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1

제 5 장

1

 

성공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ㅈ철》공장 초급당비서 허군수가 책임비서를 찾아 헤매였다. 그의 입술은 가슬가슬하게 터있었고 땀에 얼룩진 얼굴은 여러날째 세면도 못한 사람모양으로 거밋거밋하였다. 《ㅈ철》공장은 큰 기업소이므로 편제승용차도 가지고있건만 긴장한 연유사정때문에 차를 세워둔지 오랬으므로 그는 사방 숨이 차서 뛰여다녔다.

그가 오리목장에 나타난것은 저녁무렵이였다. 수천수만마리의 오리들이 서로 비비적거리며 부스스 몸을 터는가 하면 무슨 군중집회라도 가지는듯 저저마끔 극성스럽게 남의 소리는 아예 들으려고도 않고 제 목청만 돋구어 빡ㅡ빡ㅡ 고아대고있었다.

허군수는 불현듯 두눈을 슴벅거리며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지난날 일부 사람들이 강냉이나 콩을 먹이며 용해공들보다 더 호사시킨다면서 그럴바엔 오리들에게 넥타이를 매여주고 로앞에 세우면 될게 아닌가고 지꿎게 야유하고 헐뜯던 일이 떠올랐던것이다.

책임비서는 김용철직장장이며 여러 축산기사들과 같이 무릎을 마주하고 땅바닥에 금을 그어가며 무슨 동물질먹이사육장건설에 대하여 토론하고있었는데 땀에 젖어 달려온 허군수를 보자 무척 놀라는 빛이였다. 그는 허리를 펴고 일어서며 물었다.

《왜 또 무슨 일이 있었소?》

스러져가던 저녁노을이 허군수의 빛을 잃은 두눈에 희미한 광채를 던지고있었다.

《책임비서동지, 그들은 코웃음치고있습니다.》 그는 다짜고짜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건 립철법이지 절대 새 〈ㅈ철〉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갑자기 무슨 홍두깨같은 소리요?》 하고 전진욱은 무엇인가 불길한 느낌에 마음이 긴장해지는것을 느끼면서도 짐짓 태연한 어조로 물었다. 《〈ㅈ철〉이 아니면 뭐라는거요. 도대체 누가 뭣때문에 그런 허튼소릴 줴치는가 말이요?》

《그들은 회전로에 들어간 생구단광이 다 깨여져 가루가 되였다가 회전로안에서 무연탄의 연소열에 의해 다시 결합되는 과정에 생긴 우연적인 현상이라는것입니다.》

《그래서?》

《종래의 립철야금법에서 생긴 우연한 현상을 두고 우리가 무슨 새 〈ㅈ철〉을 발견한것처럼 벅작 떠들어댄다는게 아닙니까. 정말 이거야 어처구니없어서··· 그 사람들은 뭣때문에 그리도 우릴 반대하지 못해 몸살을 앓습니까. 예, 책임비서동지?》

전진욱은 날이 춥지 않았음에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땅바닥에 금을 긋고있던 나무꼬챙이가 그의 손에서 부러져나갔다. 이윽고 그는 입귀를 비틀고 두볼을 흠칫거리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나직이 씹어뱉듯 말하였다.

《그래 그 사람들은 회전로에서 생구단광이 깨여지는걸 제눈으로 봤다던가? 회전로안에 직접 들어가봤대?》

두주먹을 꽉 부르쥐고있다가 다시 말을 잇는데 그것은 거의나 남의 목소리같이 변한 칼칼해진 소리였다.

《정 그렇다면··· 우리가 들어가 보여주는수밖에. 생구단광들이 회전로에서 깨여지지 않는다는걸.》

《예, 옳습니다. 책임비서동지.》

《가서 그 알량한 전문가들과 같이 기다리오. 내 여기서 토론하던걸 마저 하고 인차 가겠소.》

허군수는 웬일인지 입에다 주먹을 가져다대고 연방 기침을 했다. 책임비서의 말에서 무엇인가를 짐작하고 몹시 불안해하는 표정이였다.

《저··· 책임비서동지, 그건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가서 기다리오.》

《···》

허군수는 장지손으로 눈두덩을 힘껏 문지르더니 무엇인가 결심한듯 갑자기 돌따서 갔다.

전진욱은 다시 오리목장사람들과 같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부러져나간 나무꼬챙이를 찾아쥐고 땅바닥에 금을 긋기 시작했다.

《내가 말하는 동물질먹이사료장은 여기 철길이 있는쪽으로 건설하자는거요.》 어느덧 그의 어조는 담담해졌다. 《여기 있는 오물장을 파제끼고 그물망도 치면서 인공적으로 구데기를 생산하잔 말이요. 먹이는 오리배설물을 가지고 하면 될거구. 책을 보니까 환경오염이 없이 얼마든지 많이 기를수 있더구만. 그다음 책임기사동무가 말한 그 키큰 시금치 있지 않소. 아 단백질함량이 콩과 맞먹는다는···》

《루멕스 말입니까?》

《오,〈루멕스1호〉!··· 그걸로 청사료를 보장하면서 매달 생산되는 오리알의 일부를 주고 바꿔오기로 한 어분사료까지 들여오면 콩을 대폭 절약하면서 지금의 한해 오리고기 170t수준을 300t, 400t 지어 700t생산수준까지 끌어올릴수 있지 않겠나 말이요. 초보적으로 계산해봐도 전체 종업원들에게 매달 오리 한마리이상, 중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두마리이상 공급하자면 700t수준은 보장되여야 하오. 돼지고기는 매 가정들에서의 분산사육으로 모자라는 절반량을 충당하기로 했으니까 이제 오리만 더 추켜세우면 매달 전체 종업원들에게 돼지고기와 오리고기를 두키로이상 공급할수 있소. 이것이 목표오. 그러면 강철생산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수 있단 말이요.》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계속했다.

《난 이렇게 생각하오. 누웠던 사람 일궈세우고 앉았던 사람 걷게 만들고 걷던 사람 뛰게 만드는것이 바로 후방사업이라고. 자 그러니 동무들, 용기를 가다듬고 해봅시다. 힘들지만 또 동물질먹이사료장과 청사료밭을 와닥닥 해제끼잔 말이요.》

허군수가 왔다 간지 1시간이 지나서야 《ㅈ철》공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뜻밖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허군수가 자기네 공장 연구사들과 같이 몇시간전에 세운 회전로속에 들어갔던것이다. 반대론자들이 립철공법이요 뭐요하는 주장을 꺾기 위해 로안에서 구워지는 생구단광을 직접 보여주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로속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녕 그 길밖엔 다른 방도가 없단 말인가. 콤퓨터실(정보실)에 말하여 새 공법을 재현해보일수도 있지 않는가. 그럴새조차 없었단 말인가?···

전진욱은 억이 막혀 몸을 부르르 떨뿐 말을 못했다. 시꺼먼 장입구와 그속으로 팽팽히 당겨져들어간 쇠바줄을 노려보다가 갈린 소리로 물었다.

《이 쇠바줄은 뭐요?》

《예, 이건···》 쇠바줄을 잡고있던 사람(그 역시 《ㅈ철》연구사였다.)이 울면서 말했다. 《우리 동무들이 허리에 이걸 비끄러매고 들어갔습니다.》

전진욱은 한순간 눈앞이 뿌예지고 심장이 쿡 쑤시는것을 느꼈다. 입안이 바싹 말라들고 손끝이 저려들었다. 그런데 누군가 또 그를 끄당기고있다. 《강철령감》이였다. 령감은 또 어떻게 여기에 와있는것인가?···

《책임비서동지.》 하고 령감이 말했다. 《허군수 그 량반이 날 전화로 당장 와달라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뛰여왔더니 좀 도와달라는거우다. 책임비서가 오면 절대 로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달라는거지요. 책임비설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면서···》

《예?···》

전진욱은 비로소 아까 허군수에게 그 사람들은 회전로속에 들어가 생구단광들이 깨지는걸 제 눈으로 봤다던가? 하면서 그럼 우리가 들어가 보여주는수밖에 없다고 말했던것이 생각났다.

그는 사전토론도 없이 희생적으로 로속에 들어간, 그것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새《ㅈ철》공법을 그저 립철법일따름이라고 비난한다고 하여 그것을 뒤집어엎기 위해 자기자신뿐아니라 다른 연구사들의 생명까지 모험에 걸고 위험한 로속에 들어간 허군수에 대한 참을길 없는 분노가 가슴속에서 끓어번지는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자신이 바로 그렇게 로속에 들어갈것을 결심하지 않았던가?···

새 《ㅈ철》의 반대자들이 그것을 립철이라고 했기때문에, 한사코 새것을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들어가려 했었다.

그것이 립철이라면 회전로속에서 분말상태로 있었야 한다. 또 그것이 분말상태라면 로벽에 달라붙으므로 엄청난 후과를 가져올수 있다. 그리고 립철은 류황성분이 높아서 용해기에 이르러 환원이 잘되지 않는다. 류황성분이야말로 제강행정에서는 암과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그것이 립철이라면 전기로가 절대로 많이 받아먹을수 없다.

이러한 난점들이 있으므로 허군수는 필사적으로 로속에 들어가 그것이 립철이 아니라 새로 발전시킨 《ㅈ철》임을 현물로 증명하려는것이다.

회전로에 사람들이 들어가자면 이틀정도는 식혀야 한다. 허나 그럴 시간이 없었으므로 허군수는 한쪽에서 송풍기로 바람을 쏴주고 반대쪽에서는 배풍기로 열을 빨아내면서 쇠바줄을 허리에 감고 로속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을 쏴준다 해서 장입구로부터 《ㅈ철》대까지 거의 100m에 달하는 거대한 회전로속의 열을 뽑으면 얼마나 뽑겠는가?···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였다.

전진욱은 옆에 서있는 한 로동자가 손에 장갑을 들고있는것을 보고 아무말없이 그것을 빼앗았다. 그다음 어떻게 회전로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던지··· 쇠바줄을 잡고있던 연구사들은 물론 《강철령감》까지 달려들어 그의 량팔을 붙들고 웨쳤다.

《안됩니다, 책임비서동지.》

《제발 이러지 마시오. 예?》

전진욱은 그들을 우악스럽게 뿌리치며 갈린 소리로 부르짖었다.

《저기엔 우리 연구사들이 들어가있단 말이요!ㅡ》

그러자 별안간 《강철령감》이 몸을 우들우들 떨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주위에 둘러서서 말 한마디 없이 서있는 사람들, 새 《ㅈ철》의 극성스러운 반대자들을 념두에 두고 목갈린 소리로 웨치는것이였다.

《누가 저 수백도나 되는 로속에 사람들을 들어가게 했소. 누가?··· 누가 그렇게 했는가?··· 도대체 그리도 검질기게 새〈ㅈ철〉을 반대하는 리유가 뭐요? 그리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째 제가 저안에 들어가 증명해보일 생각은 못하는거요?》

령감은 전진욱 그가 하고싶었던 말을 웨치고있었다. 하마트면 그자신이 그렇게 고함을 지를번 했었다. 그래 그렇다면 또 어떻다는거냐? 그래 책임비서는 눈앞에서 돌아치며 가살을 떠는 얄미운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부을 도덕적권리도 없단 말인가?···

령감이 계속했다.

《사람들이 어쩌면 그럴수 있소. 에?··· 당신들도 나를 잘 알거요. 당신들도 한땐 우리 용해공들과 같이 밤낮으로 토론하고 로에 먹여보군 하지 않았소. 그렇게 〈ㅈ철〉을 완성하자구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던 그때, 그때에두 난 당신들을 적극 지지해주었드랬소. 바로 우리 용해공들모두가 당신들의 발기를 지지해주지 않았소? 그런데 그때 하던 〈ㅈ철〉을 더 발전시키자는데 어째 그리도 승이 나서 그러오? 누가 뭐 저들의 이름을 영예판에서 지워버리겠다던가, 아니면 저들의 가슴에 단 훈장을 떼겠다던가?···》

사람들은 그리도 험상궂게 변한 령감의 무서운 기상에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고있었다. 그러느라고 누구도 책임비서가 로속으로 뛰여드는것을 막지 못했다.

한순간 뜨거운 화염이 전진욱을 휘감아 태질을 했다. 저 앞쪽의 불붙는 구단광더미우에서 꿈지럭거리는 사람들을 가까스로 분간해보고는 뜨거운 화염과 가스에 취해 회전로벽을 짚으며 비틀거렸다. 장갑을 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손이 익고 그만이야 시뻘건 구단광더미에 쓰러지고말았을것이다. 류화가스가 사람들의 숨을 멎게 하고 눈을 뜨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 순간을 놓치면 저안의 사람들이 잘못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몸을 가누었다.

허군수와 연구사들은 한두걸음만에도 생구단광을 꺼내올수 있었건만 열걸음도 더 들어가있었다. 들어갈수록 무연탄가루가 매 구단광알 겉표면에 포자처럼 씌워져있는것을 보게 되였고 따라서 회전로안에서 《ㅈ철》이 어떻게 구워지는가를 직접 확인할수 있게 된 기쁨으로 무서운 위험도 잊고있었다. 걸음마다 자기들의 성공에 도취되여 피할길 없는 죽음에로 한걸음 또 한걸음 나아가고있다. 이제 한순간에 그들모두가 잘못될수도 있다.

전진욱은 송풍기로 바람을 쏘아대고있는 바깥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목청껏 소리쳤다.

《쇠바줄을 당겨라!ㅡ》

어느새 그의 온몸에 불이 달렸다.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방열복을 입고도 젖은 가마니를 뒤집어쓰고 방열천을 물에 적시여 머리까지 둘러감고있었지만 그는 아무 준비도 없이 뛰여들었던것이다.

다행히 앞서들어간 사람들이 불덩어리가 되여 끌려나올 때 전진욱은 그들과 함께 로밖으로 나딩굴었다. 누가 먼저 전진욱에게 달려들었는지?··· 그의 옷에 달린 불을 끄며 엉엉 소리쳐 울고있다. 녀자의 목소리, 동문 누군가?···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안면있는 회전로(로상태를 감시하며 청소하는것이 기본임무)의 강복화였다. 전진욱은 그 녀자를 뿌리치며 거쉰 소리로 웨쳤다.

《저 사람들, 저 사람들부터 봐주라!》

《ㅈ철》공장 당비서 허군수를 따라서 로에 들어간 사람들은 젊은 연구사들인 최성철, 방승근이였다. 최성철은 눈이 먼 사람처럼 땅을 짚으며 허우적거렸다. 로속에서 그의 수지테안경이 불타며 코잔등과 입술에까지 녹아붙었다. 자기가 끼고있는 안경이 수지테라는것을 감감 잊고 뜨거운 로속에 들어갔던것이다.

제일 선참으로 들어갔던 허군수는 가스에 질식되여 밖으로 나오다가 로바닥에 쓰러져 질질 끌리는것을 회전로책임기사인 황연귀가 젖은 가마니를 씌우며 끌어내왔다. 밖에 내왔어도 그가 신고들어갔던 용해공용가죽구두는 아직도 퍼런 연기를 그냥 내뿜고있었다.

누가 어느새 전화를 했는지?··· 위생차가 달려오고 강창길부총리까지 차를 타고 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괜히 뛰여다니며 누군가를 부르고 소리쳐 욕질하기도 했다. 모두가 정신이 나간듯 했다. 의사들과 간호원들만이 잽싸게 로에 들어갔던 사람들을 부축하여 위생차에 태우고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신을 차린 허군수가 소리쳤다.

《생구단광!··· 우리가 꺼내온거 어떻게 했소?···》

회전로직장장이 쇠물시편바가지를 가져오자 그는 두손을 허우적거리며 떠듬떠듬 말하였다.

《이걸 보···십시오. 책임비서동지, 로안에서··· 하나두 깨ㅡ깨지지 않았습니다.》

로에 들어갔던 다른 연구사들도 손더듬으로 자기가 들고나온 쇠물시편바가지를 찾기 시작했다. 새 《ㅈ철》을 증명하고저 회전로속에 들어가 필사적으로 꺼내온 생구단광들, 로속에서 깨여지고 부서지고 분말상태로 되다가 우연히 다시 결합되는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구단광들이 거기에 담겨져있었다.

불타는 《ㅈ철》, 밤알같기도 하고 베아링알같기도 한 크고작은 구단광알들을 하나하나 더듬는듯 회전로에서 흘러나온 벌거우리한 불빛이 어룽거리고있었다.

전진욱은 그것들을 장갑낀 손으로 그러모았다. 아직도 불타는 생구단광, 따거운 《ㅈ철》을 거침없이 손에 들고 부르짖었다.

《동무들, 보시오. 깨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은 구단광이요. 새 〈ㅈ철〉이요!》

목메인 기쁨의 웨침!··· 장갑낀 그의 손에서 천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희끄무레한 가는 연기가 픽픽 피여오르는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몸서리쳤다.

《강철령감》이 또 소리쳤다.

《나와 보시오. 아직도 믿어지지 않으면 여기 나와서 직접 쥐여보란 말이요. 이것들이 로안에서 깨여지지 않고 그냥 구워지고있다는걸 직접 확인해보란 말이요. 왜 대답이 없소. 에? 그래 이걸 확인해볼 사람이 하나두 없단 말이요?!》

그때 전진욱은 살까지 태우는 뜨거운 열을 더이상 견딜수 없어 손에 쥐였던 《ㅈ철》알들을 바닥에 뿌려던졌다. 그리고는 또 바닥에 떨어진 그것들을 화상입은 손으로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흐느낌 소리처럼 중얼거리는것이였다.

《이보, 허동무 그리고 연구사동무들, 이걸 보라구. 로안에서도 깨지지 않았구 이렇게 바닥에 쥐여뿌려도 깨지지 않소. 동무들은 이걸 보여주자구, 이걸 증명하자구 저 뜨거운 로속에 들어갔댔지?》

허리를 펴고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로안의 벌거우리한 불빛이 비쳐진 그의 눈에서는 피처럼 붉고 진한 눈물이 번득이고있었다. 그를 대신하여 이번에도 령감이 울부짖었다.

《동무들, 봤지요? 이래두··· 아직 모자라오? 목숨을 내걸고 꺼내왔는데 아직두 믿지 못하겠소?》

중앙지도검열대와 함께 온 이전 《ㅈ철》의 권위자들은 눈길을 떨구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고있었다.

의사들과 간호원들이 마지막으로 허군수를 부축하여 위생차에 올렸다. 그때에야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처참한 모습인가를 자세히 볼수 있었다. 허군수의 불에 그슬린 머리며 화상을 입은 얼굴은 마주보기가 끔찍할 지경이였다. 전진욱이 다가가 역시 화상을 입은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끌어안더니 목이 메여 끅끅 신음하였다.

《이보 허동무, 이건 도대체 뭐요?··· 아까 내가 말하지 않던가? 가서 기다리라고. 그런데 승인도 없이 제멋대로 로에 들어가다니.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소. 누가?··· 말해보라구. 정말 동무까지 이렇게 계속··· 애를 먹이겠소? 응?!》

허군수는 장갑속에 녹아붙은것 같은 손을 가까스로 내밀며 억지로 웃어보이려 했다.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책임비서동지가 먼저 들어갔을겁니다. 그러면 〈ㅈ철〉의 주인인 우리 공장 사람들은 뭐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끼리 먼저···》

《동무, 책임비선 그런데 들어가면 안된다던가? 그게 이 공장 사람들만 할 일인가 말이요. 엉? 이제 또 한번 그렇게 제멋대로 놀았다간··· 정말 용서치 않겠소.》

마지막 그 말은 뜨거운 눈물속에 잠겨들고말았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수 없었다. 눈굽이 저려들다 못해 쇠집게로 집어놓는듯 참을길없이 죄여들었다. 그는 아까부터 이쪽으로 머리를 돌리고있는 위생차운전사에게 빨리 떠나라는 의미의 손짓을 하고는 그만 돌따서버렸다. 공연히 화상당한 사람들만 지체시킬수 있었다.

눈이 먼 사람처럼 걸음을 옮겼다. 어데로 무엇때문에 가는지도 몰랐다. 그때 그를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눈을 들어보니 강창길부총리와 녀의사 홍지순이였다.

《책임비서동무.》 강창길부총리가 나직이 말했다. 《손의 화상을··· 그냥 두면 안됩니다.》

홍지순이 역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책임비서동지, 빨리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때에야 비로소 책임비서가 불타는 구단광을 손에 들고 부르짖을 때 천이 타던 냄새와 희끄무레한 연기가 픽픽 소리치며 피여나던것을 상기했다.

전진욱 역시 비로소 자기의 물집투성이가 된 손바닥을 놀람에 가득찬 눈길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잊고있던 화상처의 모진 쓰라림에 못이겨 그만 저도모르게 신음소리를 내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