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7

제 1 장

7

 

다치면 부서질듯 살얼음같이 쟁쟁한 날씨였다. 가까스로 어둠을 밀어내고 환히 밝기 시작한 하늘가에는 하얀 매지구름이 얼어붙은듯 떠있는데 전기로에서 뿜어올린 담황색의 연기가 아침노을을 대신하여 그리로 꿈틀거리며 기여오르고있었다.

지배인 김용삼은 1강철직장앞에서 도당책임비서와 전진욱 련합기업소당 책임비서사이에 서있었다.

가슴을 조이는 분과 초들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한순간 까만 승용차들이 1강철직장의 정문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와 삑- 하고 멎어섰다. 먼저 맨앞으로 달려온 승용차의 문이 열리더니 김정일동지께서 영접나온 사람들을 향해 쇠소리나는 음성으로 물으시는것이였다.

《어떻게 여기에 와있습니까?》

영접나온 사람들은 셋뿐인데 누구더러 하시는 말씀인지 알수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느새 차에서 내리시여 도당책임비서앞으로 빠르게 걸어오시였다. 이번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크게 물으시였다.

《어떻습니까. 여기가?》

나이많은 도당책임비서는 비로소 그이께서 자기에게 물으신다는것을 깨달은것 같았다.

《일없습니다. 퍽 좋아졌습니다.》

후에야 알게 되였지만 그이께서 심장병으로 앓고있는 도당책임비서를 외국에 보내여 치료받게 하셨는데 그에 대해 물으신것이였다.

결국 도당책임비서는 그이께 인사의 말씀도 변변히 올리지 못하고말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아주시고 어느새 그옆의 김용삼에게 눈길을 옮기시였다.

《경애하는 장군님!》하고 김용삼은 어느새 목이 메여 갈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저희들이 공장을 돌리지 못하여 걱정하시게 하였는데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의 마지막 《고맙습니다!》하는 말은 거의 목메인 고함소리같았다. 그이께서는 김용삼의 손을 잡으며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다음은 전진욱의 차례였다.

《책임비서 전진욱입니다.》

그도 인사말을 준비했었지만 제때에 말씀드릴 기회를 찾지 못하였다. 어느새 장군님께서 누구에게라없이 《우리 전영훈동무가 지금 뭘하고있소?》하고 물으신것이였다.

도당책임비서가 지금 고문지배인을 한다고 말씀드리자 그이께서는 그건 알고있다고 하시며 그의 건강이 어떤가 물으신 후 전영훈동무가 지배인으로 있을 때엔 일이 잘되였다고 하시였다. 그리고는 또 걸음을 옮기시였다. 누가 안내해드릴새도 없었다.

안내가 필요없었다. 그이께서 너무도 잘 아시는 1강철직장이였다. 오랜 세월 문이라고는 있어본적도 없어 일년열두달 변함없이 언제나 열려져있는 넓은 1강철직장정문으로 그이께서는 향하시였다. 대형땅크라도 거침없이 포신을 추켜들고 들어설 큰 정문의 콩크리트경사면으로 오르시자 안에서 만세의 환호성이 터졌다. 정문을 마주하고있는 1호전기로앞에 정렬해있던 용해공들이 두손을 쳐들고 환호하고있는것이였다.

그러자 전기로의 아크소리도 기세높이 울리는데 마치 용해공들의 환호에 호응하는듯 했다. 마침 용해기(쇠물을 녹이는 때)였다. 수많은 배들이 일시에 고동소리를 울리듯 붕-붕- 하는 소리가 웅글게 메아리쳤다.

여러해동안 숨죽어있던 저쪽의 5호전기로도 오늘은 불을 지폈다.

장군님께서 물으시였다.

《무슨 전기가 있어 이 공장을 돌리는거요? 내가 엊그제 여길 지나갈 때만 해도 불빛이 없었는데?》

김용삼이 말씀드렸다.

《장군님, 도에서 생산한 전기를 여기 보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머리를 기웃하시며 5호전기로에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곳에서도 용해공들이 손을 높이 들어 목메여 만세를 불렀다.

그이께서는 전진욱이 보안경을 올리자 머리를 저으시였다.

《그걸 봐선 뭘하겠소. 내가 온다니까 부랴부랴 살려놓은게 분명한데…》

그런데 5호전기로는 아직 용해기에 이르지 못하여 따당- 따당- 하는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했다. 그리하여 거기에 습관되지 않았고 나이도 많은 도당책임비서는 저도모르게 한손으로 귀를 막기까지 했다.

김용삼은 전기로의 그 굉음이 마치 죄책감에 모대기는 자기의 가슴을 송두리채 뒤흔들고 갈기갈기 찢어버리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전기로속에서 3상전극이 구멍을 파고들어가는것을 살펴보시던 장군님께서 뒤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전기로의 아츠러운 소리를 누르시려는듯 크게, 책임비서 전진욱을 바싹 가까이하며 말씀하시였다.

《이전에 고학천이 당비서를 하구 전영훈동무가 지배인을 할 땐 성강의 일이 아주 잘되였더랬소. 물론 동무들은 새로 왔지만 그들처럼 통이 크게 전격적으로 일판을 벌려야 해.》

순간 전기로에서 번개불이 펑끗! 번쩍이고 동시에 따당!- 하는 천둥소리가 터진듯 했다.

《경애하는 장군님!》하고 전진욱이 저도모르게 그이께로 좀더 다가서며 웨치듯 했다. 《저희들도 일을 잘하여 장군님께 꼭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저력있는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건 단순히 누구에게 기쁨을 주구 안주구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 관계되는 문제란 말이요. 이걸 잊지 말아야 해. 알겠소?》

《예, 알겠습니다. 장군님!》

전진욱과 김용삼이 동시에 청높이 올린 대답이였다. 가슴은 벅차게 뛰고있었다. 아무런 틀도 없이 례사롭게 허물없이 대하시는 그이, 그러되 불같이 뜨겁고 강렬하신 그이에 대한 전혀 새로운, 흔히 책에서나 신문에서 쓰는 표현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에 그들은 온몸이 달아오르고있었다.

박유창 제1부부장이 그이께 다가서며 뭐라고 말씀드리자 장군님께서는 그들 전진욱이와 김용삼 두사람을 향해 물으시였다.

《그담은 또 뭘 봐야 하오?》

하지만 그것은 대답을 기다려 물으신것이 아니였다. 전기로의 격한 소음을 누르며 지배인과 책임비서를 향해 쇠소리가 섞인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난 이 공장에 여러번 와봐서 대체로 다 아는데… 지금이야 다 세워놓은 공장을 놓고 뭘 볼게 있소?》

하지만 도당책임비서는 사전에 토의한대로 다시 청을 드렸다.

《이번엔 고압관직장을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고압관직장?》 그이께서는 여전히 지배인과 책임비서만을 보고계시였다. 《거길 봐선 뭘하겠소? 내가 뭐 공장구경이나 하자구 온줄 아오?… 동무들과 마주앉아 조용히 이야기나 나누자구 왔단말이요.》

박유창이 말씀드렸다.

《그동안 이 동무들이 애를 써서 고압관직장을 살리구 새 제품도 개발하고있는데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그이께서는 한순간 머리를 기웃하시였으나 곧 걸음을 옮기시였다. 《좋소, 가봅시다.》

이번에도 그이께서는 남먼저 앞서가시였다.

그이의 걸음에 발을 맞추며 김용삼은 가슴속에 꽉 들어차는 흥분과 격정에 몸을 떨었다. 머리우에서 줄곧 화광이 쏟아져내리는듯 벅찬 느낌이였다. 번개불이 련속 번쩍이는듯싶은 강렬하고 눈부신 화광, 가슴은 마냥 콰당거리고 피는 끓었다.

전기로가 웅웅거렸다. 펄펄 끓는 쇠물우에서 파아란 섬광이 번뜩인다. 비록 2기의 전기로였지만 붕-붕- 하는 굉음으로 온 직장을 뒤흔들고 강철의 대들보와 트라스를 시뻘겋게 달구려는듯 황황 불길을 솟구쳐올렸다.

 

고압관직장에서는 장군님께서 지켜보시는 앞에서 3톨압연기가 고압관재료를 물고있으나 전압이 낮은탓에 그만 나오다가 걸려서 모지름을 쓰고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가슴이 터지는듯 했다.

장군님께서는 점도록 아무 말씀없이 서계시였다. 모지름쓰는 압연기를 통하여 시련을 겪는 조국의 현실을 통감하시는듯싶었다.

《어디 조용히 얘기할데가 없소?》

마침내 그이께서는 이렇게 물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