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7

제 5 장

7

 

지배인 김용삼은 분노에 질려있었다. 자기가 대형산소분리기의 해체와 수송을 위해 정신없이
뛰여다니는새에 기사장이 베아링강 수십t과 수출을 위해 생산해놓았던 환강 100여t을 제멋대로 지배인이 사전에 내각과 맞물린 대상이 아닌 다른 기관들에 넘겨주었던것이다.

이런 일이 벌써 몇번째인가?··· 인제는 더이상 참을수 없었다.

기사장방에 두번세번 전화를 걸다가 나오지 않자 처녀교환수에게 소리쳤다.

《기사장동무가 어데 가있는지 몰라?》

《모르겠습니다.》

생산부기사장에게 물었어도 모른다는 대답이였다.

《아침부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뭐라구?》

내화물직장에 나가있는 1부기사장을 전화로 찾으니 그도 역시 기사장의 행처를 모른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책임비서동질 만나보면 알수 있습니다. 글쎄 어제 아침 책임비서동지가 날더러 한 이틀간 기사장동무가 자리를 비운다고 하던데··· 예,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책임비서가 어디에 있는가를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는 분노로 하여 험악해진 얼굴을 손으로 벅벅 문지르며 지휘부건물의 류달리 가파로운 계단을 뛰여내리다싶이 했다.

벌써 가을이였다. 황이 든 가랑잎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앞마당에서 수선스럽게 맴돌며 어슬렁거렸다.

차를 달리며 보니 공장도 그새 달라진것이 많았다.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던 《ㅈ철》구역은 온통 파제껴져있었다. 《ㅈ철》공장의 낡은 건물들을 송두리채 까부시고 성구직장을 비롯한 새 건물들을 앉혔는데 지금은 수천명의 사람들이 달라붙어 시꺼먼 연진늪을 파제끼느라고 역사질이였다. 한쪽에서는 벌써 주변을 정리하고있었다.

지배인의 차가 멎는것을 보고 책임비서가 웃으며 다가왔다.

《지배인동무, 수고많았습니다. 벌써 대형산소분리기 첫차분을 싣고 온다지요?》

김용삼은 속에서 끓는것을 단숨에 쏟아놓으려 했었지만 《ㅈ철》공장개건현대화공사를 벌리느라고 얼굴이 누렇게 떠있는 전진욱을 보고는 혀를 깨물며 참는수밖에 없었다. 기사장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누르고 그새 《ㅈ철》공장이 아주 번듯해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진욱은 두눈을 빛내이며 성수가 나서 말하는것이였다.

《연진늪들을 다 파제끼고 멋들어진 호수를 하나 만들자는겁니다. 빙 돌아가며 의자를 놓고 저기와 여기 이렇게 량쪽엔〈오작교〉도 놓아주고··· 이 주변에 나무들을 쭉 심어 처녀총각들이 일을 끝내고 와서 사랑도 속삭이고 뽀트도 타면 얼마나 멋들어지겠습니까. 예?》

《예, 멋있습니다.》

《다시는 저 굴뚝들에서 시꺼먼 연기가 나오지 않을거구 처녀들도 나비같이 달린옷을 입고 나설거구오. 그러니 여기에 공원이랑 잘 만들어줍시다.》

《예, 좋습니다.》

비로소 전진욱은 지배인의 얼굴이 시뿌득하게 얼어있고 대답소리 또한 그닥 시원치 않다는것을 알아챈듯 저으기 놀라는 눈빛으로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는가요?》

《기사장동무말입니다.》 하고 김용삼은 대번에 참고참아오던 분노를 불길처럼 내뿜었다. 《인젠 그 사람하구 더이상 같이 일하지 못하겠습니다.》

《?···》

《글쎄 기사장이란 사람이 이게 뭡니까. 지배인이 조직한 일을 뒤에서 돌아가며 뒤집어엎구··· 그통에 난 계약대상들로부터 거짓말쟁이로 몰리면서 받아올것도 못 받아오구··· 이거야말로 온통 제멋대로인데 이래가지구야 어떻게 같이 일하겠습니까.》

김용삼의 좁은 이마우에서 피줄이 퍼렇게 부풀어오르고 두눈은 분노로 하여 사무러워지고있었다.

《나이대접을 그만큼 해줬으면 됐지 난 더이상 참을수 없습니다. 인제 결판을 지어야겠습니다.》

《결판을 짓다니?》

《그런데 기사장동문 어데 갔습니까?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구만요.》

《···》

금시 기쁨에 넘친 목소리로 《ㅈ철》공장의 래일을 펼쳐보이던 전진욱은 피로로 충혈진 두눈을 괴롭게 슴벅거리며 바싹 말라서 튼입술을 혀로 감빨았다. 천천히 눈길을 옮겨 연진늪을 파내는 사람들쪽을 바라보다가 긴 한숨을 내뿜었다.

《기사장동문 벌써 이틀째 도당에서 검토받고있습니다.》

《예?》

《우리가 잘 돕지 못했습니다.》 하고 전진욱은 침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제때에 진심으로, 동지적으로 비판을 주어 바로잡지 못했단 말입니다. 결국 기사장이 생산된 강재를 제멋대로 넘겨주는가 하면 지배인과 합심하지 못하고〈ㅈ철〉을 비롯한 기술문제에서는 남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된다거니 안된다거니 도섭을 부리는 등 사업과 생활에서 처신을 바로하지 못한데 대한 자료들이 경애하는 장군님께 보고되였습니다.》

《?···》

《우리가 어떤 사람들입니까.》 전진욱의 눈시울이 가늘게 떨리고있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온 나라의 앞장에 내세워주신 돌격전의 기수들이 아닙니까. 그만큼 믿고 내세워주셨으면 사업실적으로, 강철생산으로 보답해야겠는데 오히려 걸음마다 괴로움만 끼쳐드리고있으니···》

《···》

김용삼은 한순간 짧고 더부룩한 눈섭을 찡기였다. 볕에 타고 바람에 그슬려 거무스레해진 얼굴이 별안간 더 여위고 어두워진듯 했다. 불현듯 자신이 범한 엄중한 과오를 상기한것이였다. 하여 매운연기처럼 가슴속에 꽉 들어차있던 기사장에 대한 노염도 가뭇없이 사라져버리고 마음은 저려나기 시작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밤에 자다가 가위눌렸을 때처럼 참을수 없이 가슴이 답답해났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전진욱이 또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을 잇고있다. 《련합기업소 당책임비서로서 기사장동물 진심으로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그가 나이를 핑게로 자리지킴이나 하고있는걸 잘 알면서도 끝까지 돕지 못하구 도중에 줴버리다싶이 했습니다. 이제 와서야, 이렇게 뒤늦게야 가슴아픈 자책을 하게 됐으니··· 경애하는 장군님께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전진욱은 담배를 피워물었고 김용삼은 거밋해진 손가락으로 목깃의 단추를 잡아비틀었다. 또다시 가슴속에 파고드는 죄책감으로 하여 목이 타들었던것이다.

그렇다. 장군님께선 처음 봉화를 지펴주실 때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일단 불을 달았으면 끝장을 볼 때까지 돌격선을 내달려야 한다고··· 그때 그 말씀을 새겨들으며 김용삼 자기는 얼마나 흥분했던가. 축구장의 공격수처럼 끝까지 공격하여 꼴을 넣으리라고 속다짐하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김용삼은 자신에 대하여 우물을 파도 제일 깊은 곳까지 끝까지 파지 않고서는 물러서지 않는 그런 성격이라고 은근히 자부했었다. 그렇게 믿고있었기에 그는 불쌍한 어머니와 자기를 끝까지 찾아보지 않고 중도에서 줴버린 아버지를 끝없이 원망했었다. 그리하여 난생 처음 만나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술을 부을 때에도 술과 함께 쓰라린 노염과 울분까지 쏟아붓지 않을수 없었다.

 

아버진 왜 끝까지 우릴 찾지 않았소? 진정 사랑했더라면 온 세상을 다 뒤져서라도 기어이, 끝까지 우릴 찾았을게 아니겠소?··· 하고 속으로 울부짖었었다.

그런데 그자신은 자기의 맹세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었다. 힘들다고, 앞이 잘 내다보이지 않는다고 끝까지 내밀지 못하고 도중에 맥을 놓았고 마침내는 패배자의 우는 소리를 하였었다. 주타격방향의 돌격선에서 돌격해나가던 지휘관이 별안간 돌격구령이 아니라 가슴을 움켜쥐고 신음소리만 내질렀던것이다.

그렇게 경애하는 장군님께 죄를 짓고 어언 반년세월이 흘러갔다. 죄를 짓고 6개월이 되여오는 오늘까지 용서받지 못하고있다. 이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그는 숨이 막히고 명치끝이 뜨끔뜨끔 해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

 

한밤중 동해쪽으로 이동해온 태풍 12호가 김책시앞바다를 지나며 쌍포지구를 풍랑으로 끓어번지게 했다. 어느덧 그 기세가 퍼그나 죽었다고는 하지만 태풍은 역시 태풍이였다. 아름드리나무를 뿌리채 뽑아던지고 모래불에 끌어올렸던 작은 배들을 허궁 들어 수산직장 철문앞에 동댕이쳤다.

죽기내기로 파제낀 연진늪의 시꺼먼 진흙더미가 죽탕이 되여 흘러내리고 강철구역과 《ㅈ철》구역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송령천이 갑자기 불어나 뚝을 넘으며 연진늪의 흙더미를 사방으로 밀어던지고 길바닥에 게발라놓았다. 그리하여 차가 움직이지 못할 형편이였다.

낮에 책임비서 전진욱의 화려하게 펼쳐보이던 《ㅈ철》구역의 공원과 호수, 사랑의 《오작교》는 설계도면에 옮겨지기도 전에 벌써 시꺼먼 감탕속에 가뭇없이 파묻혀버렸다.

김용삼은 감탕밭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전조등불빛을 휘딱휘딱 우로 아래로 내던지군 하는 승용차안에서 두눈을 부릅뜨고 밖을 내다보며 저도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시오. 책임비서동무, 낮에 꾸던 꿈은 도대체 어데로 사라졌습니까. 책임비서동무, 글쎄 꿈이 많은건 좋지만 제발 한꺼번에 너무 많이 꾸진 말아주시오.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수다.》

책임비서는 대형산소분리기터전으로 파놓은 기초구뎅이부근에 있었다. 책임비서의 차가 기초구뎅이의 내부와 밖에서 물막이처럼 뚝을 쌓는 사람들을 전조등으로 비쳐주고있었다. 설비부지배인 허필웅이 싣고떠난 분리기탑이 도착하면 제때에 건설을 시작할수 있게 콩크리트기초를 다진 구뎅이였다.

기술적요구대로 하면 대형산소분리기는 공기좋은 곳에 설치되여야 하므로 여기 바다가 수렁지를 택했었다.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었다. 바다기슭이긴 하지만 수렁판이고 《ㅈ철》공장 바로 옆이 아닌가. 수렁판을 파서 기초를 하자면 막대한 품이 들고 《ㅈ철》공장에선 매일 시꺼먼 연기가 나오므로 산소분리기가 좋은 공기를 마실수 없지 않는가? 하는 의견들이였다. 그 의견들을 일축해버렸다. 수렁판밑엔 모래자갈이여서 기초콩크리트엔 제격이다. 그리고 《ㅈ철》공장에서 다시는 시꺼먼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것을 아직도 믿지 못하겠는가?!···

부지중 김용삼은 야릇한 미소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과학기술적으로 준비되여있고 생산공정에도 밝은 당일군과 같이 일하는것이 좋은가 아니면 《그런건 지배인동무나 기사장동무가 다 말으시오. 난 그저 당사업이나 하지요.》라고 하면서 사무실에만 박혀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것이 더 좋은가?···

그는 머리를 저었다. 내가 오늘 무슨 당치 않은 생각을 하고있는것인가?··· 생활에서나 사업에서나 그는 복잡한 공식을 싫어한다.

모든것이 단순하고 명백할 때 그는 성수가 나서 일판을 벌리는데 책임비서는 그와 정반대이다. 매일 머리를 짜내며 무엇인가 자꾸 고안해낸다. 그럴수록 지배인인 자기는 사시장철 동서남북 그 어데건 발톱이 빠지게 올리뛰고 내리뛰여야만 하고···

지금 여기에 벌려놓은 일판만 해도 그렇다. 산소분리기는 1천t에 훨씬 넘는 중량이므로 그의 기초에는 360마르까이상의 세멘트를 써야 한다. 게다가 거기에 규소까지 섞어야 한다고 기술적요구가 주어지고있으니··· 정말이지 머리가 휘돌아갈 지경이다. 그런데 이처럼 까다로운 요구를 가진 화학공장 설비기초에 냄새도 역한 연진늪의 감탕이 들어가 섞이면 기초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는가, 어떻게?···

벅적 끓어대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김용삼은 다시금 책임비서도 골탕을 먹는데 대하여 본의아니게 심술궂은 웃음을 띄우며 그와의 마음속 대화를 이어갔다.

《그것 보시오. 책임비서동무, 한꺼번에 많은 꿈을 꾸다보니 이렇게 골탕을 먹지 않습니까?!···》

그러나 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그는 웃도리를 벗어던지며 운전사에게 연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내 장화! 장화가 어데 갔어?》

《비옷?··· 아ㅡ니, 그건 필요없어.》

《됐어, 됐다니까. 모자는 해서 뭘해?》

사람들속에 뛰여들었다. 누군가에게서 삽을 빼앗으려는데 녀석이 완강히 뻗대였다.

《아니, 지배인동지? 이건 내 무기입니다.》

《무기?》

알고보니 녀석은 해군사관으로 제대된 박철진이였다. 하나강철직장 용해공이라는것이 그가 아는것의 전부였다.

《용해공이라는게 무슨 일하는 본때가 그래?》 하고 김용삼은 을러메였다. 《내 하는거 좀 보라!》

땀흘리며 일할 때가 제일 성수난다. 삽자루를 거머쥐고 바닥의 모래자갈을 닥치는대로 구뎅이우로 파던지기 시작한다. 그 모래자갈로 구뎅이주변에 뚝을 쌓는것이다.

사실 이 고장에 늪이 많은것은 송령천과 림명천 두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기때문이다. 강은 흙을 날라 바다기슭에 쌓고 바다의 파도는 매일같이 모래를 기슭으로 떠밀어올린다. 오랜 세월 그것이 반복되느라면 강물의 흐름이 막혀 새로운 출구를 찾아 바다로 흘러들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러면 본래의 강흐름길엔 크고작은 늪들이 생겨나는것이다. 《ㅈ철》구역이나 대형산소분리기를 세울 이 위치는 바로 그런 늪지대이다. 우에는 감탕, 밑에는 모래자갈··· 김용삼은 어느새 땀이 물흐르듯 했다. 비물때문인지도 모른다. 드디여 속내의까지 다 벗어던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김응범이라는 산소발생기 책임기사와 함께 우산밑에 도면을 펴들고 무엇인가 토론하고있던 책임비서가 그를 돌아보더니 놀라서 소리쳤다.

《게 누구요. 빤쯔바람으로 일하는게? 그러다 감기라두 걸리면 어쩔려구 그래?!》

《책임비서동지.》 삽을 빼앗긴 박철진이 때를 만난듯 소리쳐 고해바쳤다. 《지배인동지입니다. 내 삽을 뺏았습니다.》

김용삼은 아무것도 모르는척 여전히 부리나케 삽질만 해대면서 속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리고있었다.

《책임비서동무, 이제부터 무엇을 개척하고 작전을 하면서 머리를 쥐여짜는 일은 전적으로 책임비서동무가 다 맡으시오. 아무래도 난 돌격전의 앞장에서 냅다 달리는 편이 더 좋수다.》

이윽고 전진욱이 구뎅이속으로 내려와 삽자루를 움켜쥐였다.

《지배인동무, 이렇게 하는게 아닙니다. 지배인동무가 서있을 자린 여기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있습니다, 책임비서동무.》 하고 그는 물흐르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오래간만에 현장시절처럼 한바탕 땀을 흘리니 오만가지 근심걱정이 다 달아나는게 얼마나 거뿐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다문 한순간이라도 지배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주시오. 예?··· 부탁합니다.》

《···》

전진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용삼의 마음속에서 끓고있는 복잡한 심리의 밑창을 들여다본듯싶었다. 하여 그는 머리를 기웃거리다가 다시 우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에서 기다리고있던 책임기사와 무엇인가를 계속 토론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김용삼은 박철진이라는 제대군인에게 머리를 홱 돌렸다.

《여 동무, 고자질하는거 어데서 배웠어?》

《옛, 군대에서 배웠습니다.》

《뭐 군대에서 그런것두 배워줘?》

《옛, 병사는 상관의 물음에 언제나 정확하게, 간단명료하게 보고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허ㅡ 이 친구 봐라?!》

김용삼은 그한테 가까이 다가섰다. 전조등의 밝은 불빛속에 드러난 박철진의 물에 젖은 모습은 싱싱하였다. 아니, 순수하고 담차고 지어 그쯘하고 름름하게 느껴지는것이였다.

《동무 결혼했소?》

《인차 하겠습니다.》

《왜 이제야 해? 남들은 다 갔는데.》

《제일 고운 녀잘 좀 고르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일 잘하는게 제일 고와.》

《옳습니다. 지배인동지, 그래서 딱소리나는 대상을 하나 정했습니다. 래일이라도 당장 갈수 있습니다.》

《좋아, 결혼식땐 나한테 꼭 알리라구.》

《알았습니다, 지배인동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헤벌쭉거리고있었다. 사실 그들모두는 퇴근길에 방송차에서 울리는 비상동원령을 듣고 저마끔 달려나왔으므로 박철진이 누군지 알수 없었으나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쯘한 체격에 눈이 부리부리한 그 총각이 어떤 녀자를 골라잡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 사람들속에는 서옥영이도 있었다. 기초구뎅이우에서 사람들의 등뒤에 몸을 숨기고 몰래 아래를 내려다보며 지배인과 박철진의 이야기에 귀를 강구고 숨을 죽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