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6

제 2 장

6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수도를 향해 질주하고있었다. 동해관문을 지켜선 최전연인민군군부대를 현지지도하시고 늦게야 떠났으므로 줄곧 속도를 높여야 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다. 굽이굽이 령길이 뻗어간 산밑의 골바닥에서는 마가을 밤의 싸늘한 기운이 흘러오고 먼 산봉우리에서는 보슬비가 뿌려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달리는 차안에서 그새 전송된 여러 문건들을 보고계시였다. 토지정리전투와 관련된 보고자료, 전국의 학생소년들이 《소년호》땅크들을 마련하여 인민군대에 보내준 소행자료,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서 강철생산전투를 힘있게 벌리고있는 자료도 있었다.

그에 의하면 그이께서 보내주신 천명 제대군인들이 결사대를 무어 파도세찬 바다에 뛰여들어 고철주이전투를 벌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바다속에서 썩어가고있던것을, 아직 그 누구도 감히 그것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던것을 제대군인결사대가 한달동안이나 파도와 싸우며 수백t이나 되는 선철괴들을 꺼냈다는것이다. 해군사관이였던 박철진이 발기를 하고 전체 제대군인들이 차례진 휴가도 뒤로 미루고 전투를 벌렸다는 소행자료···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그리시였다. 마음이 후더워지는것을 느끼시였다. 고철 몇t이 문제가 아니였다. 자신께서 보내주신 제대군인들이 성강에 새로운 불을 지피고있는 그것이 특히 기쁘시였다.

성강의 숨결이 달라지고있다. 강창길부총리가 현지에 갔다 와서 그곳 일군들이 기업소의 개건현대화를 위해 강괴겁과 《ㅈ철》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에 달라붙고있다고 보고해왔었는데 이 모든것이 성강이 새롭게 호흡하며 새롭게 일떠서기 시작했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이미 보신것이지만 성강과 관련된 자료를 다시 처음부터 훑기 시작하시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승용차들이 전조등을 켜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어느 굴길로 들어섰던것이다. 그런데 금시 갱도를 뚫기 시작한것처럼 사방 돌부리들이 삐죽삐죽 내밀려있고 화약가스가 뽀얗게 서리여있었다. 도처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결심하시면 우리는 무조건 한다!》라는 글발들이 붙어있는것으로 미루어 인민군군인들이 굴길확장보수공사를 벌리고있는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발파를 하면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듯싶었다. 그러나 얼마후 승용차의 전조등빛이 동굴 한옆의 돌무지에 모여앉은 인민군전사들을 확 비치였다.

식사중이였다. 철골들이 울바자처럼 엮어져있는 동굴벽 한구석에서 간데라불이 가까스로 어둠을 밝히고있는데 그곳에 수십명의 병사들이 빙 둘러앉아 열심히 숟가락을 놀리며 무어라고 떠들기도 하고 겨끔내기로 빈 식기를 내들며 곱배기국을 청하기도 했다.

《차를 세우오.》하고 그이께서 나직이 이르시였다. 《전조등은 그냥 켜고.》

승용차의 밝은 전조등이 비쳐진채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것을 본 인민군전사들이 이쪽으로 하나둘 머리를 돌렸다. 이건 어떻게 된거야. 고장이 났나 아니면 우정 멎어섰나? 하고 뜨아해하는듯 했다.

한 키큰 병사는 이쪽으로 몇걸음 다가오더니 밝은 불빛이 두눈을 때리자 한손을 들어 눈을 가리며 무어라고 소리쳤는데 굴간을 울리는 메아리속에서 겨우 한두마디 말만이 분명히 들려왔다.

《아ㅡ 아ㅡ주 좋아ㅡ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그 전사는 틀림없이 중대의 익살군일것이다. 그 어느 중대에 가나 유쾌한 익살군들이 있는 법인데 그들이야말로 중대에 없어서는 안될 춤과 노래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할 병사시절의 웃음과 랑만을 보태주는 고마운 사람들인것이다.

그 키큰 병사는 자기자리로 돌아가자 배식을 하고있는 두명의 처녀병사들과 그들속에 끼워있는 녀성군관을 상대로 이쪽을 향해 열심히 손짓하며 무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명의 녀병사들과 자그마한 키에 얼굴이 갸름한 녀성군관이 배를 그러쥐고 웃기 시작했다.

그 키다리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처녀군인들은 무엇때문에 여기 나와있는지 알고싶으시였다. 처녀들이 웃어대니 키다리병사는 더 성수가 났다. 그는 분명 이렇게 말하고있을것이다.

《보라구요. 내 말이 틀리나. 방금 내가 나가서 당장 차를 세우시오! 하니까 그냥 서지 않았소. 그래서 내가 아ㅡ주 좋아요! 이제 다시 신호할 때까지 까딱 움직이지 마시오! 하고 명령했단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치 그의 목소리를 직접 귀로 듣는듯 한 느낌이시였다. 손짓 절반, 웃음 절반 열을 내여 떠들어대는 그 키큰 병사의 엉터리우스개소리를 들으며 녀병사들뿐아니라 많은 병사들이 웃어대는것을 보시려니 자신께서도 마음이 즐거워지는것을 느끼시였다.

그 키다리가 또 이쪽을 손짓하며 뭐라고 했다. 그러자 많은 병사들이 비록 어떤 분들인지는 몰라도 우정 달리던 차를 멈춰세우고 전조등을 비쳐주고있는데 대하여 감사히 여긴다는 의미로 저저마끔 숟가락을 쥔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녀성군관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을 털어버릴수 없는듯 했다. 머리를 갸웃하며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눈이 부신듯 머리를 약간 돌리면서 맵시나게 거수경례를 하는것이였다.

《고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녀성군관(중위였다.)의 입놀림으로 미루어 그 가느다란 인사말을 가려들으시였다. 그런데 그 한마디 감사의 인사말이 불쑥 뜨겁게 그리고 무엇때문인지 찌르는듯 한 감각으로 전류처럼 가슴을 울려주는것을 느끼였다.

녀성군관은 더 가까이 다가올념을 못했다. 뒤차에서 문짝을 열고 내다보는 한 장령의 모습이 그를 주저하게 했는지 알수 없으나 끝내 마지막 몇걸음은 내짚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옆문의 유리를 내리고 그에게 물으시였다.

《동무넨 왜 여기 나와있소?》

《예? 우리말입니까?》녀성군관은 좀더 가까이 다가섰으나 여전히 밝은 불빛때문에 눈이 부시여 손으로 눈채양을 하면서 맑고 챙챙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우린 통신중대이지만 맨날 현장에 지원나옵니다.》

《오, 맨날 나온다?》 그이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통신중대라구?》

《예, 사단통신중대입니다.》

《동문 이름이 뭐요?》

《중위 전인복입니다.》

《몇살이지?》

《스물한살입니다.》

《음ㅡ 그리구 저 키큰 병사는?》

《예ㅡ저 동무 말입니까? 공병중대 사관 윤철입니다. 성은 윤, 이름은 철··· 두자입니다.》

《오, 윤-철··· 익살군이지?》

《예, 맨날 사람들을 웃깁니다.》

《하ㅡ 맨날 웃긴다?!···》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중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지?》

《예, 좋습니다. 일도 힘들지 않구.》

그때 무슨 예감이 들어서인지 키큰 병사가 이쪽으로 목을 길게 뽑으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윽고 식사를 끝낸 다른 병사들도 엉거주춤 허리를 펴고 목을 빼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보통분들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몇걸음 앞으로 나섰다. 혹은 눈을 때리는 밝은 불빛을 손으로 가리우며 서로 소리쳐 묻기도 했다.

《갑시다.》

고르로운 발동소리가 울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처녀군관에게 손을 저어주시였다.

《중위동무 수고하오.》

처녀중위는 재빨리 거수경례를 올리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물에 젖은듯 한 이상해진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고ㅡ맙ㅡ습니다!···》

경적소리가 그에 화답하였다. 승용차는 처녀군관의 곁을 미끄러져갔다. 뒤에 멎어있던 차들도 일시에 전조등을 밝히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주 뒤쪽을 돌아보시였다. 뒤차들의 전조등불빛때문에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조국보위도 사회주의건설도 우리가 다 맡자!》라는 구호를 들고 가장 어려운 곳마다에서 위훈을 세우는 그들의 소박하고 참된 그리고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는 가장 미더운 전사들의 모습을 여전히 눈앞에 보시는듯 했다. 특히 키큰 병사와 몸이 가는 처녀군관의 모습이 인상에 깊이 새겨지시였다.

공사중인 굴길을 천천히 빠져나갔을 때엔 벌써 사위가 어둠에 잠겨있었다.

고속도로에 마가을의 찬 보슬비가 뿌려지고있었다. 속담에도 가을비는 가시아버지 나룻밑에서 긋는다고 했지만 노상 그렇게 서둘러 지나가는것만도 아니다. 때로는 끊길듯말듯 하면서 한정없이 내릴 때도 있다.

구질거리는 비속에서 어찌나 속도를 놓였던지 마주 달려오는 도로표말들도 미처 살펴볼수 없을 정도였다. 속도계의 바늘은 180을 넘어 파들거리고있었다.

이렇게 달린 전선길에서 수행원들은 극도로 지친탓으로 목적지에 이르러 차가 멎었지만 허리를 펼수 없어 내리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당중앙위원회 청사에 이르렀을 때에는 밤이 깊었다.

오늘도 책임서기가 보고드린 내용가운데엔 성진제강련합기업소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오늘 보고된것은 그이께 기쁨과 만족을 드릴수 있는 소행자료가 아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윽토록 아무 말씀도 없이 책임서기가 올린 자료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놀라웁게도 그것은 성진제강련합기업소당 책임비서에 대한 신소였다.

《현경오비서를 찾으시오.》

그러나 다음순간 곧 머리를 저으시였다.

《가만, 지금 몇시요?··· 안되겠군. 너무 늦었지?》

《장군님,》하고 책임서기가 조용히 말씀드렸다. 《현경오비서와 박유창1부부장동무는 장군님께서 마련해주신 내연기관차를 돌아보고있습니다. 좀전에 제가 확인하였습니다.》

《그래?》

역시 주도세밀한 책임서기였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들을 부르시오.》

그이께서는 그들이 집무실에 들어설 때까지 지난 8월 31일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후 미제와 일본반동들이 우리를 부단히 걸고들고있는 통신자료를 훑어보시였다.

사실 우리는 인공지구위성이 성과적으로 발사된 후 며칠이 지나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회의 전날에야 조선중앙통신과 신문, 방송, 텔레비죤을 통하여 일제히 공개보도하였었다.

즉시 온 세계가 벅적 끓었다. 특히 미제는 처음 북조선이 미싸일발사시험을 했다고 떠들다가 우리가 공개보도를 하자 대뜸 어조를 바꾸어 북조선이 위성을 쏴올린것 같긴 한데 실패한 모양이라고 하더니 다음날에는 또 북조선이 인공지구위성발사에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지금 확인하는중이요 뭐요 하면서 어물쩍해버렸다.

그때로부터 2개월이 지났다. 미국과 일본반동들은 오늘까지도 계속 《탄도미싸일발사》요《미싸일위협》이요 하면서 《도꾜불바다》설을 내돌리던 끝에 우리에 대한 《국제적고립》과 《제재》에 대하여 피대를 돋구어 떠들어대면서 미친듯 압살소동을 벌리고있다.

그러나··· 목이 쉬도록 떠들며 위협해보라. 그럴수록 우리는 인공지구위성분야에서 이룩한 성과에머무르지 않고 연구사업을 더 힘있게 추진시킬것이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고계시였다.···

드디여 그이의 부르심을 받은 현경오비서와 박유창 제1부부장이 도착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이 들어서자 지금까지 대충 훑어보시던 통신자료를 탁자옆으로 훌 밀어놓았다.

《지금이 몇시인데》 하고 그이께서는 먼저 나이많은 현경오비서를 향해 물으시였다. 《왜 아직 퇴근하지 않고있습니까?》

《저··· 장군님께서 마련해주신 내연기관차를 돌아보느라구···》

《그런거야 래일에도 볼수 있지 않습니까?》하고 그이께서는 그들이 자리에 앉도록 손짓하시였다.《알고있겠지만 그건 내가 성진제강소련합기업소에 보내주려고 마련한것입니다. 지난봄 그들이 인력으로 화차를 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정말 가슴이 저려나는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여태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해당기관에 말해서 2000마력짜리 내연기관차 2대를 먼저 마련했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군님!》현경오가 눈시울을 실룩거리며 말씀드렸다.《성강동무들이 정말 좋아할겁니다. 저희들이 이제 돌아보니 아주 좋은 내연기관차였습니다. 이제 성강에 가면 늘어나는 물동량을 처리하는데 한몫 단단히 할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빨리 성강에 보내주도록 조직사업을 합시다.》

《장군님, 당장 조직사업을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어린 눈빛으로 그를 여겨보시였다. 언제보나 그는 침착하고 조용하고 또 깐지기로 유명한 일군이였다.

《좋습니다.》그이께서는 박유창에게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그런데 1부부장동무, 요즘 성강에서 좋은 소식이 계속 오기에 나는 성강이 새롭게 일떠서는줄로만 알고있었는데··· 일부 일군들속에서 엄중한 문제가 제기되고있다 하니 어떻게 된 일이요?》

박유창은 너무도 뜻밖인듯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굳어졌다.

《예?!···》

《지금 성강책임비서는 무얼 하고있소?》

《저···》박유창은 여전히 굳어진 자세로 힘들게 말씀드렸다. 《지금 성강책임비서동무는 새로운 ㅈ철연구사업을 시작하고 일정한 성과도 거두고있습니다.》

《ㅈ철?···》

《그렇습니다, 장군님!··· 그 동문 지금 새 공법을 생산에 도입하기 위하여 낡은 설비들을 뜯어고치고있는데··· 그것만 성공되면 생산정상화에 한몫 크게 할수 있습니다.》

《음ㅡ 강창길부총리도 그에 대해서 보고하기에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더랬소. ㅈ철이야말로 우리 수령님의 한생의 뜻이 어려있고 내가 제일 관심하고있는것이 아니요? 그런데···》

김정일동지께서는 복잡한 생각에 잠겨 안색을 흐리시였다. 여느때와 다른 그이의 심각한 표정에 현경오와 박유창은 긴장한 눈빛이였다.

《모를 일이요. 그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가?》하고 그이께서는 또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뇌이시였다. 《그런 사람이 과연 망탕짓을 할수 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에게 성진제강련합기업소당위원회 책임비서 전진욱에 대하여 내각에서 제기된 자료를 내주시였다.

《보시오. 읽어보고 한번 얘기해보시오.》

그것은 내각에서 올린 보고자료였는데 비록 간단명료하게 사연을 요약했어도 글줄마다에 커다란 분노를 담고있는것이 뚜렷하게 느껴지는것이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9월 13일 내각에서는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 중공강(착함기정대를 만드는 강)을 ㅇㅇㅇt을 생산보장할데 대한 지시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50일이 지난 오늘 실태를 료해한데 의하면 성강책임비서 전진욱동무가 내각의 지시를 묵살하고 자체결심으로 생산된 중공강을 다른 단위에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강창길내각부총리동무가 직접 성진제강련합기업소 기사장 송근우동무와 전화련계를 가지고 확인하였습니다.···

 

현경오와 박유창은 자료에서 눈길을 떼였지만 숨소리도 내기 저어하고있었다. 적막이 집무실을 꽉 채우고있었다. 관료화된 당일군의 월권행위와 심한 행정대행이 그대로 드러난 용서 못할 일이 성강당 책임비서에게서 발로된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자우에 놓인 서류들을 정리하며 지난 3월에 만나보신 전진욱의 모습을 상기하시였다. 담박하고 진지하던 얼굴. 박유창은 그를 두고 겉보기엔 점잖은 사람같지만 사실 당일군만 아니라면 활량이로 불리울수 있는 그런 멋쟁이라고 했었다.

그렇지만··· 생활의 교훈은 우리 일군들에게서 가장 위험한것이 자고자대하고 교만해지는것이라는것을 보여주고있다. 교만은 알콜과 같다. 아무리 깨끗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교만의 술에 취하면 머리가 흐려지고 걸음걸이가 비틀거려지며 걸음이 비틀거리면 시궁창에 빠지기마련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현경오비서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언제 어느때나 흥분을 나타내지 않던 그였지만 지금은 낯색이 창백해져서 자기의 격한 마음을 거친 숨소리로 내뿜고있었다.

《비서동문 어떻게 생각합니까?》

《장군님, 전···》하고 그는 처음부터 말을 더듬으며 가까스로 이어갔다. 《절대로 ··· 용서 못할 일이라고 봅니다.》

《성진제강련합기업소당 책임비서가》하고 그이께서는 준렬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무엇때문에 그런 놀음을 하고있는지 모르겠소. 내가 반영자료를 보고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해당부서에서 성강에 사람을 내려보내여 제기된 내용을 다시 료해하여보라고 하였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사람은 책임비서는커녕 세포비서자격도 없습니다. 우리 당안엔 그런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단 말입니다.》

숨막힐듯 한 적막이 방안을 짓눌렀다. 시계의 초침소리도 쟁쟁 귀에 들려오는듯싶었다.

한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을 맞잡아 깍지끼고 무엇인가 생각하시다가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뇌이시였다.

《하지만 내가 믿음을 준 사람이 과연 그럴수가 있을가?···》

현경오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장군님, 그 일은 저도 좀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하고나서 그이께서는 준렬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시는 당일군들속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그 동무가 사업에서 열성이 있고 실력도 있다고 하는데··· 실력있는 사람이면 응당 자신의 모범으로 기업소의 일군들과 로동자들을 강철생산을 위한 투쟁에 불러일으켜야지 낯내기나 해서 되겠는가?··· 내가 그들에게 결사관철의 불을 지피라고 했는데 강재같은것이나 쥐고 제멋대로 처리한다고 하니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성강의 봉화를 쥐여줄수 있겠는가?!···》

분노만이 아니라 커다란 아픔이 실린 그이의 눈빛을 마주하기가 어려워 현경오와 박유창은 말뚝처럼 박혀선체 숨소리도 저어하고있었다.

《철저히 료해하고 내게 직접 보고하시오.》

《알았습니다.》

온밤 가랑비가 찔끔거리며 내렸다. 허전하고 어수선하고 다가오는 추위로 하여 오싹하리만치 차거운 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