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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예장 《행복의 락원》의 실동훈련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엄중했다.

고무총탄력비행에 출연한 두 배우가 동작을 수행하다가 추락하여 크게 다쳤던것이다. 그들이 실려간 병원에서 알려온데 의하면 한명은 한쪽 발목과 무릎이 골절되였으며 다른 배우는 얼굴의 한쪽살갗이 벗겨지고 왼팔이 탈구되였다고 했다. 하도 저공에서 추락하였으니 그 정도이지 그 이상에서 사고가 났다면 돌이킬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번 하였다.

그 이튿날 오후, 림진우는 사고원인을 찾고 작품수습안을 토의하기 위하여 교예장 담당창작가들과 유관부문 인원들을 4호수문쪽에 위치하고있는 경기장회의실에 모이게 하였다.

회의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참가자들의 얼굴빛은 한결같이 어두웠는데 맨뒤에 앉은 강진호의 기색은 말이 아니였다.

《자, 그럼 시간도 없는데 사고원인을 빨리 찾고 작품을 살릴수 있는 방도를 다같이 모색해봅시다. 민기사동무.》

진우는 서두를 떼고나서 세번째 줄 가운데의자에 앉아있는 한사람을 불러세웠다.

《모의시험프로그람은 동무가 짰다니 어서 말해보시오.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오?》

얼굴이 기름하고 눈빛이 리지적인 30대 초반의 민기사는 침착하게 하나하나 설명하였다. 모의시험프로그람은 조선콤퓨터중심에 의뢰하여 그곳 전문가들과 합동하여 짠것이므로 과학적안정성은 충분히 담보할수 있으며 기재들도 실동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몇차에 걸쳐 엄밀하게 검열측정하였기때문에 이런 측면에서는 사고가 일어날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안목을 넓히고 투시해보면 사고가 일어날수 있는 요소들이 있긴 있습니다. 가령 기상조건도 그속에 얼마든지 포함될수 있지요. 저를 비롯해서 사실 우리들중 그저께 진종일 온 비에 대하여 심중하게 생각해본 사람이 있습니까.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이런 점에도 마땅한 주의를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다음은 머리가 한절반 벗어진 뚱뚱한 몸집의 측정원이 일어났다.

《민기사동무의 견해에는 물론 일리가 있지만 저의 의견은 탄력바에도 문제가 있다는겁니다. 보십시오. 우리가 쓰는 탄력바는 지난번 〈백전백승 조선로동당〉때부터 쓰던것이여서 수명이 지난것입니다. 그러니 이런것을 가지고 난도가 높은 동작을 수행하라는 그자체가 어불성설이지요. 그래서 저는 사고의 원인의 하나가 탄력바에 있다고 보면서 만일 교예장을 종전대로 살린다면 탄력바를 수입해오자는것을 제기합니다.》

《그건 안되오.》

림진우는 단마디로 일축해버리였다.

《나라는 지금 강성국가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그람의 세멘트, 한그람의 강철, 한와트의 전기까지도 금처럼 귀할 때란 말이요. 그런데 우리가 자체로 얼마든지 풀수 있는것까지 나라에 손을 내밀면 되겠소? 방도는 있습니다. 탄력바문제는 동무가 직접 새기술혁신분과와 토론하여 무조건 해결하시오.》

림진우는 이렇게 오금을 박아놓고나서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계속합시다.》

전압파동이 심하여 전동기가 제구실을 못해 사고가 일어났을수 있다는 가설, 탄력바를 지지해주고있는 드림선의 재질과 길이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 사고의 원인은 차츰 폭이 커지고있었다. 림진우는 그것을 들으며 자책감을 금할수 없었다. 얼마나 빈구석이 많은가. 사전에 이런것을 깊이 사색하고 관심을 돌렸더라면, 강진호에게만 맡겨두고 방임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것이다.

《저, 제 좀 말하겠습니다.》

열띤 론쟁과 주장들의 엇갈림이 한물 지였을 때 앞줄 맨끝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섰다. 훈련분과장이였다.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의 창작가, 상무보장성원들은 그를 가리켜 《치차호인》이라고 부르고있었다. 그것은 호인같은 웃음과 완만성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였다.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돼. 그래야 자기를 낮추고 사람들을 허심하게 대할줄 알게 되거던. 겸손과 웃음, 이건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는데서 만능의 무기요. 누긋하지 못하고 흥분하기 좋아하는 성격, 고집이 세고 과격한 성미, 이런걸 가지고있는 사람들이 잘되는것 하나도 없어. 그런 사람들은 신통히 높을 고는 좋아해도 그뒤에는 항상 쓸 고자가 따른다는걸 모르는 인간들이거던.》

이것은 언젠가 어떤 자리에서 그가 푼 생활철학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훈련분과장은 10여년전에 문화성산하 어느 한 단위의 일군으로 있을 때 사람문제를 잘못 처리한 일로 철직되여 다년간 로동현장에서 일하였다고 한다. 그런 생활체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몹시 중시하였으며 사업에 들어가서는 어떤 문제를 토론하든 여기저기 두루거리로 맞추기만 하고 절대로 심각하게 뿔을 세우는적이 없었다.

그러나 림진우는 그의 됨됨을 이전부터 미덥지 않게 보아오고있었다. 이 사람만 보면 년초에 훈련분과의 사업을 료해하는 과정에 분과장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외 전국근로자들의 노래경연에 림시 적을 두고 다니는것을 알게 되여 그를 불러다놓고 되게 질책한 일이 생각키웠던것이다. 《아리랑》 하나만 하자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노래경연에 적을 둔건 무슨 목적인가, 인간관계를 무난히 가져 뒤탈이 없게 한 다음 껄렁껄렁 돌아다니다가 기회를 봐가며 이곳저곳에서 쉽게 열매를 따먹자는건가. 림진우는 그때 훈련분과장을 이렇게 다불리고나서 곧바로 송수화기를 들어 대공연의 조명분과와 노래경연심사위원회에 붙어있는 그의 적을 다 떼버리였다.

림진우는 주석단책상우에 두손을 얹으며 훈련분과장을 재촉했다.

《말해보오.》

푸른색운동복을 입은 그는 일어서서 잘 비다듬어 넘긴 머리칼을 괜히 손빗질을 하며 례의 인상을 지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사고를 분석하는 동무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의 원인을 저는 단순히 기술실무적인 문제, 즉 기상조건이요, 탄력바요, 무슨 보장성원들의 협동동작 같은데서 찾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전 그것을 객관적인, 부차적인데서가 아니라 작품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참가자들의 눈길이 일시에 그에게로 쏠렸다. 그는 태연한 기색으로 계속했다.

《생각들 해보십시오. 처음부터 이 작품에 얼마나 의견이 많았습니까. 품이 어방없이 드는데다가 모험적인것이 강해서 다들 회의를 표시하지 않았댔습니까. 일은 결국 우려한대로 되고말았지요. 다시 해봤댔자 피장파장일겁니다. 제일 단순한 고무총탄력비행부터가 깨졌으니 앞으로 3단비행, 포탄비행은 무슨 수로 해내겠습니까. 전 승산없는 이 작품을 포기하고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부언하고싶습니다.》

잠시 회의실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짓수굿하고 책상 한끝을 응시하며 말없이 앉아있던 진우는 그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그럼 동무생각엔 작품수습방향을 어떻게 돌렸으면 좋겠소?》

《처음에 물망에 올랐던 작품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대로 하게 되면 순조롭게 될수 있습니다.》

《아니요. 그 작품은 좋은것이 못되오.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림진우는 완강한 어조로, 그러나 부드럽게 부정했다. 물망에 올랐던 그 작품이란 바닥대렬의 형상과 함께 군데군데 교예종목을 넣자는것이였다. 만일 이렇게 되면 《아리랑》의 전체 흐름이 단순하고 구태의연하게 되므로 진우는 그때 애초에 밀어버리였다.

《힘이 들더라도 집체적인 협의를 심화시켜 원인을 찾아서 이 작품을 살리는 방향으로 갑시다.》

《총연출가동지, 예술실무에 들어가서는 누구나 민주주의적인 태도를 가져야 옳지 않습니까. 엄중한 사고가 일어난 오늘에 와서까지 미련을 가지고 계속 내민다면 그건 창발적인 의견을 내리누르는것으로, 관료주의적인 사업태도로밖에 보지 않을수 없을것입니다.》

허, 저 사람이 그때 제 조카애가 창작했다는 작품이 밀려났다고 그리도 불만스러워하더니. 림진우는 쓰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눈길을 들어 객석을 더듬으며 진호를 찾았다.

《강진호, 동무가 담당자이니 어디 말해보오, 솔직하게 기탄없이. 어떤가, 작품이 될수 있겠나?》

질문을 받은 강진호는 구붓하니 숙인 어깨를 천천히 폈다. 그의 몸가짐에는 어딘가 고집스러운데가 있었다.

《오늘 여러 동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보니 담당창작가로서 준비를 착실히 못한걸 허심하게 반성하게 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어떤 법적, 행정적처벌도 받겠습니다. 총연출가동지, 동지들, 그렇지만 작품만은 포기하지 말아주십시오. 이 작품은 되는겁니다. 사고의 원인은 반드시 찾아내겠으니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여, 강진호동무.》

《치차호인》이 끼여들었다. 그는 진호쪽으로 아예 돌아서서 손세까지 써가며 열변을 토하는것이였다.

《하나 묻자우. 자기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기어코 살리겠다는건 좋아. 한데 동무의 혈관엔 피가 흐르나, 얼음물이 흐르나. 어쩌문 사람이 그렇게 랭혹할수 있어? 사고를 쳐서 생때같은 꽃나이처녀애들을 못쓰게 만들었으면 죄의식을 가지고있어야지 그냥 우겨? 사람의 생명이 무슨 기계부속품인가? 동문 그래 자기 누이동생이나 친척처녀라면 비행에 참가하라고 요구할수 있겠어? 가슴에 손을 얹고 어디 솔직히 말해보란 말이야.》

진호가 대꾸를 못하자 훈련분과장은 아주 득의만면한 인상을 짓고 좌중을 둘러보며 의자에 앉는것이였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삽시에 어두워졌다. 모험성이 다분한 작품, 실동훈련을 통하여 충분히 검증된 그것을 여전히 지지한다는것은 사람의 생명을 놓고 저울질하는것과 같다는 그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던것이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림진우는 두팔을 펴며 책상우를 벌려짚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거수가결로 채택하는 방법이 좋을것 같소. 나도 동무들과 동급의 자격을 가지고 가부에 참가하겠소. 오늘 회의결과에 대해선 당조직과 예술위원회에 그대로 반영하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진호동무의 작품을 지지합니다. 원인을 규명해서 강동무의 작품을 살리자는데 찬성하는 동무들은 손을 들어 표시합시다.》

《?》

그 순간 림진우는 전신이 싸늘해나며 갑자기 이름모를 서글픔과 고독감이 엄습해오는것을 느꼈다. 손을 든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행여나 하여 좌중을 둘러보았으나 보이는것은 그의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그와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의 얼굴을 안타깝게 더듬는 강진호의 얼굴이였다.

《오늘회의는 이만하겠습니다. 다들 돌아가서 일들을 보시오.》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회의를 끝내였다.

사람들이 헤여져간 회의실에는 공허한 정적이 깃들었다. 림진우는 홀로 남아 괴로움에 잠겨있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작품이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하고 모험성이 다분하지만 내용이 참신하고 혁신적이여서 초기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궁극에는 태반이 지지하지 않았는가. 뜻밖의 사고에 주접이 들었는가? 물론 생명안전에 대한 우려와 위구심은 리해할만 하다. 그렇지만 원인을 끝까지 밝혀보지도 않고 사고에만 집착하여 이때껏 품을 들여 준비한 작품을 포기하려들다니. 생각같아서는 총연출가의 권한으로 그냥 밀고나가고싶었지만 일은 이미 엎지른 물사발이였다. 여하간에 훈련분과장이 제기한 작품, 인해전술에 매달린 그런 작품을 가지고는 교예장을 제대로 형상하지 못한다.

림진우는 책상우에 널린 책들을 주섬주섬 거두었다.

《아이참, 여기 계신줄 모르고 온 경기장을 헤매고다녔네.》

진우가 고개를 들어보니 량볼이 발깃한 애어린 타자수처녀가 문가에 서있었다.

《왜? 연출실에서 또 긍정자료통계를 제때에 내지 못한거구만.》

《아닙니다. 부부장동지가 총연출가동지를 찾으라고 해서.》

《어디 계시나?》

《24호구앞에 계십니다.》

림진우는 처녀를 앞세우고 회의실을 나섰다.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를 맡아보는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차성규는 경기장 24호나들문에 서서 준비위원회의 일군들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진우가 다가가자 성규는 서둘러 그에게로 마주 걸어왔다.

《협의회결과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인사를 나누자바람에 차성규가 묻는 말이였다.

《잘 안되였습니다.》

림진우는 단마디로 서두를 떼놓고 동안을 두었다가 퍽 음울한 어조로 말해주었다.

《내 창작생활 50여년어간에 이런 일은 처음 당해봅니다. 나와 강진호동무를 내놓고는 다들 자신심이 없어하는군요. 반대하고있습니다.》

《리유는 무엇입니까?》

《글쎄, 그걸 딱히 몰라서 이러질 않습니까.》

그의 음성이 약간 높아졌다.

《제 너무 성급하게 거수가결방법을 내놓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 보기에는 사고가 큰 영향을 준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회의감이 있겠지요.》

《···》

《부부장동무도 어련히 알겠지만 작품창작과정이라는게 어디 순탄한 일입니까. 큰 작품일수록 더하지요. 이거 좀 도와주시오, 부부장동무. 진호작품은 됩니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그건 안되겠습니다. 내가 집단의 일치한 의사를 외면하고 다르게 태도를 취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차성규는 말끝을 흐리였다. 강진호에 대한 좋지 못한 반영, 거기에 림진우도 말려들고있다는 반영을 말하려다가 너무 이르지 않는가고 생각되였던것이다.

《어쨌든 그 문제는 후에 토론합시다. 그건 그렇고, 아침에 개성에서 전화가 왔댔습니다. 래일 아침 첫시간에 서울로 출발한다더군요.》

《저도 알고있습니다. 저녁에 렬차로 떠나야지요.》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갑시다. 오늘 마침 문화성경제선동대를 데리고 토지정리전투장으로 떠납니다. 첫 행선지가 황해도쪽인데 현지에 도착하면 그 차로 개성에 가게끔 이미 조직해놨습니다. 그 차를 리용하는 편이 렬차보다 빠를겁니다.》

림진우는 성규의 권고를 쾌히 받아들이였으나 그가 심중한 문제를 헐겁게 넘기는것은 달갑지 않았다.

그는 부부장과 헤여지자 곧바로 지하층의 기재훈련장으로 향했다. 떠나기에 앞서 강진호를 만나 고무와 신심을 주고싶었다. 그러나 진우가 찾는 강진호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