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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온 하루동안 조선인민군군부대를 시찰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물녘에야 귀로에 오르시였다. 의자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으신 그이께서는 사색에 잠겨 방금 보신 문건들에 씌여진 국제정세를 일목해보시였다.

얼마전 뉴욕에서 일어난 9. 11사건으로 하여 미국전역은 삽시에 대혼란의 소용돌이속에 빠져들게 되였다. 미국이 입은 막대한 인적, 물적손실은 세계각국의 동정을 자아내게 하였으며 테로분자들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유발시켰고 국제사회계에서는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는 테로와의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부쉬행정부를 지지하고 긍정하는 목소리들이 울려나오기 시작하였다. 세계를 미국주도하의 일극화로 만들 야망을 품고있는 미국으로서는 이것이 절호의 기회가 아닐수 없었다. 실제로 오사마 빈 라덴을 9. 11사건의 주범으로 지명하고 그의 《알 카에다》조직을 후원하는 탈리반정권을 꺼꾸러뜨린 다음 아프가니스탄을 타고앉으려는 미국의 군사적움직임은 결코 비밀이 아니였으며 여기에는 나토나 동맹국이 아닌 나라들도 참가하고있었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점령은 독립국가협동체나라들을 비롯하여 동방진출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게 될것이다. 로씨야와 함께 랭전후 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핍박하는 전략적거점확보로도 될것이며 만전쟁에서 패하고도 지역강국의 꿈을 버리지 않고있는 이라크의 싸담정권에는 거대한 심리적타격으로 될것이고, 이때문에 미국은 9. 11사건을 빌미로 일으킨 반테로전의 예각을 아프가니스탄에 맞추어놓은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미국이 벌리려 하는 반테로전의 해일은 대국들의 리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여있는 조선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줄것이며 구체적으로 우리 공화국에는 어떻게 밀려올것인가.

얼핏 보면 그들이 벌리려 하는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조선반도의 정세, 특히 우리 공화국과는 무관계한것처럼 보이였다.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총력을 기울이여야 할 미국으로서는 핵문제를 포함하여 반공화국압살책동의 고삐를 당길 경황도 없는듯싶고.

아니, 김정일동지께서는 단호히 부정하시였다. 미국은 절대로 반공화국압살기도를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백악관에 들어앉자마자 조미기본합의문을 파기해버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력사적인 6. 15북남공동선언을 리기적이고 페쇄적인 민족주의의 상징이라고 비방했는가 하면 남조선의 극우익보수세력들을 부추겨 도수를 넘는 반공화국대결소동을 일으킨 부쉬행정부의 행위가 그것을 립증해주고있지 않는가.

원래 한 주권국가를 반대하는 전쟁에 앞서 그 국가의 명예와 품격, 정치방식이나 신앙의 그 무슨 비인간성, 비도덕성을 운운하며 전쟁명분을 세우는것은 미국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부쉬행정부는 이미 년초부터 선임행정부도 꺼려했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는것으로 반공화국압살책동의 서막을 열었다고 봐야 할것이다. 때문에 반테로전은 우리 공화국과 절대로 무관계한 일이 아니며 미국의 반공화국압살책동과 한맥락으로 이어져있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확신하시였다. 결국 미국이 반테로전을 벌린 목적은 동방에로의 진출, 대국에 대한 압박, 경제적타산 등의 리해관계도 있지만 보다는 반테로전의 대상에 우리 공화국을 포함시켜 세계앞에서 우리의 정치도덕적권위를 훼손시킨 다음 국제공조로 우리 나라의 평화적인 핵개발을 저지시키고 나아가서는 공화국을 고립압살해버리자는데 있을것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선임행정부의 대조선정책과 일맥상통한, 그보다 더욱 강도높은 반공화국압살책동인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이 가증되는 침략책동을 분쇄하고 자주적인 통일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줄기차게 밀고나가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득 김정일동지의 시야에 대여섯살 됨즉한 유치원꼬마가 비껴들었다가 인차 사라져버리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석양이 차분히 깔린 도로에 느닷없이 나타난 야전차들을 의혹에 차서 바라보다가 총총히 인사를 올리는 어린것의 표정이며 밤색멜빵바지에 하늘색샤쯔를 받쳐입은 옷차림새까지도 정확히 알아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가슴에 드리워있는 명찰표같은것이 눈에 익으시였다. 무엇일가. 어디서 보았을가. 옳다. 《아리랑》출입증이지.

기억을 더듬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내 알아내시였다.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에서 《아리랑》훈련모습을 수록하여 올려보낸 CD를 보시다가 이따금 출연자들의 앞가슴에 드리워있는 출입증을 보신적이 있었던것이다. 한데 어디서 사는 애며 어째서 해가 저무는 이 로상에서 헤매고있을가?

《한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운전사곁에 앉아 전방을 주시하는 수행장령을 부르시였다. 《이자 행길에 서있던 꼬마를 보았소?》

《봤습니다.》

《〈아리랑〉출연자이니 분명히 평양으로 가는 걸음일거요. 동문 되돌아가서 애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고 오시오. 저녁이 돼오는데 길을 걷는걸 봐선 사연이 있는것 같은데 그것도 알아보고.》

《알았습니다.》

약 반시간가량 지나서 야전차일행은 평양에 도착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긴장한 집무활동을 계속하시였다. 어느 한 공장의 로동계급이 자체의 힘으로 우리 군대의 현대화를 위한 항공륙전장비용자재를 확보해놓고 래달부터 정식 생산에 착수하려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무력성 해당 부서의 문건외에 강성국가건설에 떨쳐나선 각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 제기되는 실무적문제들이 적혀있는 문건 몇개를 내놓고는 태반이9. 11사건이후의 미국의 움직임과 그를 둘러싼 각국의 동향자료들이였다. 앞의 문건들을 주의깊게 훑어보고나서 비준을 하신 그이께서는 국제정세자료들을 손에 드시였다.

자기 나라에 주재하고있는 미국대사관과 미국관련시설들에 대한 특급안전조치 강구,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병력과 자금을 조달, 의료진을 파견.

대량의 군사적보복을 거듭 표명하는 미국의 행동을 두고 국제사회계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울려나오고있었으나 총체적으로는 미국의 반테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제적움직임이였다. 하긴 로씨야나 중국도 동정과 공감을 표시하고 자기식의 협력자세를 보이는 형편이니 다르게 흘러갈수 없는 국제적움직임인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조선정세를 료해하시였다. 실태는 다를바 없었다. 남조선정권은 9. 11사건이 터지자 《비상계엄령》을 하달하고 경찰청이 담당수행하고있던 미국대사관, 미국관련시설들, 남조선주둔 미군부대의 경비를 괴뢰군에 이전하였으며 아프가니스탄전쟁에 파병을 하는 등 《동맹국》으로서의 열성을 힘껏 보이고있는 자세였다.

미국은 9. 11사건을 리용하여 많은것을 얻었으며 당분간은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쓰겁게 뇌이시였다. 이 사건을 통하여 미국은 국제적으로는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였으며 조선반도문제에서는 저들에게 거부적인 자세를 취하던 남조선의 현정권을 가볍게 눌러놓고 반북대결에로 몰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놓았다. 그러니 미국에 있어서 9. 11사건을 리용하여 벌리려는 반테로전의 결과는 수렁창이겠지만 현재는 참으로 일석다조의 일인것이다.

문건을 한옆에 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어 외무성의 한 책임일군을 찾으시였다.

《요즘 바깥은 어떻습니까?》

《미국은 현재 범인을 추적하기 위한 전면적인 수사를 진행하는것과 동시에 탈리반정권에 최후통첩을 하였습니다. 한편 부쉬행정부는 다른 나라들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요구하면서 미국의 편에 서든가, 아니면 테로분자들의 편에 서든가 량자택일하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세계에 저들의 〈이분법〉을 공공연히 강요하고있습니다.

9. 11사건을 가지고 미국이 어찌나 횡포하게 나오는지 팔레스티나, 이란, 이라크, 수리아, 리비아와 같은 전통적인 반미국가들은 이번에 불찌가 튈가봐 일체 침묵을 지키고있는 형편입니다.》

《동무들은 9. 11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대책을 세우고있습니까?》

《반테로전의 진의도를 폭로하는 외무성 대변인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현재 추진중이였던 반테로관련 주요국제협약들에 대한 가입과 서명을 미루려고 합니다.》

《성명이라?!》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하나 집어드시였다. 《우리가 어떤 협약들을 물망에 올렸던가. 오 그래, 인질반대국제협약과 테로에 대한 재정지원을 억제할데 대한 협약이였지.》

《그렇습니다.》

《그것을 미루는 의도는 무엇입니까.》

《반테로관련 국제협약들에는 대체로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의 리해관계가 반영되여 모순점이 많은데다가 정세가 복잡한 지금에 가입, 서명한다면 미국의 반테로전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로 될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니요.》 그이께서는 마디마디를 력점 찍으시였다. 《들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대국들의 리해관계가 어떻든간에 반테로관련 국제협약들의 근저에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희망과 소원, 지향이 깃들어있으며 협약들에 서명하는것은 그들과 하는 정의와 량심의 약속으로 됩니다.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합니다. 바로 이때, 차라리 기회가 좋소. 협약들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우리 실정에 부합되면 가입서명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성명은 미루는것이 좋겠소. 우리가 아니라도 반테로전의 진의도는 저절로 드러날것이며 그때 가선 세계여론이 떠들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임일군에게 협약과 관련된 실무적문제들에 몇가지 조언을 주신 다음 해외출장을 다녀온 소감을 물으시였다.

들리는 나라마다 9. 11사건에 휘말려 소동이라고 한다. 비상계엄령을 실시하고 항공역, 철도역, 지하철도는 군경들로 삼엄하고 매일 저녁 텔레비죤화면에는 동시테로상황프로가 반드시 방영되군 한다는것이였다. 한마디로 전세계가 테로공포증에 걸려 혼란되여있다고 하였다.

《장군님.》 그의 목소리는 퍼그나 감개스러웠다.

《제 조국에 도착해서 려장을 풀자바람으로 우정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내 나라 제일로 좋아〉의 곡조가 절로 나왔습니다. 세계는 테로공포증에 걸려 벅적 끓고있는데 유독 우리 나라만은 안정되고 평화롭고.

제 이번에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이라는것이 어떤것인가, 내 조국이 어째서 훌륭한가를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좋은 체험을 했구만. 옳소. 테로라는거야 원래 반동적인 정치에서 흘러나오는 필연적인 산물이지. 수령과 당, 인민대중이 한마음으로 뭉쳐있는 우리 나라에서야 그런 일이 있을수가 없거던.》

《장군님, 그래서 제 욕심은 미국놈들이 우리 공화국에 대구 계속 악담질인데 세계앞에 우리가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협약에 가입하는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심정을 긍정해주시였다.

《동무가 옳게 말했소. 그렇소, 보여주어야지. 이제 세계는 우리 공화국이 어떤 나라인가,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를 알게 될거요.》

그와 대화를 마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보시려다가 그만두시였다.

《악의 축》! 《테로지원국가》!

년초부터 부쉬행정부에서 줄곧 울려나온 험담이였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그것을 들으시자 혐오감을 금치 못하게 되시였다. 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세워진 이 나라, 그래서 오늘은 전체 조선민족이 선망하는 이 나라가 인명을 해치고 한 주권국가를 교살하라고 누구를 부추겼으며 어느 누구에게 물적지원을 하였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째서 오늘 전체 조선민족이 우리 공화국을 신뢰하며 왜 우리에게서 자기의 래일을 내다보고있는가를, 또한 강권과 불의가 찬양되는 오늘의 세계에서 누가 진정으로 정의를 지키고있는가,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하는것도. 이것은 미국의 이른바 반테로전에 대한 우리의 가장 분명한 대답으로 될것이다.

 

꼬마에게 갔던 수행장령이 돌아온것은 밤이 퍼그나 깊어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보시던 문건을 한켠에 밀어놓으시며 그에게 쏘파를 권하시였다.

《수고했소. 퍽 늦었구만.》

《애를 경기장에 데려다주고 담당교양원을 만나는 바람에 지체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탁에 한손을 얹으시며 장령에게로 몸을 반쯤 돌리시였다. 인차 집무실에는 갔다온 일을 보고드리는 그의 웅글진 음성이 울리였다.

자기앞에 들이닥친 야전차를 보고 굳어져있던 꼬마는 차가 경기장으로 태워다주러 왔다는것을 알자 장령과 친숙해졌다. 그는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꼬마의 이름은 리강, 올해 들어 여섯살, 고향은 신의주이고 유치원 높은1반에 다닌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강이는 그래 어디에 갔다오는 길이냐?》

《집에.》

강이는 눈길을 떨구었다.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는 떠듬거리였고 풀이 죽어있었다.

《내가 아파해서 선생님이, 집에 가라구 업어줬는데, 난, 난 선생님 말 안 듣구… 두번씩이나…》

장령은 잘 들리지 않아 강이에게 웃몸을 숙이였다.

《흠- 그랬댔구나. 좀 차근차근 크게 말하렴. 그래서.》

마침내 장령은 사연을 알수 있었다. 요전번에 렬차에서 제멋대로 내린것으로 하여 강이는 선생님과 동무들에게서 단단히 비판을 받았다.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며칠후 선생님이 집쪽으로 떠나는 차가 있으니 그걸 타고 집으로 가야 한다고 일렀던것이다. 손저어 바래주던 선생님의 모습도 멀어지고 운전칸 앞시창너머로 시원하게 뻗어간 아스팔트도로며 보기 좋은 교외풍경들이 눈을 끌었으나 강이의 마음은 여전히 5월1일경기장에 가있었다. 그래서 강이는 운전사가 평양시교외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사업소에 차를 세우고 일을 보러 간 사이 《아저씨, 난 5월1일경기장에 갑니다.》라는 글쪽지를 남기고 슬그머니 내리고말았다.

《그럼 운전사아저씬 지금쯤 너를 찾고있겠구나.》

그 말에 강이는 눈길을 더 내리깐다.

《결국 자유주의를 했단 말이지. 어쩐다? 나도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이를 평양에 데려다줄수 없는데.》

《자유주의가 아닙니다, 아저씨.》 꼬마는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난, 난 집에 가있으문 안됩니다.》

이때껏 두손을 마주잡고 손가락들을 비틀며 울상이 되여있던 어린것은 제가 한 행동을 당돌하게 변호하는것이였다.

조선로동당창건 55돐을 맞이하며 작년에 진행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이 끝난 뒤 유치원에서 강이의 몸값이 간단치 않게 오르게 되였다. 아버지장군님을 세번씩이나 모시고 공연에 참가했고 공로메달까지 탔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누구나 떠받들고 부러워하는데 아주 우쭐해난 강이는 항상 공로메달을 달고다니였다.

빨간 별을 타는 아이들은 의례히 강이의 공로메달과 대비해보고는 주눅이 들어한다. 유치원에 가는 걸음이 늦어 도로를 넘어가다가 보안원아저씨에게 걸려들 때면 나 공로메달 탄 사람이예요라고 하면서 앞가슴을 쓰윽 내밀면 아저씨는 웃기만 하고 아무 말을 안한다. 전국유치원독창독주경연에 나가 두번씩이나 1등을 하여 여간 코대가 높지 않은 높은2반의 지혜가 요즘 집에 갈 때마다 손을 잡고 가자는것도 시뜩해서 외면하는 판에 (이전에는 정 반대였다.) 어쩌다 한번쯤 도로를 마음대로 건느면 어쨌고 그까짓 빨간 별 하나 탔으면 어쨌단 말인가. 정말 강이에게 있어서 공로메달은 자랑거리이자 위신이였고 자존심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셈세기공부가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자 강이는 대단히 《엄중한》 도전에 부딪치게 되였다.

《흥, 그건 훈장중에 제일 요거야.》

한 아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선코를 떼자 모든 아이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며 강이의 자존심을 건드렸던것이다.

《옳아. 우리 아버지한텐 이거보다 더 쎈 국기훈장이 세개씩이나 있다.》

《순희네 할아버진 영웅메달을 가지고있어.》

《우리 삼촌은 박사야. 박사메달두 네것보다 세.》

강이는 괘씸해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너희들 할아버지랑 아버지, 너네 삼촌은 나처럼 다섯살때 훈장을 타봔?》

《체, 큰소리치지 말어.》 다른 아이가 입을 비쭉거리며 반격했다.

《암만 그래두 네건 낮아. 우리 삼촌은 아버지장군님께서 직접 영웅메달을 달아주셨단 말이야.》

《우리 아버지두.》

《우리 할아버지두 그래.》

《씨, 이 공로메달두 아버지장군님께서 주신거야. 그리구 난 세번씩이나 장군님을 만나뵈왔단 말이야.》

강이는 분해서 소리쳤다. 그래도 무가내로 맞받아 몰아대는 동무들이였다. 아버지장군님께서 어디 너를 직접 부르셔서 그걸 달아주셨니? 요만치 가까운데서 뵈온건 아니잖니, 몽땅 거짓부리야, 네가 아동장 맨 뒤에서 공연에 참가했다고 선생님이 저번에 말씀했어 라고.

억울했다. 강이는 너무도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절로 나왔다.

그 일이 있은 이후 강이의 위신은 떨어진듯싶었으나 그것은 얼마동안이였고 동무들이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리랑》의 아동장에 출연하여 주석단이 환히 보이는 전렬 맨 가운데자리에 서게 되였던것이다. 아버지장군님을 제일 가까운데서 뵈올수 있는 그 자리를 지키려고 강이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덜컥 발을 상하였다.

물론 선생님은 상처랑 아물고 발톱이 나오면 반드시 참가할수 있다고 했지만 강이는 후보인 순철이가 제자리에 서는것이 어쩐지 불안하였다. 만일 상처가 오래 아문다면, 그래서 《아리랑》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아버지장군님을 뵙지 못하며 그러면 편지에서 동무들과 한 약속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되돌아섰단 말이지. 이자 보니 강이는 참 기특한 애구나, 용타.》

강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 피여올랐다. 그러면서도 뒤를 잇는 장령의 물음에는 웃음을 거두고 안절부절 못해하는것이였다.

《그런데 강이는 동무들과 무슨 약속을 했느냐?》

《…》

그는 영문을 몰라하다가 다정하게 재촉했다.

《왜 그러니? 어서 말해보럼.》

《난 동무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버지장군님께서 날 잘 아신다구…》

한참 궁싯대다가 아예 기가 죽어서 대답하는 강이였다.

《그래? 한데 내 생각엔 네가 틀리게 말하지는 않았구나. 넌 아버지장군님을 이미 세번씩이나 뵙지 않았니. 그러니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아닙니다. 난 거짓말쟁이예요.》

강이는 속상한듯 얼굴이 빨개져가지고 도리머리를 저었다.

《난 열번이나, 열번씩이나 장군님을 만나뵈왔다고 편지에 썼습니다. 난 나쁜 아이예요.》

장령은 꼬마의 고집에 난감하였다. 어떻게 해야 제풀에 움츠러든 꼬마에게 생기를 볼어줄수 있을가. 그는 강이의 어깨를 다정하게 그러안았다.

《넌 나쁜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어디 말해보아라. 강이는 어째서 아버지장군님을 열번씩이나 뵈왔다고 말했나. 동무들과는 무슨 약속을 하고.》

5월1일경기장의 훈련장을 찾아오신 아버지장군님께서 자기를 만나주시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어떤 날에는 봉화산려관에서 뵈온적도 있고. 하여튼 이런 꿈을 열번이나 꾸었다지 않는가.

다음번에 뵙게 되면 우리 동무들도 모두 공부도 잘하고 착한 일도 많이 하여 빨간 별을 가득 탔다고 말씀을 드리겠다는것이 어깨친구들과 한 약속이라고 하였다.

《봐라, 네가 아버지장군님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꿈에서 다 뵈왔겠니. 그것도 열번씩이나. 넌 말을 잘했다. 사실 아버지장군님께선 너를 아신다. 〈아리랑〉참가자라는것도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는가도 말이다.》

《그래요?!- 아저씨, 근데 장군님께선 어떻게 그걸 아시나요?》

《네 마음속에 아버지장군님께서 항상 계시는데 장군님께선 왜 모르시겠니. 앞으로 넌 열번이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이 장군님을 만나뵈올거다.》

의혹짙은 눈길이 장령을 찬찬히 더듬는다.

《그럼 저- 아저씬 누구시나요?》

《오- 그렇지. 네게 내 소개를 못했구나. 난 장군님곁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이 차도 방금 길을 걷는 널 알아보시구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차이고.》

꼬마는 눈을 단박 빛내이며 연신 야, 야 하는 탄성을 질렀다. 어린것이 어찌나 기쁨에 들떠있는지 장령은 그것이 마치 제일처럼 여겨져 흐뭇하였다.

《그러니까 아까 지나간 차에 아버지장군님께서 타셨댔구나. 야- 난 것두 모르고 어느 간부선생님의 차인줄 알았네.

아저씨, 그럼 장군님께 제 이야기를 말씀드려주겠나요?》

《우리 강이가 기특한 생각을 가지고있는 좋은 애인데 왜 말씀드려주지 않겠니. 그러자꾸나.》

《우리 동무들 자랑이야기는요?》

《그것도 그래주지.》

《정말이나요?》

《그럼, 약속한다.》

그래도 미심쩍어하는 꼬마였다. 입을 꼭 감쳐문 강이는 무슨 생각을 굴리는지 불편스레 자리를 계속 고쳐앉으며 부스대였다. 어린것의 속내를 짐작한 장령은 문득 동심에 사로잡혀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하문 되지?》

그는 엄지손가락에 입김을 불고서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제야 꼬마는 발씬 웃더니 새끼손가락을 빼여들었다. 엄지손가락을 붙이는 완전약속이 이루어지자 강이는 너무 좋아 손벽을 치며 앉은 자리에서 엉치뜀을 하는것이였다.

 

《가만, 이자 애이름을 뭐라고 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야기가 한물 진듯 하자 그에게 물으시였다. 장령의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손바닥으로 서탁을 한번 가볍게 두드리시였다.

《아, 리강이. 어디서 듣던 이름인데… 요전에 갔던 농장에서 들었던가?》

《옳습니다, 장군님. 그 애가 바로 얼마전에 돌아보셨던 도토지정리전투장에 시를 써서 보낸다는 그 〈아리랑〉꼬마입니다.》

《음, 그렇구만. 그때 기억에 의하면 애가 량부모를 잃었다던데. 어련할테지만 다들 각근하게 돌봐주는지.》

《얘기를 들어보니 관심해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담당교양원이 훌륭한 동무입니다. 애가 말하는데 어떤 땐 엄마처럼 생각된다고 합니다.》

장령은 심혜영이 어린것을 어떻게 돌봐주고있는가를 들은대로 말씀드리였다. 장난꾸러기들이 말을 안 들으면 질책보다 눈물이 앞선다는 처녀, 아이들의 옷이며 훈련복을 빨아주고 기워주고 하느라 밤은 밤대로 못 자고 낮에는 낮대로 아이들과 똑같이 훈련시간을 보내고. 어느날엔가는 과로로 하여 졸도하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간적도 있다고 한다.

《장군님, 그런데 그 담당교양원이 누군지 아십니까? 심혜영이라고 그 동문 박철건부대장의 애인입니다.》

《그렇소? 허허, 이거 오늘은 좋은 사람들, 좋은 얘기만 듣는 날인것 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척 마음이 젖어나시였다. 그이께서는 아셨다. 부대정치위원에게서 철건이 대련합부대당위원회앞으로 보낸 편지며 박철건이와 심혜영의 사이에 있었던 전후사연을 보고받으시였던것이다. 애인에게 짐이 될가봐 소중히 가꾸어온 사랑을 포기할 결심을 했다는 처녀, 철건의 진단결과를 알고는 그까지 자기 생활에 안으려고 했다지 않는가.

박철건이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처녀와 얼마든지 재결합할수 있었지만 애인의 장래를 위하여 거절했다고 한다. 하긴 부대당위원회앞으로 보낸 편지만 봐도 이것은 박철건의 비상히 높은 정신력에서 흘러나오는 필연의 산물인것이다.

지금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쓴 편지의 한 대목이 뇌리에 생생하시였다.

《…사실 저는 처음에 모든것이 끝장났다는 절망감에 싸여 남모르게 속을 썩이며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원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오늘에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오늘 당과 수령앞에 자기의 당성을 엄격히 검열받게 될 시기가 닥쳐왔습니다. 제대되면 저를 다른 곳이 아니라 군수공장에 보내주십시오. 비록 락하산의 산줄을 꼬고 수류탄철편을 찍어내는 일을 해도 좋으니 저를 군수공장에 보내주어 나의 부대, 우리 장군님의 군대의 싸움준비를 완성하는데 적으나마 기여하게 하여 당원 박철건이 변함없이 한길을 가도록 해줄것을 당위원회에 절절히 청원합니다. …》

고결한 인간들이다. 심혜영이는 얼마나 훌륭한 인간을 사랑하고있으며 철건이 또한 얼마나 좋은 처녀를 일생의 길동무로 택하였는가. 그리고 어린 강이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장령이 나간 뒤 문건을 보시다말고 그들의 소행을 음미해보시며 그냥 감동에 젖어계시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 인민이 지닌 정신력의 높이와 륜리도덕의 순결성을 보시였고 이 인민을 키운 위대한 수령님의 로고를 다시한번 무겁게 느끼시였다.

《테로지원국가》, 어떻게 이런 인간들이 사는 우리 공화국이 《테로지원국가》일수가 있는가. 이것은 공화국의 권위와 위신을 진창속에 굴리고 저들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려는 하나의 너절하고 더러운 정치적사기극이다. 이것은 우리측 령해를 침범하고 분계선에서 총포탄을 날리는것과 같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도발적이고 파렴치한 침략행위가 아니겠는가. 무자비하게 짓부셔버려야 한다, 추호의 여지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짐을 지고 집무실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한데 박철건이 문제는 어떻게 하고있을가.

그이께서는 사색의 곬을 철건이에게로 틔우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돌아와 송수화기를 들어 총정치국의 책임일군을 찾으시였다.

《박철건동무의 문제는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료양치료가 끝난 다음 건강상태를 보아 인민경제대학에 보내여 사회간부로 제발하려고 합니다.》

《제대?! 그러니 철건이 끝내 군복을 벗어야 한단 말이지.》

그이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뇌이시였다. 책임일군은 박철건이를 완쾌시키지 못한것이 자기 책임인것처럼 조심스럽게 변명조로 대답드렸다.

《병원에서는 가능한 모든 치료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였습니다. 한데 워낙 손쓸사이없이 병이 악화된데다가 우리 나라에선 그 병에 대한 치료와 연구사업을 갓 시작하다보니 아직 미개척지나 같아서 결국…》

《그럼 그 분야가 발전된 나라들이 있겠는데.》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서방의 어느 한 나라가 제일 발전되였다고 합니다.》

《왜 그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지 못했소?》

《적대국이여서 뚫고들어가기가 힘든데다가 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서입니다. 보다 중요한것은 그 나라의 전문병원에선 수술환자의 일반 건강상태를 중시하는데 병원측이 주장하는 건강지표에 이르지 못하면 아예 받지조차 않는다고 합니다. 그건 지난 시기 지표가 모자라는 환자들이 수술시 과중한 육체적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사망한 일들이 더러 있었기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철건이 상태는 어떻소?》

《대단히 나쁩니다.》

《적대국, 엄청난 치료비.》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따라뇌이시였다. 《하긴 그게 문제가 아니지.》

잠시 생각에 잠겨 보셨던 문건을 무의식적으로 번지시던 그이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보냅시다. 가능성이 있는데도 조건을 운운한다면 우린 동지를 위하여 모든것을 다했다고 말할수 없소. 그의 몸을 원상대로 회복시키는가, 못 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곧 한 혁명동지의 정신력을 대하는 관점문제입니다. 우리 믿읍시다. 철건이는 이겨낼거요.

외무성동무들이랑 병원의료진과 토론해서 뚫고들어갈 방도를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반드시. 알겠소?》

《알았습니다.》

철건이 수술결과가 좋으면 심혜영이 기뻐할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부대장을 그렇게도 따르는 부대장병들도. 송수화기를 놓으신 그이께서는 손을 뻗쳐 다른 문건을 드시였다. 그것은 당중앙위원회의 해당 부서가 올린 《아리랑》국가준비위원회의 그간 사업정형과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통일장을 수록한 CD원판이였다. 김정일동지의 정력적인 집무활동은 계속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