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8

제 2 장

8

 

먼 산봉우리너머로 마가을의 생기잃은 태양이 뉘엿뉘엿 지고있었다. 찬바람이 불면서 산기슭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마른 강냉이대들을 잡아흔들고 길바닥에는 락엽을 흘날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의 시창너머로 흘러가는 마가을의 어수선한 정경을 내다보며 오늘 돌아보신 한 연구소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경제건설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있는 과학연구기관이였으나 그들이 요구하는 여러 설비들과 시험용재료들이 잘 보장되지 않고있었다.

그러면 이 모든것이 어디에 걸렸는가?··· 자체로 생산할수 있는 설비들과 재료들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고있다.

그이께서는 줄곧 그에 대한 강구책을 생각하고계시였다. 반쯤 눈을 감으시고 새로 개건현대화하여야 할 공장, 기업소들에 대해서는 물론 그 단위를 맡고있는 일군들에 대해서도 생각하시였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한순간 그이께서는 멀리서 울려오는 기적소리에 피끗 머리를 돌리시였다. 잠시후 승용차의 시창너머 저쪽 휘우듬하게 경사진 굽인돌이에 불쑥 기차가 나타났다.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는새에 거의나 습관처럼 하나, 둘 셋··· 하고 차장차까지 열한개의 화차를 차례로 세여보시였다. 그런데 그중 7개에는 《풍년》호불도젤들이 매개 화차마다 2대씩 서로 삽날을 마주하고 바줄에 묶이여있는것이 유표하게 그이의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의 토지정리전투장으로 가는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차가 멀리 사라지도록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아직 속도는 느리고 화차편성도 단출하며 적재량도 많지 않지만 어느덧 우리의 철길우에 기차들이 련이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온 나라가 준엄한 시련을 이겨내고 거세게 숨쉬며 전진하기 시작한것이다.

인제는 많은것이 해당 단위의 일군들에게 달려있다. 지난 1월 중순 대소한추위가 대마루에서 기승을 부리던 때 자강도를 현지지도하시면서도 말씀하신것처럼 경험은 어떤 일군이 어떻게 앞채를 메고 나가는가 하는데 따라 많은것이 좌우되는것이다.

문득 자강도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실 때의 일이 상기되시였다. 맵짠 추위가 대기를 옥죄이던 그날, 작별을 앞두고 렬차승강대에 나서신 그이께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연형묵도당책임비서가 말씀올렸었다.

《경애하는 장군님!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장군님식대로 모든 일을 잘해나가겠습니다. 부디 먼길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전사와의 뜨거운 포옹.

《잘있소, 연형묵동무. 그리고 동무들도 모두 건강하시오!》

뿡!ㅡ 기적소리와 함께 렬차는 떠나고 렬차를 따라오며 두번세번 인사를 올리던 사람들도 세찬 눈보라속에 차츰 가리워졌었다.

그러나 얼마후였다. 그이께서는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한 렬차를 따라 달려오는 승용차 한대를 발견하시였다.

《저게 연형묵의 차가 아니요?···》 그이께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해하시였다. 《아니, 저 동무가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구 저러는거요?》

눈덮인 둔덕길과 골짜기의 좁은 길로 죽기내기로 따라오던 승용차. 이따금 둔덕아래로 사라졌다가는 또다시 해빛에 차창을 번쩍이며 나타나군 했었다. 차바퀴밑에서는 눈가루가 구름발같이 회오리 쳤고··· 한순간이라도 더 그이를 뵙고싶고 그이와 헤여지는것이 그리도 아쉬워 미친듯 차를 달리던 전사, 그는 자기가 쓴 가사에서 이렇게 노래했었다.

 

주신 사랑 이 심장에 흐르는 피가 되고

주신 믿음 이 몸에 솟는 힘 되였습니다.

···

 

사람은 누구나 고고성을 터치며 이 세상에 태여난다. 누구나 자기만이 아는 생의 노래를 안고 그것을 목청껏 웨치며 태여난다고 할가··· 그러나 자기가 안고나온 노래가 무엇인지 만사람이 다 알고있는것은 아니다. 자기가 인생에 어떤 기질과 능력을 가지고 태여났으며 무엇을 할수 있었는지 끝내 알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것인가!··· 하지만 누구든 자신을 알게되면 그는 자기가 가야할 길을 주저없이 선택하며 잠시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곧바로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연형묵 자강도당 책임비서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오직 한마음 당과 수령을 받들어 모시는 길에 자기운명의 라침판바늘을 놓고 한생 변함없이 꾸준히 걷고있는것이다.

그러한 일군들이 많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그리고 자신께서 몸소 키우신 열혈의 일군들··· 이렇듯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가 수도의 거리에 들어설 때까지 줄곧 순결하고 헌신적인 일군들, 사랑하는 전사들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그들가운데엔 여러 단위의 책임비서, 중요공장들의 지배인, 당보의 인민기자, 공훈국가합창단의 인민예술가 작곡가도 있었다. 그이께서는 바로 그들모두와 함께 지금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강행군길을 걷고계시는것이였다.

당중앙위원회 청사에 이르시여서는 전진욱성강당책임비서에 대하여 현지에서 료해한 보고자료를 받으시였다.

기다리시던 자료였다. 단숨에 읽어내려가면서 이따금 굵게, 진하게 밑줄도 그으시였다.

 

···이와 같이 전진욱 성진제강련합기업소 당위원회 책임비서동무가 내각에서 요구한 중공강을 제멋대로 다른 단위에 떼여넘겼다고 제기된 자료는 무근거한것으로 판명되였습니다. 그것이 당면한 ㅌ강생산에 절실히 필요한 류산을 구입하기 위하여 사전에 지배인, 기사장과 마주앉아 토론한것이였지만 송근우 성진제강련합기업소 기사장동무가 무책임하게도 내각부총리에게 잘못 반영하였다는것이 확인되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전진욱동무도 자기의 결함을 심각하게 분석하도록 하였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지난해 년초에 당조직들이 발동되고 당일군들이 앞장에서 돌파구를 열아나가야 한다고 하신 강령적말씀을 지침으로 삼고 그가 기업소에 할당된 국가계획분과제를 정상적으로 료해장악하였더라면 내각에서 요구한 중공강문제도 제때에 해결되였을것입니다. 그러나 동무는《ㅈ철》연구사업에 몰두한다는 구실로 생산과 관계되는 문제는 모두 기사장에게만 일임하고있었습니다.

··· 전진욱동무는 또한 지배인이 자리를 비우고 없을 때 강철생산이 멎게 되였다고 하면서 행정일군들을 제쳐놓고 자기가 직접 무역회사사장에게 당장 피치와 전극을 수입해오라고 하였으며 금년에 들어와서만도 여러차례 아래일군들에게 설비보수용자재를 해결해올데 대한 과업을 줌으로써 당책임비서가 행정대행을 한다는 반영이 제기되게 하였습니다.

동무는 지배인과 기사장, 기사장과 부직간부들사이에 제기되는 감정상마찰도 제때에 바로잡아주지 않아 자주 소리가 나게 했으며 결함이 있는 일군들을 원칙적으로 교양하지 않고 제멋대로 떼여버린다는 의견도 제기되게 하고있습니다. 실례로 그는 손탁이 센 일군이였던 련합기업소 설비부지배인 허필웅동무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일부 거칠고 조잡한 결함을 제때에 바로잡아줄 대신 본인이 제기한다고 하여 다른 기업소로 조동시켜버렸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료해자료를 다 보시자 한동안 자신께서 만나보신 전진욱에 대하여 기억을 더듬으시였다. 여유있고 자신만만해보이던 사람, 박유창은 그를 두고 좋다는 말은 다 가져다 붙이였었다.

그렇듯 정열적이고 대바른 실력가라면 그는 왜 련합당위원회책임비서로서 키잡이역할을 바로하지 못하여 이러한 반영들이 제기되게 하고있는가? 허필웅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왜 그리도 옹졸하게 굴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성진제강련합기업소당 책임비서를 찾으시오.》

《알았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

수화기를 챙챙 울리는 처녀교환수의 목소리.

잠시 기다리시였다. 이윽고 처녀교환수가 안타까와하며 말씀드렸다.

《경애하는 장군님! 성진책임비서방은 계속 비여있습니다. 성강교환을 통해 인차 알아보겠습니다.》

곧 수화구에서는 성강교환을 찾는 목소리가 그대로 울려나왔다.

《성강, 성강!···》

《예, 성강교환입니다.···》성강의 교환수는 더 애어린 목소리였다.《책임비서동지 말입니까?··· 책임비서동진 맨날 ㅈ철공장에 나가 삽니다. 그런데 지금 어느 직장에 계시는지··· 가만, 그 공장교환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ㅈ철》공장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지중 마음이 후더워지는것을 느끼시였다. 맨날《ㅈ철》공장에 나가산다고?··· 맨날?! ··· 언젠가 그렇게 말하던 처녀가 있었다.

《아니, 그만두라고 하오.》하고 그이께서는 나직이 말씀하시였다.《인젠 찾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

그이께서 제일 관심하시는 《ㅈ철》이다. 현시기 나라의 강철공업발전을《ㅈ철》과 떼여놓고는 결코 생각할수 없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이께서는《ㅈ철》의 성공에 대한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는것이였다.

다음날 아침에야 전진욱은 당중앙위원회 현경오비서를 통해 지난밤 위대한 장군님께서 자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주셨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장군님께서는 전진욱성강당책임비서에 대한 료해자료를 보시고 그를 찾으시였으나 《ㅈ철》공장에서 시험을 하고있다는것을 아시고는 알겠다고, 더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별안간 눈앞에서 섬광이 펀뜩인듯 했다.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것을 믿기까지에는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당과 군대, 국가의 전반사업을 돌보시기에 그토록 분망하신 장군님께서 어쩌면 한 련합기업소의 책임비서의 사업과 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두고 직접 전화까지 걸어주신단 말인가?!··· 너무도 벅찬 경련에 입술을 오무리고 그는 기쁘게 허덕이였다. 쿵쿵 뛰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자기 귀에까지 들려오는듯싶었다.

《책임비서동무.》현경오의 목소리가 또 울리기 시작했다. 《한가지 물어보기요. 허필웅이란 사람은 무슨 일로 해서 다른데로 가겠다고 제기했소?》

전진욱은 그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러니 책임비서하군 더 이상 같이 일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는거요?》

《그렇습니다.》

《료해해본데 의하면 책임비서가 원래부터 그를 좋지 않게 봤다던데?···》

《제가 잘못한것이 많습니다.》

《책임비서, 솔직히 말해보오. 혹시 그가 다시 자기 직무에 돌아오겠다고 한다면··· 그땐 어떻게 하겠소?》

《전 지금도 그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정말이요?》

《예.》

《좋소.》현경오는 잠시후 조용히 말을 이었다.《책임비서, 그럼 한가지만 더 강조하겠는데··· 명심하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우리 당일군들에게 언제 어느때나 순결한 량심으로 당을 받들며 대중의 본보기가 되여 혁명과 건설의 앞채를 메고나갈것을 요구하고있지 않소? 책임비서도 잘 알고있겠지만 우리 당일군들이 범하는 결함은 그것이 비록 사소한것이라 해도 위대한 장군님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한다는것을 언제나 잊지말아야 해. 그럼 이번 기회에 자신의 사업과 생활에 대하여 더 잘 검토해보시오.》

전화는 끝난지 오랬지만 현경오가 한 말을 두번세번 곱씹어보며 전진욱은 생각하였다.

우리 당은 위대하다. 우리 당은 가장 순결하고 정연하며 강대하다. 그것은 당이자 곧 위대한 장군님이시기때문이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뜻과 의지로 숨쉬는 당, 이 위대한 당의 한 일원으로서 자기의 본분과 책임을 다하려면 매일 매시각 자신을 검토하고 채찍질하며 살아야 한다.···

 

얼마후 전진욱은 조직적으로 검토받고 당책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