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8

제 3 장

8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날 아침 당중앙위원회에 들어오시자바람으로 내각에 전화를 걸어 강재예비를 알아보시고 한시간후엔 현경오비서를 집무실로 부르시였다.

얼마후 그가 들어서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희천공작기계공장에 나간 박유창 제1부부장동무가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현경오는 거북스럽게 손가락마디들을 잡아비틀며 입술을 씹고있었다. 무엇인가 말씀드리기 괴로와 바재이는것이 분명했다.

《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이께서 재차 물으시여서야 현경오는 서리가 덮이고있는 머리를 약간 돌리며 나직이 말씀드렸다.

《장군님, 그 동문 돌아와 있습니다.》

《예?》

《지금 입원중입니다. 장군님께서 걱정하실가봐… 제발 말씀드리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하기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그늘이 진 안색으로 그를 지켜보시다가 나직이, 그러나 준절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다들 그러면 나는… 뭐가 됩니까? 동지들과 기쁨도 슬픔도 같이 나눠야 할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있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말입니다. 비서동무, 다시는 그 무슨 걱정을 끼쳐드린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지 않도록 단단히 조처해야겠습니다.》

《예, 장군님. 알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즉시 전화를 거시였다.

《나 김정일입니다. 아, 원장선생!… 난 일없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박유창1부부장동문… 지금 어떻습니까?… 음ㅡ 그렇단 말이지요. 알만합니다. 열흘도 좋고 보름도 좋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오.》

송수화기를 놓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시였다.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듯 눈을 쪼프리고 창가를 바라보며 생각하시더니 현경오에게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일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얼굴색이 나빠지기에 병원에 보냈는데… 그는 뭐 가벼운 위탈이라며 거짓말을 했지요. 그 동무에게 심장병이 있는데… 나도 그렇고 비서동무도 자주 관심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이번엔 제때에 손을 썼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자 전화로 알아보니 병원에서 하는 말이 1부부장동무가 자꾸 나오겠다고 떼를 쓴다는겁니다. 내 그래서 얼마동안 더 붙들어두라고 했습니다. 비서동무, 언제든 그런 일이 생기면 먼저 내게 알려야겠습니다. 내가 그 어데 있건, 무슨 일을 하고있건 관계없이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창밖에는 맵짠 겨울의 챙챙소리가 날듯이 투명한, 얼음장같은 아침날씨가 펼쳐지고있었다. 눈과 얼음의 반사로 해빛은 더더욱 서리차게 빛났으며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는 더더욱 여무지게 울리고있었다.

창가에서 이윽토록 생각에 잠겨계시던 그이께서는 드디여 현경오를 돌아보며 어제 1050고지를 현지지도하시며 가슴아프게 느끼신 일에 대하여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거기에 삭도를 놓는데 강재가 들면 얼마나 들겠는가. 몇천t이면 또 어떻단 말인가?… 선뜻 대답을 못하는 일군들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저려나는것 같았습니다. 왜 그랬는가?… 아마도 어제 나를 수행한 일군들은 우리 인민군전사들에 대한 사랑의 정이 뜨겁지 못하다고 내가 그들을 섭섭하게 생각하는줄 알았을것입니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그들이 강재 몇천t때문에 선뜻 대답을 못하는것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이 무엇때문에 찢기는듯 했겠는지 비서동무, 한번 생각해보시오.》

그이께서는 대답을 기다리신것이 아니였다. 아직도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맺혀있는 아픔을 참기 어려워 잠시 숨을 돌리고계시였을뿐이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중천에 떠오른 태양이 창유리에서 눈부신 빛으로 들뛰고있었건만 방안은 점도록 고즈넉한, 무거운 침묵속에 잠겨있었다,

《내 마음을 아프게 찌른것은》 마침내 그이께서는 벅찬 격정으로 하여 더더욱 빨라진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들이 강재 몇천t때문에 대답을 못하는것을 보면서… 우리의 경제형편이 얼마나 엄중하면 그들이 저리도 힘들어할가 하는 가슴을 어이는것 같은 생각이였습니다. 그들이 머리를 떨구는것을 보고는 〈동무들, 그러지 말라. 그렇다고 우리의 존엄까지 머리숙이겠는가?!〉하고 소리치고싶은 심정이였습니다. 이렇게 강재 몇천t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던것입니다.》

쓰라린 아픔에 젖어있는 그이의 음성에 현경오는 눈굽이 저려드는것을 참을수 없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가슴아파하시는데 그 자신은 아무런 도움도 드릴수 없었기때문이였다.

《장군님!ㅡ》

저도모르게 이렇게 목갈린 소리를 짜냈으나 다음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엉거주춤 일어서며 한손으로 서리가 불리기 시작한 눈섭을 마구 문질렀을뿐이였다.

《앉으시오. 앉아서 얘기합시다.》 그이께서 한결 담담해진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라의 경제형편이 이처럼 어렵다는것을 절감하면서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하루빨리 극복할수 있겠는가?… 내 그래서 비서동무와 함께 제일 중요한 강재문제를 토론해보려구 찾았습니다.》

그이께서는 다시금 깊은 생각에 잠기신다. 마음속 그 생각을 토로하시는듯 조용히 그리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출로는 있습니다. 어떻게 하나 성강의 불을 더 세차게 지피여 나라의 경제를 하루빨리 활성화하는것!… 목표는 이렇게 명백합니다. 비서동무, 빨리 대책을 세웁시다. 지금 성강이 매우 힘들게 나가고있는데 속도를 더 높일 무슨 다른 방도는 없겠는지?… 당장 대답을 요구하는건 아닙니다. 우리 같이 연구해봅시다. 그러되 깡이 없으면 나라의 허리가 뚝 부러지고만다는것을 어느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커다란 기대를 품으시고 작은 키에 다부지게 생긴 현경오를 바라보시였다. 단단하고 침착하고 조용한편이나 굳센 의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특징적인 현경오였다. 그는 말을 많이 그리고 길게 할줄 몰랐다. 어떤 복잡한 내용도 몇마디 말로 충분히 형상적으로 표현할줄 알았다.

《장군님.》드디여 그가 말씀드렸다. 《성강에서는 〈ㅈ철〉문제를 놓고 심각한 론쟁이 벌어지고있습니다.》

《〈ㅈ철〉문제?》

《예. 지난날 많은 무연탄을 들여 불을 때서 구워내던 산화배소구단광공정을 없애는 〈ㅈ철〉공법을 연구하고 생산에 들어갔는데 시험로에선 잘되던것이 진짜 회전로에 넣으니까 잘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된다 안된다 하면서 론의가 분분하다고 합니다.》

《〈ㅈ철〉이라…》 근엄하던 그이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ㅈ철〉이 기본입니다. 〈ㅈ철〉은 우리 수령님께서 제일 바라시던것이고 또 내가 제일 기대하는것입니다. 그런데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서 새로운 공법으로 발전시킨다니 흥미있습니다. 매우 흥미있는 착상입니다.》

《장군님.》 현경오는 흥분하여 마치 젊은이들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씀드렸다. 《제가 좀더 알아보고 인차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장군님, 그리고 여기에…》 하고 현경오는 자기가 들고온 문서철에서 하나를 꺼내들었다. 《성강책임비서가 제기해온것이 또 한가지 있습니다.》

《뭡니까?》

《부업지문제입니다.》

《들어봅시다.》

《지금까지 그들은 부업지가 4개 리에 70리가 넘게 널려있구 또 제일 먼 산비탈 뙈기밭들만 안고있어서 돌아보는데만도 승용차로 사흘씩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개 농장을 뚝 떼여줄것을 바라고있습니다.》

《도의 해당 기관들과 협의해서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하고 그이께서는 즉각 거침없이 결론을 주시였다. 《제강소로동자들의 후방공급사업까지 잘된다면 내 그 동무들에게 그 무엇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벌써 그가 들고있는 문건에 손을 내밀고계시였다.

 

×

 

그날 밤 현경오는 성강에 내려간 중앙지도검열조가 내각과 당중앙위원회에 같이 올려보낸 보고서를 읽었다.

즉시 성강책임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ㅈ철》공장에 나가있는 전진욱을 찾는데 15분이나 걸렸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화가 나서 큰소리가 나올 바로 그러한 때 돌연 전진욱의 목소리가 수화구를 쩡쩡 울렸다.

《비서동지, 성강책임비서 전진욱이 전화받습니다.》

현경오는 긴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도검열대가 올려보낸 보고를 보았는데 거기엔 동무의 의견도 써있더구만. 그런데 왜 그리 복잡하오?》

《모르겠습니다, 비서동지》

《그럼 누가 알아?》

대답이 있을수 없다. 과학과 기술문제의 론쟁이 때로는 사람들의 정치적생명을 해치는 엄중한 결과도 빚어낸다는것을 체험으로 알고있는 그였다.

《시험로에서》 하고 그는 계속했다. 《성공했으면 될수 있다는 전제가 있지 않는가. 자명한 리치인데 왜 반대하는가?》

《두가지로 생각됩니다. 하나는 지난날의 〈ㅈ철〉공정을 연구완성한 사람들의 경우 그들은 그것으로 박사, 학사는 물론 영웅도 되였는데 오늘날엔 그것이 부정당하니 헐치 않을것입니다.》

《뭐라구?》

전진욱은 계속했다.

《또 다른 사람들의 경우 된다는편에 붙었다가 끝내 실패하는 날엔… 엄청난 책임이 올가봐 그걸 무서워합니다.》

현경오는 미간을 찌프렸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그토록 강재때문에 걱정하시는데 봉화를 추켜든 성강에서는 말씨름만 하고있지 않는가? 자연히 어성이 높아졌다.

《거기 과학자들두 나가있다던데?》

《예. 금속공업부문의 박사들이 나와있습니다.》

《그들은 뭐라구 하나?》

《된다는 사람, 안된다는 사람, 그들도 갈라져있습니다.》

《됐어.》하고 현경오는 소리쳤다. 《과학자들의 의견도 서로 갈라져있다면, 그럼 되는거요.》

《예?》

현경오는 자기가 《그럼 되는거요.》라고 한 그말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하여 그는 자기의 목소리에 의미심장한 색채를 더하며 힘주어 말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동무들이 시험한다는 〈ㅈ철〉이 아주 흥미있다고 말씀하셨소. 그러니 끝까지 내밀라구. 무슨 일이든 일단 시작을 뗐으면 기어이 끝장을 보는것이 바로 우리 장군님식이요. 알겠소?》

《고맙습니다, 비서동지.》

그는 전진욱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수 있었다. 성강에서 어려운 고비를 겪고있다는것이 절감되였다.

《끝까지 장군님식으로 내미시오.》

전화는 끝났다. 그 이상 더 할 말도 없었다. 그가 알고있는것은 시험로에서는 성공을 했지만 그보다 몇배나 더 큰 회전로에서는 실패하고있다는것, 그리고 된다는 패와 안된다는 패로 갈라져있다는것뿐이였다. 그것이 그를 흥분시켰다. 오래전 현장기사시절부터 경험한데 의하면 찬반의 수자, 다시말하여 찬성이 다수인가 반대가 다수인가 하는것이 중요한것은 아니였다. 모든 기술적성공은 치렬한 론쟁을 거치기마련이며 대체로 반대가 없는 리론이란 거의나 없으며 간혹 반대가 더 많을 때 성공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반대하는 리론이 성공에로의 지름길을 가리켜주는 한편 사람들을 더 격발시키기때문이다.

그날 김정일동지께 《ㅈ철》과 관련된 지도검열결과를 보고드리면서 그는 이렇게 자기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장군님, 아무래도 제가 성강에 한번 다녀와야 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가와하시였다.

《옳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가르쳐주신것처럼 현지에 가서 생산자들과 직접 무릎을 마주하고 토론하는것이 제일 좋습니다. 우에 앉아 전화질만 하면 아래사람들과 거리도 멀어지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것이 아니라 관료주의적으로 내려먹일 생각만 하게 되는 법입니다.》

현경오는 그이의 말씀에 기쁨을 감출수가 없어 다시금 큰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제 래일 아침 당장 성강으로 떠나겠습니다.》

《아니, 비서동문 자강도기계공장들의 생산문제도 맡은게 있지 않습니까. 함경북도엔 내가 직접 가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하는데 조만간 꼭 가겠습니다.》

《예? 장군님께서 몸소 가신단 말입니까?!》

그것은 자기 귀에도 들리지 않는 뜨거운 속삭임이였다. 현경오는 줄곧 두눈을 슴벅거리며 누르스름한 입술의 귀재기를 실룩거렸다. 장군님께서 그토록 중시하시는 성강을 자기가 먼저 다녀왔더라면 이렇듯 그이께서 바쁘신 걸음을 걸으시지 않았을것이라는 커다란 자책에 가슴이 죄여들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