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3

제 1 장

3

 

성강의 1강철직장은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직장들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전기로들이 련이어 출강을 할 때엔 다른 직장들에서도 눈코뜰새없이 바삐 돌아갔다. 즉 1조강, 2조강의 수십대의 압연기들이 가열로에서 보내오는 강괴들을 받아물고 갖가지 굵기의 압연제품들을 엿가락처럼 뽑아내는데 동시에 단조직장에서는 대형함마들이 아름드리 강괴들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으며 마음껏 두들겨댄다. 거기에 3강철의 전기로들이 첫 3상 아크전기를 투입하는 굉음으로 요란스럽게 화답을 하면 련관부문인 《ㅈ철》공장, 2중판직장, 연신직장과 전극직장, 쇠바줄직장, 고압관직장 등 수십개의 크고작은 직장들이 곁달아 겨끔내기로 와짝 분주탕을 피우군 했다.

떠들썩하고 자랑많던 성강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인제는 옛말로 되였다. 그닥 멀지 않은, 엊그제 있은 일이 인제는 옛말로 되였다!…

지금 1강철에서 살아있는것은 1호전기로 하나뿐인데 거기에서 나오는 쇠물조차 강괴겁이 없어 이제부터는 바닥에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강괴겁은 말그대로 겁모양으로 된 선철그릇이다. 그속에 쇠물을 1t씩 부어 강괴로 넘겨야 하므로 30t짜리 전기로이면 출강전에 30개의 강괴겁을 줄지어 세워놓고 쇠물을 받아야 하고 50t짜리라면 그만큼 더 놓아야 한다. 그런데 김철에서 선철을 대주지 못하자 겁생산도 중지되였다. 겁이 없으면 마지막 한기의 전기로마저 세워야 한다.

기사장 송근우는 처음 지배인 김용삼이 어느 한 행정간부회의에서 선철대신 강철로 강괴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을 때 대뜸 부정적인 립장을 취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지배인은 책임비서와 이미 그에 대하여 토론이 있었다는것이였다.

하여 송근우는 새로 온 책임비서에게 조언을 주기로 했다.

《책임비서동무, 난…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강괴겁문제인데… 과연 해낼것 같습니까?》

《아, 난 그걸 기사장동무한테 묻고싶었습니다. 과연 해낼것 같은가구요.》

송근우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좋습니다. 해내야지요. 그렇지만 책임비서동무, 한가지 조언을 드리고싶은데… 아무때든 과학기술의 깊은 우물에 빠져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오. 걱정이 됩니다.》

《?…》

전진욱의 두눈이 가늘에 좁혀지고 그속에서 역시 가느다란 미소가 불빛처럼 새여나왔다.

송근우는 재빨리 설명을 달았다.

《부탁합니다만 기술문제엔 너무 깊숙이 개입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런데 빠지기 시작하면 미궁에서 절대로 헤여나지 못합니다.》

《좋습니다. 지배인동무와 기사장동무가 힘을 합쳐 적극 일을 내민다면 난 후방사업이나 하겠습니다.》

송근우의 생각에 이전 책임비서는 모든 일을 돌격식으로 내미는 완력형의 일군이여서 심리적고충도 적지 않았는데 이번의 책임비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전문기술을 배운 사람이여서 한결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여 그는 아직 경험이 없는 생둥이였다. 이러한 책임비서가 기술문제에 개입하면 야단이다. 그것을 견제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했는데 아닐세라 벌써 시작되고있다. 송근우는 이것이 마음에 걸려있었다.

허필웅이 뒤늦게나마 1강철직장에 들어섰을 때 그의 눈앞에는 쇠물과 함께 한덩어리로 녹아붙은 강괴겁이 놓여있었다. 온통 녹아엉키고 시꺼멓게 굳어져가는 쇠덩어리였다.

보는 사람들을 무색케 하는 그리고 새로 부임되여온 책임비서와 지배인 두사람의 과오를 여지없이 고발하는 비참한 대실패작이였다. 하지만 고집스럽고 검질긴 그들 두사람이 이제 몇번이고 이러한 큰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수 있으랴.

지배인은 어제 출장을 떠나고 책임비서만이 녹아붙은 강괴겁주위에 부기사장 라수범, 주물직장장과 1강철직장의 영웅교관들인 최진수, 김두길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는데 그들은 금시 그 자리에 쓰러져 잠들어버릴것 같은 모습들이였다. 전진욱의 열정적인 말을 듣고는 있지만 말라터진 입술을 추길뿐 거의나 아무런 반응도 없이 눈을 감고있었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그들, 그들을 믿고 그들에게 의지하고있는 책임비서 전진욱이 불쌍하게 여겨질 지경이였다.

그들, 책임비서가 의지하고있는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바다가에 나가 미역 한오리라도 줏지 않고 기를 쓰며 한기의 전기로나마 살려내고 강괴겁까지 만들기 위해 아득바득하고있는것이야말로 사실 기적이 아닐수 없다.

허필웅은 추연한 눈빛으로 한동안 그들을 살펴보기만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송근우기사장은 한쪽에서 공업기술연구소의 젊은 연구사 장봉구와 수군거리고있었다. 아니, 알고보니 목소리를 낮추면서 매섭게 다그어대고있다.

《동무가 어떻게 되여 <야금학의 별>이라고 불리웠나, 응? 누가 그따위 말을 돌렸는지 내 모를줄 알아? 제스스로 내돌렸지. 비쭉거리지 말라구. 난 다 알아. 날 속이진 못해. 말만 번지르 해가지구 사방 삐치개질이나 했지 해놓은게 뭐가 있어. 뭐가 있나 말이요. 응?… 아무 주견도 없이 남의 장단에만 춤추는 주제에… 다신 여기 비치지 말라구. 알겠소?》

언제 보나 기사장은 기술실무가 약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지어 모욕적으로 족치군 한다. 그래야만 자극을 받고 실무수준을 높이기 위해 애쓴다는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니면 참다못해 스스로 자리를 내놓고 물러가버리고만다는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수재로 널리 평판이 난 장봉구의 이름과 명예에 꺼리낌없이 침을 뱉고있다. 어찌된 일인가?…

그런데 이상하고도 신기한 일은 그 장봉구가 기사장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머리를 수그리고있는것이였다.

장봉구는 보통키에 특별히 잘난데는 없어도 언변이 좋을뿐아니라 비상한 두뇌를 가진 고수머리 젊은이였다. 그 장봉구를 허필웅은 남달리 생각하고있는데 그것은 지금 2중판직장에서 일하는 고영란이때문이였다.

고영란은 그의 생명의 은인인 고치성의 딸이다. 오래전 공무직장에서 화재사고가 났을 때 설비를 구하려고 뛰여든 허필웅을 위험에서 건져준 고치성, 그의 외동딸인 고영란이야말로 2중판직장의 자랑이였다. 허여멀쑥한 얼굴에 눈이 억실억실하고 몸매도 둥실한데 언제나 밝고 명랑하게 웃으며 불망종 같은 사내녀석들까지 낯짝이 뻘겋게 구워질 정도로 쥐락펴락하는 처녀였다.

허필웅은 그 고영란을 친딸처럼 사랑하였다. 회오리치는 화염속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헤덤비는 자기를 힘껏 떠밀치고 지붕에서 떨어지는 트라스에 치워죽은 사람의 딸, 그 영란이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다할 준비가 되여있는 허필웅이였다.

그런데 뭇사내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그 영란이의 심장을 바로 공업기술연구소의 고수머리연구사 장봉구가 틀어잡았다고 한다. 공업대학을 다닐 때부터 수재로 소문났던 장봉구, 그 녀석이 친딸보다 더 사랑하는 고영란의 마음에 들었으니 허필웅이 그에 대하여 남달이 왼심을 쓰는것은 이상할것이 없다. 하지만 무엇때문에 사람들은 허필웅이 남달리 관심해주는 장봉구를 헐뜯지 못해 그러는가?… 그는 자기가 눈먼 사랑때문에 많은것을 보고도 바로 보지 못하고 듣고도 바로 듣지 못한다는것을 알지 못하고있었다.

허필웅은 장봉구가 기사장의 가시돋힌 말에도 바보같이 잠자코 있는것을 보려니 속이 울컥 치미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지어낸 겸손(기사장이 그 대표적인물이다.)과 맹목적인 순종(지금의 장봉구가 그렇다.)을 제일 질색하는 그였다. 무엇인가 배반당한듯 한 심정이였다.

그는 보폭이 큰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마치 상대의 눈을 태워버릴것처럼 쏘아보면서 장봉구에게 나직이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서 썩 사라져, 당장!》

장봉구는 마치 곰이 달려드는것처럼 꿈쩍 놀라며 비실비실 뒤걸음쳐갔다.

《기사장동무, 어째 날 불렀소?》

처음부터 말투가 곱지 않았다.

《아, 부지배인동무.》 언제든 랭담한 침착성을 잃지 않는 송근우기사장은 벌써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우고있었다. 《나 좀 보기요. 할 말이 있소.》

그가 어찌나 친절하게 팔굽을 잡고 끌었던지 허필웅은 물속을 걷는듯 허우적이며 그를 따라갔다. 송근우는 지령실로 오르는 계단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보, 부지배인동무. 우릴 좀 도와주. 아니, 책임비서동물 좀 도와주오. 저래가지구야 어디 사람이 견디겠소. 이럴 때 손탁이 세고 기계속내도 잘 아는 부지배인이 나서주지 않으면 누가 그를 돕겠소.》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은 송근우의 작은 두눈에 반디불같은 빛이 얼씬거리는것을 놀라서 쳐다볼뿐이였다. 이 사람 언제부터 책임비서를 이렇듯 끔찍이 생각하는가?… 잠시 혼란된 머리를 정리하며 생각을 굴려야 했다.

사실 허필웅은 자기가 사고도 행동도 빠르지 않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무겁게 움직이긴 해도 남보다 더 믿음직하게 움직인다고 자부하였다.

《그런데》 하고 그는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고 송근우를 여겨보았다. 《지배인두 있구 기사장두 있는데 하필 나더러 부탁하는건 뭐요?》

《지배인동문 지금도 고철이요 전기요 무연탄이요 합금원소요 하면서 그것들을 구해들이려구 동서남북 안가는데가 없다는걸 부지배인동무도 잘 알면서도 그러시오. 그리고 난 또 생산을 안구 씨름할래기 시간이 없구.》

허필웅은 머리를 흔들었다. 어쩐지 께름한 느낌에 목구멍이 바싹 마르는듯 했다.

《그러니 기사장동문 애당초 믿지 않았구만. 응?》

《그건 또 무슨 홍두깨요?》

《그래 기사장동무, 솔직히 말해보오. 기사장동문 저 강괴겁 만드는 일이 성공하리라군 애당초 믿지 않으면서 찬성했지. 그래서 나까지 끌어들이군 슬쩍 몸빼기를 하자는 속심이구. 그래 내 말이 틀렸소? 틀렸다면 내 당장 성을 바꾸겠소. 허필웅이 아니라 헌 필웅이라구 말이요. 그러지 않아두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고있소.》

그의 목소리가 커지자 송근우는 재빨리 자기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말했다.

《부지배인동문 언제 보나 외눈박이요. 나랑 같이 책임비서동물 돕자는건데 성은 왜 바꾼다는거요? 원, 공장이 추서는가 마는가 하는 일인데 가만 보고만 있겠소?》

아무런 가식도 없는 진심어린 목소리였다. 지어 조금 떨리는것 같은 그 목소리에 허필웅은 그만 어정쩡해져서 킁킁 코소리만 울리였다.

바로 그때 전진욱은 《강철령감》(공장에서는 다들 1강철직장의 영웅교관 최진수아바이를 그렇게 불렀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마주앉아 맥을 놓고있는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열심히 말하면서도 이쪽에서 두사람이 하는 말들을 몇마디씩 가려듣군 했었다. 송근우는 가늘고 새된 목소리여서 시계의 초침소리처럼 예리하게 챙챙 울리고 허필웅은 묵직하고 거센 목소리여서 쇠덩어리를 때리듯 쩡쩡 울려왔다.

얼마후 허필웅이 1호전기로앞으로 다가왔다. 전진욱을 둘러싸고 모여앉은 사람들앞에 이르자 그는 말했다.

《책임비서동무, 오정태라는 오랜 주물박사가 있는데 그도 이 일에 동원시켜보시오. 현장기사로 30년나마 일하다가 병이 나서 집에 들어갔는데 아마 도움이 될거우다.》

전진욱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철령감》은 물론 허필웅도 데리고갔다. 그러나 포도산밑의 제강3동 제일 깊은 골안 54인민반에 이르자 공교롭게도 오늘 낮 본인은 오랜 신병끝에 사망하고 조객 몇사람만이 고적하게 밤샘을 하고있었다. 마누라도 먼저 갔으므로 딸과 사위는 장례치를 준비로 정신없이 돌아간다고 했다.

전진욱은 운전사를 시켜 술을 사오게 하고 같이 간 사람들과 함께 조의를 표시했다.

《강철령감》 최진수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제대되여 맨첨 우리 직장에 왔던 사람이요. 내한테서 욕깨나 먹으며 일을 배우던 사람이 벌써 가다니…》

허필웅이 침울하게 받았다.

《가는 길은 순서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와왔다. 하늘에서는 찢어진 구름장들이 떼를 지어 어디론가 황황히 밀려가고있었다. 차고 누기찬 해풍이 얼어든 대기를 휘저으며 소리없이 흘러왔다.

차는 먼저 허필웅의 집앞에서 멎었다. 그런데 그는 차에서 내리며 《책임비서동무, 나 좀…》하고 낮게 말했다.

하여 그들은 널판자로 둘러친 바자앞으로 갔다.

《책임비서동무, 이왕 만난김에 말 좀 하려구 했수다. 솔직히 말해서 이 허필웅이란 사람이 여기선 별로 쓸모가 없다는걸 알게 됐수다. 지배인이나 기사장하구두 그래, 책임비서하구두 그래 화음이 잘 맞지 않지요. 자꾸 남들과는 딴소리를 내거든요.》

《아니요.》하고 전진욱은 무엇인가 예감되는것이 있어 롱으로 넘기려 했다. 《남들과는 딴소리를 내는것 같지만 화음이 되면야 더 좋은 일이 아니요?》

《아니, 내 소린 쇅소리우다. 아무래도 맞지 않는것 같은데… 좀 놔주시오. 부탁합니다.》

《놔주다니, 어데 가려구?》

《갈데야 없을라구요.》

《글쎄 좋은데라면야…》

《그것 보시오. 책임비서동무도 내가 갔으면 하지요? 같이 있는게 불편하겠지요?》

《…》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온몸의 피가 차고 느리게 흘러가는듯 귀가 멀어지고 눈이 바로 서지 않았으며 머리속에서는 난데없는 벌떼가 웅웅거렸다.

《내 할 말은 다 했수다.》

오한이 나는것을 참으며 전진욱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데루 가려고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말해주시오.》

《좋습니다. 말 못할것두 없지비. 도당비서로 옮겨간 이전 책임비서와 토론해보았는데 새로 개발하는 운봉탄광지배인자리가 비여있다나 봅니다.》

《그럼 그 작은 기업소 지배인으로?》

《상관이 머이오?》

느닷없이 몰풍스럽게 나오는 그의 거친 어조에도 불구하고 인차 분노를 느낀것은 아니였다. 그저 정신없이 잠을 잘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가 하는 생각만 했었다. 눈시울이 때끔거리고 어깨가 쑤시고 목이 뻣뻣해나는것을 느끼는데 불현듯 그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던지 생각이 났다. 뭐 상관이 없다구? 아니, 그대로 내버려두어선 안된다. 비뚤어져가는 이 사람을 정신이 번쩍 들게 해야 한다.

《련합기업소부지배인을 고작 그 기업소 지배인으로 보낸단말이요?》 이렇게 거칠게 말을 뗀 그는 갑자기 벼락치는 소리를 내질렀다. 《안돼. 절대 그렇겐 못해!》

너무도 뜻밖의 노성에 담찬 사나이인 허필웅도 어마지두 놀라 입을 쩍 벌리고말았다.

전진욱은 손을 홱 내젓고 차에 올랐다. 옛 의병대장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운전사가 어느새 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뒤늦게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는지 고함이라도 지를것처럼 손을 내저으며 따라서는 허필웅의 이즈러진 얼굴을 전조등으로 확 스치고는 속도높이 출발했다.

얼마후 《강철령감》네 집앞에서 차가 멎었는데 뜻밖에도 령감은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버티였다.

《아니, 난 책임비서가 집에 들어가는거 보구야 가겠네.》하고는 갈린 목소리로 이렇게 이었다. 《책임비서동무, 다문 한시간이래두 좀 눈을 붙이시오. 그러지 않군 못 견뎌!》

《…》

전진욱은 아무말없이 입귀만 실룩거리고있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락동강에까지 나갔던 전쟁로병 최진수, 전후에도 군사복무를 계속하다가 1958년에 제대되여 고향으로 돌아온 이래 오늘까지 여기서 용해공으로, 다음 영웅로장으로 일해왔고 70이 넘은 지금도 끄덕없이 전기로를 지키고있는 아버지같은 사람, 성강의 영웅서사시의 주인공들중 한사람으로서 그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강철령감》의 말을 거역할수는 없었다.

하여 승용차는 책임비서의 집으로 먼저 갔다. 전진욱은 이윽토록 한자리에 서서 《강철령감》을 태운 승용차가 되돌아가는것을 묵묵히 지켜보고있었다. 웬일인지 호흡이 가빠지고 불에 달군듯 머리가 뻐근하였다.

그런데 누구인가 그에게 목쉰 소리로 끈덕지게 묻고있었다.

《꽤 해낼수 있어?》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알수 없다.

《어디 말해보란데. 응? 꽤 해낼수 있어?》

그는 막 고함이라도 지르고싶었다. 저도모르게 바다쪽으로 가슴을 쑥 내민다. 답답해지는 가슴을 활 열어줄 바다바람을, 차디찬 칼바람을 속이 얼얼하도록 한껏 들이키고싶다.

그 순간 바다쪽 먼 하늘가에서 웅글은 메아리가 굴러오는것 같이 느껴졌다. 봄우뢰소리인가. 설마 봄우뢰가 벌써?… 그는 가슴을 울렁이며 다시금 그 소리가 울려오지 않을가 하고 기다렸다.

바다는 쉼없이 처절썩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