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6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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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홍범과 양명심은 조국을 떠난지 두달 23일만에 돌아왔다. 이날 평양비행장은 환영일색으로 뒤설레였다. 떠날 때에는 몇사람만이 전송을 하던 비행장에 지금은 수천명의 군중이 모였다. 조국에 남아있던 같은 연구집단의 성원들과 기계공학연구소 연구사들, 중간공장의 로동자들이 여러대의 뻐스를 타고 비행장으로 왔다. 평양과 지방의 연구기관사람들도 있었다.

머나먼 유럽에서 하늘을 날아온 대형려객기가 활주로에 내렸다. 대기하고있던 사다리가 비행기의 출입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기체의 문이 열리면서 주체과학의 위력을 세계에 떨친 두 청년과학자가 나타났다. 꽃보라가 날리고 환성이 터져올랐다. 사다리의 층계를 내려짚으려던 석홍범과 양명심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처럼 성대한 환영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들이였다. 군중의 머리우로 높이 쳐들린 프랑카드에는 이런 글발들이 씌여져있었다.

《라이쁘찌히국제시장에서 금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열렬히 축하한다!》

그들은 환호하는 군중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보내였다. 그리고는 거듭 손을 흔들어보이며 땅우에 내려섰다. 어데서 겨누어오는것인지 알수 없는 사진기의 섬광들이 번쩍거렸다. 붉은넥타이를 가슴에 날리는 남녀소년단원이 달려와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그뒤로 고중환이 나타났다. 남방샤쯔에 전이 넓은 초물모자를 쓴 그는 웃음진 얼굴로 석홍범과 양명심의 손을 잡아주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동무들을 성대히 환영해주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지금 최전연에 나가계십니다. 래일 평양에 돌아오시면 동무들을 만나겠다고 하시였습니다. 과학원으로 돌아가지 말고 오늘 밤은 려관에서 쉬시오.》

석홍범과 양명심은 감격했다. 외국려행기간 그들은 내처 그이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여있었다. 조국에 있을 때와도 다르게 잠 못이루도록 사무쳐오는 그리움이였다. 금상을 받은 날부터는 더구나 어느 한시도 그이에 대한 생각을 잊은적이 없었다. 오늘의 성공에로 자기들을 이끌어주신 지나온 나날이 무시로 되새겨졌기때문이였다. 그런데 래일 만나주시겠다니 넘치는 기쁨으로 금시 가슴이 터질듯했다. 누가 뿌려주는지 알수 없는 꽃보라가 머리와 어깨우에 날려왔다. 그들은 헤여졌던 정다운 사람들을 차례로 만났다. 누구와도 긴 이야기를 나눌수 없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석홍범앞에 나타난 강민옥은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하는것도 아니였다. 웃음속에 울고 눈물속에 웃으면서 남편의 손을 잡은채 얼굴을 바라볼뿐이였다. 헤여져 그립던 남편을 만나는 반가움과 남편의 영예가 자랑스러워서만이 아니였다. 이 순간에 그는 과학의 길에 나선 남편을 리해하지 못하고 불만과 앙탈로 지지리도 속을 태워주었던 과거를 다시금 되새기였다.

《여보, 그만하고 물러나오.》

석홍범은 이 순간 안해의 말없는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잘 알고있었으나 주변정황을 생각하며 뿌리치지 않을수 없었다.

여러사람과 인사를 나눈 양명심은 군중속에서 할아버지를 찾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저희들이 오늘 귀국한다는걸 모르시나보지요?》

환영군중과 헤여져서 나들문으로 나올 때 양명심은 림수봉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저께 동무의 할아버지한테도 전화를 했소. 양선생은 전화를 받더니 그러지 않아도 오늘 인민대학습당강의가 물려있기때문에 평양으로 떠나겠다고 했소.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나타나지 않았구만.》

할아버지의 신상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을가? 영림에서 평양까지는 승용차로 한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선물로 받은 고급승용차를 가지고있다. 로인의 몸으로 기차를 타자면 불편스럽겠지만 승용차로는 쉽게 다녀갈수 있을것이다. 꼭 오시겠다던 할아버지가 오지 못한걸 보면 분명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을것이다.

과학원에서 왔던 사람들은 모두 평성으로 되돌아갔다.

시내로 들어온 석홍범과 양명심은 려관에서 려장을 풀었다. 려관에서는 그들에게 5층에 있는 특별호실들을 각각 제공해주었다. 몸이 뚱뚱한 관리원녀인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호실에 들어선 석홍범은 들고온 큼직한 트렁크에서 세면도구를 찾아들었다. 무더운 날씨와 마음의 흥분으로 비행장에서부터 흠뻑 땀을 흘리였다. 그는 서둘러 목욕실로 들어갔다. 눈부시게 흰 법랑욕조에는 맑은 물이 넘치게 차있었다. 그는 욕조에 몸을 잠그고 비스듬히 다리를 뻗쳤다. 한껏 달아올랐던 몸이 시원히 식어들면서 감미로운 쾌감이 전신에 퍼졌다. 무심결에 두손으로 물을 움켜서 눈앞에 쳐들었다. 오래간만에 피부에 느껴보는 조국의 물이였다. 손가락짬으로 슴새여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자기의 체내에 흐르는 피처럼 소중히 느껴졌다. 전에는 체험해본 일이 없는 느낌이였다.

거뜬히 목욕을 하고난 석홍범은 호실의 창문들을 활짝 열어젖히고 창가에 섰다. 그는 거리로 오가는 사람들과 꼬리를 물고 질주하는 자동차들을 바라보았다. 눈길이 닿는 그 모든것이 유정하게 안겨왔다. 나직한 노래소리가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울려나왔다.

 

돌아보면 세상은 넓고넓어도

내 사는 내 나라 제일로 좋아

···

 

얼마후에 석홍범과 양명심은 저녁식사를 하려고 맨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식탁을 차지했다. 그들은 빈자리를 찾아 식당복판의 두리기둥옆에 앉았다. 꽃무늬비닐보를 씌운 네모진 식탁에는 네사람이 둘러앉게 되여있었다.

《여기에 앉아도 일없겠습니까?》

앉을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로인이 명심의 옆에 비여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서 앉으십시오.》

명심은 공손히 응대했다.

로인은 자리에 앉더니 손에 들고있던 넙적한 초물부채를 부치며 대머리에 내밴 땀을 씻었다. 려관의 호실에서가 아니라 거리에서 직방 식당으로 온듯싶었다. 명심은 로인을 무심히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로인은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적은듯싶은데 강마른 얼굴이였다. 낯모를 로인이 아니라 자기의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가.

로인은 어지간히 땀을 들였는지 부채를 멈추고 두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나이탓으로 약해진 시력을 모으려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유심히 바라보던 로인은 갑자기 탄성을 터쳤다.

《아, 라이쁘찌히국제시장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이구만! 내 다섯시 텔레비죤보도에서 동무들을 보았소. 내가 빗보질 않았겠지?》

《저희들이 옳습니다.》

석홍범은 싱긋이 웃으며 머리를 가볍게 숙이였다.

《동무들의 성공을 축하하오.》

로인은 석홍범과 양명심의 손을 잡아주었다.

《로인님은 어데 계십니까?》

석홍범이 물었다.

《청진광산금속대학에 있소.》

흔연히 응대하던 로교수는 흥분된 어조로 계속했다.

《나는 동무들과 같이 새파랗게 젊은 학자들이 성과를 거두고 온것이 무엇보다 기쁘오. 교단에서 후대들을 키우는 사람이여서 그런지 모르겠소.

우리 과학은 창창한 미래를 확신성있게 내다보고있소. 오늘 오전에 인민대학습당에서 옛 제자의 강의를 듣고 그것을 더욱 확신했소.》

석홍범과 양명심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다시 눈길을 로인에게 모았다. 백발이 성성한 로교수가 제자의 강의를 듣게 되였다니 사뭇 놀라운 일이였다. 뒤를 재촉하는 젊은이들의 시선을 느낀 로인은 서슴없이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인민대학습당에서 오늘 금속의 초소성가공법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광고는 이미 지난 주에 텔레비죤으로 소개되였댔지. 금속공학전문가인 나는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강의실에 들어갔소. 전국에서 모여온 청강생들로 그 넓은 강의실이 꽉 찼더랬소. 그런데 연단에 나타난 강사가 글쎄 여러해전에 우리 대학을 졸업한 내 제자가 아니겠소. 나는 대학때에도 그 동무가 훌륭한 과학자로 되리라고 믿어왔지만 정작 강의에 출연한것을 보았을 때 그 놀라움과 반가움은 이루 형언할 길이 없었소. 미래의 금속가공기술로 인정되는 초소성가공법에 대해 그 동무가 참으로 깊은 연구를 하였더구만. 강의내용도 좋았지만 커다란 민족적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티탄합금뿐아니라 다른 모든 금속가공에서 남먼저 초소성가공기술을 도입해나가자는 열렬한 호소가 청중의 심금을 울렸소. 강의가 끝나자 장내에 우렁찬 박수가 터져올랐소.

앞줄에 앉았던 나는 흥분된 나머지 분별을 잃고 연단으로 올라갔소. 그 동무는 나를 알아보더니 〈선생님!〉 하고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품에 안겼소. 그러자 청중은 더욱 우렁찬 박수를 오래 보내주었소.···》

로인은 말을 맺으며 눈을 슴벅이였다.

《그 동무가 지금 어데 있습니까?》

숨을 멈추고 듣고있던 명심이가 물었다.

《이제 식사하러 여기로 올게요.》

명심의 심정을 알바 없는 로인은 건성 대답을 하더니 마저 터놓지 못한 자기의 감정에로 되돌아갔다.

《동무들은 아마도 사랑하던 옛 제자의 강의를 듣게 된 스승의 심정을 리해하지 못할게요. 거꾸로 제자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된것이 불쾌하거나 모욕으로 느껴질것 같소? 아니요. 그와는 반대로 한없는 대견스러움과 교육자된 긍지를 체험하게 되는거요.》

《선생님.》

명심은 로교수의 제자에 대하여 캐여묻고싶은 초조한 심정에 사로잡히며 그의 주의를 자기에게로 끌었다. 그러나 정작 묻자고 하니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도톰한 입술을 방싯거리며 기대어린 눈을 빛내일뿐이였다. 로교수는 혈조가 번지는 처녀의 얼굴이 갑자기 푹 숙어지는것을 보고 영문을 알수 없어 고개를 기웃거렸다. 명심은 옆에 앉은 로교수의 제자가 박치영이라는것을 의심치 않았다. 오늘 할아버지가 비행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까닭도 비로소 짐작이 갔다. 할아버지는 인민대학습당에서 자신이 해야 할 강의와 비행장상봉을 박치영에게 맡긴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나와 박치영의 관계를 알고 일부러 그렇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시 박치영을 이 려관에서 만나게 된것은 반갑고 기쁜 일이다. 상봉의 기대로 가슴은 잔잔히 설레였다. 한해전에 이 려관밖에서 만났을 때는 그가 비록 자책과 번민에 잠겨있었지만 그에 대한 지난날의 원한은 채 가실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만나면 순탄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것이다. 서로의 성과와 전진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주게 될것이다. 만일 그가 사랑이 다시 회복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그것이 현실로 될수 있다고 생각하자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가슴이 설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