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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를 알리는 시계종소리가 울리였다. 림진우는 검토하고있는 통일장대본을 거두어놓고 언제나 그러하듯 훈련장을 돌아보려고 방을 나섰다. 호각, 구령, 확성기, 음악소리들로 귀가 멍멍할 지경인 경기장의 바깥원형광장이며 아치와 호구사이의 공지는 한구획씩 차지하고 훈련에 열중하고있는 각 대대 출연자들로 들끓고있었다. 창작가들과 출연자들을 고무하기도 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하며 한시간남짓이 바깥을 돌고난 진우는 1호수문으로 향하다가 강이를 업고 걸어오는 심혜영이와 마주쳤다.

《애를 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려고 가는 길입니다.》

어린것을 내려놓고 하늘색훈련복상의의 자락을 내리끄며 심혜영이 하는 말이였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달에 림진우는 아동장담당창작가에게서 강이가 다리힘키우기운동을 하던중 구간(강진호가 아이의 나이에 맞게 만들어준것이다.)을 잘못 다루어 떨구는 바람에 그만 심하게 다쳤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발톱이 통채로 빠져달아날 정도로 엄지발가락이 짓이겨졌다고 했다. 보건분과의 집중적인 치료에 의하여 위험단계는 지났지만 정상상태를 회복하자면 아직 상당한 기일이 필요했다.

심혜영은 어린 동생도 만나보게 할겸 안정치료에 적합한 저희 집으로 보내겠다고 제기해왔다. 그것이 승인되여서 아는 렬차원을 붙여 집으로 보냈는데 역에 나갔다가 그 녀자가 잠간 자리를 뜬 틈을 타서 달아나 경기장으로 도로 들어왔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직접 차에 태워 집으로 보내려고 작정했다고 하였다.

림진우는 한무릎을 세워앉으며 어린것의 두어깨를 감싸쥐였다.

《강이, 어서 말해봐. 이번엔 집에 꼭 가야 돼. 알겠나요?》

고개를 외로 틀며 아래입술을 쑥 내민다. 진우는 엄하게 오금을 박았다.

《또 달아빼오문 이 총연출가선생님이 강이 종아리를 갈기고는 아동장에서 아예 빼버리련다. 알아들었지?》

그제서야 어린것은 울상이 되여 집에 꼭 가겠노라고 다짐하는것이였다.

심혜영이와 헤여진 림진우는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경기장의 주석단 맞은편에서는 배경대종합훈련이 한창이였고 바닥과 공중은 교예장의 기재설치작업으로 분주했다. 진우는 선수입장출구앞에서 무선전화기를 목에 걸고 작업을 지휘하는 김재근책임연출가에게 다가갔다.

《수고많구만. 진호동무가 안 보인다?》

《어허- 림동무도 늙긴 늙었구려. 요전에 내가 말해주지 않았댔던가. 진호동무가 출장을 떠난다고 말이네.》

《오, 그렇지. 이놈의 건망증은 참.》

림진우는 허거프게 웃었다. 전주 토요일에 진행한 연출실주간총화모임때 강진호가 요소종목에 출연할 배우들까지도 당에서 보장받으려 했던 자기를 반성하며 꼭 제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의했다는것, 그래서 오늘 아침렬차로 지방체육학원에 떠난다는것을 재근연출가가 이미 말해주었던것이다.

《한데 림동무, 저들은 웬 사람들이요. 보자니까 오전 첫시간에도 와서 어물대던것 같던데, 어제두 왔댔고.》

진우는 김재근의 손짓을 따라 배경대앞에 몰켜서있는 사람들을 눈주어보다가 말해주었다.

《해외동포들 같구만. 요즘 조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데서 듣고 왔는지 〈아리랑〉 훈련장을 참관일정에 넣어달라고 요구한다나보오. 특히 배경대에 관심이 크답데.》

《배경대? 그럼 험담이나 시비질하러 온 인간들도 있겠구만.

듣자니 그런 작자들은 애초부터 헐뜯을 잡도리를 하고와서 〈아리랑〉을 본다질 않소, 기가 막혀서.

내 근간에 대외손님을 초청하는 부서에 말해주려고 했댔는데 그런자들은 이 〈아리랑〉에 아예 이름조차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하오.》

《원, 재근동무두. 여보, 색안경을 낀 사람에게는 세상이 한가지 색갈로 보이는 법이요. 허튼 잡도리를 하고 온 인간들이 달리 표현할것 같소. 아마 그런 사람들은 길가에 서있는 나무 한그루 보고도 색다른 험담질일거요. 까짓거, 실컷들 입방아를 찧으라지. 구데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겠나.》

《하긴 그렇지.》

김재근은 허튼일에 과민을 보인 자기가 민망스러운지 대머리를 내리쓸며 멋적게 웃었다.

그는 무선전화기에 대고 몇마디 하고나서 진우에게 물었다.

《그래 작품수정은 잘돼가시오?》

《거의나 끝냈소. 오후에 제출하면 래일쯤엔 예술위원회에서 마련을 보겠지.》

《모를 일이다. 십수년 창작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명작만 내놓던 림동무가 통일장에 쩔쩔매다니. 것도 두번씩이나 공회전을 하면서 말이요.》

《흠- 》

림진우는 재근의 시까스름에 쓰거워나서 외마디소리를 흘리며 입만 다시였다.

다음날 오후.

5월1일경기장의 2층에 있는 3호휴계실에서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의 전작품의 흐름과 함께 통일장에 대한 콤퓨터최종모의 심의가 진행되였다. 콤퓨터형광막앞에는 문화성 부상이며 《아리랑》 국가준비위원회 참모장 겸 예술위원회 위원장인 원석현과 위원들, 통일장창작에 관여했던 몇몇 창작가들이 앉아있었다.

곧 대형콤퓨터형광막에 《아리랑》자막이 새겨지더니 모의화면들이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검푸른 두만강을 건너가는 한척의 나루배, 그우에 타고있는 망국민들을 형상한 제1장 《아리랑민족》의 제1경 《눈물젖은 두만강》으로 시작된 《아리랑》은 민족의 백년사를 큰 폭을 가지고 하나하나 그루박으며 생동하게 펼쳐보이고있었다. 화면은 때로 경기장상공에 터지는 축포며 화려한 전광장식들, 체육명수들과 무용수들의 동작들, 률동가락들, 배경대가 그리는 구호며 글자, 그림기교들, 매 장면마다 높이와 생김새가 조형적으로 달라지는 봉화대의 불길을 집중적으로 주의깊게, 오래동안 나타내보이기도 하였다.

시간이 퍼그나 흘러갔다. 화면에는 드디여 문제의 통일장이 현시되고있었다. 배경대에 《분렬의 장벽을 짓부시고》라는 제목이 그려지면서 암전이 되였고 바닥 저끝에서 한점의 불길이 서서히 타올랐다. 곧 조국통일주제의 연연한 노래선률에 맞춰 암전이 해소되면서 붉은색, 노란색, 미색저고리를 입은 출연자들이 등장하여 백두산과 한나산을 배경으로 춤을 춘다. 통일력사를 가로막는 도전인듯 배경대에는 맹수처럼 날뛰는 광풍이며 파도가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암전속에 한점의 불길이 타오르고 그것이 단번에 확대되여 바닥에 거대한 붉은색조선지도를 형상하는것이였다. 동시에 배경대에는 7. 4북남공동성명, 6. 15북남공동선언이라는 글자가 큼직큼직하게 새겨지였다.

원석현은 탁자우에 깍지껴서 올려놓았던 손을 풀며 느슨한 몸자세를 취하였다. 그것을 본 진우는 이번에는 그리 랑패를 보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번 심의가 끝날 때면 석현의 몸자세가 늘쌍 꼿꼿해있었던것이다. 원석현이 자세를 풀적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다.

진우는 조용히 속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통일장담당창작가가 다른 기관에 조동되는 바람에 장창작과제가 진우에게 넘어온지는 불과 한달전, 그 어간에 대본창작은 몇번이나 공회전을 하였는가. 원석현이나 보조창작가들의 고충도 있었지만 대본의 기본주인인 림진우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사실 이번의 대본창작은 예술가로서의 총화작이나 같은것이여서 심혈을 깡그리 기울이였다. 허나 대본은 매번 실패로 끝나군 했다. 그때마다 진우는 자기의 재능에 대한 불신과 좌절감으로 하여 고통속에 싸여있군 했다. 늘 건강미에 넘쳐있던 진우의 모습은 이 몇주일사이에 아주 수척해져 진짜 늙은이가 되여버린듯싶었다.

잠시후 심의가 활발히 벌어졌다. 박력은 있으되 일면적인것, 조명의 번다한 구도, 배경대의 시종일관한 구호식, 선언식의 글자형상들. 의견은 이렇게 적지 않았지만 심의원들과 참가자들은 일치하게 저번보다 통일장이 크게 전진하였다는 평가를 내리였다. 나중에 원석현이 일어나서 통일장의 우단점을 짧게 지적한 다음 심의를 일단락 매듭지었다.

《제기된 의견들은 완성과정에 고치면 될것입니다. 진우동무만 남고 다들 돌아가도 좋소.》

림진우는 사람들이 나가자 석현에게 기다린듯 조급히 물었다.

《동무 소감엔 어떤가?》

원석현은 진우의 긴장한 눈길을 마주보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그리였다. 심의 전과정에 석현은 심의자들의 의견을 집계하여 발언하였을뿐 크게 자기의 견해를 내놓지 않았던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동감일세. 한데 그 체조장 말이네, 체조칸에서 의견이 있어하지 않나?》

《?》

《내가 보건대 중간부에 무용수들을 등장시키니 체조장다운 맛이 적어. 개성이 전혀 보이지 않거던.》

《그래? 참작해보세.》

《아니야. 참작이 아니라 무용수들을 빼게. 그래야 체조장의 개성이 나와.》

《이건 뭐 관료주의를 부리는건가? 참작해보겠다질 않나. 자넨 창작실무에 지내 깊이 간섭하는것 같구만.》

《또 또 고집 부린다. 무용수들을 등장시켜 무슨 형상효과를 얻는다는건가. 그래야 안무가출신 총연출가가 욕심을 부리다못해 독선적으로 나간다는 뒤말밖에 들을거 없어. 체조장을 그리 해놓으니까 전작품의 고저생리가 둔해지지 않나. 더이상 고집쓰지 말게.》

《허, 이런.》

림진우는 아예 두말을 못하게 자르는 석현의 태도에 손을 들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물러서면서도 한마디 정정하는것은 잊지 않았다.

《거 언제 봐야 원동문 고집, 고집하며 날 몰아대는데 제발 부탁하네만 표현은 똑똑히 하게. 그건 고집이 아니라 주장이야, 주장.》

원석현은 흰이를 벙글서 드러내였다. 젊어서 예술활동을 같이했고 예술행정일군으로부터 문화성의 책임일군사업을 하는 오늘까지 진우와 작품때문에 이마를 맞대고 토론이나 언쟁을 한두번만 하지 않았지만 진우는 언제한번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 않는가. 긍정은 되면서도 제 의도가 굽혀진것이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였다.

《그 성미 언제 가면 고치겠는지. 하긴 그런게 있어야 림진우지. 이보라구, 진우동무.》 원석현은 진우의 손에 아직도 들려있는 대본을 손짓하며 등받이에서 웃몸을 뗐다. 《이번엔 작품이 희망이 보여, 이자 말한 그런 부분을 내놓고는.》

《원동무, 정말 동무는 작품이 될수 있다고 보나?》

림진우는 따라일어서며 믿어지지 않는지 되물었다.

《이런 의심군 봤나. 방금 말해주지 않았나.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러는건가.》

《어째서 그런지 내겐 전혀 마음에 안 들어. 창작할 때부터 우선 감정이 생기지 않아 내키지 않더란 말일세.》

그들은 휴계실을 나섰다. 사무실앞에 이른 원석현은 채 하지 못한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진우가 여전히 어두운 안색을 하고있었던것이다. 석현은 그의 팔굽을 가볍게 잡았다.

《작품에 지내 포화되였구만. 우리 기분전환도 할겸 걷지 않겠나?》

《그러세.》

림진우는 흔연히 동의했다. 그들은 청류벽과 여울목사이에 들어앉은 5. 1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저너머 감색그물식울타리를 높다랗게 둘러친 야외축구경기장이며 송구경기장에서는 애젊은 처녀선수들이 한창 훈련을 하는것이 류달리 눈을 끌었다. 원석현은 거기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다른 화제를 꺼내였다.

《이것 보게, 진우동무. 그래 아직도 거게 가보지 않았나?》

《어딜 말인가?》

《국제전신전화국에. 아, 거 있지 않나. 미국에서 산다는 동포친구를 만나러 말이네.》

《갔댔네.》

《일두 참.》 원석현은 혀를 찼다. 《진작 그럴걸 처음에 결심했어야지.》

《첨에야 어디 그럴만한 정신적여유가 있었나.》

《것보라구, 그렇다니. 내 짐작이 틀리지 않구만.》 원석현은 또 혀를 차며 진우를 핀잔했다. 《여하간에 로년기에라도 조국방문을 결심했고 친구를 찾았올적에야 무엇인가 바른 리유가 있어 그러질 않았겠나. 진우, 삭이게. 지내 상처가 아프다는것에만 포로되면 큰걸 못 보네.》

《상처, 큰걸 못 본다구? 내가 말인가?》

《그렇네. 사실 그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나. 동무나 그사람은.》

《그만하라구, 원동무.》

마침내 림진우는 참고참았던 노기를 터뜨리고야말았다. 아무리 누르려고 애썼지만 음성은 격해지고 높아지기만 하였다.

《동무 보기엔 내 그리두 사고가 협소한 인간같으나? 옛 상처가 아프기로서니 내 아무렴 그렇게두 암매하게 처신할것 같으나 말일세. 옳네, 난 거절했댔네. 하지만 일흔고개를 넘은 이 림진우가 이게 무슨 그른 처신인가, 더우기 당의 품에서 성장하고 당의 뜻대로 산다고 항상 자부했던 내가 이 무슨 불충한 행위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고쳐 마음먹었네.》

《…》

《가니까 단념했다더군, 전자우편으로 편지 한장만 남기고. 편지에 그가 뭐라고 쓴줄 아나. 동무짐작이 과히 틀리지 않네. 한마디로 후회, 그래서 용서를 바란다는거네. 속죄한다는거지.》

둘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이거 나두 모르게 어성을 높였구만, 미안하이.》

한참후에 림진우는 량해를 구하고나서 석현의 눈길을 좇아 야외경기장을 보다가 무척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석현이, 자네두 김철의 시 〈용서하시라〉를 좋아하지?》

《새삼스럽구만. 그 시를 좋아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럼 말해보게. 왜 동문 〈용서하시라〉가 좋던가, 응?》

석현의 대답에 림진우는 긍정했다.

《옳아, 나도 그래서 좋더군. 시인은 자기의 전작품에 흐르는 주도적인 감정을 〈용서하시라〉에 담았거던.》

 

용서하시라 어머니시여

 

림진우는 스적스적 걸으며 나직이 읊었다.

 

무명천으로 통바지해주었다고

투정질하며 어머니의 속을 태우던

이 아들을 용서하시라

 

《〈어머니〉가 세상에 발표되였을때 나는 신문지상에 난 그 시를 읽고서 작가가 창작한 작품들을 모두 음미해보았었네. 〈당중앙위원회 정원을 나서며〉, 〈나는 조선로동당원이다〉, 〈다섯해후면〉, 〈기뻐하노라〉, 〈갈매기〉, 〈동해선〉, 〈새해축배를 들며〉, 〈삼로주이야기〉, 참으로 그의 작품들에는 당과 수령에 대한 흠모, 삶과 인생, 로동과 청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진실한 감정이 맥박치고있었어. 그런데 이 모든 작품들에 흐르는 주도적인 감정은 무엇인가. 당과 조국을 위해 그 무엇인가 더 하지 못한, 그래서 늘 죄책스러워하는 감정, 이것이였지.

원동무도 아다싶이 시인은 한생 붓대로 우리 당을 받들었네. 심장을 꺼내들고 그속에서 끓고있는 피를 잉크삼아 대돌에 글을 쪼아새기듯이 시를 썼거던. 이러한 시인이 항시 당과 조국앞에 속죄의 감정을 품고있었다는것은 평소에 그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정결했는가를 충분히 헤아려볼수 있는것이 아니겠나. 그래서 김철의 시 한편한편, 하나하나의 표현이 그토록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것이지.》

《!》

《내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어제 편지를 읽고나니 〈용서하시라〉의 구절들이 새겨지며 적중하지는 않지만 시인과 그 사람을 대비해보게 돼서 그러네. 속죄라, 난 그의 진심이 가늠이 안 가.

그래 그가 도대체 왜 조국에 오려고 하나? 무엇때문에 날 만나자는건가. 어려울 때 조국을 팽개치고 달아나서는 외국에서, 그것도 미국에서 피아노건반이나 두드리며 저만을 위해 살다가 명이 질 때가 되니 갑자기 순결한 감정이 솟구쳤단 말인가.

뭐, 용서해달라구? 후회한다?! 아니네, 아니야. 속죄라는 감정은 아무나 가질수 없는것이네. 오직 참인간만이 가질수 있는거지.》

하긴 그렇다. 원석현은 내심 림진우의 말을 수긍했다. 그로 하여 인간적불행을 당한 진우고보면 응당 그럴수 있지 않는가.

《또 흥분하는군.》

석현은 손을 내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는 화제를 마무리지었다.

《됐네. 그 사람이 다행히두 상봉을 포기했다니 이 문젠 저절로 매듭이 지지 않았나. 이젠 그만하자구. 우리가 필요없는데 신경을 쓰는구만. 하여간 오늘 제기된 의견을 참작해서 대본완성을 최대한 당겨달라구. 우리에겐 시간이 모자라. 〈아리랑〉훈련을 하면서 한켠으로는 〈백전백승 조선로동당〉공연 재현준비를 다그쳐야 하네. 어제 저녁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이 계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