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2

제 5 장

2

 

강창길부총리는 평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제강소병원에 입원하고있는 《ㅈ철》공장 초급당비서 허군수와 두명의 연구사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기사장 송근우가 병원으로 그를 안내해갔다.

허군수는 물론 두명의 연구사는 1호동의 2층 남향쪽 호실에 들어있었다. 허군수가 우기여 모두 한호실에 들었다고 한다.

내각부총리가 온다는 련락이 있은 모양으로 병원원장과 외과과장은 물론 병원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내과과장까지 밖에 나와서 대기하고있다가 그들을 맞이하였다. 알고보니 원장과 외과과장은 급한 수술환자에 대한 협의진단때문에 자리를 뜨지 않을수 없어 내과과장 안형주를 안내자로 정했다고 한다.

강창길은 2층의 입원실에 들어서자 내과과장도 가서 일을 보라고 했다. 오늘은 병문안도 할겸 새 《ㅈ철》의 주인공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싶었기때문이였다.

모두가 화상을 입었기에 붕대를 감은 얼굴에서 눈만 내놓았는데 수지테안경을 쓰고 로에 들어갔었다는 젊은 연구사는 눈마저 두툼한 붕대로 감고있었다. 강창길은 그에게 눈길을 돌리며 물었다.

《동문 이름이 뭐요?》

부총리가 누구에게 묻는지 눈을 싸매고있는 그가 어떻게 알수 있으랴. 하여 허군수가 그를 대신했다.

《최성철이라는 동무입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소?》

이번에는 본인이 부총리쪽으로 머리를 기웃하며 대답했다.

《여기 공업대학을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ㅈ철》공장 초급당비서인 허군수를 비롯하여 세사람 다 여기 공업대학을 나왔었다. 허군수는 말이 난김에 여기 공업대학을 나온 기사, 연구사들이 공장에서는 제일 큰 몫을 한다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부총리동지, 물론 사람나름이겠지만 공업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우선 현장체험이 있고 향학열이 비상합니다. 일하면서 배운다는게 정말 말처럼 쉽지 않지만 일단 마음먹고 공부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여서 죽기내기로 공부합니다. 그래서 우리 공장에선 거의나 공업대학졸업생들이 지배인, 기사장, 부직간부들 그리고 직장장, 현장기사까지 다 맡아하고있습니다. 우리 련합기업소적인 간부진영, 기술력량구성상태를 따져보아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물론 강창길은 이런 교육적인 문제를 화제로 삼으려고 찾아온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많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비서동무.》 하고 그는 창가로 흘러든 밝은 해살에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며 물었다. 《습식이라는 새 〈ㅈ철〉말이요. 그 종자라 할가, 그런 착상이 어데서 나왔소?》

《예ㅡ 그건 말입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환원구단광생산시험을 하다가 뜻밖에 터지지 않은 구단광을 발견하지 않았겠습니까. 이건 왜 터지지 않았는가? 이걸 해명하자! 하고 우리 책임비서동지가 말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책임비서동지랑 우리 공장 〈ㅈ철〉연구사들이 몽땅 달라붙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보니 수분함량이 많을수록 터지는 률이 적다는것을 발견해냈던것입니다.》

《그렇게 쉽게?》

《예, 아주 쉽게 발견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총리동지, 유명한 뉴톤도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내지 않았습니까.》

《옳소, 그렇기도 해. 그런데··· 새〈ㅈ철〉을 쉽게 발견했지만 지금까지 숱한 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는데 그건 원인이 뭐요?》

허군수는 잠시 입을 다물고 불에 데여 끔찍해진 손으로 백포자락만 쥐여뜯고있었다. 괴로운 심중의 고백, 아니 무자비한 힐난의 표시라 할가.··· 마침내 그는 입언저리로 동여맨 붕대를 손끝으로 잡아당기며 말했다.

《부총리동지, 그건··· 반대파들때문에, 다시말해서 이전〈ㅈ철〉의 연구와 도입에서 커다란 공적을 세웠다는 소위〈ㅈ철〉의 권의자들때문이였습니다.

그들은 지난날 불판에서 건조하다가 또 회전로에 넣어 굽던 산화배소구단광생산공정을 거치지 않고 회전로에 직접 넣는 습식이라니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로에 물이 들어가면 폭발한다는거야 일반의 상식인데 갑자기 생둥이들이 그 무슨 습식〈ㅈ철〉을 연구완성한다고 덤비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을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날 자기들의 연구성과를 뒤집어엎는것이 몹시 거슬렸을거구··· 우리가 단번에 성공했더라면 또 몰라도 한동안 실패만 거듭하니까 그들은···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

강창길은 뜻하지 않게 자기가 격렬한 론쟁에 끌려들고있다는것을 느꼈다. 《ㅈ철》공장 초급당비서인 그가 자기도 포함한 지난날의 《ㅈ철》공로자들, 권위자들을 힐난하고있는것이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쉬기가 헐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옹졸한 사람이 아니였다. 자기를 자제할줄 알고 진실을 귀담아들을줄도 아는 사람이였다. 하여 그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로속에 뛰여들어 자기들의 연구성과를 증명하려고 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볼 생각이였다.

강창길은 저도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였다. 그리고는 언짢은 낯빛을 하며 조용히 물었다.

《그래 지난날의 권위자들때문이란 말이지. 그들때문에 오늘까지 애를 먹었다?···》

허군수는 말없이 그를 마주보기만 했다.

그때 송근우가 헛기침을 하며 끼여들었다.

《부총리동지, 여긴 병원인데 새 〈ㅈ철〉이요 뭐요 하는 기술문제는 그만두시는게 어떻습니까?》

송근우는 부총리의 체면을 생각해서 한 말이겠지만 강창길은 그에게 칼끝같은 시선을 던졌다.

《기사장동무! 난 론쟁하러 온게 아니요.》 하고는 잰말씨로 또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구 기사장동문 새〈ㅈ철〉공법을 반대했던 사람, 아니 배반했던 사람이니만치 〈ㅈ철〉공장 비서동무의 말을 한번 들어보는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

그것은 로골적인 멸시였다. 순간 송근우의 얼굴이 술에 취한것처럼 지지벌개졌으나 강창길은 여전히 랭담한 낯빛을 변치 않으며 이렇게 계속했다.

《됐소, 기사장동무하군 따로 말할 기회가 있을거요. 그건 그렇구··· 비서동무, 계속하시오. 난 다 들어야겠소.》

《부총리동지.》 허군수는 드디여 혀가 말라드는듯 입술로 감빨며 말했다. 《그런 문젠 우리 책임비서동지와 얘기하시는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같은거야···》

《그러지 마오. 동무도 큰 기업소의 당비서이고 또 새 〈ㅈ철〉의 주인공들중의 한사람인데 솔직히 말해보오. 동무생각엔 이 부총리가 이번에 뭘 잘못한것 같소?》

《?···》

침묵··· 창밖의 뽀뿌라나무가지우에 새들이 떠들썩했다.

허군수는 잠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정오였다. 창유리로 따가운 볕이 자글자글했다. 허군수는 밝은 해살에 눈이 부시여 거의나 눈을 꾹 감고있다가 드디여 입을 열었다.

《부총리동지, 저는 한때 단조공이였습니다. 바라신다면 로동자로 일할 때처럼 에돌지 않고 직방 얘길해볼가 하는데··· 어떻습니까, 부총리동지. 그래도 괜찮습니까?》

《좋소. 죄다 솔직히만 말해주오.》

허군수는 빙긋이 웃고나서 나직이 힘주어 말했다.

《부총리동진 지금까지 어느 한편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였습니다. 이렇게 이편저편을 가르는게 아닌줄 압니다만··· 어쨌든 편이 갈라져있은건 사실이 아닙니까. 그런데 부총리동진 지난날 자기와 같이 일하던 사람들, 〈ㅈ철〉에 공로있고 권위도 있는 사람들의 말만 다 옳다고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이지만 이쪽을 보면··· 저와 같이 로동자출신에 여기 공업대학이나 다닌 사람들이였으니 저 사람들이 뭘 하겠는가고 의심이 갔을것입니다. 사실 부총리동진 외국류학도 하셨으니 기술이란 욕망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아시는분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생둥이들보다 이미전에 학위를 얻은 권위자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머뭇거리자 강창길은 말라드는 입술을 혀로 감빨며 재빨리 속삭이듯 말했다.

《일없소. 계속하시오.》

《그리고 부총리동진··· 모험하는걸 두려워했습니다. 사실 우린 새 〈ㅈ철〉에 운명을 걸었습니다. 그런것만큼 우리가 하는 일은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총리동진 지난날의 공정을 다 까버렸다가 새것이 안되는 날엔 엄청난 후과가 차례진다는 그것만 생각했던것입니다. 그리구 또 한가지는··· 부총리동지 역시 지난날 자신들이 쌓아올린 성과가 허물어지는것을 바라지 않는 그런 마음도 있지 않았는가 하고 전··· 생각합니다. 그걸 내놓고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실 처음부터 우리가 하는 일을 믿고싶지 않았으므로 부총리동진 우리들을 지난날의 성과를 허무는데로까지 몰아갔던것입니다. 사실은 허문것이 아니라 부총리동지를 비롯한 지난날 〈ㅈ철〉의 공로자들이 이룩한 성과를 계승했고 더 빛내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총리동지?》

《···》

강창길의 얼굴은 피기 하나 없이 해쓱해졌다. 암담한 무기력상태에 빠져든것처럼 그는 머리가 웅ㅡ웅ㅡ 울고 입안이 바싹 말라드는것을 느꼈다. 무엇인가 눈앞에서 번쩍이였는데 아무런 폭음도 없는것이 이상하였다.

이윽토록 방안에는 납덩이같이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있었다. 구석쪽의 침대에 누워있는 두 연구사는 너무도 심각한 이야기에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있었다. 창밖에서 야단스레 지저귀던 새들마저 무엇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것을 예감한듯 입을 다물어버렸다.

마침내 강창길이 앉아있던 의자가 삐걱삐걱 신음하였다. 늘씬한 키에 아직도 몸매가 미츨한 그가 천천히 그리고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는것이였다.

허군수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부총리동지.》

강창길은 저으기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말은··· 뭣때문에?》

《저희들을 찾아주시구 저의 말도··· 허물없이 다 들어주시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서 전 오늘 비로소 부총리동지가 어떤분인지 진짜로 알게 되였습니다. 그렇게 속이 깊은분이라는걸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무척 반갑구 기쁘기도 하구··· 부총리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

강창길은 한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잠시 굳어져있었다. 로동계급답게 솔직하게, 용감하게 그리고 진정을 담아 뜨겁게 말해준 그가 고맙고 한없이 돋보이기까지 했다. 무엇인가 말해야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말했으면 좋을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 그는 천천히 허군수의 어깨에 한손을 얹었다.

《나도 로동자출신이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들의 마음의 금선을 울리는것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비서동무의 말을 듣기가 몹시 거북했지만 내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오. 지금까지 그 무슨 경험자들과 권위자들에게만 의거해왔던 자신을 더 잘 알게 됐으니 말이요. 고맙소. 비서동무가 오늘 정말 힘든 얘길 나한테 해주었소.》

《부총리동지.》 허군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우리야 로동계급이 아닙니까.》

강창길은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치료를 잘하시오. 동무들, 또 만납시다.》

그러자 허군수는 물론 붕대로 눈을 싸맨 최성철과 방승근까지 입을 모아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부총리동지!》

송근우가 재빨리 문을 열어주었다.

 

다음날 집에 들어선 강창길은 오랜 시간 끙끙 갑자르며 무엇인가 쓰고 또 쓰고있었다. 줄곧 병적으로 낯을 찌프리고 입술을 깨무는가 하면 손에 쥔 만년필을 잘근잘근 씹기도 했다. 밤이 깊도록 썼다가는 지우고 또 썼다가는 지우기를 계속했다.

안해도 자식들도 그의 방에 들어갈수 없었다. 온 집안에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수 없어 모두가 그의 방문쪽에 긴장한 눈빛을 모으고있었다. 그날 종일 그는 침식도 잊고 경애하는 장군님께 올리는 편지를 쓰고있었다. 성강에 대한 지도검열에서 자신이 범한 엄중한 실책에 대하여,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바라시는대로 선군시대의 참다운 실력가, 실천가로 준비되지 못한 자신을 성강로동계급의 눈으로 새롭게 보게 된데 대하여, 자기가 오늘까지 지난 날의 낡은 기술과 구태의연한 사업작풍에 매달려있은 결과 우리의 경제건설에 얼마나 큰 후과가 미칠번 했는가에 대하여 솔직하고 심각하게 자신을 검토반성하는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