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3

제 2 장

3

 

쌍포고개의 쌍바위가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벼랑우에 이채로운 건물이 한채 서있다. 어데서나 곧 눈에 띄우는 건물이여서 1947년 9월 26일 해방후 처음으로 성강을 현지지도하시기 위하여 이곳을 찾으시던 위대한 수령님께서 차를 멈추시고 무슨 건물인가고 물으시였다 한다. 지난 30년대에 왜놈들이 사원구락부(유흥장)로 지은 건물이라는 대답을 들으신 수령님께서는 그러면 이제부터 성강의 로동자들이 리용하도록 해야겠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때부터 그 건물은 로동자들의 휴양소(15일)로 되였는데 그후 휴양소아래의 바다가 절벽끝에 또 하나의 현대적인 3층건물이 솟아 로동자들의 5일휴양소가 되였다.

창문을 열면 아찔한 절벽아래 넘실거리는 파도와 멀리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수평선까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 5일휴양소는 전투가 한창일 때 돌격작업을 하는 로동자들이 한번에 40여명씩 교대작업을 마치고와서 정양하는 곳이다.

성강에서는 제일 화려하게 꾸린 건물이지만 돌격작업을 하는 로동자들이 현장을 뜨려고 하지 않으므로 휴양소에서는 이동봉사를 나가 방들이 텅텅 비여있군 한다.

기사장 송근우는 부총리를 5일휴양소 2층의 어느 한 방에로 안내하였다. 이 집을 설계할 때 성강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방도 2층에 따로 정했던것이다.

밤 10시가 지났을 때였다. 몸매가 둥실하고 훤하게 생긴 중년의 5일휴양소 소장이 가까이 다가와 나부시 인사했다.

《부총리동지, 식사하십시오.》

강창길은 이전에 왔을 때에도 이 녀인이 밤늦게까지 정양을 하는 로동자들을 위해 바삐 돌아가던것이 상기되였다.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퉁명스럽게 말이 나갔다.

《식사는 오는 도중에 했소.》하고나서 이번엔 송근우를 돌아보았다. 《우리 현장에나 가보기요.》

《…》

부총리의 말에 송근우는 대답을 못했다. 대신 무척 괴로와하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그었다. 한번 말하면 그대로만 내미는 강창길부총리의 성미를 너무도 잘 알고있기때문이였다.

《ㅈ철은 고문지배인이 맡아하고있겠지?》

강창길이 물었다. 장군님께서 《ㅈ철》은 전영훈동무가 맡아하는게 좋겠다고 하신 말씀을 그도 잘 알고있기때문이였다.

《아니 전영훈고문지배인은 병세가 위독해서 어제 평양으로 후송되였습니다.》

《뭐?》

강창길은 놀라서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부지중 저도모르게 눈을 감았다. 한때 자기와 같이 《ㅈ철》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였다.

《그럼 먼저 어데로 가보면 좋을것 같소?》

《…》

송근우는 이번에도 선뜻 대답할수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부총리가 제일 관심하는 《ㅈ철》시험로에 먼저 안내하는것이 옳을것이지만 시험로가 바다가의 늪지대 로천에, 그것도 큰길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으므로 한밤중에 구내철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야 하는 그런 곳으로 부총리를 안내하는것은 아주 온당치 못한 일로 될것이다.

《부총리동지.》하고 그는 우정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활기있게 말하였다. 《지금 주물직장에선 강괴겁을 시험하고있습니다. 전번에 제가 전화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선철대신에 강철로 직접 쇠물을 받는 강괴겁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입니다. 그것때문에 책임비서동무도 아마 거기 나가있을겁니다.》

《음- 흥미있소. 그럼 거기부터 갑시다.》

얼마후 2대의 승용차가 공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앞차에 타고있는 송근우는 부지불식간에 자기와 강창길부총리와의 사이에 엮어진 사연많은 과거사를 하나하나 더듬기 시작하였다.

송근우는 강창길부총리를 40년전부터 잘 알고있다. 그때 쏘련 우랄공업대학의 최우등졸업생이였던 강창길이 이곳 로동자합숙에 들어있었다. 이것을 안 송근우, 수재형으로 불리우는 당년 18살의 젊은이였던 그는 새파란 청년학생다운 도섭으로 글뒤주같은 강창길을 숨돌릴새없이 다몰아쳤다. 학습지도를 받는 보상으로 생활상의 편의를 돌봐준것은 물론이고 책밖에 모르는 그에게 바다가에서의 어죽과 해수욕 그리고 옛적부터 소문난 북관의 미녀들에 대한 야릇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사실 몰라서 그럴뿐 우리의 주위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처녀들이 많고많은것인가! 보름달같이 환한 처녀도 있고 아련한 처녀도 있으며 귀여운 얌전데기, 숫저운 새침데기, 버들잎같이 하늘거리나 마음씨가 비단결같은 처녀도 있고 비록 인물로서는 뛰여나지 못해도 일솜씨가 걸싼 처녀, 혹은 풍만한 가슴처럼 자기의 사랑을 아낌없이, 폭포처럼 쏟아붓는 처녀도 있다.

바로 그러한 처녀들가운데서 조약돌같이 말쑥하고 부끄럼을 잘 타는 한 처녀가 강창길의 배필로 내정되였는데 처녀는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온 수재형의 청년을 두려워했다. 뭇처녀들이 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그의 요란한 지식과 떠도는 소문 그리고 남달리 늘씬한 키와 미츨한 체격까지도 두려워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진정 눈에 띄게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녀성들은 자기의 미를 다는 모르고 산다. 반대로 그 진가를 너무 잘 알거나 더 보태여 생각하는 녀자들은 흔히 교태와 방종으로 얼룩지던 나머지 끝내는 인생과 참된 사랑도 알지 못한채 시들어버리는 법이다.

그런데 방정애라고 부르는 그 처녀는 소박했다. 어찌나 소박했던지 송근우가 아무리 설복하고 타일러도 자기가 강창길의 상대로는 너무도 짝진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있었다.

《아-니, 그런 말 마세요. 제발 빌어요. 정말이지 난… 생각만 해도 막 무서워요.》

하여 아직 련애경험도 변변치 않던 송근우는 자기의 온갖 지혜와 재능을 다 발휘하지 않으면 안되였었다.

얼마나 많은 걸음을 하고 속인들 얼마나 썩였으며 장가간 사람들로부터 받은 조언은 또 얼마나 많았으랴. 하지만 그것들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다행히 어떤 우연이 송근우를 도왔으니 그것은 어느 겨울날 그 처녀가 빙상경기에 나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창길이 별안간 경기장 한복판으로 달려나가 처녀에게 꽃다발대신(겨울철이여서 꽃이 없었고 당시엔 그런 사치가 통하지 않았다.) 언제 무엇때문에 품에 건사하고있었는지 모를 꽃수건을 안겨주었었다.

《축하하오, 정애동무, 동무가 우승하는걸 지켜보면서 난 정말… 너무 기뻐서 막 죽을번 했소.》

그날 강창길이 시처럼, 노래처럼 부르짖은 말이라고 한다.

다음날 처녀는 송근우를 찾아왔다.

《어제 그 동지를 좀…》

《예? 그 동지?…》어마지두 놀란 송근우는 주위를 휘둘러보기까지 했다. 《그 동지라니요? 혹시 우리 강창길형님을 찾는건 아니요?》

《예.》 처녀는 추위에 얼어든 엷은 입술을 가까스로 움직이며 속삭이듯 했다. 《그 동지를 만날가 해서…》

그날 송근우는 자기의 수첩에 이렇게 썼다.

《사랑은 힘이고 용기이고 충동이다!》

강창길의 급작스러운 용기와 충동적인 행동이 얌전데기처녀를 자석처럼 끌어당긴것을 보고 새롭게 발견한 사랑의 철학이였다.

사실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창길은 자기들의 그 결합을 전적으로 송근우의 세심하고도 끈덕진 노력의 결과로 평가하였다. 그림자처럼 자기한테 붙어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쓰는 그의 집요한 탐구심을 통하여 송근우야말로 무서운 노력가라고 보았기때문이였다.

그 나날 송근우는 강창길에게서 고등수학과 외국어, 금속공학의 기초는 물론 자기의 리상을 실현코저 피나는 노력을 바치는 과학자의 자세를 배웠다. 후날 김책공업대학(오늘의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여 나의 첫 스승 강창길선생에 대한 존경심은 우리 대학에서 여러해동안 나를 가르친 다른 많은 스승들에 대한 존경심을 초월합니다.》

운명은 그들을 계속 흑색금속공업부문의 한대오에 서있게 해주었다. 강창길이 금속공업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후 송근우는 이곳 성강의 기사장이 되였다. 후날 송근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과오를 범했을 때 강창길의 보증은 그를 살리는 운명적인 계기가 되였다. 참으로 강창길은 송근우의 한생에서 아버지나 어머니, 형님과 누나들의 역할을 무색케 하는 스승이고 동지이고 은인이였다.

이윽고 2대의 승용차가 주물직장앞에 멎어섰다. 송근우가 먼저 차에서 내려 부총리를 안내하였다.

그때 주물직장에서는 주물로 부은 1t짜리 강괴겁의 둥근 내면에 착암기를 들이대고 사락작업(모래를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있었다. 탄벽을 뚫는 착암기소리도 귀가 메는데 강괴겁을 쪼아대는 착암기소리야 뭐라고 표현할수 있으랴. 귀청을 째다 못해 내장까지 찢는듯 하였다. 그러나 부총리가 왔다는것을 알고 누군가 신호했는지 아츠러운 착암기소리가 멎었다.

마침 기사장이 그 공정을 설명하려 했지만 강창길은 손을 내저었다. 한눈에 보고서도 그는 모든 공정을 알수 있었고 이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하는것도 알아보았다.

책임비서 전진욱이 다가와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부총리동지. 먼길을 오셨는데 좀 쉬시지 않구.…》

《아, 나야 뭘… 이렇게 공장이 돌아가는걸 보니 정말 마음이 훈훈해지는구만.》

강창길은 전진욱책임비서와는 초면이였지만 늘 웃고있는 눈을 가진 그의 호인형의 얼굴모색과 깍듯이 례의를 차리는 정중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하여 그는 오랜 지기를 만난것처럼 허물없이 말했다.

《여기선 어려운 일을 시작했구만. 사실 이런 강괴겁은 발전된 나라들에서만 하는데 아직 어느 나라도 그 공정을 책에 발표하지 않거던, 고약하게도.》

《뭐 그네들을 욕할게 있습니까. 우리가 슬그머니 따라가야지요. 소문내지 말구.》

《슬그머니 따라간다?… 그렇지만 이렇게 착암기소리도 요란하게 모래를 뜯어내면서야 어떻게 슬그머니 따라가겠소. 에? 책임비서동무?》

전진욱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 그네들도 처음엔 이렇게 했을겁니다. 부총리동지,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번개불같은 생각이 머리에 번쩍했을게 아닙니까. 우리한테도 그런 날이 옵니다.》

강창길은 그와 더불어 스스럼없이 웃었다.

《그래 그 번개불같은 생각이 누구의 머리에 제일먼저 떠오를것 같소?》

《아마 우리 기사장동무겠지요. 제일 머리가 좋으니까요. 언젠가 행정간부회의에서 우리 기사장동무가 뭐라했는지 아십니까. 지금 착암기로 모래를 뜯어내는건 밥을 짓고나서 가마에 붙은 가마치를 긁어내는거나 같은 일이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뜯어내는가, 칼로 긁어서 뜯어내는가, 물을 부어서 울궈내는가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것엔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반대로 불조절을 잘해서 가마에 가마치를 붙이지 않는것과 같은 그런 새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하- 그래서 다들 이렇게 밤을 새워가고있지 않습니까.》

《하- 그렇단 말이지.》 강창길은 게면쩍어하는 송근우를 돌아보며 소리내여 웃었다. 《아주 좋은 일이요. 착상도 좋구… 나는 강괴겁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내가 도울수 있는것이 있으면 말해주시오. 무엇이든 다 하겠소.》

《고맙습니다.》

강창길은 자기때문에 작업이 멎었으므로 직장장에게 일을 계속 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잠시후 착암기가 다시 강철의 겁을 긁으며 앙칼지고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강창길은 전진욱책임비서와 손짓언어로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섰다.

밖에 나서니 웬일인지 마음이 무거웠다. 너무 서둘러 나온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거기에서 할 일이 없었다.

이런 지도가 무엇에 필요한가, 현장을 돌아보며 수고한다고 인사말이나 하는 유람식지도가?… 한순간 강창길은 이렇게 생각했다. 지난 세월엔 그가 나타나면 모두 반가와하고 도면을 들이대고 조언을 청했건만… 무엇인가 달라진것이 있었다. 그가 우랄공대에서 배운 지식이 인제는 여기서 별로 통하지 않는것만 같다.

아니, 아니다!… 그는 저도모르게 천천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래서는 안된다. 할 일이 없다고? 통하지 않는다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성강을 잘 도와주라고 당부하셨는데 할 일이 없다니 말이 되는가?…

별안간 강창길은 뒤따르는 송근우는 돌아보지도 않고 물풍스러운 어조로 명령하듯 했다.

《ㅈ철공장으로 가기요!》

다시 송근우의 차가 앞에서 달렸다.

그들은 《ㅈ철》공장의 선별직장앞에서 차를 세웠다. 강창길은 어둠속에서 침묵하고있는 시꺼먼 건물들과 회전로들을 눈밝혀 둘러보았다. 그 건물 하나하나에 그리고 저 4개의 회전로마다에도 금속공업부 부부장시절의 그의 피나는 노력이 슴배여있다.

송근우가 전지를 켜들며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부총리동지, 여긴 길이 험합니다.》

구내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송근우가 비쳐주는 전지불이 그의 발걸음을 동그란 빛의 원속에 모아주군 했다. 그런데 작은 전지에 작은 불빛의 원이여서 강창길은 보폭을 크게 내짚을수 없었다.

《ㅈ철》시험로에서는 공장지배인 리태영이 초급당비서 허군수와 또 두세명의 기술자들과 같이 외등밑에서 무어라고 소리치며 시험을 하고있었다. 부총리가 왔다는것을 알자 리태영이 먼저 허리를 굽히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수고하오.》

모두걸이로 인사를 하고 시험로와 사람들이 바께쯔로 나르는 생구단광을 그리고 그것을 크지 않은 회전로에 쏟아넣는것을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설명없이도 그들이 지금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시험하고있는지 잘 알수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별안간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지어 명치끝을 뜨끔하니 찌르는감도 느꼈다. 지금 이 사람들은 강창길 그자신을 포함하여 지난날 《ㅈ철》의 주인공들이 이룩한 모든 귀중한 성과들을 전면 부정하다싶이 하고있는것이 아닌가?…

공장당비서 허군수가 설명하고있다.

《부총리동지, 지금 우리는 산화배소구단광공정을 없애는 새 공정안을 시험하고있습니다. 먼지가 세게 나고 불판이 변형되여 드문히 설비사고가 나던것을 뭉청 들어내고 회전로에 직접 구단광을 장입하는 새 방법입니다.》

《음- 흥미있소.》

《이것만 성공하면 많은 공장건물이 없어지는 동시에 근 10배의 실리를 얻게 됩니다.》

《대단해.》

그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안경을 벗어들고 초라한 시험로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시험로는 비록 볼품 없어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은 멋쟁이이다. 훌륭한 사람들, 아니 뛰여난 사람들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는 잠시 생각을 더듬고나서 송근우를 향해 한마디한마디를 쪼아박듯 말하였다.

《우린 지난날 이런 생각까진 미처 못했거던. 아주 대단해!》

허군수가 면구스러워하며 말했다.

《우린 지난날의 성과에 토대해서… 거기서 경험을 쌓고 그걸 더 발전시키려고 애쓸뿐입니다.》

《아무튼 이것만 성공하면 주체철은 더욱 완성될것이요. 그렇지 않소, 기사장?》

《예, 옳습니다. 부총리동지.》

《기사장동무도 이 일에 한몫 해야겠소.》

《예, 알겠습니다.》

그러나 리태영공장지배인의 생각을 달랐다.

《부총리동지, 련합기사장동진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생산전반을 안고 씨름할래기… 눈코뜰새없이 바쁩니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가? 송근우를 두둔하는것인가 아니면 그가 이 일에 낯을 돌리지 않는다는것을 암시하는것인가?…

강창길은 오한이 나는것을 느꼈다.

《그건 그렇구…》

그는 말을 더듬었다. 이들이 산화배소구단광공정을 없애버린다는것이 불안스러웠던것이다. 모험이다. 그러다 새로 하는 공정에서 무리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는가?… 지나친 모험이 아닐수 없다. 하여 그는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며 송근우를 여겨보았다.

《기사장동무, 내 보건대 여기서 하는 새 ㅈ철공법이 착상두 좋구 아주 혁신적이긴 하지만… 언제든 명심해야 할것이 있소. 그건 다름아니라 우리에겐 ㅈ철이 당장 필요하다는것이요. 당장!… 이걸 잊어서는 안되겠소. 그러니 종전의 공정도 살리면서 새것을 시험해야 하지 않을가?》

송근우는 죄스러운듯 머리를 수그렸다.

《예, 옳습니다.》

그러자 《ㅈ철》공장 지배인 리태영이 머리를 번쩍 들었다.

《부총리동지, 사실 우리도 가능한껏 종전의 공정을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중유를 당해낼수가 없고 설비들이 모두 낡아서 생산을 계속할수가 없어서…》

《그래도 살려야지.》하고 강창길은 송근우에게만 눈길을 견주면서 말했다. 《낡은것이든 새것이든 ㅈ철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ㅈ철이?!… 우리 장군님께서 애타게 ㅈ철을 기다리신다는걸 절대 잊어선 안돼!》

이번엔 송근우도 머리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부총리동지.》

강창길은 몸을 돌려 구내철길우에 올라섰다. 다음순간 자기가 제 생각에만 묻혀있었다는것을 깨닫고 시험로앞에서 두손을 모아쥐고 서있는 사람들에게 수고하라고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는 차가 있는 큰길에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송근우가 따라오며 정성들여 전지불을 비쳐주었다. 하지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침목을 밟으며 천천히 걸었다.

어쩐지 속이 좋지 않았다. 지금껏 잊고있던 바다의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쉬임없이 철썩이는 파도소리, 그것은 무엇을 속삭이는것일가?…

이전에 그가 금속공업부 부부장으로 일할 때엔 여기서 자기의 몫이 뚜렷했었다. 자기 주장이 명백하고 풀어줄것도 많았다. 그렇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것이다. 당시엔 아래단위에서 제기하는 모든것을 죄다 빠짐없이 수첩에 적어가지고 돌아왔고 돌아와서는 그 모든것을 국가계획분으로 풀어줄수 있었다. 하여 지도사업차로 내려오는것이 즐거웠다. 올 때마다 새로운 성과가 이룩되였고 그것을 기념하여 저 멀리 알섬에까지 나가 어죽도 쑤군 했었다. 《ㅈ철》이 더 잘될것을 바라며 한잔씩 붓기도 했고…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처음부터 줄곧 마음이 어수선하고 언짢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