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5

제 3 장

5

 

《강철령감》최진수는 손기척도 없이 기사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들어서자바람으로 칼칼해진 어성으로 기사장에게 따지고들었다.

《이보 기사장, 오늘은 내 웃사람으루서 말 좀 하자구. 님자 그게 뭔가. 어째 사람이 그리두 못났나. 엉?! 난 님자가 앞에 나가 말하는 소릴 듣구 너무 창피스러워 쥐구멍이래두 있으믄 들어갈려구했어. 사람이 어쩌믄 그렇게 변할수 있나?》

《아바인 왜 또 비치개질이요?》 하고 송근우도 격하여 맞받아 소리쳤다. 《내가 뭐 못할 말을 했소? 난 겁쟁이가 아니요. 용감한 사람이란 말이요. 못할건 못한다구 직방 말한단 말이요. 그런데 아바인 아무것두 알지 못하면서 웬 큰소리요? 대관절 제가 뭐길래, 뭐 지금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라구 삿대질이요?》

《뭐, 뭐?··· 제가 뭐길래 삿대질인가구?··· 그래 삿대질을 못할건 또 뭔가. 련합기업소기사장이래서?》 하고 《강철령감》은 코김을 씨근거리면서 걸상을 와락 끌어당겨 제먼저 자리잡고 앉으며 소리쳤다.

《그래서 내 첨부터 오늘은 웃사람으루서 말한다구 하지 않았어? 듣기 싫어두 들어야 해!》

《듣기 싫소. 아바인 하나강철사람들이나 한구들 가득 불러다놓구 욕지거릴 하시오.》

《님자 달라졌어.》 하고 령감은 한탄했다. 《병신짝이 돼가구있어. 에끼,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정신에 그따위 밸빠진 소릴 했나. 응?》

《내 이미 말하지 않았소. 난 할말은 하는 용감한 사람이라구···》

송근우는 말끝을 흐리였다. 령감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분노로 하여 볼성사납게 이지러진 그의 두볼에 점점이 박혀있는 검버섯들이 푸들푸들 떨리고있었던것이다.

《님자두 알구있지만 우리 하나강철엔 가마가 열개도 넘어. 그 많은 가마들에 순서대루 다 돌려가며 님잘 다시 녹여야 할가부이. 거기에다〈ㅈ철〉을 멕이면서 말이야. 그래야 지금 님자가 되살리자구 하는 옛날 〈ㅈ철〉이 얼마나 목이 메는지 알게 아닌가. 한땐 그것두 대단한거였지··· 허지만 지금은 달라. 실리를 따져보라구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얼마나 많이 가르쳐주셨나. 그런데도 겁을 먹구 몸을 사리면 우린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있으라는건가?··· 천만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바라시는건 그게 아니야. 무얼 하나 해두 세계에서 으뜸가는걸 만들어내라는 요구이시라는거 님자두 잘 알면서 뭐가 어쩌구 어째? 우리가 과오를 범했다구? 그래 말이면 다 하는줄 아는가?···》

《왜 큰소리이시우. 넨장!》

《그럼 이 사람, 내 너무 답새기는지 모르겠는데 어디 솔직히 말해보세. 님자두 알겠지만 우리 용해공들은 모르는게 없어. 끓는 쇠물을 보고 합금원소들의 배합이 제대로 됐나 안됐나 하는걸 알아내는 우리가 사람의 속내라구 들여다보지 못할것 같은가?··· 천만에! 우린 다 알아. 중앙과 도의 높은 간부, 중급간부, 공장의 일군들··· 우리한테 와서 고무해주구 소리도 치구 허는데 누가 어떤 생각을 품구 뭣때문에 와서 말하는지, 누가 진심으로 당이 아파할 때 같이 아파하는지 또 누가 낯내기나 하면서 자리지킴이나 하는지 다 안단 말일세.》

《그래서 말하자는게 뭐요?》

아직도 송근우는 허세를 부리려 했다. 그러는 그를 령감은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님자두 한때엔 용해공을 했더랬지? 그담 대학을 나오구 한다허는 기술자가 돼서 여기 성강에 다시 돌아왔지. 여기와서 일도 많이 했구··· 헌데 근래에 와선 달라지구있어. 우린 다 들여다본단 말일세. 알아두라구. 님잔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리지킴이나 하자는건데··· 그런 휴지통같은 속내를 가지군 전기로의 불을 지피지 못해. 안까이들 진배없이 죽가마나 끓일런지. 그래 당에선 깡을 만들라구 님잘 여기 앉혔지 죽가마나 끓이라구 앉혔겠나?··· 다신 그따위 바지끈 풀어진것 같은 소릴 하지 말라구. 알겠나?》

령감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걸상을 소리나게 밀어놓고는 힝하니 문을 열고나갔다. 송근우는 한자리에 그냥 못박힌채 번개불같이 번쩍하고 지나간 오늘 하루의 일을 더듬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모든것이 뒤죽박죽이여서 무엇 하나 제대로 상기할수가 없었다. 귀전에서는 여전히 《강철령감》의 석쉼한 쇠소리가 《님자 달라졌어. 병신짝이 돼가구있어.》 라고 끊임없이 단죄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