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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로할머니 렴배복은 요즘 사는 재미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증손녀의 하정을 안 다음부터 어린것이 마냥 돋보였고 증손자인 영수도 근간에 들어서서는 아주 의젓하고 바른 언행만 해서 그저 쓸어주고 엉뎅이를 두드려주고싶다.

이전에야 어디 그랬는가. 서해찹쌀로 지은것이라며 끼마다 들여오는 기름진 밥도 목구멍이 깔깔해서 넘어가지 않았고 아침저녁으로 나들면서 아픈데는 없는가고 걱정해주는 의사인 둘째며느리의 지극한 보살핌도 귀찮았으며 바람을 쏘이러 동네마실을 다녀보면 대상이 되는 늙은이가 없어 적적하였다. 증손자, 증손녀애들을 데리고 거리구경을 나갈라치면 로할머니에게 부담을 끼친다며 애들을 떼버리고 승용차를 갖다대는가 하면 손이 근질거려 애들 바지라도 한개 빨아놓은 날이면 온 집안의 녀자들이 달라붙어 애엄마가 게으르다고 입을 모아 두들기군 했다.

대가정의 좌상을 편안히 모시려는 자식들의 애바른 진정은 십분 리해가 되였다. 하지만 한뉘 육신을 놀리며 로동으로 살아온 렴할머니여서 이러루한 일들은 어쨌든 불편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국가과학원 부원장을 하는 맏이를 원망하군 했다.

《인생은 아홉고개를 넘기는것이 중요하느니라. 이제는 할머니의 년세가 아흔고개에 바투 다가서고있으니 너희들은 오늘부터.》 라고 정초 렴배복의 여든일곱돐생일을 치르고난 날 저녁에 머리 큰 집안식구들을 모아놓고 맏이가 일장훈시를 하였기때문이였다.

배복할머니는 갑자기 편안해진 이 생활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흔살이 가까와온다고 하지만 오륙이 성성하고 일하고싶은 의욕이 차넘치는데야 뭘하러 자식들이 고여주는 밥이나 축내며 앉아있겠는가.

마침내 할머니는 좌상의 권한으로 대가정의 법과 같은 맏이의 일장 훈시를 무효화해버리였다.

《래일부터 애들의 집을 차례로 돌련다. 바람도 쏘일겸 일은 바루들 하고있는가, 집이랑은 깨끗이 꾸리고 사는가 어디 보자꾸나.》

물론 대경실색한 맏이가 로년기의 건강료법을 내들며 완강히 반대했지만 할머니가 하루이틀에 먹은 결심이 아니라는것을 깨닫자 물러나고야말았다. 허나 맏이는 내속으로는 평양시와 주변구역에 널려사는 일가친척들에게 할머니가 그러해도 일장훈시는 여전히 엄하게 준수해야 한다는것을 단단히 오금박았다.

《이 녀석이 〈사발통문〉을 돌렸나?》

배복할머니는 머리를 기웃거렸다. 가는 집마다 일감이 없었고 있다 해도 잡지 못하게 했을뿐더러 극진한 환대며 관심에서 오는 구속감은 맏이네 집과 조금치도 차이나지 않았던것이다.

《이제야 편히 살겠군.》

북새거리에 있는 영아네 집에 도착한 할머니는 하루밤 지내며 동정을 보고나서 무릎을 쳤다. 이 집은 애들이 셋씩이나 되는데 애들의 어머니인 손자며느리는 근처의 소학교 분과장사업을 해서 늘 바쁘다나니 손이 갈데가 많았다.

배복할머니는 빨래감이 가득 들어있는 버치에 다가앉아 팔소매를 썩썩 걷어붙이며 중얼거렸다.

《녀석의 〈사발통문〉이 여기엔 통할리가 만무하지.》

사실 그랬다. 애들의 아버지는 큰할아버지의 엄한 분부를 재차 받은 그날 공교롭게도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안해에게 미처 알려주지 못하였다.

드디여 할머니는 집안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였다. 하고싶어 손을 붙이는 일은 아무리 해도 힘들지 않은 법이다. 렴배복할머니의 경우가 그러하였다. 한생을 로동으로 늙어왔고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그에게 있어서 집거둠질이며 애들 뒤치닥거리는 일종의 쾌락이나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는 대체로 며칠 건너 한번씩 5월1일경기장에 들어가군 했다. 더운 국이나 강냉이알펑펑이가 든 폴리마대를 가지고가는데 아이들의 훈련이라든가 아니면 관람석에 올라가 종합훈련을 보고나서야 돌아서군 했다.

이날은 여느날과 달리 일요일이여서 렴배복할머니는 일가를 모두 거느리고 5월1일경기장을 찾았다. 가지고간 올감자로 영아네들에게 국을 푸짐하게 끓여주고난 배복할머니는 훈련을 보려고 한켠자리에 틀고앉았다.

영아네들은 늘 그러하듯 교원이 두드리는 장고리듬에 맞춰 몸풀이를 한 다음 록음기음악을 켜놓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비록 해볕에 타서 가밋가밋하나 하나같이 미출한 몸매에 볼록볼록한 볼을 가진 아이들, 그 어느 얼굴에도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수심이나 그늘같은것이 한점도 보이지 않는다.

렴배복할머니는 이따금 영아네 또래아이들을 보면 비명에 죽은 두자식을 생각하군 한다. 해가 바뀌면 마음속으로 나이를 꼭꼭 세여놓군 하는것이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애달픈 심정이니 왜 그러지 않겠는가.

할머니의 맏아들은 엄마를 기다리다가 너무도 배가 고파서 개구리를 잡아먹으려고 마당에 세워놓은 물독에 들어갔다가 거꾸로 박힌채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되여 죽었다. 딸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볼우물이 옴폭옴폭 진 귀여운 일곱살잡이 그 애는 릉라도를 휩쓴 장마가 빼앗아갔다. 딸애를 잃고 온통 새하얗게, 휘뿌옇게만 보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배복할머니는 가슴을 쥐여뜯다가 자식을 따라가버리려고 강물에 뛰여들 독심을 먹기까지 하였다. 세번째자식의 해산을 앞두고 누워있는 렴할머니를 찾아와 일은 안하고 명이 밭은 비렁뱅이자식들이나 가득 싸지르겠으면 당장 나가라고 쟁당거리던 일본놈마름의 몰풍사나운 목소리도 귀에 쟁쟁하다.

한데 이 애들은 정말 좋은 세월에서 자라거던. 그랬던 할머니는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쯧쯔, 어디 이 애들뿐인가. 애들의 부모들은 또 어떻구. 멀리 사람들은 밀어놓고 우리 애들만 봐도 그렇지. 국가과학원 부원장을 하는 맏이네 자식들도 그래, 중앙녀맹에서 과장을 한다는 맏딸네 자식들도 같고 내각부부장사업을 보는 막내네 애들두 다를바 없는것이다. 우리가 살 때야 어디 그랬는가. 할머니는 중얼거리였다. 그래노니 자기가 살아온 옛일이며 형제들의 운명이 자연히 떠오르며 자식들과 비교해보게 되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저기 함경도의 경흥군 하면이라는 고장에서 태를 묻고 자란 배복할머니네 6형제는 누구라 할것없이 기구한 운명에 시달리며 곡절많은 인생길을 걸어왔다. 3살나던 해에 어머니를 여읜 렴할머니네는 인차 아버지도 잃게 되였다. 일제의 《토지조사령》으로 하루밤새에 땅을 떼운 아버지가 일본관리와 대들이판으로 싸운것이 빌미가 되여 감옥에 끌려가 모진 닥달질을 받았는데 어찌나 험하게 매를 맞았는지 집에 돌아와 한달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났던것이다. 의지가지할데가 없어진 배복할머니네는 의논끝에 살길을 찾으려면 고향을 떠야 한다고 결심했다. 다음날 맏오빠는 막내오빠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 로씨야로 떠났다. 강을 건너 조선사람동네를 찾아가던 맏오빠네 일행은 밤중에 로씨야국경수비대의 불의의 단속을 당하자 뿔뿔이 흩어지게 되였다. 동생을 찾으며 부근을 헤매던 맏오빠는 그가 집으로 갔다는 뜬소문을 그대로 믿고 강을 도로 건너 고향에 찾아갔다고 한다. (후에 알게 되였지만 그때 막내오빠는 국경수비대에 잡혀 씨비리감옥에 끌려가있었다고 한다. 10월혁명이후 오빠는 그 고장에 그대로 눌러앉아 신생로씨야를 위해 복무하였다. 그랬건만 1930년대말에는 중앙아시아의 까자흐스딴으로 가 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동생은커녕 남아있던 4형제마저 평양에서 산다는 먼 친척을 찾아 류랑의 길을 떠나가버리고 차압딱지가 붙어있는 초가삼간만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동생들을 찾아 길을 떠나려 했던 맏오빠는 어쨌든 애들의 목적지는 평양에 사는 친척네 집이 분명하니 이왕지사 돈이라도 조금 벌어가지고 갈 작정으로 이번에는 압록강을 건너 일자리가 많다는 간도로 향했다.

한편 둘째오빠를 따라가는 배복할머니네 걸음도 결코 편안치 않았다. 등에 업은 피덩어리녀동생은 소화불량으로 내내 앓다가 로상에서 숨을 거두고 함흥역근방에 이르러 로자돈을 마련하느라 서로 뛰여다니던중에 다섯살잡이 막내남동생이 행불되였다. 설상가상으로 평양에 도착하여 친척을 찾아가니 동리사람들이 말해주기를 한해전에 어디론지 솔가이주했다는것이였다. 오도가도 할데 없는 형제의 가긍한 정상이 하도 눈물겨워 동리사람들이 나서서 그들의 직업을 알선해주었다. 둘째오빠는 사창나루터에서 짐군으로 일하게 되였으며 렴배복할머니는 일본지주의 소유물이였던 릉라도의 락화생밭을 가꾸는 일군으로 고영되였다.

오누이는 피땀을 짜내며 일했다. 그들에게는 뿔뿔이 헤쳐진 형제들이 언젠가는 돌아올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억척같이 일하느라면 보금자리를 펼 허름한 집이라도 반드시 생기리라는 미련이 있었다. 그리하여 몇해가 지나서 다행 그들오누이는 비록 토벽에 짚이영을 얹고 수수바자를 두른 두칸짜리 조촐한 집이나마 릉라도에 자기들의 보금자리를 가질수 있게 되였고 더 좋게 되리라는 앞날을 기대하게 되였다. 하지만 그것은 꿈에 지나지 않았다. 한해, 두해가 지나가고 10년강산이 바뀌였으나 기다리던 형제대신 그들 오누이에게는 재난과 불행만이 련이어 들이닥치는것이였다.

내 팔자가 이리두 박복하단 말인가. 자식 둘을 잃고나서 배복할머니가 속으로 부르짖은 말이였다. 이것두 과연 내 운명이란 말인가. 둘째오빠와 남편이 한날한시에 징용에 걸려 머나먼 북해도로 끌려가게 되였을 때 하늘을 원망하며 그가 한 부르짖음이였다.

할머니는 살면서 남에게 눈 한번 흘긴적이 없었다. 부모님들은 복을 내내 지고다니라고 이름까지도 배복이라 지어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불행은 나를 지꿎게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것인가. 정녕 믿을수가 없었고 불행의 원인을 알수 없었다.

암, 그랬지. 그 시절의 나로서야 그걸 어찌 알수 있었을고. 렴배복할머니는 주의사람들이 볼가봐 안경을 고쳐쓰는척 하며 눈가장자리에 맺힌 물기를 닦아내였다. 이 애들의 아버지두 몰랐을거다. 우바리탄광에서 돌아오지 못한 둘째오빠도 몰랐을거구, 중앙아시아의 거치른 사막에서 무주고혼이 된 막내오빠도 그랬을거다. 반백년전에 함흥역근방에서 행불된 막내동생도 알수 없었을것이다. 이게 다 몹쓸 세상탓이였어. 망국민이라면 누구나 당하게 되는 인위적으로 강요된 운명의 필연이였구말구. 뒤집혀진 둥지의 알 성한것이 없듯이 나라를 빼앗긴 험한 세상에서 어느 가정, 어느 사람인들 편안히 살수 있었을텐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십니까?》

렴배복할머니는 언뜻 눈을 올리떴다. 영아네들처럼 얼굴이 탄 심혜영교양원이 할머니를 걱정스레 지켜본다.

《괜찮네. 한데 어째 그러나?》

《인차 종합훈련을 시작하는데 이젠 가셔도 될것 같애서 그럽니다.》

《그럼 종합훈련까지 마저 보구 가야지. 가는건 바쁘지 않네.》

배복할머니는 그릇등속을 들고 일어서는 일가의 녀인들을 제제시키며 경기장나들문쪽을 가리켰다.

곧 종합훈련이 시작되였다. 비록 《아리랑》이 완성되지 못하여 종합훈련은 전반부밖에 못하지만 렴배복할머니는 매번 볼 때마다 각이한 감정세계에 빠져들었다. 화면과 음악은 련이어 바뀌며 할머니의 심장을 틀어잡았다.

어느새 전반부관통훈련이 끝났다. 기분이 거뿐해나서 바닥출연자들이며 배경대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렴배복할머니는 아뿔싸 하고 입밖으로 외마디소리를 냈다. 두루 주위를 휘둘러보던 배복할머니는 주석단쪽에서 걸어내려오는 배경대총지휘자를 띄여보고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흰 체육복차림이여서 볕에 탄 얼굴이 한결 검붉게 보이는 지휘자는 아는체를 하며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할머니는 다짜고짜 튕겨주었다.

《빠졌네. 분명히 빼뜨렸어.》

《뭘 말입니까?》

《그거 있지 않나. 배경대에 나오는 소백수골안허구 눈내리는 그림, 그리구 노래랑은 어째 없나, 응?》

《오, 〈2월은 봄입니다〉. 2장 2경, 이거 말입니까?》

《난 제목은 몰라. 하여간에 그걸 왜 안해? 얼마나 보기 좋게. 오늘은 휴식을 하나?》

《아닙니다. 당분간 중지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왜, 어디서?》

《아 어디긴요, 준비위원회지요.》

할머니는 돋보기를 추스르고는 불만조로 핀잔을 주었다.

《이보게, 준비위원회라면 숱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인데 그 사람들이 다 입을 모다가지구 자네에게 지시했나?》

《미안합니다, 할머니.》

지휘자는 실언을 깨닫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림진우총연출가동지 아시지요? 그분한테 물어보십시오. 저기 3층 18호가 그의 방입니다.》

이미 몇번 나든적이 있어 배복할머니는 진우의 방을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대기실에 들어선 할머니는 문고리를 잡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반쯤 열린 방문으로 귀에 선 목소리가 흘러나오고있었는데 어찌나 크게 말하는지 어느 정도 귀가 먹은 그도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수 있었다.

《총연출가동지도 알다싶이 출연자들은 매일같이 저를 찾아와 들이댑니다. 당원이 옳은가, 창작가가 맞는가. 어떤 출연자동무는 내가 겁쟁이이고 선이 불투명한 인간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이번일을 통해서 저를 심각하게 반성해보았습니다. 그들이 옳습니다. 내가 어떤 리유에 의해서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그렇지요. 이 작품을 포기한다면 이 김룡남이는 당원이 아닐뿐더러 이 나라 공민의 자격조차 상실한 사람입니다. 립장을 명백히 해주십시오. 어떻게 하잡니까?》

에쿠, 다들 알고있었구나. 그제야 영문을 깨달은 렴배복할머니는 귀를 바싹 강구었다.

《흥분하지 마오. 소리치지 말란 말이요. 난 당원이 아니고 이 나라 공민이 아닌가. 당장 내게 무슨 권한이 있는가.》

《너무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태연할수가 있습니까. 똑똑히 아십시오. 그 작품이 정말 빠지게 된다면 총연출가동지부터 스스로 사표를 내야 할겁니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할머니는 질겁해서 얼결에 문에서 몇걸음 물러섰다.

《앉소, 김동무.》

《그만하십시오. 난 이이상 더 론의하기 싫습니다.》

《여보, 룡남이.》

방문이 세차게 열리며 고수머리를 한 중년창작가가 나왔다. 대기실문이 쾅 후려닫기고 격한듯 투닥거리며 멀어져가는 그의 발자국소리에 귀를 쫓던 할머니는 혀를 차며 창작가를 나무람하였다.

《녀석두, 중한 일일수록 오손도손 해야지 왜 괜스레 왝댁거리노.》

배복할머니는 방안에 들어갔다. 사람이 들어온것도 모르고 고뇌에 잠겨 멍하니 앉아있는 림진우를 보니 동정심이 북받쳐오른다. 고운 말, 미운 말 혼자 삭혀야 하는 총대장이니 오죽 힘이 들가. 할머니는 은근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힘든게구만.》

《어이구, 할머니 오셨습니까.》

림진우는 펀뜩 정신이 들어 황급히 의자를 권하며 인사했다. 그는 숨을 크게 내불며 할머니의 말을 긍정했다.

《예, 진짜 베찹니다.》

《아네, 알아. 내 저기서 들었어.》

문쪽을 가리키고나서 렴배복할머니는 차를 부으려는 진우를 만류하며 그의 손을 잡아일으켜세웠다.

《나허구 같이 가자구. 속이 괴로울 땐 그저 당조직이상 없다니. 당에 가서 속을 툭 털어놓고 조언을 청하문 어련히 풀어주지 않을라구.》

《허허, 어딜 간다구 그러십니까?》

《글쎄 어서 가자니까.》

배복할머니가 림진우를 데리고간 곳은 차성규부부장의 사무실이였다. 때마침 사무실에는 주인이 일을 보고있었다.

렴배복할머니에게서 사연을 듣고난 차성규는 책상빼람을 열고 열덧통이나 되는 편지들을 꺼내였다.

《어서 보십시오.》

배복할머니는 돋보기를 끼며 편지를 집어들었다. 얼추 훑어보니 수도와 지방, 공장, 기업소들에서 보내온것들이였다. 할머니는 그중 하나를 꺼내여 읽어보았다.

《이것도 2월명절문제로구만. 다 같은건가?》

《예. 전부 그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입니다. 편지는 아직도 계속 오고있습니다.》

《음, 그러니까 당조직에서도 아는 문제였구만. 부부장어른, 그럼 인차 2월명절장면을 보게 되나?》

《안될겁니다.》

《?》

《위대한 장군님께서 승인하지 않으십니다.》

《?》

할머니는 성규의 그 대답이 몹시 언짢았다. 이제껏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일하면서 자신의 일이라면 사소한것이라도 밀막으시는 그분의 겸허한 품성을 몰랐단 말인가.

《섭섭하오, 부부장어른. 일이 그리되였다면 부부장어른이랑 간부들이 잘 조처해서 어떡하나 성사되도록 노력해야지. 일군들의 사고가 어째 그리들 맥혀있나.》

차성규는 답답한듯 목단추를 끌렀다. 의자에 앉은 그는 두손을 책상우에 얹으며 최근 김정일동지께서 하신 말씀내용을 말해주는것이였다.

렴배복할머니는 그이의 말씀의 뜻이 하도 깊어 어떤 대목은 자주 되물어보았다. 할머니는 돋보기를 벗어들며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날 저녁 렴배복할머니의 방은 자정이 넘도록 불이 켜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