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제 2 장 3

 

제 2 편

제 2 장

3

 

늘 국가적관심사로 중요회의와 신문, 방송, 내각의 문건들에서 거론되고있는 특급기업소들과 외아들공장, 전통이 오랜 공장들이 어디라없이 널려있는 자강도에서 자령기계공장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중간급 공장이였다. 로력과 생산면적, 생산적지출과 장비된 설비들의 생산성 등의 지표들에서 공장은 1960년대에 조직되던 초기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있었다. 일부 사람들속에서는 공장종업원수가 조직초기에 비해 두배로 불어났다느니, 그래 지금은 차타는 사람만도 몇이라느니 하고 마치 그것이 공장의 질량적확대변화인듯 손꼽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수광은 그런 말을 듣기가 질색이였다.

지금이 어느때기에 머리수로 공장의 우렬을 가린단 말인가.

반대로 로력이 얼마나 적어졌는가를 말해야 할것이다.

적어진 로력에 비해 생산성은 얼마나 높아졌고 육체적로동강도가 낮아졌는가를 자랑해야 할것이다. 어떻든 몇백명, 몇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렸기때문에 차를 타고다닌다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몇백명이 하던 일을 몇십명이 대신할 때라야 진짜 큰 공장, 큰 일군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그런 일군을 차에 태우고 그런 공장에 특급을 줘야 한다고 최수광은 생각했다.

련하가 그리워질 때가 많았다.

련하야말로 생산의 지능화, 집약화가 실현된 공장이였다.

명문고개를 넘어온 련하기계설비들을 최수광은 옛사람과 만나듯 그렇게 맞이했다. 공장에 철도인입선이 들어오지 않아 역에서부터 자동차로 설비를 운반해와야 했는데 지배인사업을 대리하는 기사장은 공장에 앉혀두고 최수광이 직접 역까지 마중을 나갔다.

보름나마 외지에서 고생을 한 설비부원을 선두차의 운전칸에 태우고 나머지사람들은 모두 걸어갔다. 적재함에는 깔목을 고이고 버팀줄도 든든히 늘였지만 그래도 안심치 않아서 차를 거의 미속으로 몰게 했다. 최수광은 선두차를 따라갔다.

《책임자동지!》 꽃목걸이를 두른 설비부원이 차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내 이거 너무 들볶이다나니 보고를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련하기계에서 기술봉사성원이 같이 왔습니다.》

《그렇소?》 최수광은 반가운김에 운전칸 발판을 딛고 달리는 차에 훌쩍 매달렸다.

《누구요? 그가 어데 있소?》

《운송역에서 떨어졌는데 도당책임비서동지가 자기 차에 태워갔습니다. 그 차로 다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지가?》

《예, 한 이틀밤 차칸에서 홑이불을 덮고 같이 지내보니 사람이 보기와는 다르던데요. 회사간부같은 맛이 조금도 없더라니까요.》

《련하기계 누구라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곳 사장동무가 직접 옵니다.》

《그럼 리정이가?!》

최수광은 뜻밖의 사실앞에 굳어졌다.

(그는 내가 여기 현대화책임자로 있다는것을 알고 올가? 아니, 모르고 올것이다. 알았다면 하필 그가 오겠는가. 하긴 모르지, 어지간히 세월도 흘렀으니 마음을 넓게 가지고 찾아오는지도.···)

《아니, 계속 그렇게 매달려 가겠습니까?》

운전사가 걱정스러운듯 제동을 밟았다.

《세우지 마시오.》 하고 최수광은 차에서 떨어졌다.

걸음발이 점차 떠지기 시작했다. 벌써 마지막 다섯번째 차가 그의 곁을 지나갔다. 그렇지만 아무리 애써도 착잡한 생각에서 쉬이 벗어날수 없었다. 리정과 작별하던 그 겨울밤이 떠올랐다.

(그때 리정이 뭐라고 했던가? 저를 위해 마음을 쓰지 말라고, 그게 부담스럽다고 했댔지. 지금은 그가 달라졌을가? 그대로일가?)

필경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리정이니까. 그렇다고 하여 지나간 일로 자신을 속박하고싶지 않았다. 당이 준 무거운 임무를 지닌 일군으로서 그런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있을수 없었다. 이제 그와 리정에게는 자령기계의 현대화라는 의무의 공통성이 남았을뿐이다. 그 의무에만 충실하면 된다. 더는 그를 위해 마음쓸것도 없고 남의 눈에 비굴하게 보일 필요도 없다. 나에게는 한개 공장의 운명이 지워져있지 않는가. 전에는 리정이라는 한 과학자를 내세워주느라 곡해를 받으면서도 애를 썼다면 이제는 자령기계를 당앞에 떳떳이 내세워야 하는것이다. 이렇게 결심하니 리정을 마주하기가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얼마쯤 더 가느라니 차들이 멈춰서있었다.

《왜 섰소?》

《저길 보십시오.》

설비부원이 앞을 가리켰다.

가마뚜껑처럼 약간 솟아올라온 둔덕길너머로 공장정문이 멀리 보이는데 숱한 사람들이 거기서 아물거리고있었다. 최수광은 공장의 분위기에 맞게 자신부터가 기분을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동차종대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웨쳤다.

《자, 출발합시다!》

공장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정문을 통과한 최수광은 첫 현대화대상으로 지목된 1기계직장앞에 차를 세우고 설비들을 부리우게 했다. 그리고는 《현대화공사지휘부》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휴계실에 들어가 전화로 도당위원회의 해당 부서에 설비접수정형을 보고했다. 전화를 놓으려다가 련하기계 사장동무가 아직도 도당에 있는가고 물었는데 그런 사람은 오지 않았다는것이였다.

《책임비서동지와 같이 갔다고 하던데요.》

《아, 책임비서동지는 지금 도당에 계시지 않습니다. 방금 전화가 왔댔는데 성간림산사업소에서 일을 보고 저녁에나 돌아올것 같다고 합니다.》 하고 전화를 받은 부부장이 알려주었다.

(성간림산에는 왜 갔을가?)

설비를 다 부리운 기사장이 싱글벙글하며 나타났다.

《처장동지.》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최수광을 책임자라고 부르지 않고 정식 직명을 불렀다. 《손이 단김에 바로 설비들을 생산현장에 앉힐가 하는데 나가서 좀 봐주지 않겠습니까?》

《허허, 콩밭에 서슬치겠군. 우리끼리라면 몰라도 련하기계에서 사람이 왔다는데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게 옳을것 같소.》

《기계를 보니 당장 돌려보고픈 욕심이 나 그럽니다.》

최수광은 젊은 기사장의 심정이 십분 리해됐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념려되는 리정과의 상봉을 더 부자연스럽게 만들고싶지 않아 좋은 말로 상대를 눅잦혔다.

리정은 날이 아주 저물어서야 나타났다.

연형묵은 도중에 떨어지고 혼자 차를 타고 왔다는데 마중나온 사람들이 여럿인데다가 날까지 어두워서인지 그는 최수광을 인차 알아보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