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제 4 장 6

 

제 2 편

제 4 장

6

 

《혹시 이런걸 생각해봤소?》

창일의 말이 잠시 끊어졌을 때 리정이 물었다.

《가령 공구직장을 다쳐서는 안된다는 사람들의 말대로 했다고 보기요. 그래서 장군님께서 정말 수십년전을 방불케 하는 일터에 찾아오신다면 어떻게 될것 같소? 공장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기뻐하실거라고 생각하오? 난 그렇지 않다고 보오.》

추억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다.

애착만도 아니다. 모든 과거는 현재와 관계되여있다.

그리고 미래와 잇닿아있다. 순수 과거란 있을수 없으며 있지도 않다. 우리가 지나온 나날을 잊지 않고 추억하는것은 그저 기억하자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참조하자는데 있으며 보존하는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있다. 뒤에 놓였던 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인간은 보행한다. 앞에 놓였던 발이 뒤로 가면서 인류가 보행한다.

과거와 현재는 미래로 가는 인류의 억센 두다리와 같다고도 말할수 있다. 전세대의 전통과 새 세대의 혁신이 없다면 력사발전도 없을것이다.

리정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몇해동안 난 많은 기계공장들을 다녀보았소. 그 크고작은 공장들마다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의 발자취가 가닿지 않은 일터란 없었소. 장군님께서 어떤 때 제일 기뻐하시는지 아오? 달라진 모습을 보실 때요. 그것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말이요.》

창가로 다가간 리정은 느티나무그늘아래 앉아있는 안시학을 보았다. 그는 이따금 리정의 방창문을 올려다보고있었다.

《아까 우리 설비를 줄수 없는가고 했는데···》 리정이 창가에서 물러나며 물었다. 《준다면 기능공들은 준비되여있소?》

《기능공이요?》 창일은 고개를 저었다.

《기계가 아무리 좋으면 뭘하오. 첫째가 사람이고 그다음이 기계다,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거요. 그리고 난 동무네 당비서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누만. 그런 당일군이 곁에 있는데야 주저할게 뭐겠소. 우리 이렇게 하기요.》

리정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주에 한번씩 기술자, 기능공들을 련하기계에 데리고와서 기술전습을 받으라는것이였다.

창일은 긍정하면서도 조바심을 드러냈다.

《그러자면 시일이 얼마나 걸릴가요?》

《그야 노력하기에 달려있지. 어떻소, 해보겠소?》

《예, 해야지요. 하겠습니다.》

《설비문제는 이 자리에서 결론하기 힘드니 제기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소. 그리고 공구직장설비들을 CNC설비로 개조하는것은 요청만 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겠소.》

《고맙습니다.》

창일은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듯 기뻐했다. 기술전습은 두주일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창일은 자기가 직접 기술자, 기능공들을 선발하여 매주 일요일마다 련하에 찾아와 배우겠다고 하였다.

창일이 돌아간 다음 리정은 문을 닫지 않고있었다.

안시학이 찾아올것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아니나다를가 복도계단에서 발자욱소리가 났다. 계단을 딛는 박자가 여일하고 여유있는것이 안시학의 걸음새였다.

그가 문앞에 나타났다.

《갔소?》

《예.》

안시학은 책상을 사이두고 리정과 마주앉았다.

《말을 들었겠지요?》 하고 안시학이 좀 굳은 웃음을 지었다.

《미안합니다. 그와 심중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부상동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시간적여유가 없었습니다.》

《허허, 동무도 참. 아직까지 날 뭘로 보시오? 사장동무한테 덞어진 낯을 씻어달라고 오지는 않았으니 그런 말은 마시오.》

안시학은 역시 속이 큰 사람이였다.

《내 솔직히 말하라오? 난 그가 옛적의 안시학을 잊지 않고있다는데 놀라서 따라온게 아니라 그때의 공병상사가 평양방직기계공장 지배인이 됐다는게 참 뜻밖이여서 찾아왔소.》

《저도 부상동지가 대학시절에 장군님을 모시고 그 공장에서 생산실습에 참가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창일동무가 기계를 배우기까지 사연이 깊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한때 그 공장에서 일했는데 장군님께서도 잘 아시는 기대공이였다고 합니다.》

《그렇소? 누군데?!》

《형삭공이였다고 합니다. 오영옥이라고···》

《오영옥?!》 안시학은 몹시 더디게 몸을 일으켰는데 마치 일어서는데 그때로부터의 세월만큼이 걸린것 같았다.

《사장동무, 이자 오영옥이라고 했소?》

《예. 혹시 그의 어머니를 아십니까?》

《아오, 오영옥이!··· 키가 작고 얼굴이 가뭇가뭇한··· 내가 맡았던 27호의 책임기대공이였소. 그렇소, 아주 이악쟁이였지.》

그러더니 안시학은 어깨를 떨며 웃었다.

뜨락에 날아든 새떼가 안시학의 웃음소리에 놀란듯 은행나무잎새를 후두두 흔들며 무성한 가지사이로 물잦듯이 숨어버렸다.

《한대 없소?》 안시학은 피우지 않던 담배를 찾았다.

《저도 안 피우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한데 그가 무슨 일로 왔댔소?》

《공구직장현대화때문에 왔댔습니다.》

《공구직장을 현대화한다오?》

《예. 그런데 아시겠지만 대상이 좀 특별하다보니 고충을 겪는것 같습니다. 유연창대직기를 개발하다가 실패도 했구요.》

안시학은 리정이 하는 말을 끝까지 주의깊게 들었다.

《전 그를 돕고싶습니다.》

《그럴테지.》 안시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직기계··· 참 잊지 못할 곳이요. 어찌보면 거기서 맺어진 기계와의 인연을 지금까지 가지고온게 내 인생인것 같소. 사장동무, 나와 한번 시간을 내서 방직기계공장에 찾아가보지 않겠소?》

《그러지 않아도 한번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갈 준비는 내가 하겠소.》

《준비라니요?》

《준비해야지, 준비할게 있소.》

안시학의 어조가 하도 근엄하여 리정은 더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