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3

제 4 장

3

 

김책제철련합기업소와 성진제강련합기업소, 무산광산련합기업소의 지배인들과 책임비서들, 청진철도국 국장과 책임비서가 도당책임비서의 뒤를 따라 크지 않은 방으로 들어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가에서 그들모두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반갑게 맞아들이시였다.

빙 둘러앉았다. 김정일동지를 앞에 모시고 가운데자리에 성강의 지배인, 책임비서를 중심으로 여러 단위의 책임일군들이 앉고 량쪽끝자리에 박유창 1부부장과 도당 제2비서가 자리잡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앞에 마주하고있는 낯익은 일군들, 이제 보다 큰 과업을 맡게 될 일군들을 차례로 둘러보시였다. 창가림을 뚫고 흘러든 해빛이 부르심을 받고 온 사람들, 긴장감과 행복감으로 하여 숙연해진 사람들의 얼굴을 밝게 비치였다.

《동무들,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게 웃고계시였다. 《그럼··· 이것으로 인사말을 다 한것으로 보고 직방 사업토의에 들어갑시다.》

사람들이 사업수첩을 펼치며 부시럭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정색하여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금 나라의 금속공업을 빨리 추켜세워야 할 절박한 사정에 대해서는 동무들도 잘 알고있기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부족되는 강제문제를 풀겠는가?··· 이 문제를 함께 토론합시다.》

그 시각 김용삼은 수첩에 장군님의 말씀을 옮기고있었지만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적고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제 장군님께서 성강의 생산정형에 대하여 물어보실것이 뻔한데 어떻게 대답올렸으면 좋을지 아무리 해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조바심치고있는것이였다.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올 때부터 생각해온 난문제였다.

눈앞에는 줄곧 《ㅈ철》을 둘러싼 격렬한 론쟁과 숨이 멎은 산소발생기, 무너져내린 철다리며 실패한 강괴겁의 스산한 쇠덩이들만 어른거리고있었다.

《성강 혼자서만》 하고 그이께서 말씀하고계시였다. 《나갈수는 없소. 련관부문이 같이 나가지 않고 어떻게 혼자서 전선을 펼수 있겠는가? 옛 병서에도 싸움을 벌릴 때 정면과 측면을 병진해야 한다고, 측면만 있으면 정면을 얻어맞고 정면만 있으면 측면에서 찔린다고 했소. 성강이 혼자서는 안돼. 김철과 무산광산을 같이 일쿼세워야 한단 말이요.》

김용삼은 가슴이 후두둑! 뛰는것을 느꼈다. 《련관부문》이라고 하신 장군님의 그 말씀이 번개불같이 뇌리에 번쩍이였다. 그가 찾고있는 답이 그 한마디 말씀속에 다 들어있는듯 했다. 지금까지 자기도 늘 써오던 말이지만 오늘은 그것이 전혀 새로운, 비상한 의미로 안겨오는것이였다. 그렇다. 련관부문이 같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혼자서는 절대 안된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철의 실태를 료해하고계시였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야 할것 같다고, 총리동무가 내려가 료해해보고 밑자금을 받지 않고 일떠세우겠다고 하는데 어떤가, 그것이 가능한지 어떤지 누가 말해보겠는가? 하고 물으시였다.

그리하여 김철지배인이 일어나 대답올리고 김철책임비서도 말씀드리고있다. 밑자금문제가 줄곧 론의되는데 김용삼은 여전히 골똘히 머리를 쥐여짜고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머리가 빠개지고 두 눈이 때끔거릴 정도로 생각하는것이 힘들었다.

드디여 그 시각이 왔다. 장군님께서 그를 부르신것이였다.

《성강지배인, 어디 동무의 얘길 들어봅시다. 왜 아직도 생산정상화가 되지 않고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생산을 내밀 생각인지?··· 어디 솔직히 말해보시오.》

그는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에서 무수한 불찌들이 아물거렸다. 그러나 장군님께서 솔직히 말해보라고 하신 말씀만은 잊지 않고있었다. 그렇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지금 솔직한 대답을 기다리고계신다.

《장군님.》하고 그는 가까스로 목에 걸린것을 꿀떡 삼키며 말씀드렸다. 《우린··· 련관부문이 다 죽은데다가 전기도 딸리구 고철두 없구··· 철도사정까지 긴장해서 정말··· 힘이 듭니다.》

《물론 힘이 들거요. 그래서 지금 모여앉아 토론하고있지 않소. 방도를 찾자구 말이요?》

《저··· 련관부문이 다 죽었구··· 전기가 딸리는데다가 고철두 없구···》 하고 그는 같은 말만 거듭하였다. 《장군님, 정말··· 힘이 들구··· 자신이··· 없습니다.》

다음순간 그는 머리를 푹 떨구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은 벼락에 맞은것처럼 흠칠했다. 특히 그의 옆에 앉아있던 전진욱은 숨이 꽉 막히여 입을 쩍 벌린채 굳어져버렸다. 이 일을 과연 믿을수가 있는가? 우리 김용삼지배인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인가?···

우리 당 력사에 일찌기 이런 일은 있어본적이 없다. 장군님의 말씀과 당의 방침관철에서 절대성, 무조건성만을 아는 우리 시대에 큰 련합기업소의 지배인이 힘들다고 우는 소리만 하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인들 할수 있었으랴.

경악의 신음이 전진욱의 목구멍에서 끓고있었다. 숨이 막히고 답답해나던 끝에 앞이 보이지 않았고 돌덩이처럼 꽉 부르쥔 두주먹도 감각을 잃고말았다. 방금 눈앞에서 파아란 번개불이 번쩍이였으니 금시라도 하늘과 땅을 뒤흔들고 대기를 갈가리 찢어버릴 요란한 굉음이 터질듯 했다. 그러나 순간의 정적이 먼저 짱ㅡ 하고 사람들의 고막을 찢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역시 이윽토록 침묵하고계시였다.

사실 그이께서는 숨죽었던 공장이 차츰 힘있게 활성화되고있는 성강을 본보기로 김철과 무산광산, 철도를 분발시키려 하시였었다. 성강을 내세우고 성강의 불길로 침체된 나라의 경제에 열을 주려고 여기까지 찾아오신것이였다. 그런데 성강의 봉화를 추켜든 당자가 자신 없다고 하고있으니··· 너무도 뜻밖의 일을 당하여 그이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없이 그린듯 앉아계시였다.

숨막히는 침묵, 순간이 천년인듯싶었다.

《그래 자신이 없단 말이지?》

그이께서 나직이, 마지막 한가닥 기대를 품고 또 물으신다.

《···》

여전히 김용삼은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거무스레한 두볼을 푸들푸들 떨고있을뿐이였다. 머리도 들지 못하고있다.

《음ㅡ》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에 들고있던 원주필을 앞상우에 대고 몇번 그루박으시였다. 숨막히는 침묵이 오래도록 계속되였다.

돌연 원주필을 그루박는 소리가 멎었다.

그이께서 박유창을 향해 크게 말씀하시였다.

《1부부장동무, 어떻게 된거요. 성강지배인은 대답을 못하지 않는가?!》

《···》

박유창도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도 망연하여 그이께 올릴 적중한 대답을 아무리 해도 찾을수 없었던것이다.

얼음장같이 서리찬 침묵··· 모든것이 얼어붙었다. 호흡도, 심장의 박동도 얼었다. 시간도 얼어서 멎어버렸다.

얼마후 가까스로 숨을 돌리던 전진욱은 도당책임비서에게 거의나 입놀림으로 속삭이였다.

《제가 말씀드리랍니까?》

도당책임비서의 이지러진 얼굴이 그에게로 바투 다가왔다. 가쁜 숨소리속에 숨은 불같은 속삭임.

《가만있소, 가만있으라.ㅡ》

초긴장으로 팽팽히 굳어진 방안, 사람들의 가는 숨결까지 파동을 지으며 귀에 울려오고있다. 그 미세한 소리의 흐름은 지어 눈에까지 보이는듯싶다.

마침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진욱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무엇인가 물으실듯··· 허나 그것도 한순간이였다. 전진욱이 몸을 움씰하는데 어느새 그이께서는 다른 사람에게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그때 맨 끝자리에 앉아있던 박유창이 격한 심정을 누르지 못하여 갈린 소리로 말했다.

《성강사람들이··· 옳지 않습니다. 장군님의 현지지도말씀을 관철하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뛰던 사람들이 오늘은 왜 저러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옳지 않습니다.》

목멘 부르짖음, 아픔에 젖은 질책이였고 비록 늦긴 했어도 이제라도 그이께 만족을 드릴 대답을 올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호소였고 피타는 울부짖음이였다. 그러나 김용삼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같았다.

얼어붙은 침묵이 오래 계속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두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시였다. 우는소리만 하는 김용삼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너무도 아름찬 직무를 맡아안고 애를 쓰다못해 그만에야 주저앉고마는 사람의 절망적인 고백으로 보아야 하는가?···

이윽고 그이께서는 눈앞에 망두석처럼 굳어져있는 김용삼에게 손짓을 하시였다.

《앉소.》

하여 그는 어망결에 무너지듯 자리에 앉았다. 시커먼 오뇌와 절망의 그늘이 그의 얼굴을 뒤덮었다. 어언 그의 두볼은 재빛으로 죽었고 잠을 못 자서 충혈진 두눈은 초점을 잃고 공허하게 허공을 더듬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서 눈길을 옮기시였다.

박유창에게 물으신다.

《성강에서 하는〈ㅈ철〉연구는 어떻게 되고있소?》

사실은 이미 현경오비서를 통해 보고받으신것이여서 물으실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박유창이 올리는 대답을 끝까지 들으며 애써 마음을 눅잦히고계시였다. 성강의 지배인이 자신이 없다고 하던 말이 그이의 마음속에 너무도 크나큰 충격을 주었던것이다.

드디여 《ㅈ철》문제에 대한 박유창의 흥분에 떨리는, 동닿지 않는 보고가 끝났다.

《내 얼마전에》마침내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ㅈ철〉에 대해 보고받으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오. 아직은 새 공법이 완성되지 못했지만 오늘 성강에서 〈ㅈ철〉을 계속 내미는것을 보니 우리 수령님의 유훈을 끝까지 관철하자는 사람들이구나 하고 기특하게 생각했더랬소.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주저하면 되겠는가? 그들을 설득시켜야지. 반대하는 리론을 과학적으로, 생산기술적으로, 실천으로 눌러놔야지. 응?!··· 절대 주저앉지 말아야 해. 〈ㅈ철〉은 강철생산의 유일한 길이요. 이 〈ㅈ철〉만 성공하면 우리의 주체공업이 허리를 펴게 된단 말이요. 성강책임비서, 내 이미 성강을 현지지도하면서 말하지 않았소? 일단 불을 달았으면 끝까지, 끝장을 볼 때까지 내달려 목표를 점령해야 한다고!···》

《예, 장군님. 끝까지··· 목표를 점령하겠습니다.》

전진욱의 목소리는 거의나 목멘 울음소리에 가까왔다. 장군님께서 《ㅈ철》과 관계되는 모든 사정을 환히 꿰들고계시누나 하는 생각에 목이 꽉 메였고 이제부터는 그 어떤 도전이나 비방중상에도 끄떡없이 《ㅈ철》을 내밀수 있게 되였다는 기쁨이 눈물로 솟구쳐올랐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목메여 올리는 대답을 들으며 가슴이 찌르르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사실 현경오비서를 통하여 성강의 지도검열대가 올린 보고서를 이미 보시였으므로 그이께서는 《ㅈ철》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있는가를 잘 알고계시였다. 책임비서 전진욱이 《우린 벌을 받아도 장군님께서 주시는 벌을 받겠습니다.》라고 한것이 결코 우연치 않다. 그들은 《ㅈ철》에 자기들의 운명을 걸었던것이다.

그러한 배심이면 된다. 제일 귀중한것이 바로 그것이다. 무슨 일에서나 당에 운명을 맡기고 서슴없이 자기 목을 내대는 배심, 순간의 주저도 없이 불을 안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정신, 그것이 바로 우리 인민군대의 결사관철의 정신이며 자폭정신이다. 그런 정신만 있으면 된다. 그런 정신, 그런 배심을 가진 사람들을 그이께서는 제일 믿고 아끼신다.

그런데 그러한 정신과 배심이 누구에게나 다 있는것은 아니다. 출세와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애당초 그런 정신과 배심이 있을수도 없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빠른 손세를 써가며 김철과 무산광산문제를 토의하시였다. 성강의 지배인 김용삼으로 하여 받으신 충격은 감감 잊으신것처럼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나 하나도 잊으신것이 없었다. 순간의 충격이 너무도 커서 가슴 한구석에 가시처럼 뾰족한 아픔이 남아있는것을 매 순간 느끼고계시였다.

설비갱신, 수송문제, 로력문제··· 제기되는것은 끝이 없을상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모든것을 즉석에서 다 풀어주시고나서 이렇게 강조하시였다.

《올해의 강행군이 중요하다는것을 잊지 마시오. 올해에 우리는 강성대국건설의 출발진지를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면 출발진지를 차지한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먼저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생산을 정상화할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당에서는 무엇보다 강철생산에 큰 힘을 넣기로 했는데··· 기본은 성강이요. 성강의 봉화가 절대 담벽에 써붙이는 구호만 되여선 안된다는걸 명심하시오. 만사람의 심장에 불을 달며 돌격전의 앞장에서 나가는 봉화가 되여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면의 가운데에 앉아있는 성강의 두 일군, 지배인과 책임비서를 바라보시였다.

김용삼은 그냥 속이 떨리고 경련이 이는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목을 약간 비틀고있었으며 전진욱은 그이의 말씀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원주필을 달리고있었다.

《성강은》 하고 그이께서는 그 두사람을 눈여겨보며 힘주어 말씀을 이으시였다. 《절대 주춤거릴수 없소. 준엄한 대결전에서 성강이 어떻게 앞서나가는가 하는것이 중요하기때문에 봉화를 지펴주었는데 순간이라도 주저하고 멎어서면 되겠는가?···》

이어 그이께서는 김철에서 생산되는 선철을 매달 성강에 얼마간씩 보내줄데 대한 문제, 성강에서는 무산광산에 강재를 보내주어 선광장을 현대화할데 대한 문제, 철도수송문제 등 도내의 제일 큰 기업소들간 협동작전을 잘할데 대하여 밝혀주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가겠소!》

모두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이께서는 곧장 문쪽으로 나가시였다.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골안의 곳곳에서는 여전히 흰 물안개가 피여오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따라 밖에 나온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시였다.

김용삼이 먼저 깊이 머리숙여 인사를 올렸다.

《안녕히 가십시오. 장군님!》

전진욱은 용기를 가다듬고 말씀드렸다.

《장군님, 저희들은 장군님께서 맡겨주신 강철생산목표를 기어이 점령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좋소, 믿겠소.》

봄날의 해빛이 자글자글하며 골안에 무지개를 세웠다. 그밑에서 피여오르는 물안개도 칠색의 령롱한 빛을 받으며 희뽀얀 장막으로 아물거렸다.

어느덧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칠색무지개가 꽃대문처럼 서있는 골안을 빠져 고속으로 내달리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