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1

 

제 1 장

1

 

방안에는 고요가 깃들었다. 집무탁의 한귀에 놓인 탁상시계의 초침소리만이 무거운 정적을 가볍게 흔들었다.

(영결식으로써 우리 인민은 위대한 수령님을 뵙지 못하게 되는가?··· 조국의 앞길에 언제나 태양의 밝은 빛을 뿌려주던 민족의 어버이이시였고 그처럼 받들고 따르던 우리 인민이였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비통한 현실을 긍정하실수 없었다.

조용히 뇌이시는 김정일동지의 눈에는 느닷없이 눈물이 어리였다.

청천벽력을 당하신듯 한 7월 8일의 그밤으로부터 십여일이 흘렀다. 이 기간에 수없이 찾아오는 조객들을 맞으며 눈물인들 얼마나 많이 흘리셨던가. 하지만 홀로 조용히 앉아있고보니 또다시 흐르는 눈물을 걷잡을수 없으시였다.

정녕 수령님령전을 떠나고싶지 않아서 영결식이 끝난 후에는 금수산의사당에 오래동안 계시였다. 집무실로 돌아오신것은 방금전이다. 하지만 낮에 영결식의 연도에서 보셨던 눈물에 젖은 인민들의 얼굴이 눈앞에 방불히 재생되였다. 땅을 치며 터뜨리던 그들의 통곡소리가 귀가에 쟁쟁했다.

수령님의 초상화를 앞에 모신 령구차행렬이 나타나면 연도에 섰던 인민들이 폭발적으로 통곡을 터뜨렸다. 생전의 해빛같은 미소를 그대로 담고계시는 수령님의 초상화를 보았을 때 그들은 놀랐다.

수령님께서 서거하셨다는것이 거짓말이 아닌가? 환생하신 수령님께서 우리들에게 전보다 더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고계시지 않는가! 어리둥절한 첫 순간엔 분명 생전의 수령님을 다시 만나뵈옵는것만 같은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아, 수령님!》

누구의 가슴속에서나 저절로 부르짖음이 터져올랐다. 하지만 뒤따르는 령구차행렬이 나타나자 현실적인 사고로 되돌아가며 극에서 극으로 급격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의 부르짖음은 피를 토하는 호곡으로 변하였다.

《수령님, 이렇게 가시면 안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메아리쳐오는 그 호곡에 가슴이 찢기는듯 하시였다. 100여리를 거치는 긴 연도에서 마음속으로 인민들을 부여안고 그들과 함께 하염없이 피눈물을 뿌리시였다. 더구나 참을수 없는 오열을 느끼신것은 김일성광장에서였다. 광장에는 어른들과 함께 소년단넥타이를 맨 수천명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아이들은 령구차행렬이 지날 때 발을 구르며 피타게 부르짖었다.

《아버지대원수님! 가시면 안됩니다. 돌아와··· 돌아와주십시오.》

《우릴 두고 못 가십니다!》

아이들은 눈물이 즈락한 얼굴로 두팔을 벌려 허우적이며 령구차를 허둥지둥 따라오다가 너무도 비통한 감정에 떠밀리워 포도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땅을 치며 다시 부르짖었다.

《아버지대원수님, 가지 마십시오!》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듯 하시였다. 저 어린것들의 정상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리을설에게 교시하시였다.

《저 애들이 어버이수령님을 목터지게 부르는데··· 이대로 떠날수 없습니다··· 수령님을 모시고 광장을 한바퀴 더 돌고 떠납시다.··· 부탁이요.》

흐느낌에 젖은 목소리를 간신히 번지시였다. 장군님의 그 비애와 부탁을 싣고 령구차는 천천히 광장을 한바퀴 더 돌았다. 호곡의 함성은 더욱 세차게 폭발하여 광장의 하늘가에 메아리쳤다. 행사때마다 주석단에서 한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시는 위대한 수령님을 우러러 만세의 함성을 터치던 광장이였다. 여기서 그이를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길로 보내드리며 호곡의 함성을 터칠 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너무도 절통하여 땅을 치며 몸부림쳤다. 그러면 상실의 아픔과 고통이 덜릴것만 같이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광장 오른쪽초대석에는 검은색치마저고리를 입은 재미교포 녀류기자 문명자가 서있었다. 국내인민들처럼 그도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있었다.

그는 미국을 떠나올 때 클린톤대통령으로부터 평양의 동향을 정확히 알아보라는 부탁을 받고 왔다는것을 우리 일군들에게 고백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의 영결식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비애의 감정에만 묻히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국제기자협회 부회장이며 미국녀류기자협회 회장인 문명자는 세계언론계의 이름있는 인물이였다. 그는 《부리사나운 암독수리》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만큼 그의 붓은 날카롭고 무자비했다. 백악관출입기자인 그는 미국의 력대 대통령을 수행하거나 단독으로 여러 나라 외국수반들을 만났는데 대체로 상대들은 문명자의 예리한 붓으로 하여 누구의 눈에도 뜨이지 않던 허물이 드러나군 했었다.

그러나 우리 수령님에 대해서는 여태껏 여러편의 글을 썼으나 그이의 위인적풍모에 대하여 매번 경탄과 매혹의 심정만을 피력했다. 그처럼 우리 수령님께서 위대하시기때문이였다.

지금까지 그의 문필활동은 그 어떤 외부적인 강압에도 굴함없이 사실과 진실을 존중하는것으로 특징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정의와 량심, 진실과 사실앞에서만 자기는 머리를 숙일줄 안다고 언젠가 위대한 수령님께 실토한바가 있었다.

위대한 수령님과 우리 인민이 얼마나 뜨거운 혈연의 뉴대로 이어져있었는가를 오늘의 영결식에서 새삼스레 실감하시였다.

지난 10여일동안에 시각마다 사무쳐오는것은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분을 잃었는가 하는 생각이였다. 생전의 수령님을 모실 때에는 미처 그이의 위대함과 숭고함을 다 모르고 지낸것처럼 생각되시였다. 수령님의 위인적인 인간상은 돌아가신 후에 더욱 찬연히 빛을 뿌리고있다. 국상을 당한 후에 우리 인민 역시 얼마나 위대하고 충실한 인민인가를 새롭게 깨달은듯싶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과 우리 인민의 혼연일체가 얼마나 공고한것이였는가를 피눈물의 바다가 훌륭히 보여주었다. 피는 거짓을 모른다. 눈물은 꾸밈을 모른다. 우리 인민은 심장과 진정을 다해 수령님을 따르고 받들어왔다.

《아- 수령님, 우릴 두고 가시면 우린 어찌랍니까!》

깊은 상념에 잠기신 장군님의 귀가에 그 부르짖음이 또다시 메아리쳐왔다. 갑자기 목이 타는듯 한 갈증을 느끼시였다. 집무탁에서 물러나 물을 한고뿌 따라 마시시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안을 거니시였다. 이어지는 사색속에 뚜렷해지는것은 위대한 수령님과 인민들의 이 혈연적뉴대를 영원히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이였다. 인민들이 그처럼 그리워하는 수령님을 앞으로도 언제든지 만나뵈올수 있도록 생전의 모습으로 높이 우러러모셔야 한다. 수령님의 사상을 그대로 계승해야 한다. 인민들에 대한 그이의 사랑을 그대로 구현해야 한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우리의 혁명위업은 영원토록 이어지고 발전해야 한다. 수령영생위업은 우리 당이 존재하는 전기간 추호의 드팀도 없이 실현해야 할 총적목표로 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으로 돌아와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조인규비서에게 대주시오.》

교환수는 지체없이 전화를 련결했다.

《조인규동무입니까?》

장군님께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석쉼하게 갈렸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분명히 그렇게 느껴지시였다. 10여일간의 조의식과 오늘의 영결식까지 치르는 과정에 침식을 잊으셨다. 내처 가슴을 어이는듯 한 비통한 감정에 휩싸이다보니 어느새 목이 잠겨버린 모양이다.

《조인규 전화받습니다.》

어음이 선명한 귀익은 목소리가 수화구의 진동판에 울려왔다.

조인규는 원칙성과 론리가 강한 그 성품처럼 목소리도 모가 나게 선명했다.

《우리가 정치국회의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를 제정하자고 했는데 전당에 포치가 되였습니까?》

장군님께서는 그저께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이 구호를 제정하셨던것이다.

《어제 각급 당위원회들에 그 구호와 관련한 지시문을 하달했습니다.》

《이 구호에는 경애하는 수령님을 천세만세 길이 받들어가려는 우리 인민의 철석같은 신념과 도덕의리심이 어려있습니다. 나는 오늘 영결식에서 이 구호가 우리 인민의 심정을 잘 반영하였다는 생각을 다시금 굳게 하였습니다.

이 구호를 평양과 각 도, 시, 군 소재지들에 있는 만수무강축원탑구호와 바꾸어 게시하는 사업을 다그쳐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군님···》

힘있는 대답과는 대조적으로 뒤따르는 목소리가 더듬어졌다. 그 무슨 간절한 심정이 넘치고있었으나 선뜻 입을 열기가 주저되는것 같았다.

《무슨 제기되는 문제가 있습니까?》

다정히 물으셨으나 조인규는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는듯 선뜻 응대가 없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듯 한 소리가 가늘게 들리더니 목메인 그의 음성이 뒤따랐다.

《전에없이 장군님의 갈리신 목소리를 들으니··· 제 방금전에 인민들이 당중앙위원회에 올려보낸 편지를 읽던 참이였습니다. 텔레비죤화면을 통해서 조의식장에 나서신 장군님의 수척해지신 모습을 뵈온 인민들이 장군님의 건강을 념려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 돌아가시고 인제는 장군님밖에 믿을분이 없는데 몰라보게 축가신 장군님의 모습을 뵈오니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 펜을 든다고 편지마다 썼습니다. 인제는 영결식도 끝났는데 오늘 밤만이라도 폭 쉬십시오. 인민들의 간절한 부탁입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오시였다. 조인규를 통해 전체 인민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운 인사를 보내시였다. 송수화기를 놓고 충혈진 눈을 조용히 감으시였다. 아닌게아니라 더는 지탱하기 어려울만큼 엄습해오는 피로를 느끼시였다. 그 간절한 부탁이 아니더라도 오늘 밤만은 일찌기 잠자리에 눕고싶으시였다. 래일은 중앙추도대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열린다. 오늘 밤마저 지새운다면 래일 인민들에게 더 수척해진 모습을 보일수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집무탁앞에 모신 수령님의 원형초상화를 우러르며 하직인사를 올리려고 하셨다. 그 순간에 가슴을 치는 하나의 기억이 머리속을 스쳤다.

···서거하시기 전날 저녁이였다.

리을설은 식탁에서 인차 수저를 놓으시는 수령님께 절절히 말씀드리였다.

《식사를 조금이라도 더 드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쩐지 밥생각이 없구만. 이제 일을 하느라면 생각이 나겠지.》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빙긋이 웃으며 응대하시였다. 하지만 리을설은 어쩐지 수령님의 건강이 좋지 못하신것만 같은 기미를 느끼며 다시 말씀드리였다.

《식사도 드시지 못하고 어떻게 집무를 보시겠습니까. 오늘 밤만은 부디 집무를 삼가해주십시오.》

《고맙소.··· 그러나 우리가 인민들을 위해 할일이 얼마나 많소. 내가 일손을 놓으면 동무네 최고사령관에게 그만큼 더 부담을 줄것이요. 김정일동지가 나라의 크고작은 모든 일을 걸머지고 얼마나 수고가 많소. 나는 김정일동지가 인민을 위해 밤새워 일하는걸 보면 잠시도 쉴수가 없소.》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교시하시며 집무실로 가시였다. 며칠전에 이 사연을 리을설로부터 전달받은 장군님께서는 뜨거운 전류가 전신에 줄달음치는듯 하시였다.

아, 그렇게도 마음쓰시던 어버이수령님!

뜨거운 격정의 파도에 휩싸이며 마음속으로 수령님을 목메여 부르시였다.

되새겨지는 그 기억은 다밀리던 피로감을 산산이 날려보냈다. 그대신 경건하고 후더운 감정이 사무쳐오면서 눈시울이 화끈 달아오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집무탁에 마주앉으시였다. 인민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심장을 불태우신 수령님을 생각하시였다. 멈춤없는 사색과 더불어 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