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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중앙위원회 회의장의 널직한 대기실은 은은하게 흐르는 희푸른 조명빛이며 커다란 창문을 비스듬히 가리고있는 푸른 참대화분때문인지 무척 아담하고 정갈했다.

림진우가 정해진 시간에 도착했을 때 대기실에는 몇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우는 한쪽구석의 팔걸이의자에 앉아 머리속에 기억된 《아리랑》 훈련진행정형들중 빠진것이 없는가를 속으로 재검토해보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왔다.

무심하게 그들을 일별하던 림진우는 김준남당중앙위원회 비서가 들어서는것이 눈에 띄우자 움쭉 어깨를 일으켰다. 현실체험을 나갔다가 개천-태성호물길공사장의 주요전투장인 대각언제에서 그를 만난지 두달도 채 못되였는데 그간 계속 현장에 있었는지 준남비서의 기름한 얼굴은 해볕에 타서 검스레하였고 입술에는 물집이 져있었다. 그도 진우를 알아보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천지개벽〉장이 멋있게 완성되였다지요?》

인사를 나는 뒤끝에 준남비서가 묻는 말이였다.

《왜 〈천지개벽〉장뿐이겠습니까. 비서동지덕분에 〈눈물젖은 두만강〉이랑 괜찮게 되였지요.》

《〈눈물젖은 두만강〉이라니요?》

《아, 거 있지 않습니까?》

림진우는 대각언제전투장에서 어느날 밤엔가 준남비서가 들려준 이야기를 꺼냈다.

그밤 준남비서는 전투원들의 요청으로 김정일동지의 력사적인 로씨야방문기간에 있었던 가슴뜨거운 사연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속에는 렬차가 하싼을 떠나 두만강철교를 건늘 때 두만강을 감회깊게 바라보시며 민족의 어제와 오늘을 두고 하신 그이의 교시내용도 있었다.

《그걸 들으니까 글쎄 배경대그림과 바닥형상이 제꺽 잡히더란 말입니다.》

《오, 그거 말입니까? 원, 예술가들이란 참.》

준남비서는 사람좋은 인상을 지으며 웃었다.

《한데 여긴 어떻게 오셨소?》

《저도 회의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요?!》

준남비서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뭐라고 다시 물으려다가 부부장이 곁에 와 뭐라고 낮은 어조로 알려주자 그럼 하고 눈인사를 하고는 회의장에 들어가는것이였다.

한참 있느라니 왜 그런지 부자연스러웠다. 대기실 여기저기에 모여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거의나 상급이상 간부들이였으며 지금 막 들어서는 사람들 역시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책임일군들이였던것이다.

회의준비때문에 분주히 나드는 당중앙위원회 일군을 내놓고는 예술가는커녕 예술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개중에는 더러 면식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진우에게 눈인사나 하고는 곧 자기들의 이야기에 열중하는것이였다.

내가 여기에 왜 필요한가. 림진우는 불시에 외토리가 된것 같이 여겨져 앉아있기가 불편해났다. 어쩐지 푼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있는것 같기도 하고 경우에 닿지 않는 일을 당한것처럼 생각되는것이였다.

한참후에 림진우는 쓸데없이 신경을 쓰는 자기를 책망하며 등받이에 편안히 웃몸을 기대였다. 그는 대기실의 웅성이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일군들이 나누는 이야기속에는 황해남도의 토지정리와 개천-태성호물길공사를 비롯하여 그도 알고있는 나라의 중요대상공사들도 간간이 섞여있었는데 그밖에는 귀에 선 전문술어들이 많아 리해하기 힘들었다.

《글쎄 이나저나 전기가 문제 아니요. 상동무도 아시겠지만 탄광을 제대로 돌리자고 해도 전기, 바로 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단 말이요. 우리에겐 예비가 부족합니다. 상동무, 그러니 농업부문에 할당된 추가전력외에는 조금도 넘겨다볼 생각을 아예 마시오.》

곁에서 느닷없이 큰 목소리가 들려와 눈을 돌려보니 중키에 체소한 몸집의 전기석탄공업상(당시)이 농업상에게 열을 올리고있었다.

전기라! 림진우는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되뇌이였다. 그러자 전기라는 그 한마디에 불뭉치같은것이 속에서 올려미는것이였다. 아무 거동도 없는 아빠트소공원의 분수대, 때없이 멎어서는 궤도전차, 컴컴한 가로등이며 거리들을 보며 가슴이 미여지게 아파나던 일이 스쳐지나간다. 일요일이면 해가 저물도록 집에 올라갈념을 안하고 소공원에서 뛰여놀던 어린것들이 창문이 번쩍 하고 밝아지자 큰소리로 불이 왔다고 소리치며 아빠트현관쪽으로 와- 하고 달려가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약한 전압때문에 그 자그마한 뽐프장의 물도 푸지 못해 저녁이면 안해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오르내리며 물을 긷던 생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암, 그렇지 않구. 결정적으로 전기가 풀려야 해. 림진우는 그들의 화제에 끼여들어 전기석탄공업상을 편들어주고싶었다. 전기가 많으면 쌀이나 석탄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 풀리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오늘회의에선 뭐니뭐니해도 전기문제가 우선 토의되여야 할것이다.

다음순간 림진우는 그들에게 향했던 눈길을 슬며시 거두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오늘회의는 나라의 경제문제를 토의하는 회의임은 분명한데 《아리랑》 총연출가가 여기에 무슨 필요가 있는가. 혹시 회의에 참가하게 된것은 내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여서 그런가. 대의원이 아닌 사람들도 있는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고. 또다시 짙어지는 의혹이였다.

이때 대기실로 댓명의 장령, 군관들이 들어서는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림진우는 그들속에 있는 박철건을 알아보고 반가움에 차서 웃몸을 일으켜세웠다. 인사를 나누고나서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였는가고 중을 떠보니 철건은 그저 군인이야 명령대로 움직일따름이지요라고 대답하는것이였다. 림진우는 그가 알고있으면서도 명령에 빙자하며 진속을 터놓지 않는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박철건이 역시 회의내용을 모르고있었다. 철건이 받은 명령은 부대의 기동준비를 완료하고 본인은 평양에 올라오라는것, 차후명령은 회의뒤끝에 받게 된다는것이였다.

《〈조선의 태권도〉 (2장 《선군아리랑》중에서 4경의 제목) 가 잘 됩니까?》

박철건의 물음에 진우는 골살을 찌프리였다.

《동무네 부대군인들이 돌아가자마자 도루메기가 되고말았소. 박력이 도제 없는데다 째이지 못했거던.》

《속성훈련기간이 짧은데다가 비전문가들이 태반이여서 그럴겁니다.》

《글쎄, 그래서 우린 몇곳만이라도 전문가들을 써볼가 해서 해당 기관에 공문을 띄웠는데 아직 소식이 없구만.》

《자, 이젠 회의실에 들어들가셔야겠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일군의 우선우선한 음성이 울리였다. 여기저기에 모여서있던 사람들이 회의실의 나들문쪽으로 움직이였다.

《저, 부부장동무.》

림진우는 주춤거리다가 곁을 지나치는 일군을 불러세웠다.

《오늘 무슨 회의를 하게 됩니까?》

《나도 모릅니다.》

《?》

《한데 왜 그럽니까. 어디 몸이 편찮은데라도 있습니까?》

림진우는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라 내가 회의참가대상이 맞긴 맞는가 해서 그럽니다. 혹시 다른 동무와 내 이름을 삭갈리지 않았는지.》

《아, 그것때문에 그랬군요.》

일군의 눈가에 미소가 흘렀다. 그는 손에 든 문건에 손바닥그루를 세번 박고나서 그에게 말했다.

《왜 없겠습니까. 여기 명단에 있습니다. 그러니 지체말고 어서 들어가십시오.》

《?》

의혹은 더 진하게 짙어진다. 림진우는 그것을 끝내 풀지 못한채 자신없는 거동으로 나들문을 열었다.

잠시후.

정적이 깃든 회의실로 전설적인 야전복차림을 하신 김정일동지께서 들어서시였다.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당과 국가의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시느라 잠간 지체하신 그이께서는 곧 활달한 거동으로 연탁앞에 나서시였다. 장내를 둘러보시던 김정일동지의 시선은 림진우에게 와멎었다.

《림진우동무, 신상에 무슨 일이 있소?》

《아닙니다, 장군님.》

《그런데 왜 앉아있는 자세가 불편해보이오. 마치 소박맞은 며느리같구만. 그옆의 동무처럼 자신만만하게 허리를 쭉 펴고 틀지게 앉소.》

림진우는 옆의 장령의 앉음새를 여겨보며 서둘러 몸자세를 고쳐했다.

《사실 오늘은 동무가 주인공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토론준비를 잘해두시오.》

다시 부드럽게 권고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연탁가장자리에 두손을 얹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지극히 평범한 어조로 첫 말씀을 올해 1.4분기에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이룩한 투쟁성과를 언급하는것으로 떼시였다. 장내에는 김정일동지의 열정적인 음성이 력동적으로 퍼져갔다.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이룩된 이러한 성과는 곧 민족의 주체를 더욱 강화하고 혁명과 건설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우리 공화국과 전체 조선민족이 력사앞에 지닌 자기의 사명을 다하게 하는 확고한 물질적토대, 진정한 전진운동을 떠밀고나가는 힘있는 추동력으로 되게 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혁명의 전진도상에는 의연히 엄중한 도전이 가로놓여있으며 그것은 해가 가고 세기가 바뀐 오늘에도 감소되고 약화되는것이 아니라 더욱 큰 세기와 진폭을 가지고 앞길을 막아나서고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적중한 실례는 〈반테로전쟁〉의 이른바 전세계적인 확대라는 미명하에 정초부터 우리 공화국을 악의에 차서 비방중상한 미국정치인들의 행위며 조선반도를 둘러싼 예측하지 못할 군사적긴장상태를 두고 충분히 설명할수 있습니다.》

화제를 바꾸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최근 더욱 극단적으로 기울어지는 미국의 대조선정책동향과 날로 로골화되고있는 군사적움직임을 일목료연하게 분석하시였다.

테로란 원래 강권과 패권주의, 분립주의, 사회질서의 극심한 혼란과 피페해진 인륜도덕을 비롯한 온갖 정치적반동과 제도적모순이 산생시키는 응당한 산물인것이다. 수령과 당, 인민대중이 한마음한뜻으로 뭉쳐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테로란 상상조차 할수 없다. 대외적으로도 우리 나라는 자주, 친선, 평화를 자기의 대외정책으로 삼고 그것을 성실히 리행하고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를 타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비법적인 무장공격행위에 가담하고있는 나라, 그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있는 그 무슨 《테로지원국가》라고 떠드는것은 참으로 허위와 모순에 찬 또 하나의 날조극이 아닐수 없는것이다.

우리는 테로를 반대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인류의 소원을 존중한다. 때문에 공화국은 이미 오래전에 우리에게 부합되는 반테로관련 주요 국제협약들에 서명하는것으로써 인류와 국제사회앞에 지닌 자기의 의무를 다하였다. 또한 우리는 9. 11사건의 피해당사국인 미국과 진지하게 마주앉아 테로를 반대하는 립장을 일치시키고 이 문제에서 서로의 리해를 깊이하였으며 결과 협정을 체결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세계앞에 우리 공화국의 투명도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미국이 최근 우리와 한 모든 약속들을 뒤집어엎고 정세를 전쟁접경으로 몰아가는 한편 고위정치인들이 줄줄이 나서서 우리 공화국을 헐뜯는 참을수 없는 망발을 늘어놓고있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공화국의 날로 높아가는 대외적권위와 영상, 우리 인민의 심장속에 깊이 뿌리내린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의 생활력과 견인력을 깎아내리여 우리 나라를 정치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도덕륜리적면에서도 환영할수 없는 국가라는 선전공세를 펴서 국제사회의 광범한 동정과 지지, 공감을 얻은 다음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기 위해서인것이다. 그와 동시에 지난 세기의 마지막해인 2000년에 있은 력사적인 6. 15북남공동선언발포로 민족의 대단합을 이룩하고 자주적발전의 길을 힘차게 걷고있는 우리 민족의 전진운동을 파탄시켜보려는 어리석은 기도도 깔려있는것이다.

《주지의 사실은 과거에도 그러했던것처럼 오늘도 래일도 미국의 대조선정책의 기본골자는 힘의 립장이며 그들은 그에 의거한 방법만이 우리 공화국을 압살할수 있다고 주장하고있는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제창하고 존중하는 힘이란 무엇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계속하시였다. 그이의 어조는 마치 생활적인 좌석에서 이야기하시듯 담담하였지만 그속에는 저력이 깔려있었다.

《1960년대초에 인류는 주요대국들, 특히 미국이 보유하고있는 핵탄두수와 그의 파괴력의 크기를 공개한 어느 한 과학자의 론문을 읽고 무서운 공포에 휩싸였던적이 있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대국들이 가지고있는 핵탄두의 파괴력은 몇십메가톤급이 아니라 몇백을 릉가하며 거기서 2분의 1은 미국이 보유하고있는데 그만한 량이면 이 지구를 순식간에 초토화해버릴수 있는 핵겨울을 몇십번이나 만들수 있다는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40여년전의 공개된 자료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것입니다. 그때로부터 해마다 랭전을 구실로 또는 군축의 막뒤에서 대량살상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미국이 오늘은 얼마만한 핵무기를 보유하고있으며 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것인가는 충분히 상상할수 있을것입니다. 미국이 등대고있는 힘이란 다름아닌 이것입니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제국이라 자칭하고 유일초대국이라고 자처하며 세계무대에서 강권과 패권주의를 일삼는것은 미싸일과 항공모함, 전략폭격기와 함께 바로 이 핵무기가 있기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떠드는 핵무기를 릉가하는 근본적인 힘은 없는가. 〈핵선제공격〉을 제창하며 나라와 민족의 자주성은 물론이고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이들의 도발을 짓부셔버릴수 있는 힘은 과연 우리에게 없는가, 있습니다.

어제날의 약소민족을 오늘은 누구도 함부로 감히 건드릴수 없는 강대한 민족으로 만든 사상정신적, 륜리도덕적기초인 일심단결, 수령과 당, 군민이 사상도 뜻도 의지도 지어 숨결까지도 하나로 뭉쳐진 이 일심단결이야말로 세상 가장 위력한 힘인것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우리는 핵무기는 물론 그이상의것도 얼마든지 만들어낼수 있으면 군사력을 튼튼히 다져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얼마든지 믿음직하게 수호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동무들에게 가증되는 미국의 반공화국침략책동을 짓부시고 민족의 자주적운동을 계속 힘있게 전진시키기 위하여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보장대책문제를 오늘 협의회 첫 의제로 하자는것을 제의합니다.》

《!》

순간 이때껏 필을 달리며 김정일동지의 교시요지를 적고있던 협의회참가자들은 일시에 눈을 번쩍 드는것이였다. 림진우는 너무 놀라 귀를 의심하며 저도 모르게 웃몸까지 엉거주춤 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진우의 이름을 부르시며 앞으로 나와 《아리랑》이 처해있는 현실태를 숨기지 말고 그대로 이야기하라고 이르시였다. 그다음 진우는 자기가 연탁에 나서서 어떻게 실태보고를 하였는지 아리숭하였고 그저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

 

협의회가 끝난 뒤 림진우며 박철건은 김정일동지의 부르심을 받고 장비부문의 일군들과 함께 대기실로 들어갔다.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는 내각에서 내려오면 현지료해를 깊이 할수 있게 사전준비를 잘해놓아야 하겠소. 동무들을 따로 남으라고 한것은 〈아리랑〉의 동기훈련과 관련하여 내가 직접 동무들에게 구체적인 임무를 주기 위해서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엇가로 끼였던 한팔을 푸시며 최문성부국장을 맨처음 부르시였다.

《동무네는 한주일내로 5월1일경기장지붕과 각 호구들에 방풍장치를 하여 훈련장에 단 한점의 바람도 스며들지 못하게 하시오. 자재문제가 제기될수 있는데 그것은 비축해놓았던 특수방수천을 돌리면 될것입니다. 훈련장 내부온도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대형전열기 역시 동무네 부서가 맡아서 해결해주도록 해야 하겠소.

림진우동무, 동무네가 제출한 공문내용을 보고받았습니다. 한데 소극적이요. 소수의 전문가들을 가지고 부분적인 대목형상에나 력점을 찍어가지고는 2장 4경 〈조선의 태권도〉만이 아니라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주제해명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할것입니다. 〈조선의 태권도〉의 형상은 인민군대가 직접 맡아 훈련을 주어야 응당한 수준을 보장할수 있습니다. 박철건부대장.》

철건은 그이께서 자기쪽으로 몸을 돌리시자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부대의 작전구역은 5월1일경기장. 24시간내로 기동전개를 끝마치고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에 보고하시오. 지금 이 시각부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이 시연회를 성과적으로 마칠 때까지 동무의 직속상관은 림진우총연출가동무요.》

《알았습니다.》

《동무도 방금 협의회에 참가해서 〈아리랑〉의 중요성을 깨달았을거요, 또 그걸 알라고 협의회에 참가시킨것이고. 가서 훈련장방풍막이 전투를 벌리는것과 동시에 〈조선의 태권도〉를 담당한 출연자들이 무쇠주먹전투부대의 훈련정신을, 무적의 백두산혁명강군의 정신력을 따라배우도록 훈련을 잘 이끌어줘야겠소.

그래서 민족의 자주적전진운동은 그 누구도 가로막지 못하며 만일 이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려든다면 그가 누구이든, 이 세상 어디에 틀고앉아있든 무자비한 징벌을 면치 못한다는것을 똑똑히 알리는 우리 아리랑민족의 선언이 2장 4경 〈조선의 태권도〉에 명명백백하게 표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놓고볼 때 동무네가 〈아리랑〉에서 맡아수행해야 할 임무는 이번에 진행하는 4단계훈련과 맞먹는,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것으로 되오. 그리고 철건이.》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다가가시였다. 철건의 한어깨에 손을 얹으신 그이께서는 누가 듣기라도 하는듯 음성을 낮추며 다정하게 이르시였다.

《몸도 아직 완쾌되지 않았는데 절대로 무리해선 안되겠소. 5월1일경기장에 가면 처녀를 꼭 만나고. 뽕도 따고 님도 봐야지?》

《!》

《만나선 괜히 울뚝불뚝 하진 말구. 내 다 들었소. 그가 얼마나 훌륭한 녀성인가. 처녀에게 동무들의 결합은 이 최고사령관도 바라는거라고 전해주오.》

《알겠습니다.》

《〈아리랑〉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진우를 찾으시였다.

《이만하면 어떻소? 동무에게 조선인민군 최정예부대까지 보내주는데 이달중에 〈아리랑〉을 완전히 끝내고 세상에 내놓을수 있겠소?》

《장군님교시대로 이달중에 무조건 끝내겠습니다.》

림진우는 격정에 넘쳐 저도 모르게 군대식자세를 취하였다.

《그래야 하오. 우리 〈아리랑〉을 잘 준비해놨다가 래달에 세계에다 대고 〈아리랑〉폭탄을 터뜨려봅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같지도 않은 전쟁을 치르고 범잡은 포수처럼 우둘렁대며 전횡을 부리는 미국이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야 하오. 그 어떤 힘도 그 누구도 우리 민족의 전진을 막지 못한다는것을 똑똑히 알게 말이요.》

이른새벽의 깊은 어둠을 부드럽게 가르며 다섯시를 알리는 인민대학습당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이어 《애국가》의 선률음이 장쾌하게 울려퍼졌다.

《날이 밝겠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벽어둠이 짙게 드리운 창밖에 시선을 주시며 조용히 뇌이시였다. 그 말씀에 모두가 창밖의 활기찬 기척에 귀를 기울이였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보통날의 새벽이였다. 그러나 림진우네들은 이 새벽의 의미를 안다. 평범한 이 새벽, 사람들은 이 새벽에 어떤 거창한 사변이 마련되였으며 그것이 가지는 의의가 얼마나 거대한것인가를 곧 알게 될것이다. 우리 인민, 우리 민족뿐이 아니라 세계는, 인류는 마침내 알게 될것이다.

창밖은 차츰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