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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예장의 성공을 축하하는 《아리랑》참가자들의 열풍은 심의성원들이 앉은 연출석에도 미쳐왔다. 다들 그들처럼 박수를 치며 림진우에게 뜻있는 눈길을 보내였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차성규까지도 웃몸을 등받이에 기대며 흰이를 드러냈다. 젊은 부연출가는 한정미의 출연까지 성공하자 더는 못 참겠는지 벌떡 일어나 두주먹을 막 내흔들었다.

진우의 심정도 그들과 같았다. 강진호도 정미도 해냈으니 교예장은 성공한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탕개를 풀면 안되는것이다.

경기장바닥에서는 제3장 3경 《오직 한마음》이 흘러가고있었다. 림진우는 출연자들의 형상이며 조명의 감광도, 경기장천정의 전광장식들을 깐깐히 훑고나서 배경대에 눈길을 돌렸다. 언뜻 무엇인가 눈에 걸리는것이 있었다. 쌍안경의 렌즈를 조절한 림진우는 다시한번 살펴보았다. 또 148번자리였다. 저번의 실수는 인차 퇴치했는데 이번엔 허튼 색갈을 내들고도 잠잠하다.

《보오. 그 148번이 문제군. 무슨 일이 생겼나?》

림진우는 쌍안경을 부연출가에게 넘겨주었다. 부연출가는 그것을 들고 보다가 못마땅한 어조로 뇌인다.

《일이야 있겠습니까. 배경대 총지휘에 집중하지 않아서일겁니다.》

《그럴가. 한번 알아보오.》

대공무선전화기로 배경대지휘부를 찾는 부연출가의 음성이 들렸다. 몇분이 지나서 그는 결과를 알려주었다. 실수가 아니라 몸이 상당한 정도로 불편해서 그랬다는것이다. 소년을 초진한 보건분과의 담당의사는 후송을 해야겠다고 주장하는데 본인이 완강히 거절한다고 했다.

《148번이 누구요?》

《거 있지 않습니까. 장영수라고, 렴배복할머니의…》

《아 트럼베트를 잘 부는 학생? 그 애요?》

림진우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부연출가에게 일렀다.

《배경대지휘부에 말하오. 영수학생과 직접 통화할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요.》

 

148번자리에는 장영수가 앉아있었다. 영수는 아까부터 원인모를 아픔에 시달리고있었다. 제2장 《선군아리랑》의 1경 《내 조국의 밝은 달아》를 형상할 때부터였다.

왜 이럴가. 장영수는 고통스러운 속에서도 원인을 찾아보려고 생각을 굴리였다. 급성위장염? 이 병은 선천적으로 위장이 약하거나 식생활습관이 나쁘면 온다고 하던데. 내가 평시에 매운것을 좋아했기때문일가? 아니야. 그게 원인이라면 할머니나 엄마는 급성위장염을 백번도 더 걸려야 하지 않는가. 그들은 나보다 더 오래 매운것을 잡숴왔으니까. 혹시 아까 점심에 구운 도루메기를 뼈채로 그냥 먹어서 그런게 아닐가. (영수는 낮에 어머니네 소학교선생들이 손수 만들어보내준 지원음식들중 구운 도루메기가 맛있어서 혼자서 열마리나 넘게 먹었다.) 체, 엉터리야. 아픈 속에서도 제 짐작이 어리석어 피씩 웃음이 나왔다. 이전엔 명태반찬을 뼈채로 먹은적도 있었는데 뭐. 그래도 아무 일 없었잖아. 그러던 장영수는 또다시 온몸을 뒤트는 고통에 못이겨 신음소리를 냈다.

《영수, 뭘해?》

누군가의 손이 영수의 배경책을 더듬는다. 곁에 앉은 황태식이였다. 펀뜩 정신이 든 장영수는 실수를 알아차리고 황급히 제 카드를 찾아 배경책을 펼쳤다.

《더 아파?》

《오직 한마음》이 끝나고 암전이 되자 황태식이 근심스레 묻는다.

《으응- 으응- 야, 막 죽겠구나야.》

《그래? 야단났구나.》

어둠속에서 배경책을 부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지나서 담당의사와 수학분과장이 곁에 왔다.

《영수학생, 영수, 왜 그래요? 아까보다 더해요?》

《에-》

장영수는 세워든 배경책밑에 머리를 박은채 대답인지 한숨인지 모를 흐린 소리를 냈다.

《영수, 그 상태를 가지고는 안돼. 자, 어서 병원에 가자요, 응?》

보다못해 수학분과장이 안타깝게 권고했다. 녀의사는 아예 그의 몸을 그러안으며 재촉했다.

《선생님말이 옳아. 이러단 큰일 나. 가자요, 어서 일어나요.》

《야- 선생님들두 정말, 일없다지 않습니까. 쪼꼼만 참으면 되는데.》

영수는 고통스러운 속에서도 녀의사의 손을 풀며 가볍게 짜증을 냈다.

《그러지 말구 아까보다 더 쎈 약이나 있으문 주십시오.》

한숨소리, 이걸 어쩌나- 하는 외마디. 그다음 딸깍 하고 쇠맞단추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팔을 걷어올려요.》

영수는 걷어올린 팔을 녀의사에게 내밀었다. 무슨 주사인지 온몸을 쑤시고 찌르던 고통이 슬며시 잦아들며 한결 편안한감이 들었다.

휴대용확성기곁에 놓여있는 전화기에서 호출음이 울렸다. 중대정치지도원이 들었다가 그것을 녀의사에게 넘겨준다. 누구에게 하는지 녀의사는 구급대책을 설명하며 일레으스(급성장불통증)라는 귀선 낱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것이였다. 곧 그 녀자를 책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수는 자기가 고집을 부린탓에 의사선생님이 욕을 받는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녀의사는 몇마디 더 하고나서 송수화기를 영수에게 내밀었다.

《받아요. 총연출가선생님이야.》

 

무엇인가 이상한 기미를 챘는지 차성규며 원석현이 그리고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자주 진우를 눈여겨본다. 뭇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것을 감촉한 림진우는 대공무선전화기를 바꿔들며 웃몸을 숙이였다.

《영수학생, 내 말이 잘 들려?》

《예.》

《영수는 아무래도 안되겠어. 우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자. 알겠지?》

《싫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소년이였다.

《조금만 있으면 총시연회가 끝나겠는데 견디여내겠습니다.》

《고집쓰지 말고 의사선생님말대루 하라구. 학생의 병이 아주 중해. 죽을수도 있어.》

《그럼 내가 맡은 종장형상은 누가 합니까?》

진우는 할말이 없었다. 종장형상의 기본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영상과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장군 만세!》 라는 글자를 배경대에 정중히 모시는것이였다. 이 형상은 다른 장, 경의 형상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최대의 집중력과 숙련을 요구하고있었으므로 대대는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고, 후보자체를 두지 않고 훈련하여 완성했다. 때문에 실제로 영수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었다.

《것보십시오.》 이번의 목소리는 퍼그나 강기있게 울려나온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총시연회가 끝나면 인춤 병원에 가겠습니다. 어떻게든 이겨내겠습니다.》

《영수, 영수학생.》

림진우는 거퍼 장영수를 불렀으나 소년은 배경대형상시간이 되여와 그런지 아니면 더이상 말을 못하겠다는 뜻인지 제잡담 송수화기를 놓아버리는것이였다. 커다란 충격이 흉벽을 두드렸다. 그래서일것이다. 태양상과 존함에 자그마한 흠이라도 생기면 안되겠기에.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차성규가 몸을 돌리며 묻는다.

《예, 이거 큰일 났습니다.》

림진우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차성규는 안정시키려는듯이 진우의 손을 잡으며 다른 손으로 경기장바닥을 가리켰다.

《대책을 세웁시다. 내가 조직할테니 총연출가동문 총시연회에 신경을 써주시오.》

잠시 연출석에는 가벼운 혼잡이 일어났다. 림진우의 귀에는 구급차대기, 적십자종합병원에 수술의뢰, 담당의사와의 상시적인 련계라는 낱말들이 들려왔다. 진우는 될수록 침착해지려고 애쓰며 전처럼 공연흐름을 주의깊게 살폈다. 그래도 불안하기만 했고 흘러가는 시간이 더디게만 여겨지는것이였다.

영수도 시간의 흐름을 야속히 여기고있었다. 약기운이 약해지면서 아픔이 심해지기 시작하였던것이다. 이제는 도수를 넘어 숨이 찼고 머리가 어지러워났으며 눈앞이 자주 흐려왔다. 영수는 아래입술을 꽉 깨물며 배경책의 두끝에 손을 벌려잡았다. 그는 고통을 이겨내느라 아래입술이 짓이겨진것도, 온몸이 땀으로 물주머니가 된것도 알지 못하였다. 더우기 자기의 병이 급성장불통증이라는것, 이대로 그냥 방치해둔다면 어떤 불상사가 생기리라는것을 알지 못하였다. 소년의 머리에는 오직 아픔을 이겨내고 맡은 형상과제를 끝까지 해내고야말 초인간적인 의지만이 차있었다.

어느덧 암전이 해소되였다. 경기장바닥에 거대한 조선지도를 그리고있던 통일장출연자들이 다음형상에로 넘어가고있었다. 영수는 한회, 한회를 부르짖다싶이 세가며 펼쳤다. 286, 통일렬차. 287, 백두산 한나산그림. 289, 글자 《피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이 땅도 하나》, 《애국도 하나》. 290, 글자와 그림 《우리 민족끼리》, 연푸른 하늘빛의 조선지도. 아, 통일장이 끝났구나.

《배경대 전체 주의.》

휴대용확성기들에서 배경대총지휘자의 엄숙한 구령소리가 울려나왔다. 마주 바라보이는 커다란 전자막에서 수자가 불시에 바뀌여진다. 장영수는 아앗 하는 소리를 치며 배경책을 펼쳤다. 몇분이 지나서 다시같은 소리를 치며 다른 페지를 펼쳤다.

영수는 눈부리에 한껏 힘을 주며 펼쳐든 배경책을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유지만 하면 된다. 이제 쪼꼼만, 쪼꼼만 더, 하나, 둘, 셋, 넷. 아, 됐구나. 그런데 책이 어째서 접혀지지 않을가. 이 손이 왜 펴지지 않을가. 주위는 왜 어둑어둑해나며 경기장은 어째서 흔들거릴가. 사람은 이렇게 죽을가. 죽음, 그럼 혹시 내가?

웬일인지 지나간 일들이 책장을 후르르 번지는것처럼 빠르게 떠오른다. 한여름밤의 구역소공원, 아늑한 식사홀, 열변을 토하는 김중철, 역전공원에 운집해있던 군중, 역의 쇠울타리들, 애정겹게 울려퍼지는 트럼베트선률, 그런가하면 수백밤을 하루와 같이 아들을 기다려 봉화산려관앞에 서있던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고, 그 언젠가 뻐스에서 나팔을 안 분다고 두덜대던 친구, 까만 체육모를 뒤로 제빠듬하게 쓴 황태식의 얼굴이 보이는가 하면 할머니며 아버지, 지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자기에게 항변하는 어린 동생의 모습도 상기되는것이였다. 그럼 내가 죽는단 말인가.

《어머니! 영아야!》

영수는 갑자기 더럭 겁이 나 있는 기력을 짜내여 힘껏 소리쳤다.

《태식아! 선생님!》

허나 소년은 제 목소리가 남들에게는 모기나는 소리만큼도 들리지 않는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

영수는 의식을 차리였다. 그는 배경책에 얹었던 머리를 들어 흐려오는 눈에 정기를 모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급동무들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배경대전체가 종장 《강성부흥아리랑》의 주제가를 따라부르고있었다. 총시연회가 제대로 되였구나. 그래서 너무 기뻐 노래를 부르는거야. 영수도 부르고싶었다. 머리를 힘없이 얹으며 중얼중얼 입을 놀리였다. 무릉도원 꽃펴가니 흥이로다 아리랑, 제힘으로 세워가니 멋이로다 아리랑, 장군님의 손길따라…

《아리랑》이 완성되였으니 아버지장군님께 보고를 드리겠지. 누가 할가. 그건 부부장선생님이 하게 될거야. 중앙당에 계시니까 아무때건 아버지장군님을 만나뵈올수 있거던. 아니야, 보고는 반드시 총연출가선생님이 하게 돼. 그 선생님은 《아리랑》을 총책임진데다가 아버지장군님께서 잘 아시고 그래서 많이 만나주셨다잖아. 혹시 참모장선생님이 알려드릴지도 몰라. 그분도 총연출가선생님처럼 장군님을 여러번 만나뵈온 사람이니까. 에이 참, 아무튼 아버지장군님께 보고를 올리는 선생님은 얼마나 좋을가. 부러웠다. 그들만이 아니라 김중철이도 부러웠다.

흥, 한데 난 이게 뭐야. 총시연회가 끝나면 병원에 입원하는 꼴이 될텐데. 한달, 두달? 어쩌면 더 될수도 있어. 정말 그사이에 장군님께서 《아리랑》을 보러 나오시면 난 뵙지 못할수도 있어. 그럼 어쩌나… 하긴 뭐 괜찮아. 도망쳐나오면 되니까. 아! 난 언제면 아버지장군님을 만나뵙게 될가. 장군님께서 《아리랑》을 보러 나오시는 날은 언제일가.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구나. 못내 기다려졌다. 못내 그리웠다. 그러자 어제 밤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일들이 또다시 한꺼번에 떠오르며 목이 메여오는것이였다.

아버지장군님,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영수는 물기에 젖은 속눈섭을 들어올리며 애바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뵙고싶어요.

그때에야 비로소 주위의 사람들은 인사불성이 된 그를 발견하였다.

《영수야!》

《영수동무!》

《노래를…》

영수는 안깐힘을 쓰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탁했다.

《노래를 계속…》

더 이을수 없었다. 초인간적인 긴장과 의지가 풀어지자 여태껏 그에 눌리워있던 고통이 순간에 일격을 가했던것이다. 영수는 배경책을 안은채 천천히 모재비로 쓰러졌다.

 

대공무선전화기가 빨간 불을 파들거리며 주인을 호출했다. 차성규며 석현을 비롯하여 주위의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리로 쏠렸다. 진우는 일어서며 서둘러 손을 뻗쳤다. 송수화기를 들어 알아보니 녀의사는 후송중이라고 한다.

믿어지지 않는다. 방금 소년과 이야기를 나는 다음 흐른 시간은 기껏해야 10분이나 되였겠는지. 그 짧은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길수 있는가, 그 짧은 시간에.

진우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하긴 아까 녀의사가 말해주기를 영수는 거의 한시간전부터 아픔을 참아왔다지 않는가.

독한 녀석같으니, 애초에 아픔을 호소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번져지지 않을것이 아닌가. 담당의사도 중대를 보는 교원들도 한심하다. 늦게라도 알았으면 손을 써야 할게 아닌가. 그들은 도대체 뭘하고있었는가. 아니, 림진우는 자기를 타매했다. 이게 무슨 망녕된 생각인가. 세상 고결한 인생을 두고, 그래 영수가 구급치료에 응하면 살수 있다는것을 모르는 철부지였단 말인가. 담당의사도 교원들도 알았을것이다. 왜 소년이 고통을 참아가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는가를. 무엇때문에 자기들의 권고를 한사코 뿌리치며 제 위치를 지켰는가를.

《뭐라고 합니까?》

아득히 먼곳에서 들려오는듯 한 목소리에 진우는 눈을 들었다. 차성규같기도 하고 원석현이 같기도 하고 두세개의 얼굴이 얼른얼른 비껴든다. 진우는 망연자실한 어조로 뇌이였다.

《갔답니다.》

《누구 말이요, 어디로?》

《영수가, 병원에.》

그래, 영수는 후송되였지. 그런데 나는 왜 이러는것일가. 이보다 더 한 일을 겪어본 내가 어째서 이럴가. 내가 잘 아는 소년이여서? 혹은 내가 맡은 《아리랑》에 출연하는 소년이여서?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분명히 어린 한 인간의 생사를 놓고 응당히 가지게 되는 우려와 불안, 동정과 련민보다 더 큰 감정, 그 이상을 훨씬 초월하는 성스러운 감정에 휩싸여있지 않는가. 무엇일가. 그것이 무엇일가.

《총화를 해야지요.》

총화라니?!진우는 여전히 묻는듯 한 눈으로 성규를 쳐다보다가 그제야 말뜻을 리해했다. 총시연회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출연자들에게 결과를 알려주게 되여있었던것이다.

《못하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진우는 차성규에게 량해를 구했다.

《미안하오만 부부장동무가 좀 해주시오.》

성규는 그러는 진우의 등뒤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입을 뗐다. 그 역시 힘들어하는것 같았다.

《그러면 경우가 안됩니다. 출연자들이 총연출가동물 기다리고있지않습니까. 정 힘들면 한마디만 하십시오.》

나섰다. 마이크를 들었다. 출연자들의 눈길이 그에게로 쏠렸다. 무엇을 말해야 한단 말인가.

배경대의 영웅소년 장영수를 떠올리니 격정이 꽉 솟구친다. 목이 잠기였고 눈굽이 더워났다. 림진우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늘 총시연회는 성과적으로 진행되였습니다. 드디여 우리는 당에 보고를 드리고 일정에 따라 공연에 들어갈수 있게 되였습니다. 지금 이시각도 멀고험한 전선길에 계실 장군님께서, 우리 장군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저는 총시연회를 성과적으로 치른 기쁘고도 기쁜 오늘의 이 자리를 빌어 위대한 장군님을 그리는 마음을 안고 하루를 백날천날맞잡이로 보내며 훈련을 다그쳐온 동무들에게, 오직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결사관철할 일념만을 안고 〈아리랑〉의 완성을 위해 모든것을 바쳐온 동무들에게 열렬한 축하를 드리고싶습니다.》

우뢰와 같이 터져오르는 박수소리. 박수가 멎는 참에 바닥에 운집해있던 출연자들속에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노래는 바닥대렬을 휩싸안고 빠른 속도로 배경대참가자들속으로 퍼져올라갔으며 이내 연출석의 사람들도 거기에 휘말려들었다. 배경대며 연출석, 바닥과 관람석이 통채로 뒤설레였다.

무슨 노래일가. 누가 먼저 불렀을가.

 

시내물 굽이굽이 어데로 가나

넓고넓은 저 바다 품으로 가네

내 마음 훨훨 어데로 가나

구름너머 그리운 장군별님께

 

본능적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던 림진우는 불현듯 치미는 숭엄한 감정에 이끌려 아늑히 휘늘어진 검푸른 대공에 눈을 주었다. 새삼스럽게 들었던 의문이 드디여 속을 푹 적시며 후련하게 풀리였기때문이였다.

그리움이였다. 아버지처럼 모시고싶고 어머니처럼 따르게 되는 그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로동신문을 펼쳐들고 더듬어찾게 되는 우리 장군님의 소식. 오늘은 어디 가셨을가,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밤도 그분께서는 어디로 가고계실가, 가시는 길에 눈바람, 비바람이 혹시 세게 불지는 않는지, 다난한 국사에 몰려 줴기밥이나마 건느시지 않았는지, 한숨 쪽잠이라도 드셨는지 하는.

이것은 뜨는 해, 지는 해를 맞고보내며 아무쪼록 안녕하시기만을 간절히 바랐던 인민의 한결같은 심정이 아니였던가. 그리고 이것은 때없이 험하고 사나운 전선길을 념려하며 삼가 안녕을 바라는 이 나라 사람들의 하나와 같은 념원이 아니였던가. 이 성스러운 감정은 또한 우리들 개개인의 운명과 미래를 맡아안았을뿐더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한몸에 맡아안으시고 생을 불같이 사시는 그분, 넋을 깡그리 불태우시는 우리들의 김정일동지에 대한 존경과 신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움에만 머무르면 그것은 한갖 세태적인 감정일따름이며 지어는 일종의 가식적이고 가변적인 감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동과 실천으로 표현하여야 하며 땀과 노력을 들인 창조물을 가지고 말해야 하는것이다. 필요하다면 생명도 내댈줄 아는 사람만이 장군님을 진심으로 그리워했다고 말할수 있는것이다.

그리움! 한 인간이 이 숭고한 감정을 가지고있을 때 그는 얼마나 크나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가. 바로 그렇다. 영수가 그러했다. 소년은 자기의 희생적인 행동으로 《아리랑》출연자들의 정신력의 근저에 무엇이 깔려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무엇이 이 나라 천만군민으로 하여금 력사의 모진 풍파를 짓부시며 강성대국건설에 산악같이 떨쳐나서게 했는가를 자기의 행동으로 립증하였다. 그래서 소년의 소행이 비상히 아름답고 비상히 고결한것으로 느껴지는것이 아닌가.

림진우는 속으로 뇌이였다. 그리고 웨치고싶었다. 영수야! 너는 평범한 소년이다. 허나 네가 어떤 사람인가를 이제 너의 학급과 모교가 알게 될것이다. 너는 곧 《아리랑》의 존경을 받게 될것이며 인민이 알고 조국이 잊지 않는 사람이 될것이다.

그건 왜 그런가. 너는 위대한 장군님을 진정으로 그리워했기때문이다. 또 너는 우리 시대만이 아니라 영원히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수령결사옹위정신을 체현했기때문이다. 사랑스러운 소년아, 존경하는 영수야, 노래를 부르자꾸나. 너를 더없이 고결한 인간으로 키워주고 너의 생을 세상 빛이 나게 해준 저 노래를.

 

새들은 저 산 넘어 어데로 가나

보금자리 정다운 품으로 가네

내 마음 훨훨 어데로 가나

구름너머 그리운 장군별님께

 

경기장은 여전히 그리움의 송가로 불도가니처럼 끓어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