방청으로 참가했다.

리을설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를 금수산의사당에 모시기 위한 준비를 다그칠데 대한 회의의제를 선포하고 김구선이 보고를 하였다.

김구선은 어버이수령님을 잘 모시지 못하였던 관리처사업을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이렇게 계속했다.

《···조의기간 의사당에 왔던 인민들이 참을수 없는 격분을 조직에 제기하여왔습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아침저녁으로 다니시는 의사당구내길에 금이 갔는데 의사당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것이 보이지 않았는가, 도대체 의사당 관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렇게 저주와 규탄을 보내여왔습니다. 우리들은 인민들의 이 저주와 항의앞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어느새 김구선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힘겹게 말을 번지는 목소리도 물기에 젖었다.

《저는 어버이수령님을 모시는 자신의 자세와 립장을 전에는 의심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버이수령님을 잃은 후에는 자신의 충정이 너무도 부족했기때문에 수령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죄의식에 시달렸습니다. 절통한 마음과 죄스러움이 너무도 커서 스스로 자신을 용서없이 징벌하고싶습니다.

저를 비롯한 의사당관리처의 전체 성원들은 그 절통함과 죄스러움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서 이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집무를 보시게 될 의사당을 더잘 꾸리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하겠습니다.》

김구선은 어조를 바꾸어 의사당 안팎을 새롭게 갱신할 구체적인 과업을 제기하였다. 구내길을 다시 포장하고 온실을 확장하는 문제와 일부 내부구조를 변경시킬 건설대상들과 새것으로 바꾸어야 할 설비와 비품의 명세를 렬거했다.

보고가 끝나자 불같은 결의토론들이 있었다. 토론에는 의사당관리처성원들뿐만아니라 방청자들도 참가했다.

리을설은 회의를 마감지으며 말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생전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를 잘 받들어모셔야 한다고 우리들에게 여러번 당부하시였습니다. 우리는 이 유훈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어버이수령님께 못다한 충정을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 다하여야 하겠습니다.

보고에서 언급된바와 같이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방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한사람같이 떨쳐나서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꼭 명심해야 할것이 있습니다. 금수산의사당을 새롭게 꾸리는 사업은 조용히 진행되여야 합니다. 만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알면 엄하게 만류하실것입니다. 따라서 절대로 소문을 내지 말고 자재와 설비, 비품들을 마련했다가 건설공사도 빠른 시일내에 와닥닥 해제껴야 합니다.

2~3일내로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책과 분공을 토론한 후 의사당관리처와 산하조직들에 해당한 과업들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