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9

제 4 장

9

 

이른아침 집집의 랭동기들에서 얼군 구단광들을 모아갔다. 두시간후엔 그것들이 회전로속에 들어갔다. 그것을 허군수가 보고해왔다. 전진욱은 오래간만에 자기 사무실에 틀고앉아 시험결과를 알려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창유리를 통하여 4월초의 눈부신 아침해살이 홍수처럼 흘러들었다. 태양은 함지모양의 김책만을 이루며 멀리 바다쪽으로 팔을 벌린것처럼 뻗어나간 유진단의 산봉우리들우에 떠있었다.

밝은 해빛아래 그의 사무실은 이윽토록 고즈넉한 정적속에 잠겨있었다. 멀리서 울려오는 구내기관차의 기적소리뿐, 고요와 침묵이 깃들어있다. 하여 전진욱은 제발 오늘은 랭동기들에서 얼쿤 성구알들의 시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누구도 방안에 얼씬하지 않았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엇서기라도 하듯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후 방에 들어선것은 문건철들을 안고온 비서였다.

한동안 갖가지 서류들을 훑어보고 수표를 하며 비서가 보고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상급당의 지시, 통보, 무슨 료해문건의 요구··· 끝으로 비서는 지나가는 소리처럼 무심히 말했다.

《최근 〈ㅈ철〉공장당비서에 대한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하나강철 최진수령감처럼 되여간다든지···》

《뭐〈강철령감〉처럼 돼간다? 그거야 좋지 않소? 령감이야 우리 성강이 내세우는 주인공들중의 한사람인데···》

《그 말이 아니구 그 령감처럼 아무 소리나 탕탕 한다는겁니다. 매우 교만해져셔 새〈ㅈ철〉을 놓고 우에서 내려온 간부들의 말도 잘 듣지 않구 이름난 〈ㅈ철〉박사들이 조언을 주는데도 코방귀를 뀌면서···》

《비서동무, 동문 어떤 립장이요? 들리는 말에 새로 하는 〈ㅈ철〉이 우려된다고 했다던데?》

《아, 저야··· 흑색야금분야의 권위자들이라는 〈ㅈ철〉박사들이 반대한다기에···》

《다 반대하는건 아니요. 박사들가운데에도 우리〈ㅈ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거야 동무도 잘 알고있지 않소. 그리구 비서동무, 자기의 견해를 가지시오. 당일군이 남의 말을 외우고 다니면 숱한 사람들이 조직적의사인가 해서 그대로 받아물게 된다는걸 알아야 하오.》

전진욱의 말에 그는 얼굴이 구운 가재빛으로 물들었다. 《ㅈ철》문제를 놓고도 실지 그런 일들이 적지 않았던것이다.

《참고하겠습니다, 책임비서동지.》

그가 나가자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비서가 들어와있는 동안 대기실이 꽉 찼다고 한다.

탄광과 광산에서도 왔다. 강철생산문제로부터 내화물직장의 현대화, 살림집건설, 제강소학교에 부족되는 교원문제, 외국에 가는 기술대표단문제, 부업농장비료문제, 땔감문제, 한 보안원에 대한 신소··· 끝이 없을상싶었다.

전화종소리도 끝이 없었다. 그는 전화종소리만 울리면 급작스레 몸을 일으키며 전화기에로 손을 뻗치군 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전화는 없었다. 그동안이면 랭동기에서 얼쿤 구단광을 열번도 더 구웠으련만 2시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였다.

또다시 실패인가? 랭동기에서 얼쿤 알들만이 깨여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모든 알들이 한본새라면 시험은 또다시 방향을 잃고만다.

결국 지금까지의 연구사업이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던 《주먹흥정》이였음을 증명하는것으로 된다.

그는 맥이 빠졌다. 며칠전 그가 파견했던 두사람이 탁앞에 종이를 펴놓고 발전소건설위치를 확정했다고 열을 내여 말하는것도 거의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전화기를 끌어당기고 번호를 눌렀다.

《나 전진욱입니다. 기사장동무, 내 방으로 좀 와주시오.》

잠시후 기사장 송근우가 어릿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근래에 와서 그는 책임비서가 찾을 때마다 낯색이 확 변하며 기침을 련발하군 했다.

《기사장동무, 여기 와서 같이 들읍시다. 이 동무들이 끝내 발전소건설위치를 확정했다는겁니다.》

송근우는 주의깊게 듣고나서 말했다.

《책임비서동무, 설명을 듣고보니 명당자리를 잡은것 같은데 그렇다 해두 〈ㅈ철〉이나 끝난 담에 보지 않겠습니까?》

그는 그저 《〈ㅈ철〉이나 끝난 담에》라고 했다. 새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 종전의것인지 밝히지 않고 어물쩍했던것이다.

《아니, 집중적으로 해야 합니다.》 하고 전진욱은 견결한 어조로 말했다. 《일을 동시에 벌려야 거기에 드는 강재, 목재, 세멘트도 절약됩니다. 좀 베차긴 하겠지만··· 그게 더 능률적이고 속도도 낼수 있게 합니다. 무슨 일이든 통이 크게 와닥닥 해제끼는것이 우리 장군님식이 아닙니까. 빨리 설계를 추진시킵시다.》

송근우는 대답을 못하고 입술만 우물거리고있었다.

그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알리는 운명적인 전화종소리! 전진욱은 다른 사람의 손이 갈가봐 겁내듯 재빨리 송수화기를 들었다.

《전진욱입니다.》

《책임비서동지, 제 2중판직장 초급당비서입니다. 한가지 보고할 일이 있습니다.》

《뭐요?》 하고 그는 기다리던 전화가 아니여서 김빠진 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지··· 말하오.》

《우리 직장 고영란동무 아시지요?》

《그래서?···》

《그 고영란이 말입니다. 요즘에 와서 자꾸만 몸이 불편해하더니 영 주저앉았습니다. 일어서지 못합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하반신마비입니다.》

불현듯 뜨끔한 충격에 숨이 꺽 막히는것을 느꼈다. 저도모르게 한손으로 앞가슴을 꽉 누르며 낮게 신음하듯이 물었다.

《그게··· 정말이요?》

《예, 우리 제강소병원에서 오늘··· 알려왔습니다. 될수록 빨리 손을 쓰는게 좋겠다고···》

《그럼 빨리 어떻게 해야지. 응?··· 아니,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그러지 말고 평양중앙병원에 보내야 해. 중앙병원에!··· 뭐라구?··· 그렇게 수속하시오. 당장!》

그는 송수화기를 놓고 맥없이 자리에 앉았다. 성강이 자랑하는 고영란, 그처럼 환하고 쾌활한 처녀가 얼마전에 장봉구의 배신으로 모진 아픔을 겪더니 또 이런 불행까지 닥친단 말인가? 너무도 가혹한 일이 아닐수 없다. 급기야 모진 충격을 받은 그의 가슴은 격하게 그리고 발작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쿵쿵 뛰고있었다.

《영란이!》 하고 그는 마음속으로 신음소리처럼 부르짖고있었다.

《부탁한다. 언제든 용기를 잃으면 안돼. 끝까지 성강처녀답게 힘을 내야 해.》

송근우와 발전소때문에 현지에 갔던 두사람은 영문을 몰라 그 자리에 굳어진채 멍하니 서있었다.

바로 그때 허군수가 방에 뛰여들었다. 책임비서의 방에 손기척도 없이 뛰여드는데 얼굴은 온통 웃음으로 차넘치고있었다. 크낙한 기쁨을 감출수 없어서 가방안에 채워가지고온것을 책상우에 쫙 널어놓으며 떠들어댔다.

《책임비서동지, 보십시오. 완전성공입니다. 완전성공!》

깨여지고 부서져나간것들도 따로 싸가지고 왔다. 신문지에 싼 그것을 펴는데 방안에 시커먼 먼지들이 풀풀 날렸다.

《보십시오. 얼쿤것들은 모조리 깨여지거나 부서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새로 빚은것들, 얼지 않은 이것들은 거의나 깨여지지 않았습니다. 보십시오. 예?··· 우리가 예견한 그대로입니다. 아니, 책임비서동지, 무ㅡ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떤 놈이 또 뭐라구 합니까?》

전진욱은 힘들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어떤 놈이라니? 〈ㅈ철〉이 성공했는데 어떤 놈이 뭐라구 하겠소. 응?··· 수고했소.》

책임비서가 그리도 엄청난 기쁨을 례사롭게, 어떻게 보면 침통한 표정으로 받아들이는것이 무척 놀랍고 서운하여 허군수는 시무룩해졌다. 입귀를 실룩거리고 가늘게 뜬 눈으로 기사장 송근우며 다른 사람들을 흘겨보는데 그들중에 《어떤 놈》이 있지 않는가 가만히 살펴보는듯 했다. 그리고는 책상우의 시커먼 알과 먼지를 손으로 쓸며 그것을 가방안에 도로 담으려 했다.

전진욱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냥 둬두오. 그건 그저 단순한 알갱이나 먼지가 아니지 않소.》

《?···》

허군수는 책임비서가 롱을 하는지 진담을 하는지 알수 없어 입만 벙긋거리고있었다.

 

×

 

다음날 전진욱은 새 《ㅈ철》50t을 구내기관차에 싣고 1강철직장으로 갔다. 이미 련락을 받은 직장장과 《강철령감》을 비롯한 용해공들이 밖에 나와 맞아주었다.

아침 7시 30분이였다. 제일먼저 박철진이 새 《ㅈ철》을 손바닥에 놓고 비벼보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서있던 나이 어려보이는 용해공이 앵두알같은 볼을 실룩거리고있는 처녀에게 말했다.

《남옥이, 이것봐. 요렇게 비비니 막 하얗게 반들거려. 콩알같은게!》

그러자 남옥이라고 불리운 처녀가 자그마한 입을 쏙 내밀며 소곤거렸다.

《피ㅡ 용세동문 볼줄도 몰라. 이게 콩알같을게 뭐예요. 이건 꼭 베아링알이야.》

다른 용해공들도 저마끔 《ㅈ철》을 한웅큼씩 쥐고 이리저리 굴려보고있었다.

전진욱이 그들에게 물었다.

《어떻소?》

《보기에도 막 먹음직스럽습니다.》 박철진의 대답이였다.

《그럼 누가 먼저 먹어보겠소?》

《예.》 하고 박철진이 제꺽 나섰다. 《우리 5호전기로가 먼저 먹어보겠습니다.》

다음순간 그는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옆에 서있는 5호전기로의 로장 현명운에게 말했다.

《로장동지, 우린 장군님의 현지지도말씀을 받은 전기로의 용해공들이 아닙니까. 우리가 먼저 먹읍시다.》

《아무렴, 그래야지.》

다른 로장들, 특히 박철진에게 처음 용해공일을 배워준 12호전기로 리성표로장은 좀 서운해하는 표정이였다. 그들은 벌써 로에 장입을 시작했기때문에 그것을 먹을수 없었던것이다.

《강철령감》이 5호로장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55%는 먹어야 해. 알겠지?》

《예?》 현명운로장은 약간 주저했다.《아, 아바이, 처음 먹어보는 일인데 좀 낮춥시다.》

《안돼. 우리 장군님께서 50%이상 먹으라고 하셨으니 적어도 55프론 먹어야 해.》

박철진이 또 나섰다.

《아 로장동지, 뭘 주저합니까. 장군님께서 바라시는대로 50%이상 아니, 60%까지라도 먹어봅시다. 일단 먹을바에야 배를 두드리며 큼직큼직하게 먹어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좋소, 큼직큼직. 좋아!》

전진욱은 《ㅈ철》55%가 장입되는것을 끝까지 확인하였다.

9시부터 송전하였다. 《강철령감》이 직접 나서서 지휘하는데 어느새 김두길교관과 공훈용해공인 안광훈 그리고 최고기능공으로 알려져있는 리용식이까지 5호전기로에 끌어왔었다.

전진욱은 출강전에 다시 나왔다. 지배인은 출장을 가고 없으므로 1부지배인과 부지배인들, 기사장과 자기 위치에 있던 부기사장들 그리고 지도검열대성원들도 불러내였다. 약 30여명의 참관단이 용해장에 둘러섰다.

그새 5호전기로에서는 국가지표인 용해시간 10시간 15분을 단축하여 8시간 30분동안에 환원기까지 다 순조롭게 거쳤다. 주런이 둘러선 사람들앞에서 전진욱이 소리쳐 물었다.

《분명히〈ㅈ철〉55%를 계량해서 넣었겠지?》

《예, 정확합니다.》 로장의 대답.

최진수《강철령감》은 조금 노여워했다.

《아니, 책임비서동지. 그것두 말이라구 하시오? 깡을 만드는 우리가 언제 눈속임을 합디까?》

전진욱은 그에 대답하지 않았다. 《참관》온 사람들을 위해 우정 물어본것이기때문이다.

드디여 구렁이 내렸다.

《출강!···》

출강개페기를 쥔것은 로장이다.(평시엔 조장이 하군 한다.) 그가 출강구를 살펴보면서 경동(기울이여 쏟는것)을 조작한다. 쇠물이 쏟아지면서 무수한 불꽃들이 꽃보라처럼 휘뿌려진다. 뜨거운 화염이 휩쓰는 가운데 《강철령감》이 기쁨에 넘쳐 웨친다.

《쇠물빛 좋ㅡ다!》

박철진이 그것을 노래의 후렴처럼 받아 웨친다.

《쇠물빛 좋ㅡ다!》

새로 완성한 강괴겁에 새 《ㅈ철》로 끓인 쇠물을 쏟아붓는다.《참관》온 사람들이 바투 다가서며 그 쇠물에서 무엇이든 찾아보려고 애쓴다. 그러나 분석에 의하면 새 《ㅈ철》의 용해실수률이 87% 나간다고 한다. 종전의 《ㅈ철》을 먹였을 때엔 75%밖에 안되였었다. 새 《ㅈ철》의 극성스러운 반대자들이 수군거린다.

《이걸 어떻게 믿겠소. 예?》

《글쎄말이요. 여태 안되던게 하루밤새 되다니 이상하지 않소?》

분노한 《강철령감》이 쇠물이 부글부글하는 강괴겁앞에 나서서 소리친다.

《아직두 믿어지지 않는 사람 있으믄 여기 나오시오. 예? 여기 쇠물속에다 머릴 푹 잠그구 새〈ㅈ철〉냄새가 어떤지 맡게 할테니. 그래 나올 사람 없으시오? 그런데 어째 그렇게 뒤소리가 많소? 우리 용해공들이 먹겠다믄 되는거지 누가 저들더러 먹으라오?》

그는 별안간 뒤쪽으로 머리를 홱 돌리더니 아직도 쩡쩡한 목소리로 웨치는것이였다.

《야 남옥아! 얼른 와서 물고뿌에다 이〈ㅈ철〉을 담아라. 그럼 정확히 450g 나갈게다. 그걸 가지구 가서 절구에다 찧어가지구 래일 나오너라. 찧은걸 꼭 그냥 그대로 가지구 나와야 돼. 알겠니? 그 가루 무겔 달아보믄 철함량이 얼마라는게 나오는거야. 그러면 못된것들이 더는 주두리질을 못할게다.》

그런데 앞으로 나선것은 기중기운전공 김남옥이 아니라 세포비서인 박철진이였다.

《교관아바이, 아니 이게 뭐 강냉이절구질이라구 어린 처녀한테 시킵니까. 내가 가져가겠습니다. 아예 보드랍게 찧어가지구 나오면 되겠지요?》

《좋아, 제대병사.》

그날 박철진이 합숙에 가서 절구질을 시작할 때 숱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떠들썩했다고 한다. 세상에 없는 일로서 절구에 《ㅈ철》알들을 넣고 찧고있기때문이였다. 사연을 알게 된 합숙생들은 그 《강철령감》이 정신이 쑥 나간게라고 입을 모아 험구질을 하면서도 저저마끔 팔을 걷고 도와나섰다고 한다. 다음날 박철진은 하얀 철가루 한고뿌를 가져왔다. 그것을 저울에 뜨니 정확히 337.8g 나왔다. 철품위가 높다는것을 증명하는 무게였다.

또 다음날에는 당중앙위원회 박유창 제1부부장이 도당책임비서와 같이 내려왔다. 이번엔 맨 《ㅈ철》만 70%먹이는 용해작업이 시작되였다. 기동예술선동대까지 나와 나팔을 불고 꽃다발을 흔들었다. 직장안의 1호전기로에서 마지막전기로까지 새 《ㅈ철》을 가득먹고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박유창 제 1부부장은 흥분을 감출수 없어 연송 두손을 맞비비며 말했다.

《그대로 보고드리겠소. 우리 장군님께서 대단히 기뻐하실게요. 인제는 장군님께서 맡겨주신 강철생산과제를 수행할수 있는 확고한 밑천이 마련된셈이지. 정말 수고했소. 동무들이 제기한 대형산소분리기를 넘겨받는 문제도 보고드리겠소. 그것도 해결할수 있다는걸 인젠 믿게 됐으니까. 무엇이든 다 제기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