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2

제 4 장

2

 

그날은 1999년 3월 27일이였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벽부터 청진시내의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에서 지도하시고 휴식도 없이 강철부문 일군들과의 협의회를 위해 차를 달리시였다.

사실 이번의 현지지도는 저 강원땅에서부터 시작되였었다. 강원도의 토지정리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시고 여러 인민군부대들을 찾으신 뒤 그이께서는 함경남도의 여러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시고 함경북도에로 오신것이였다.

청진에서부터 줄곧 고속으로 내달려 오전 10시가 가까와올무렵엔 현지에 이르시였다. 잠시 휴식할 시간이 났다.

그이께서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물안개가 피여나는 내가를 걸으시였다. 수행원들중 나이많은 당중앙위원회일군들은 여기로 오기전에 렬차에 떨어졌으므로 박유창 제1부부장만 그이를 따라나섰다. 엊그제 병원에서 나온 그는 아직도 약간 병색이 도는듯 했지만 자기는 《원상회복》되였노라고 우기고있었다.

좋은 날씨였다. 아직도 먼 산의 음달진곳에는 눈더미들이 희끗거렸지만 따스해진 볕아래 비탈진 둔덕의 잡관목들과 내가의 버드나무들은 봄물을 마시며 봉긋한 밤색의 싹을 부풀리고있었다.

고요했다. 물안개만 소리없이 골안을 뒤덮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버들개지가 움트고있는 가지 하나를 꺾어드시였다. 냄새를 맡으신다. 움터나는 새싹의 냄새, 봄의 냄새를 맡으시였다.

《지난해에도 우리가 이맘때 함북도에 왔었던가?》 하고 그이께서는 뒤따르는 박유창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예, 장군님. 그때도 3월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땐 3월초였구 류달리 날씨가 추웠습니다.》

《음ㅡ 그래, 추운 봄날이였지.》

그이께서는 그때 성강까지의 멀고도 험한 길을 밤새껏 달려 아침에 성강의 1강철직장으로 들어서던 일을 상기하시였다. 이른봄의 서리불린 아침이였었다.

《그들도 지금 여기 와있겠지?》 하고 그이께서는 문득 생각나신듯 말씀하시였다. 《성강지배인과 책임비서 말이요. 첫눈에 벌써 서로 성격이나 기질은 판다르게 보였지만 마음맞춰 일할 사람들이라는것이 알리더라니까. 김용삼, 전진욱··· 정이 가는 사람들이요. 어떻소, 1부부장동무?》

《예, 옳습니다. 장군님, 둘이 배짱이 맞습니다.》

《기대가 크오.》

그리고는 잠시 아무 말씀없이 몇걸음 옮기시며 손에 든 나무가지를 뱅뱅 돌리시였다.

올해엔 봄이 좀 앞당겨지고있는것 같다. 아니면 후더운 물안개가 피여오르는 고장이여서 그것들이 밤낮으로 은밀히 눈과 얼음을 녹이고있는것인지도 모른다.

어딘가 먼곳에서 닭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정신나간 수닭이 봄볕에 취해 때를 잊고 곱지도 못한 쐑소리를 뽑아보는것 같다. 그 소리가 사라지자 사위는 다시금 피여오르는 물안개와 고즈넉한 정적에 묻혀버렸다.

《1부부장동문》 하고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사계절중에서 어느계절을 제일 좋아하오?》

《전 봄이 제일 좋습니다.》

《녀성적이구만.》그이께서는 웃으시였다. 《흑색야금공업부문사업을 맡고있는 사람이 봄의 정서란 말이지!》

그이께서는 다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러나 얼마후 머리를 기웃하며 혼자말씀처럼 뇌이시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구만.》

박유창은 머뭇거렸다. 사계절에 대한 이야기의 계속은 아닌듯 했기때문이였다.

《저··· 무슨 말씀이신지?》

《이렇게 평온한 때도 있는가 하는게 믿어지지 않는단 말이요. 늘 시간이 모자라 시간을 아끼구 또 시간을 앞당기며 달리구 또 달렸는데 물안개 피여나는 아늑한 골안을 거닐고있으니··· 잠시동안의 일이긴 해도 어쩐지 나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만.》

《?···》

박유창은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눈시울만 떨고있었다.

《야전차에서》 하고 그이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떠올리며 계속하시였다. 《쪽잠을 자는데 습관되여서 침대에 누우면 통 잠을 이룰수 없더니만··· 허ㅡ 인제는 안개낀 골안을 걷는 산보길마저 어딘가 낯설고 꿈결같이 느껴지거던.》

그이께서는 지금 자신께서 너무 무리하시였고 피곤이 극도에 달했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그러나 내외의 정세는 그이로 하여금 매일, 매 시각 분초를 쪼개가며 사업하시지 않으면 안되게 하고있는것이다.

바로 4일전 유럽에서는 미국의 이라크침공이래 두번째로 현대적무장장비들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전쟁이 시작되였다. 나토사무총장 쏠라나가 나토군 총사령관 클라크에게 유고슬라비아의 군사목표물들을 공중타격할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였던것이다.

미국과 나토는 지난 2월부터 유고슬라비아의 꼬쏘보문제에 대한 회담을 벌려놓고 쓰르비아인들과 알바니아인들사이의 격화된 민족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에 자치를 주며 정화감시를 위해 3만명의 나토지상군을 받아들일데 대한 압력을 가했었다. 그러던중 회담이 결렬되자 공공연히 전쟁을 선포하고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와 꼬쏘보주소재지 등 주요도시들과 군사목표물들에 맹렬한 공중타격을 시작하였다.

사람마다 자기의 주먹이 있고 나라마다 자기의 주먹, 군대가 있다. 그러나 힘이 약하면 그 주먹으로 땅을 치며 한탄만 하고 눈물만 씻게 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간만에 차례진 짧은 휴식의 한순간이였지만 내외의 긴장한 정세를 한시도 잊지 않고계시였다. 그리하여 박유창에게 꼬쏘보를 둘러싸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유고슬라비아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물으시였다.

《장군님, 저는 보도를 들으면서 놀랐습니다.》 하고 박유창은 즉시 흥분하여 말씀드렸다. 《나토가 며칠전인 23일에 전쟁을 선포하고 공중타격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고슬라비아는 〈전쟁의 직접적인 위협상태〉라는걸 선포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머리우에 폭탄이 떨어지는데 그 무슨 〈전쟁의 위협상태〉를 선포한다는것이 말이나 됩니까. 이틀이 지나서야 그들이 전시상태를 선포하는걸 보고 난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했겠는가?》 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들은 무서워했던거요. 그래서 머리우에 폭탄이 떨어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그러다가, 위협해보다가 그만두지나 않을가? 이렇게 행여나 해서 주춤거리고있었단 말이요.》

그이께서는 벌써 강철생산과 결부된 협의회를 시작하고 전반적정세를 개괄하시는 심정이시였다.

《우리는》 하고 그이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언제 어느때나 제국주의와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맞서 싸워야 하며 싸우되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그런 각오와 투지, 신념으로 우리 인민을 무장시켜야 하오. 그런 각오로 전쟁을 준비하고 언제나 전쟁에 대처해야 하는것이요. 오늘의 협의회도 그런 준비의 일환이라고 할가, 오래 끌 필요는 없소. 본질적인 문제를 토론하고 대책을 세웁시다. 그렇게 다를 준비되여있겠지?》

《예, 장군님. 다들 비상한 각오를 다지며 왔다고 합니다.》

《음ㅡ 그럴테지.》

그이께서는 시계를 보시였다.

《어느새 벌써?··· 시간이 됐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빠른 걸음으로 오시던 길을 되돌아가시였다.

박유창이 급히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