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2

제 2 장

2

 

《옥영이, 요즘 어떻게 된 일이야?》 한번 욕을 시작하면 끝이 없는 성구직장 직장장이였다. 《오늘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나오니 이거야 일을 하자는거야 말자는거야. 지금까지 제일 어려울 땐 일 잘하던 동무가 도대체 왜 그래. 응? 지금 온 공장이 장군님의 현지지도말씀을 관철하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구 뛰고 또 뛰는데 옥영인 뭐야. 어떻게 된 셈판인지 모르겠단말이야. 요새 뭔가 좀 찌부러지구있어. 응?··· 혹시 바람난거 아니야?》

옥영은 오한이 나는것처럼 어깨를 떨며 도전적으로 대꾸했다.

《그래요!》

그러자 직장장은 깜짝 놀란듯 했다.

《야, 너 그거 진짜루 하는 소리야?》

《예.》

《하- 옥영아, 이거 오늘은 왜 이런다니? 제편에서 뿔어나가지구···》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공정기사가 급히 들어오며 간부들이 찾는다고 했던것이다.

《무슨 간부들?》 당중앙위원회에서 내려온 간부와 련합당책임비서가 찾는다고 하는 대답에 그는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혀를 내두르는것이였다. 《또 욕을 먹게 됐군. 넨장! 이놈의 직장장이 도대체 뭐라구 오라가라!··· 밤낮 소똥차기라니까!》

무슨 일이든 먼저 투덜거리고보는데 습관된 그였다. 그는 책상우의 사업수첩을 탕 덮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옥영이에게 한마디 더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옥영이, 정신차려! 잘한다잘한다 춰줬더니 어짓바르게 돼간단말이야.》

직장장은 옥영이를 남달리 생각해준다는것이 언제나 이런 식으로 대했다. 홀로 살면서 남들처럼 장마당에 나가 앉을념을 않고 돌아가지 못하는 성구기를 지키고있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만나면 어성을 높이군 하는것이다.

직장장이 나가자 공정기사가 옥영이에게 무슨 일로 직장장이 열이 났는가고 물었다.

옥영은 머리를 저었다. 말하고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 수림이가 고열로 입원하고있어도 애와 같이 있지 못하는것이 가슴을 허비는것이였다. 장군님의 현지지도말씀을 관철하는 전투에 빠지지 않으려고 단 한시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린것을 억지로 떼여놓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난게 아닌가고 하던 직장장의 말이 가슴에 응어리처럼 맺히고있었다.

홀로 사는 녀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것이 바로 뒤소리이다. 그 어떤 남자에게 한번만 따뜻한 눈빛을 던져도 입방아를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고 소문은 가랑잎처럼 바람이 부는대로 굴러다닌다.

그는 자기의 일터로 돌아갔다.

옥영은 성구기조작공이다. 마침 그곳에서는 련합당책임비서가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과장에게 손세를 써가며 《ㅈ철》에 대하여 설명하고있었다. 소똥차기라고 두덜거리던 직장장은 옆에서 그의 말을 열심히 귀담아듣고있는데 그 눈빛과 진지한 표정으로 미루어 마치도 난생처음 《ㅈ철》에 대해 배우고있는 사람같았다.

《무산광산에서 광석을 분쇄한 가루를 자석으로 모아 철을 선별해낸게 정광이지요.》

련합당책임비서의 말에 중앙당과장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건 나도 압니다.》

《미세한 이 가루를 우린 동그란 알로 만듭니다. 왜냐하면 가루는 익반죽처럼 로벽에 달라붙지만 이렇게 알로 만든 구탄광은 붙지 않지요. 바로 이 알을 빚어만드는게 성구기입니다.》

《아 그렇군요.》 당중앙위원회 과장은 전파탐지기모양의 성구기와 그안에 아직 남아있는 포도알같은 성구알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 알들을 전기로에 먹인다 그 말이지요?》

《아니 이건 시작에 불과하지요.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이것들을 딴딴히 굽는게 회전로인데 그 과정에 깨지구 부서지구 해서 버리는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만들어진것이 류황성분이 많아서 애를 먹습니다. 야금공업에서 류황은 절대 금물이거던요.》

《난 사실 오랜 기간 기계공장에서만 일하다보니 야금부문은 정말 깜깜입니다.》 당중앙위원회 과장이 하는 말이였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아직 얼떨떨하군요.》

《그럼 상식적인것부터, 제철공업에 대해서 먼저 얘기합시다. 에- 제철공업을 화학식으로 쓰면 단 다섯글자지요. 에프이투-오쓰리(Fe2O3). 여기서 철 에프이투에서 산소 오쓰리를 떼여내는게 제철입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공업이지요.》

그들은 이렇게 말하며 다음공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순간 련합당책임비서가 머리숙여 인사하는 옥영이를 여겨보더니 눈을 끔쩍하며 따뜻하고 눅눅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처음 왔을 때 만난 일을 잊지 않고있다는 의미같았다. 한마디 할듯 했으나 당중앙위원회에서 온 손님이 있어 그런지 그대로 지나갔다.

직장장이 그들을 철계단으로 안내하는데 그의 걸음은 가벼웠다. 소똥차기라고 두덜거리던 때는 언제인데 지금은 기분이 아주 딴판이였다. 누군가의 묻는 말에 그가 크게 대답하는 소리가 멀리에서도 잘 들려왔다.

《이제 말입니까? 예- 우린 이제라도 당장 직장안의 성구기를 다 돌릴수 있게 준비되였습니다. 예. 그럼요. 예!》

옥영은 그만 시들히 웃고말았다. 그의 성구기는 아직 수리를 끝내지 못했던것이다.

 

×

 

성구직장을 다 돌아본 후 전진욱은 손님과 같이 밖으로 나갔다. 오래전부터 잘 아는 그들이였다. 사업상 련계도 많고 성격상 공통점도 많아 서로 가깝게 지냈었다. 손님으로 온 김중석은 전진욱에 비해 나이가 썩 아래이다. 그러나 련합당위원회 책임비서로 일하는 전진욱은 언제나 중석과장을 깍듯이 대하였다.

회전로까지 돌아보고 단둘이 남자 전진욱은 승용차쪽으로 가면서 김중석의 팔을 잡았다.

《갑자기 무슨 일로 왔습니까. ㅈ철강의나 받자고 온건 아닐거구.》

김중석은 딴전을 부리였다.

《어머님은 무고하십니까? 형수님도 앓지 않구요? 참 맏딸 인복인 군대에 나가 벌써 별을 달았다면서요?》

《그런건 언제 다 알아냈습니까?》

《알아내는 방법이 있지요.》

《물론 그럴테지. 헌데 료해사업때문에 도당에 내려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갑자기 여기 나타났을적엔 무슨 급한 일이 있는게 아닌가요?》

《옳습니다.》하고 김중석은 씩 웃었다. 《일이 있어 왔습니다. 책임비서를 찾으니 요즘 계속 ㅈ철공장에 나가 산다구 하더군요. 그래 쫓아왔는데 엎어진김에 쉬여간다구 제창 ㅈ철강의도 들었습니다.》

그들은 종합사령실앞의 낡은 장의자로 갔으나 앉지는 않았다. 온통 시꺼먼 먼지투성이여서 앉을데도 없었다. 여기 《ㅈ철》공장주변엔 나무 한그루도 없다. 《고난의 행군》때 설비들이 낡고 망가지면서 시꺼먼 연기만 뿜어올려 나무잎들이 숨을 쉬지 못했던것이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맞은편 회전로앞에 글자 하나하나를 대문짝보다 더 크게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은 주체철을 하여야 한다고 하신 수령님의 교시를 새겨놓은것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그것은 성강의 기치였고 좌우명이였다. 그러나 아직 《ㅈ철》은 제 궤도에 들어서지 못하고있다. 설비들이 낡아 배풍기며 전동기들이 타버리는가 하면 불판들이 찌그러져 아까운 중유만 소비하므로 세우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은 멎어선 공장에서 다시 시꺼먼 늪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난날 《ㅈ철》공장에서 흘러나온 연진물이 거기에 고여있었다.

날씨는 아직도 쌀쌀했다. 찌뿌둥한 하늘에서는 흐릿한 해빛이 가까스로 구름장 틈새를 비집고있었다.

《ㅈ철공장 당비서말입니다. 그의 이름이 허군수이던가요?》 김중석은 드디여 어조를 바꾸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그냥두고는 ㅈ철이 안된다는 의견이 계속 도당에 제기되고있더군요. 교체해야 한다구 말입니다.》

《교체하다니?》 전진욱은 그에게 담배를 권하려다가 그만 굳어지며 물었다. 《누가 또 그렇게 주장합니까?》

《이번에 위대한 장군님의 현지지도말씀을 기어이 관철하자구 도당에서도 ㅈ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더군요. 그런데 료해과정에 좋지 않은것들이 많이 제기되지 않았겠습니까. 제기된 자료에 의하면 ㅈ철지배인과 당비서가 ㅈ철을 포기했다는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수령님께서 그처럼 간곡하게 당부하신 ㅈ철이구 우리 장군님께서 기다리시는 ㅈ철인데 그걸 포기하구 줴버렸다니 얼마나 엄중한 일입니까. 나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책임비서동무의 의견도 들어볼겸 해서 말입니다.》

《포기한 사람도 없구 줴버린 사람도 없습니다.》

전진욱은 아직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대를 손에 움켜쥐고 부스러뜨렸다. 흥분으로 하여 그의 얼굴은 불그레하게 달아오르고 눈시울이 흠칫거렸다.

《지난날》하고 그는 애써 흥분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 《나라의 경제가 활성화되였을 때엔 ㅈ철을 먹는것이 그렇게 목이 메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어려움을 겪는 조건에선 정말 먹기 힘듭니다. 나라에 없는 중유까지 쓰면서도 절반나마 버리게 되니 도대체 이런 공법을 어떻게 계속할수 있나 말입니다. 이제 곧 새 세기에 들어서겠는데 실리는 적어지고 시꺼먼 연기만 날리는 이런 공법이 말이 됩니까?》

김중석은 긴장해졌다. 아직 다는 알수 없지만 《ㅈ철》이야말로 기술적으로뿐아니라 커다란 정치적문제를 안고있다는것을 간파했다. 그런데 어버이수령님께서 그처럼 중시하시고 관심하시던 《ㅈ철》을 두고 지금 전진욱이 주장하는것을 혹시 색다르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무서운 후과가 초래되겠는가?···

《그래서 말하자는게 뭡니까?》

김중석의 목소리에 비낀 준절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진욱은 한층 더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 말을 마저 들어보시오. 좀전에 과장동무가 본 그 구단광을 례들어 봅시다. 그걸 구워내는 공정에는 땅크의 궤도판같은 불판들이 있는데 그 한판대기가 1. 5t이나 됩니다. 헌데 그게 고열에 견디지 못해 거의 매일 변형이 가는데 그걸 복구하는 전투가 완전히 고열로동이지요. 그리구 여길 보시오. 탄광마을이나 다름없습니다. 저 회전로에서 하루 1t이나 되는 연진가루가 날리니 온통 새까말수밖에.

어디 그뿐인줄 아시오? 귀한 세멘트로 굳힌 알들이 깨지고 부서져 가루가 되여 나가는데 (이걸 반광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로에 넣은것들중 많은것을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것들도 환원구단광로에 들어가서는 절반나마 쓸모없는 분말상태로 나와 또 버려야 하니 이렇게 실리가 맞지 않는걸 오늘같이 모든것이 부족한 때 어떻게 하나 말입니다. 이밖에도 또 많은 문제들이 걸려있는데 그런 기술적문제는 그만합시다. 우리 련합지배인동무도 여기 나와서 계속 협의회를 열고 전동기, 배풍기를 갈아줘, 불판을 새로 만들어줘, 중유를 구해와 하면서 오죽 애쓴줄 아시오? ㅈ철공장 당비서가 속이 새까매있는것도 이런 사정때문에 그러는겁니다. 말하자면 사상적으로 동요한게 아니라 과학기술적인 자신심을 못가지고있을뿐이지요. 게다가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련관부문이 다 죽다보니 그동안 공장이 계속 멎어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누굴 탓한단 말입니까. 그런데도 뭐 ㅈ철공장 당비서를 교체해야 한다구요?··· 사실 지금까지 해오던 방법을 줴버리자고 주장한건 접니다. 바로 련합당책임비서인 이 전진욱이 그렇게 주장했단 말입니다!》

김중석은 점점 더 심각하게 번져가는 그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이게 련합당책임비서가 하는 말이 옳긴 옳은가 하고 자기 귀를 의심할 지경이였다.

《그렇게 놀랄건 없습니다.》 전진욱은 조금 너누룩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줴버린다는 말을 놓고 나를 걸구든다는것도 알구있습니다. ㅈ철공장 당비서를 문제시하면서 나를 답새기자고 누군가가 신소했다는걸 말이지요. 그래서 당중앙위원회 과장동무가 여기로 직접 내려왔구··· 내가 그걸 모를줄 아시오?》

그는 두손을 마주잡고 증이 나는듯 마구 비벼대였다. 무엇인가 그 손아귀에 틀어잡고 망돌처럼 갈아버리려는듯 했다.

《그렇습니다. 줴버리자구 했지요. 지금까지 해오던 낡은것을 버리구 전적으로 우리의 기술, 우리의 원료, 우리의 자재, 우리의 설비에 맞는 새 공법으로 발전시키자구 말입니다. 수령님께서도 ㅈ철을 꼭 해야 한다, 그러되 어떻게 하나 발전시키라고 거듭거듭 강조하시였습니다. 그래 생각해보시오. 낡은것을 꾹 붙잡구 아무런 실리도 얻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우리 장군님의 뜻을 받들었다구 말할수 있겠습니까? 우리 장군님께서 새로운 대고조의 봉화를 지피시여 우리 성강로동계급에게 쥐여주셨는데 바로 그건 무엇을 하나 해도 새롭게, 더 크게, 실리가 나게 하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아무런 새로운 창조도 없이 낡은것만 붙들고있다는건 무얼 말하는거겠습니까? 상징적인 봉화를 들고 무슨 기념비의 조각상처럼 우뚝 서있는것과 같지요. 안그렇습니까?··· 아니 그럴수 없습니다. 절대로 그렇게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장군님께서도 현지지도말씀에서 소문만 요란한 상징적인 봉화가 아니라 인민군대의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불을 지핀 봉화, 사회주의의 운명을 건 봉화가 되여야 한다고 가르쳐주신것이 아니겠습니까!》

열화같은 언변으로 자기의 마음속 생각을 터놓던 그는 잠시 말을 끊고 김중석을 뚫어지게 여겨보았다. 그리고는 또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는데 그 손이 가늘게 떨리고있었다.

《내 그래서 요즘 ㅈ철공장 지배인, 당비서랑 같이 골을 싸매고있습니다. 뭐 새로운게 나올가 해서 시험로 아궁이만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고있지요.》

김중석은 여전히 미간을 찡기고있었다. 쾌남아로 알려진 전진욱이였지만 그가 그렇듯 심각한 문제를 롱을 섞어가며 하는 말에 기분이 언짢았던것이다.

《책임비서동문 롱으로 말하고있지만··· 앞으로 수많은 도전에 부딪칠수 있습니다. 문제가 아주 심각하게 번져갈수도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진욱은 그 어떤 도전도 각오하고있다는 의미로 한번 빙그레 웃고는 서둘러 겉옷의 목깃을 올리였다.

《에익, 날씨두 참!》

김중석이 역시 몸을 오스스 떨었다.

《난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왜요?》하고 전진욱은 입에 문 담배대를 뽑아들었다. 《왔던김에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주모자를 만났으면 됐지.》

《허- 주모자야 잡아가야지요.》

《또 롱소리군. 이제 두고보시오. 진짜로 그렇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허- 그럼 조심해야겠군.》

그들은 걸음을 옮겼다. 구름이 끼면서 설핀 해살마저 가리워버렸다. 바람이 불면서 먼지를 말아올리기 시작했다. 멎어있는 회전로우에서 찧고 까불던 참새들이 잡초만 무성한 앞쪽의 연진늪으로 회오리처럼 까맣게 떠오르며 날아갔다. 그쪽에서는 곰팡이낀 습기와 시큼한 냄새가 풍겨왔다.

승용차들이 발동을 걸었다.

먼저 김중석이 두툼하고 아귀센 손을 내밀었다. 두사람은 서로 손을 꽉 맞잡았다.

《책임비서동무, 일이 잘되길 바랍니다.》

《리해해줘서 고맙습니다.》

김중석의 차가 멀리 사라지도록 전진욱은 한자리에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당의 령도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가슴이 후더워지는것을 느꼈다. 위대한 김일성동지, 김정일동지의 존함으로 불리우는 우리 당은 평범한 보통사람들로부터 책임적인 위치에 있는 일군들에 이르기까지 그가 누구건 항시적으로 순간이라도 어긋날세라 세심히 보살피고있다. 하기에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당은 온 나라에 정연한 질서를 세웠고 사람들의 정치적생명을 지켜주었던것이다.

이윽고 그는 자기의 차를 타고 선별장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ㅈ철》공장 지배인 리태영과 초급당비서 허군수가 자기 공장 연구실의 연구사들과 같이 새로운 《ㅈ철》공법을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로 선별직장앞에는 설비부지배인 허필웅의 낡은 승용차가 서있었다. 허필웅은 책임비서의 차가 직장밖의 자기 차옆에 멎어서는것을 보자 천천히 몸을 돌려 가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숨기기는 쉽지 않다. 남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그는 어데서나 리정표마냥 먼저 눈에 띄우는것이다.

전진욱은 차에서 내려 《부지배인동무!》하고 불렀다. 그러나 그는 못들은척 했다.

다시 엄하게 불렀다.

《부지배인동무!》

비로소 허필웅은 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몸이 무거운듯이 힘들게 돌아섰다.

《왜 그럽니까. 책임비서동무?》

《좀 오시오. 할 얘기가 있소.》

허필웅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자 그는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물었다.

《부지배인동무가 시험로에 쓸 설비를 자기 승인없이는 절대 다치지 못한다고 했다는게 사실입니까?》

《예, 옳습니다. 기사장동무의 승인을 받았다기에 방금 여기서도 내 승인없이는 전동기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좀 싫은 소릴 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할 권리를 주었습니까?》

허필웅은 부옇게 흙먼지가 오른 얼굴을 넙적한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비웃듯이 그를 마주보았다.

《난 련합기업소 설비부지배인입니다. 기사장이 뭐길래 공장설비를 제 마음대로 처분한다는겁니까. 절대 제멋대로 못다칩니다.》

《?···》

말이 나가지 않았다. 부르쥔 주먹이 저려나는듯 했고 가늘게 쪼프린 두눈이 경련적으로 떨리는것을 느꼈다. 하여 그는 가까스로 분노를 누르며 숨소리도 거칠게 속삭이듯 했다.

《동문 지금 고의적으로 훼방을 놀고있소. 기사장에 대한 그리구 나에 대한 개인적감정을 가지고 ㅈ철시험을 반대하고있단 말이요.》

《예, 뭐라구요? 내··· 내가 반대한다구요?》

《그렇소. 부지배인동무, 동문 지금 그 어떤 노여운 생각에 리성을 잃고있소.》

《아니, 아닙니다. 책임비서동문 무슨 일에서나 기사장만 두둔하는데···》

《아니, 난 그 누구를 두둔하는게 아니라 당의 방침을 옹호할뿐이요.》

《그럼 난?···》

《진심으로 부탁하는데 제 눈으로 자신의 량심을 들여다보시오. 그속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보란말이요!》

《···》

허필웅은 더이상 말이 없었다. 속이 크고 손아귀도 드센 사나이로서 부질없이 깨꾸막질하는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눈섭을 흠칫거리며 코를 울리고 입술을 깨물다가 몸을 홱 돌리더니 자기 차가 서있는 방향과는 전혀 반대쪽으로 철길을 따라 걸어갔다. 바다가를 돌며 뻗어간 구내철길에서 기관차가 칙칙 증기발을 뿜으며 마주오고있었지만 그것도 모르는듯 머리를 짓숙이고 성난 황소처럼 헐금씨금 기차를 맞받아 돌진해가고있었다.

《ㅈ철》공장 지배인 리태영이 철길로 나서며 소리치려는것을 전진욱이 막았다.

《놔두오. 괜히 객기를 부려보는거요.》

이윽고 그들은 새로 제작하여 설치한 시험로앞에 마주섰다. 사실 《ㅈ철》회전로는 길이 수십m나 되는 거대한 강철구조물이지만 지금 바다기슭의 로천에 설치한 이 시험로는 그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학생들의 실습용 같은것이여서 어쩐지 보는 사람들에게 어수선하고 아망스러운 느낌을 주는것이였다.

《책임비서동지.》 《ㅈ철》공장 초급당비서 허군수가 나직이 물었다. 《중앙당과장동진 갔습니까?》

《갔소.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오?》

《이자 설비부지배인이 말하더군요. ㅈ철때문에 무슨 신소가 제기됐다던지···》

《쓸데없는 소리!》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머리를 돌려 오늘부터 당장 시험로를 가동하자고 했다.

《어느 방법을 택하잡니까?》

허군수가 묻는 말이였다.

《물론.》하고 그는 땀자국이 얼룩진 허군수의 얼굴을 스쳐보며 시진하게 말했다. 《동무가 주장한 그 방법이지.》

문헌들을 뒤져본데 의하면 세계적으로 제철방법에는 하스메트법을 비롯하여 코멜트법, 코렉스법 등이 있는데 그 기술공정들에 대해서는 어느 책에도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으므로 우리 실정에 맞게 시험하자는것이 주되는 목적이였다.

《이보 허동무.》하고 전진욱은 침울한 어조로 물었다. 《죽으나사나 우린 새 ㅈ철공법을 완성해야 하겠는데 누가 제일 반대할것 같소?》

《동지들이지요.》

《동지들?! 어떤 동지들?》

《저를 비롯해서 제일선참으로 지지해나섰던 가장 가까운 동지들이지요.》

《그건 왜?》

《한번 두번 실패가 거듭되면 그들은 겁을 먹습니다. 하- 이러다간 책임비서한테 아첨하느라고 지지한것처럼 되겠구나, 개인우상화로 단단히 걸릴수도 있겠구나 하고 앞질러 생각하거던요.》

《흠-》

허군수는 군대에서 제대되여 단조직장에서 10년간 세포비서로 일하면서 공업대학을 나온 40대의 일군이다. 키는 좀 작은편이나 젊어서부터 상냥하고 장난기어린 새까만 두눈이 늘 웃고있는 사람, 유모아도 있고 기술면에서도 머리가 팩팩 도는 당일군으로 알려져있다.

《그럼》하고 또 묻는다. 《필웅동문 어떨것 같소? 설비부지배인말이요.》

《그 사람은 오늘은 반대하지만 래일엔 지지할겁니다.》

《왜?》

《성공하자면 모험도 해야 하는데 그 부지배인은 모험가기질이 아닙니까. 틀림없이 모험하는 사람들편에 설겁니다.》

《동문 꼭 점쟁이 한가지로구만.》

그러나 허군수의 예언은 맞지 않았다.

그날 밤이였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바쁘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기사장이였다.

《책임비서동무, 오늘 강창길부총리동지가 내려옵니다. 예. 강철생산정상화를 위한 대책적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온다고 합니다. ㅈ철문제에도 관심이 큰것 같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송근우기사장이 강창길부총리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있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치 오래동안 소식을 모르던 련인의 기별이라도 받은것처럼 기뻐하고있다.

《제 이제》하고 송근우는 계속했다. 《나가서 숙소도 돌아보고 부총리동지도 마중할가 합니다. 아침에 떠났다니까 곧 도착할겝니다.》

《예, 그렇게 해주시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어느 한시도 전화종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전화종소리의 계주, 4대의 전화기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몸부림치며 울어댄다. 현장에 나가있을 때엔 그처럼 많은 그리고 그처럼 바쁜 전화들을 다 받지 못하는데 응당 무슨 변이 일어나야 할게 아닌가?··· 그러나 아무런 변도 일어나지 않는것을 보면 그 전화들의 대부분이 불필요한, 형식상의 갖가지 독촉과 요구와 보고로서 귀한 시간을 터무니없이 앗아가고있다는것을 잘 말해주고있다.

이번엔 도당비서(이전 책임비서 주동호)가 걸어온 전화였다.

《아, 책임비서동무요? 한번 만나기 힘들구만. 종일 현장에 나가 살고있으니. 오늘 몇번이나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오. 하- 그건 그렇고··· 다름아니라 이번에 운봉탄광을 새로 개발했는데 책임비서동무도 잘 알겠지만 오늘같이 어려운 때 새로 일판을 벌리자니 정말 간단치 않구만. 그래서 손탁이 센 일군을 두루 골라보다가 허필웅동무가 생각나지 않겠소. 그 동물 거기 지배인으로 보내면 마음놓을것 같은데··· 책임비서동무, 그를 보냅시다.》

전진욱은 송수화기로 이마언저리를 긁다가 뜨직뜨직 물었다.

《그가, 허필웅동무가 동의할가요? 》

《아 그건 념려마시오. 내가 이미 토론해봤습니다.》

《예- 그렇다 해두··· 제 한번 그를 만나보구···》

《아, 그렇게 해주시오.》

전진욱은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허필웅이 기어이 공장을 뜨겠다고 하는것이 그를 괴롭히였다. 그것은 곧 자기가, 련합기업소당 책임일군인 전진욱이 일군들과의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있다는 뚜렷한 증거로 되는것이다.

그는 무겁게 자리에서 일어나 말코지에 걸어두었던 작업복을 우에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라수범부기사장이 강괴겁시험을 벌리고있는 주물직장으로 갈 생각이였다.

그의 이런 생각을 알아맞추기라도 한듯 주물직장에서는 허필웅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그가 불쑥 앞에 나타났을 때 전진욱은 놀라지 않았다. 잠시 말없이 (주물직장의 소음때문에) 그를 마주보기만 했다. 시퍼런 용접의 불빛이 허필웅의 툭 불거진 가슴이 풀떡거리는것을 비쳐주었다.

《책임비서동무, 잠간만 시간을 내주지 않겠습니까?》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말없이 주물직장옆으로 뻗은 구내철길을 따라 바다기슭으로 걸어갔다.

오늘따라 바다는 소란스러웠다.

전진욱은 담배를 피워물었다.

《책임비서동무.》하고 허필웅이 웅근 소리를 짜내였다. 《내가 왜서 만나자구 하는지 잘 아시겠지만···》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럴 때··· 공장을 뜨겠다구 하니 리해되지 않는구만. 장군님의 현지지도말씀을 관철하자구 모두가 떨쳐나서고있는 이때···》

《책임비서동무.》 허필웅이 약간 어성을 높이며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분석하는건 뭐 날 배신자로 락인하자구 그러는건 아니요?》

《아니, 우리에게도 내밀성이 있고 기계속내도 잘 아는 부지배인같은 일군이 필요하다는걸 허동무도 잘 알면서 뭘 그러시오. 특히 요즘같은 때에···》

《제발 그런 소린 그만두시오. 책임비서동무한텐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침발린 소리같은게.》

《부지배인동문 속이 좁구만.》

《거야 책임비서동무두 같지요, 안그렇소?···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미워하구···》

《···》

그는 더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한쪽눈섭이 바르르 떨리는것을 느낀다. 금시 《갈테면 가라!》하는 소리가 터져나올것만 같다. 그러나··· 좀더 생각해보자. 딱히 찍어 말할수는 없어도 방자하기 짝이 없는 이 사나이의 마음속에 무엇인가 굳세고 담차고 진실한 감정이 깊이 뿌리박고있지 않을가 하는 느낌이 갈마드는것이였다.

담배를 권했다.

《한대 태우시오.》

허필웅은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잠자코 담배만 피웠다.

인제는 돌아갈 때가 되였다. 그러나 전진욱은 혹시나 하는 미련을 품고 그가 마음을 돌리기를 기다리고있었다. 마침내 끝까지 다 타들어간 담배를 발로 비벼끄고나서 허필웅이 먼저 말했다.

《책임비서동무, 우리 사나이답게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나라는 사람이 그리도 밉소?》

《밉긴 왜 밉겠소. 사실 난··· 허필웅이란 인간이 아니라 그의 사업방법과 작풍을 비판했을뿐이요.》

《난 책임비서동무가 밉소. 어떻게 하나 손잡구 일해볼가 하구 애써봤지만 공연한짓이라는걸 알게 됐수다. 아시겠지만 난 기사장같은 사람이 아니요. 그 누구한테 발라맞추는 성미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래서 보내달라는거우다.》

《음- 그렇다?··· 정 그렇다면···》 잠시 입술을 깨물고있던 전진욱은 결연히 말했다. 《가고픈데로 가시오. 그러되 다시 공장에 돌아올 생각은 아예 마시오.》

《그런 걱정은 마시오. 책임비서동무가 있는 한 다시 돌아올 내가 아이요!》

그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가버렸다.

바람이 찼다. 기슭을 치는 파도소리가 더 커졌다.

전진욱은 또 담배를 피워물었다. 뻐금뻐금 담배를 빨며 점도록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