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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이였던가. 군사대학을 다닐 때 두번 만나본 이후 해수를 세여보면 진호는 박철건을 5년만에 만나는셈이였다.

포옹이 끝난 뒤 강진호는 침대에 걸터앉아 박철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여전히 사내싸게 굵직굵직한 이목구비, 런닝그를 들추고 솟은 어깨며 가슴, 잔등의 울근불근한 근육들, 삼륜차를 꽉 채우고 앉은 거방진 자세는 확실히 한개 부대를 거느린 부대장다왔다. 한편으로 창백할사한 얼굴빛이며 환자복바지, 삼륜차를 보면서 진호는 마음이 아파났다.

《자식, 내가 뭐 마네킨인가? 뭘 그렇게 쳐다봐.》

제 모양이 썩 면구스러웠던지 진호의 눈길을 피하며 중얼거리는 박철건이였다.

강진호는 괴여오르는 련민의 아픔을 누르며 흔연히 맞대꾸를 했다.

《네가 내 친구가 맞나 해서 그래. 뭐야 이건, 여기 있으면 처녀보다 친구에게 먼저 알려야지. 안 그래?》

《혜영이 말해주던가?》

《그렇지 않으문.》

박철건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였다. 강진호는 그것을 못 본체하며 들고온것을 상우에 올려놓았다.

《어, 이거 괜찮은데.》

그가 꺼내는것을 두루 일별하던 철건은 과자곽만치 크고 흰 찬곽에 들어있는 섭조개구이를 띠여보자 손을 뻗쳤다. 그러던 박철건은 밥곽을 내려놓고나서 삼륜차를 빙 돌려 나들문으로 다가가 쇠를 걸었다.

《이런거야 거저 먹을수가 없지.》

되돌아온 박철건은 탁밑에서 불그스름한 액체가 든 작은 병을 꺼내더니 마개를 따고 두개의 고뿌에 부었다. 그는 들라는 손시늉을 하며 먼저 쭉 마시고 섭조개구이를 집어들었다.

《으음, 맛은 좋긴 한데 진짜는 아니구만. 어디거야?》

《서장물고기상점에서 산거네.》

《글쎄 싱싱한 맛이 적어. 그저 섭조개야 금방 잡아 나무불에 구워먹는게 제일이지.》

《더욱 좋기는 주먹바위까지 헤염쳐가서 거기 섭조개를 따가지고 구워먹는 맛이지.》

《새나루선창앞의 주먹바위. 옳아, 아직도 주먹바위에서 섭이 많이 난대?》

《나도 이따금 집에 내려가서 잘은 모르겠는데 어머니가 피끗 말하는걸 들으니 그쪽은 이젠 양식장이 됐다더라.》

《그래? 진호, 이걸 보니 고향생각이 나는구나, 어릴적의 일이랑.》

박철건은 입을 우물거리며 그답지 않게 퍽 감상적인 어조로 뇌이였다.

고향, 어릴적의 추억. 강진호는 저도 모르게 철건의 말에 이끌려 마음이 젖어났다. 이제는 퍼그나 아득한 과거로 되여버린 그 시절, 그것을 두고 친구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는것은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가.

그들이 나서자란 고향은 북방의 해안도시 청진이였다. 어려서부터 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살아서인지 박철건이며 진호에게 있어서 바다는 생활의 한부분이였다. 특히 중학시절에 들어서서는 아예 그들의 령지로 되여버린 새나루선창앞의 주먹바위가 그러했다.

박철건이네들에게는 이 바위에 깃들어있는 임진조국전쟁시기 정문부의병대와 관련된 이야기며 남녀간의 애정비화를 엮은 옛 전설들도 귀맛이 좋았지만 어장으로도 마음이 끌리는 곳이였던것이다. 열기며 이면수, 어른손바닥보다 더 큰 가재미들이 언제든지 미끼를 물었고 물에 잠긴 부위도 바위투성이여서 문어며 방게들이 적지 않게 서식하고있었다. 그중에서도 섭이 많아 어물을 그물들이로 퍼내는 배군들이나 고급어족을 잡아내는 세소어업쟁이들에게는 눈에 차지 않지만 아이들에게는 어줍지 않은 어장이였다.

무슨 이야기인들 나누지 않았겠는가. 주먹바위에서 보게 되는 이른아침의 해돋이, 8월의 달밤정서, 한바탕 무릎싸움과 수영을 하고난 뒤에 맛보게 되는 혀도 함께 넘어갈듯 한 섭죽, 여름밤 작은 등바위에 기대앉아 유정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그 회수에 맞춰 외국어단어를 암송하던 일, 생각해보면 공부도 운동도 오락도 모두 그 주먹바위에서 한듯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진호네들에게는 이웃마을애들로부터 엄중한 도전이 걸려왔다. 주먹바위를 완전히 독차지할 심산밑에 그 애들이 싸움을 걸어왔던것이다.

원래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합의했댔는데 심술을 또 부리는걸 보니 진호네보다 거리도 가깝고 나이나 머리수가 더 많은 저희네가 암만 봐야 손해라고 생각된 모양이였다.

승부를 갈라서 승리자에게 주먹바위소유권을 완전히 넘기자는것이 그들의 주장이였다.

진호네들은 선선히 동의했다. 수영에서 이기면 팔씨름에서 지고 무릎싸움에서 이기면 씨름에서 지고,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은 간단치 않게 치렬하여 도저히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주먹바위의 매 손가락부위를 차례차례 올라가며 물에 뛰여들어 한번에 누가 더 많이 섭조개를 따는가 하는 겨루기만 남았는데 이것은 진호네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힘에 부친 일이였다. 이웃마을애들보다 자맥질이나 섭따기는 잘할수 있었지만 물에 뛰여들기는 퍼그나 약했기때문이였다. ···

《에, 정말 그때 혼이 났어. 죽는가 했다니까.》

박철건은 찬곽우에 저가락을 놓으며 시뭇이 웃었다. 진호도 그때 심정이 생각키워 뒤를 달았다.

《나도 그래서 장지바위까지 올라갔다가 기권했댔지, 겁이 덜컥 나서. 그래도 동문 식지바위까지 올라가지 않았댔어.》

《그랬지. 독심이 나를 떠밀었어. 내 비록 잘못 뛰여들어 물밑의 바위에 머리가 터져 죽는다 해도 너들에겐 주먹바위를 못 준다하는 그것이였지. 실제로 거기에 꽃나무도 심고 학습터랑 꾸리면서 우리가 품을 좀 작게 들였어?

흠- 어쨌든 그 일을 말하니 기분이 좋구만. 자, 한잔만 더 들자구.》

둘은 잔을 기울이였다. 박철건은 섭살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찬곽을 턱짓했다.

《솜씨가 있어. 료리를 성의있게 만들었군. 누가 했나?》

《···》

《하긴 동문 합숙생이니 정미가 했겠구만.》

《정미가?》 강진호는 이마살을 찌프리며 쓰겁게 웃음을 지었다.

《이건 혜영동무가 직접 만들어준거네.》

박철건은 고개를 들었다. 열심히 우물거리며 섭살을 씹던 그의 입놀림이 떠지고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병뚜껑을 돌리기만 하던 철건은 조금 있다가 진호를 건너다보았다.

《혜영이 무슨 말을 안하던가?》

《들었어. 알고있어.》

강진호는 철건의 손에서 병마개를 앗아내여 병을 채웠다. 그는 박철건에게 곡진하게 말을 건넸다.

《철건동문 정말 처녀와 그만두려는건가? 혜영의 립장은 여전해.》

《그러면 안되지. 됐어. 이젠 다른 말을 하자구.》

《그러지 말라구. 난 꼭 알아야겠어, 왜 포기했는지. 심동무에게 다른 대상이 있다고까지 말했다면서?》

《여, 강진호!》 불시에 박철건의 노기 띤 음성이 방안을 울렸다. 《친구를 모욕하지 말라우.》

둘사이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 강진호는 아직 병중인 친구에게 지나친 질문을 한것 같아 몹시 미안스러웠다. 후날에, 사실 이런 문제야 후에 나누어도 되지 않는가. 그런데 박철건이 먼저 량해를 구하는것이였다.

《너그럽지 못한 속통머리때문에 어찌다 만난 동무를 노엽혔구만. 용서하라구. 그래주지?》

《아니야. 내가 안됐어. 동무의 속도 모르고 그만.》

박철건은 빙그레 웃으며 삼륜차등받이에 조심스레 잔등을 기대였다.

《진호, 저길 보라구.》

강진호는 철건의 손끝을 쫓아 창밖에 눈을 주었다. 거기 눈바투 거리에는 서늘한 저녁바람에 잎새를 가볍게 흔들며 서있는 한그루의 감나무가 보였다.

《응, 감나무? 근데 나무는 큰데 비해 열매는 적게 달렸구만.》

《비록 적게 달려도 충실한 열매면 되지 뭐.》

박철건은 손을 내리며 진호쪽으로 몸을 돌리였다.

《감나무란것이 신통한 놈이야. 꽃을 많이 피워서 열매를 가득 맺었다가도 힘이 진하거나 헛열매가 많으면 충실한 놈들만 내놓고는 모조리 떨궈버리고말아. 잡것들이 성하면 열매나무로서의 사명을 못한다는건지. 사람의 마음과 참 방불하거던.》

《!》

《마음속에 욕심과 허튼것이 가득찬 사람은 구실을 못해. 못난것들이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요즘 저 감나무를 지켜보며 계속 자신에게 물어보기때문이야.

박철건이 너는 저 감나무처럼 마음속에 매달린 헛것들을 단호히 털어버릴수 있는가. 있다, 얼마든지. 나는 이미 절망과 좌절감을 털어버렸으며 앞으로 군복은 벗게 되겠지만 여전히 부대의 싸움준비완성에 남은 육신을 깡그리 바칠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군 하지.

그런데 여전히 털어버리지 못한것이 무엇인가, 혜영이와의 관계야. 그걸 단호하게 털지 못했지.

진호, 내가 심혜영이를 받아들여야 옳은가. 그토록 훌륭한 녀성을 일생 고생시킨다는게 큰 죄악이라는걸 알면서도 받아들여야 옳은가. 사실 난 혜영이에게서 이야기를 듣고나자 불쑥 손을 내밀고싶어지더군. 떠나간 담에도 오라고 편지를 쓰고싶었고 전화를 하고싶었어. 허나 단념했어. 허튼 생각, 열매도 맺지 못할 처신이라고 여겨져서였지. 다른 대상? 내가 혜영일 놓고 어떻게 다른 처녀와 사귈수 있단 말인가.이게 다야. 진호, 뭘 더 알고싶어?》

《됐어. 그만하라구.》

무엇을 더 알고싶은것이 있겠는가. 진호는 묵묵히 앉아 미풍에 가볍게 나붓기는 창가림천의 가장자리만을 매만지였다.

《이젠 동무얘기나 듣자구.》

박철건은 헐겁게 웃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정미와 같이 올걸 그랬어.》

《···》

《보구싶구만. 몹시 바쁜게지?》

《응, 그저 좀···》

정미?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 싫다. 교예장에서 일어난 사고의 근본원인이 한정미에게 있었다는것을 알게 된 진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다음에 찾아든것은 격분이였다. 그걸 삭이느라고 강진호는 무진애를 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런데 이후에 취하는 한정미의 태도는 진호를 쓰겁게 했고 환멸을 자아내게 했다.

당조직은 그의 엄중한 결함을 관후하게 처리해주었다. 날카로운 비판은 해주었으나 교예장훈련지도는 그냥 하도록 믿음을 주었다. 허나 그 일로 하여 둘의 관계는 된 추위를 만난 대동강처럼 풀리기는커녕 더욱 얼어붙고있었다.

훈련장에 내려가 부족점을 지적하고 조언을 줄라치면 그것을 듣는지마는지 새파래가지고 얼굴을 외로 돌리군 하는 처녀였다. 그럴 때면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격한 심정과 함께 내가 과연 무엇을 보고 이런 처녀를 사랑하게 되였는가 하는 후회가 들군 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강진호의 얼굴에 얼핏 비끼는 떫은 기색이며 어정쩡한 태도를 여겨보며 의혹에 차서 묻는 그였다. 진호는 부러 태연한 인상을 지으며 얼버무리였다.

《후에 알게 되네.》

시간이 퍼그나 흘러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호는 철건이 배웅해주겠다는것을 눌러놓고 병원을 나섰다. 그는 문수거리에 사는 시체육단 예술체조감독을 만나려고 뻐스정류소로 향하려다가 단념하였다. 친구에게서 받은 충격이 하도 커서 그것을 음미해보며 내처 걷고싶었다.

나의 친구 박철건이, 나는 그와 유치원과 소학교, 중학교과정을 함께 마치였고 헤여질 때까지 한마을에서 살아온 동기동년생이다. 그런데 내가 철건이를 높이 보기 시작한것은 언제부터였던가. 중학시절 주먹바위소유를 둘러싸고 벌어진 승부겨루기에서 그가 취한 행동을 목격한 그때부터였다. 식지바위에서 서슴없이 뛰여내리던 친구, 물속에서 솟구쳐나와 섭구럭과 쇠갈퀴(섭을 따는 도구)를 높이 쳐들며 이겼다 하고 부르짖던 철건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사령장을 달고 시그러운듯 눈을 쪼프리며 웃는 그의 얼굴이며 자동보총을 가슴앞에 틀어쥐고 군기앞에 서있는 엄숙한 자세, 어깨에 별 두알을 달고 찍은 소대장시절의 사진과 역두에서 만나 포옹할 때 느껴지던 그의 억센 손아귀힘, 묵직하게 안겨오는 중좌의 군사칭호로 바뀌며 해가 갈수록 박철건의 존재는 높아보이기만 하였다.

그것은 무엇때문이였던가. 높아가는 군사칭호. 무쇠를 부어만든듯 한 체격. 사내다운 생김새.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강진호는 그보다는 박철건의 언행에서 풍기는 그것, 진실한 인간만이 소유할수 있는 정신적높이와 세계라고 인정하고있었다.

이러한 정신력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고난과 역경앞에서는 뒤걸음을 모르는 강자였고 사랑에서도 투철한 인간인것이다. 강진호는 철건이를 통하여 군인집단의 정신력이 어떤것인가를 더러 들어 알고있었다. 인민군장병들이 조국의 한치의 땅을 놓고 적들과 어떻게 피의 격전을 벌리는가를 들으며 충격이 컸고 그들이 동지를 위하여 어떻게 자기를 바치는가에 대하여 들으면서 매번 감동하군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정신력을 직접 곁에서, 철건이에게서 또다시 목격하게 되니 친구가 더욱 까마득히 높아보이는것이였다.

철건이, 너는 진짜 강한 인간이다. 그런 너였기에 심혜영이 그리도 사랑하고있으며 달리될수 없는 너였기에 마지막까지 자기를 태워 군인의 본분을 다하려 하고있지 않는가.

낮아보였다. 사람타발을 하며 출연자문제를 풀어달라고 당에 손을 내밀려 했던 자기가 초췌해보였다. 인간생활의 그 무슨 법칙을 운운하며 심혜영의 사랑을 저울질하려들었던 그것도 타매하게 되였다. 동시에 자기를 새롭게 가다듬으려는 충동에 휩싸였다.

옳다, 그래야 한다. 강진호는 끓어넘치는 정신적앙양에 달아 걸음을 멈추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는 단호하게 발길을 돌려 경기장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