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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개월가까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울리던 전쟁의 총포성이 멎자 세계에는 평화와 안정이 깃든듯싶었다. 허나 그것은 일종의 막간휴식에 불과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서둘러 결속한 미국이 새해벽두부터 우리 나라를 비롯한 반미국가들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테로지원국가》, 《불량배국가》라고 거듭 떠들며 핵선제공격을 포함한 힘의 사용을 공공연히 제창하고있었던것이다. 실제적으로 미국은 앞으로 벌리게 될 이라크전쟁준비로 하여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생긴 전력공백을 메꾼다는 구실하에 이 지역, 특히 조선반도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군사적움직임을 보이고있었다. 하여 세계의 이목은 또다시 조선으로 쏠리기 시작하였다.

이날도 전선길에 오르시였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사위가 어둑어둑해와서야 현지시찰을 끝내시고 귀로에 오르시였다.

늘 그러하듯 그이께서는 미리 준비해놓으신 문건철을 끄당겨 펼치시였다. 문건내용들은 주로 국제정세와 미국이 선포한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종결과 관련한 주요국가들의 동향자료, 예견되는 미국과 이라크와의 전쟁, 격증되는 미국의 반공화국고립압살책동, 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나가기 위한 우리 공화국의 대외정책적방안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참모부의 문건을 손에 드시였다. 조선반도해역에 곧 배비되는 이지스함, 날로 강화되는 우리의 로케트무력을 힘으로 제압하기 위한 미국의 특수미싸일부대 창설계획, 남조선에 첨단미싸일을 넘겨주기 위한 미국의 실제적인 움직임, 총참모부가 올린 문건은 이와 같이 변화된 조선반도주변의 군사정세를 충분히 고려하여 수정작성한 사려단급 새 학년도 4단계작전훈련안이였다. 그이께서는 문건에서 눈을 떼시며 앞좌석에 앉은 최고사령부의 수행장령을 부르시였다.

《작전안이 아주 잘되였습니다. 정치적인 안목도 넓고 군사적재능도 엿보이고. 누가 주도했소?》

《박철건동무가 했습니다.》

《철건이가? 음, 괜찮소. 한데 몸은 좀 어떻다오?》

《군의국에서는 안정치료를 요구하는데 본인은 다 나았다고 우깁니다.》

《그럴거요. 제가 직접 작성한 4단계훈련이 눈앞에 박두했으니까. 아마 훈련에 못 참가할가봐 불안해할거요.》

《최고사령관동지, 한가지 제기할수 있습니까?》

《무슨 일이요?》

《이번에 총참모부의 전문일군들은 새 학년도 4단계훈련수정안을 보고 한결같이 박철건동무의 남다른 정치적감각과 군사적재능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를 총참모부에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최고사령관동지의 비준을 요청하려고 하였습니다.》

《총참모부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그리시며 반대하시였다.

《사람을 잘못 골랐소. 동무의 눈도 정확하지 못하구만. 철건인 아직 부족해. 사랑하는 처녀 하나 굽히지 못하는 사람이 군사예술을 어떻게 알아. 박철건이 지금 어디에 있소?》

《현지에서 작전훈련안의 비준을 기다리고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석등받이에 웃몸을 기대시며 다른 문건을 집어드시였다. 그것 역시 작전국에서 올린 최근 미국의 군사정세와 관련한 통보서였다. 그이의 시선을 특별히 끈것은 미국의 이른바 미싸일방위체계수립의 필요성을 언급한 내용이였다.

미국은 우리 공화국이 가까운 앞날에 미국과 모든 나토성원국들을 《위협》하는 《미싸일무력》을 《보유》하게 되는데 우리의 《핵 및 미싸일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미싸일방위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떠들고있었다. 미국의 이 억지주장은 우리의 있지도 않은 《미싸일위협설》을 류포시켜 세계의 강력한 항의와 규탄에 부딪치고있는 저들의 《미싸일방위체계》수립을 강행함으로써 조선반도에서 기어코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명분을 세우려는데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손에 드신채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작전국의 정황통보서는 그이로 하여금 새 세기에 들어와 감행되였던 미국의 침략적인 반공화국도발책동의 진폭과 크기를 재음미해보게 되시였다. 사실이 그러하였다. 부쉬행정부가 새로 백악관에 들어앉자마자 미국에서는 련일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부쉬행정부의 극단적인 반공화국적대시정책의 가장 적라라한 표현은 존엄높은 우리 나라에 대하여 력사상 있어보지 못한 악담으로 헐뜯으며 핵선제공격을 로골적으로 제창한 요즘의 움직임을 들수 있었다.

물론 김정일동지께서는 하늘소이든 야구방망이든 누가 미국대통령의 모자를 쓰는가에 관계없이 자기의 사상과 제도, 지어 륜리도덕적성격에서 흘러나오는 필연으로부터 출발하여 미국이라는 국가의 극단적인 대조선압살정책은 어제나 오늘, 래일까지도 변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최근 서방출판물에 실린 어느 한 글이 주지의 사실들을 명백히 증명해주고있었다. 필자는 미국의 건국이래 있었던 수많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나서 조미관계를 거들며 이렇게 썼다.

《···1950년대 조선전쟁이후 미국은 자기의 총아들을 내세워 북조선과 일종의 권투시합을 줄곧 벌려왔다. 이 과정에 미국은 응원자, 후원자가 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직접 선수로도 등장하였으나 빈번히 패배의 치욕을 맛보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나 미국이 당한 가장 참담한 패배는 1990년대일것이다.

이때껏 시합에서 경량급만 사용하던 북조선이 돌연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의 탈퇴, 중거리탄도미싸일 발사, 위성발사라는 누구도 예상 못할 헤비급에 가까운 주먹으로 미국의 미간을 련속 강타했던것이다. 하여 미국은 경수로지원메쎄지를 가지고 그들에게 타임을 요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북조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후에도 유럽과 로씨야를 상대로 맹렬한 외교활동을 벌리는것과 함께 6. 15북남공동선언을 채택하여 미국의 영원한 항복을 받아내려고 시도하였다.

교훈은 무엇인가. 아메리카의 선임자들이 힘의 사용을 꺼려했거나 우유부단했기때문이다.

코넥티커트주의 카우보이 부쉬는 알아야 한다. 무엇이 아메리카로 하여금 페르샤와 발칸전쟁에서 승리자가 되게 하였는가를, 어떤 힘만이 자유민주주의의 최대도전자인 북조선을 굴복시킬수 있는가를.

이것을 모르고서는 부쉬, 당신은 〈파그스 아메리카나〉(미국주도하의 평화)의 정신을 절대로 세계에 전파시키지 못할것이다.》

그랬다. 미국은 창건된 초기부터 우리 공화국의 존재를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려고 광분했으며 오늘은 핵참화를 들씌워서라도 기어코 우리를 말살해보려고 하는것이다.

가증되는 도전, 역풍은 여전하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속으로 뇌이시였다. 이 역풍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그럴뿐더러 하나를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거대한 전진운동은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는것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밤이 깊어서야 평양에 도착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서시자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가 올린 CD록화물을 통하여 훈련정형을 료해하는것으로 집무를 시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그간 진행한 훈련정형이 낱낱이 수록된 록화물을 몇번이나 돌려보시였다. 이따금 뇌리에서는 섬광같은것이 번뜩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온몸을 뒤흔드는 창조의 열정에 휩싸여 사색을 하나둘 정리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