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1

 

제 6 장

1

 

끄물끄물 타는 메마른 여름이였다. 온 나라의 신문과 방송들은 매일과 같이 가물과의 투쟁을 힘있게 벌릴것을 호소하고있었다. 가끔 쪼각쪼각 찢겨진 구름장들이 하늘을 덮을듯 밀려오기도 했지만 한 방울의 비도 뿌리지 않고 열파에 쫓기여 황황히 지나가버리군 했다. 고난의 행군의 첫해와 두번째 해까지 대홍수에 잠기던 대지가 이해 1997년의 여름엔 불볕으로 달아오르고 쩍쩍 갈라져갔다. 산불이 자주 일었다. 숨막히는 연기속에서 날새마저 돌멩이처럼 떨어져내렸다.

그러나 화재의 연기만이 회오리친것이 아니였다. 짙은 화약내가 바람에 실려오고있었다. 《남북페쇄정책》을 선언한이래 궁지에 몰리게 된 김영삼역도가 최후발악으로 전쟁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있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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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의 어느 날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서 통일관계부문 일군들을 접견하고계시였다.

탁자우에는 그이께서 밤을 새우며 집필하신 원고가 펼쳐져있었다. 그것이 지난 8일 위대한 수령님의 서거 3년상을 치르신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실 로작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조국통일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의 초고라는것을 아직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있었다.

그날도 불덩이같이 솟아오른 태양이 아침부터 폭양을 퍼붓고있었다. 10시반이였는데도 창밖에서 조잘대던 새들이 어느새 염열을 피하여 숨어버리고말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통일위업을 수행하기 위한 새 국면을 열어야 할 절박한 과제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지금 북남관계는.》하고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일찌기 없었던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있습니다. 동무들도 다 알겠지만 최근 미제와 괴뢰들은 〈련합대화력전훈련〉이라는것을 벌려놓고있습니다. 여기에만도 남조선강점 미2사단과 미국본토에서 투입된 미75포병려단 그리고 괴뢰륙군의 포병부대들이 동원되여 전선중부에 대규모포병집중타격으로 커다란 파렬구를 내보려고 하고있습니다. 며칠후에는 또 150여대의 전투폭격기들을 동원하여 우리를 타격하기 위한 〈심야공중전연습〉을 벌린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통일관계부문 일군들은 금시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의 굉음이 울릴것만같아 귀를 강구고있었다. 비록 군사전문가들은 아니였지만 군사분계선너머에서 매일같이 울려오는 전쟁의 폭음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있는 그들이였다. 그들의 사업은 그 폭음이 커지는가 사라져가는가 하는데 따라 활발히 전개되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하기때문이였다.

《이것은.》 그이께서 계속하시는 말씀이였다. 《적들이 기어이 전쟁의 불을 지르려한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지금 전선중부가 특히 긴장합니다. 거기서 이제 총소리가 울릴수도 있습니다.》

방안은 더욱더 긴장해졌다. 물속에서처럼 숨이 막히고 무겁게 짓눌리는 느낌이였다. 올해의 타는듯 한 염열도 그 전쟁의 화약고에서 시작된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람들은 말라드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자우의 원고에 피끗 눈길을 주시였다.

《이 원고는 내가 조국해방 52돐에 즈음하여 발표하려고 준비한것입니다. 수령님의 서거 3년상을 지내고 나는 무엇보다먼저 수령님의 조국통일유훈을 철저히 관철하는데 주력하기로 결심하고 이 원고를 준비하였습니다. 북남관계는 최악의 상태이지만 우리는 수령님의 유훈을 받들어 변함없이 통일운동을 내밀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든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은 순간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탈상이후의 첫 사업을 조국통일문제로 시작하는것입니다. 그러면 동무들, 북남관계를 불신과 대결의 관계로부터 신뢰와 화해의 관계로 전환시키며 온 민족을 단합시키기 위해 우선 무엇을 해야 할것인가. 이 문제를 토론합시다. 군사적대결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고있는것때문에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린 언제나 전쟁에 준비되여있는것이고 또 그 문제는 동무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 단계에서 반통일세력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온 민족을 조국통일대행진에로 불러일으키는것, 이것이 기본입니다. 겸하여 비전향장기수들을 하루속히 데려오는 문제도 근기있게 내밀어야 합니다. 내가 늘 말하는것이지만 비전향장기수들문제는 조국통일위업실현의 첫걸음입니다. 절대로 조국통일문제와 떼여놓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그 다음··· 미국과 일본 등 유관국가들과의 관계문제도 있습니다. 생각되는것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그이께서는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방도를 지금 탁자우의 로작원고에 다 밝히시였지만 일군들의 정치적안목과 창발적사색을 틔워주시려 우정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시는것이였다.

창밖의 하늘에서는 솜털같은 구름이 여기저기 흩어져 까딱하지 않았다.

 

바로 그 시각 전선중부에서 비상사건이 터졌다.

총참모장이 작전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총참모장동지, 방금 전선중부의 최전연 솔개령초소에서 무장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뭣이?》

《솔개령초소의 우리 민경대원들이 순찰하는데 적들이 기관총사격을 퍼부었습니다. 우리 전사들속에서 부상자들이 났습니다. 즉시 51사 사단장이 사단폭풍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충돌이 확대되는것 같습니다. 계속 보고를 받고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또 다른 보고를 받은것 같았다.

《총참모장동지, 적들이 무반동포사격으로 우리측 초소건물을 파괴하였습니다. 51사 사단장은 사단포화력으로 적진을 들부시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포사격을 명령했소?》

《사단장 자체결심이였습니다.》

《사단장이 어데 있소?》

《지휘감시소에 나가 직접 지휘하고있다고 합니다.》

《정황보고를 한건 누구요?》

《사단참모장입니다.》

그 어떤 불의적인 사태에도 준비되여있는 그였지만 잠시 숨길을 딱 멈추고있었다.

전례없는 일이였다. 지금까지 군사분계선상에서 적들이 수많은 도발행위를 거듭했지만 우리는 최대한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충돌을 막으며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해왔다. 이처럼 큰 규모의 화력전은 아직 있어본적이 없는것 같다.

《총참모장동지, 충돌이 확대되고있습니다. 적들은 직승기까지 띄웠다고 합니다.》

이것은 전쟁이다. 전군에 비상령을 내려야 한다.

그는 가슴속에 꽉 들어찬것을 불길처럼 내뿜었다.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립시다. 내가 직접 보고드리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통일관계부문 일군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계시였다. 처음 전선중부에서의 무장충돌에 대한 보고를 받으셨을 때였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화석처럼 굳어져버렸다. 그들의 머리속에서 번개친것은 《전쟁이구나!》하는 생각이였다. 전쟁을 바라는 사람이 어데 있으며 전쟁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또 어데 있겠는가?··· 모두가 호흡이 막히여버린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을 더듬고나서 물으시였다.

《51사 사단장이면 림철동무 아니요?》

《예,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누가 포사격을 명령했소?》

《림철사단장입니다.》

《상부에 묻지도 않구?》

《예, 포사격을 들붓고나서야 참모장을 시켜 보고해왔습니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소?》

《사단장지휘감시소에 올라가있습니다.》

《알겠소. 지금 중요한 모임을 하고있으니 결과만 알려주시오.》

이것이 전부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나친 흥분때문에 안면근육을 움씰거리고있는 일군들을 차례로 둘러보시였다.

《방금 들어서 알겠지만 전선중부에서 엄중한 무장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예견했던것처럼 총소리가 났습니다. 그러나 놀랄것은 없습니다. 그럼 하던 얘길 계속합시다.》

그이께서는 그리도 태연자약하시였건만 일군들은 그럴수록 안절부절하며 속을 태우고있었다. 금시 전쟁이 터지고있는데 장군님께서 례사롭게 여기고계시니 안타까움에 엉거주춤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다. 왜 명령을 주시지 않는가. 이러다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하시려는가?!··· 이러한 마음속 웨침이 막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국장동무, 왜 그럽니까?》 그이께서 조용히 미소를 그리시였다. 《하던 얘길 계속하시오.》

《장군님, 제가···》 그는 괴롭게 떠듬거렸다. 《제가 무어라고 말씀올리였던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여느때 같으면 폭소가 터질 일이였으나 누구도 웃지 않았다. 그들도 커다란 충격에 마비되여버린듯 했다.

《그렇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럴수 있지. 전쟁이 터질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걱정마시오. 지금 적들은 우리의 힘과 의지를 시험해보고있을뿐입니다. 김영삼역도에게는 특히 충격적인 사건이 절박한 시기입니다. 동무들도 잘 아는것처럼 통일에 역행한것때문에 내외의 강력한 규탄을 받게 된 형편에서 이것밖에 출로가 없기때문입니다. 단말마의 발악입니다. 제놈에게 차례진 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보려고 발광하는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통일전략이 목표를 정확히 무자비하게 타격했다는것을 실증하는것으로도 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당의 조국통일정책을 더 힘있게 선전하며 해내외 전체 동포들을 묶어세우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합동회의를 열고 남조선인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무장충돌에 대한 보고가 또 들어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물으시였다.

《직승기에서?》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적들이 흰기를 내걸었습니다.》

총참모장의 보고를 방안의 모든 사람이 긴장하여 듣고있었다.

《사격은?》

《중지시켰습니다.》

《그밖에 제기되는건 없소?》

《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적들이 벌써 방송으로 무장충돌에 대해 불어대고있습니다.》

《음, 그럴테지.··· 그래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오?》

《계획적인 도발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그 무슨 〈도발〉이요 〈남침〉이요 하는걸 보면 미리 방송원고까지 준비하고있은것 같습니다. 혹시···》

《말하시오.》

《혹시 우리가 놈들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래서 일부··· 51사 사단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무의 생각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들이 사건의 책임을 우리한테 넘겨씌우며 계속 소동을 피울것으로 생각됩니다.》

《쉬파리떼야 떠들기마련이지. 실컷 윙윙거리라고 내깔려둡시다. 그리고 림철사단장문제인데··· 그가 어떻게 되여 자의로 포사격까지 명령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통화가 끝났지만 그이께서는 한동안 손끝으로 탁자를 도닥이고계시였다.

이윽고 일군들을 돌아보며 웃으시였다.

《오늘 모임은 정말 다난다사하구만.》

비로소 일군들은 버글써 입을 벌리고 웃음을 떠올리는데 웃는지 우는지 가려보기 어려운 인상이였다. 누군가는 형언할길 없는 충동에 못이겨 주먹을 입에 가져다대고 불현듯 북받쳐오르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있었다.

《그럼 또 본론에 들어갑시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유럽과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종교계인사들의 회합에도 응당한 주목을 돌립시다. 비전향장기수가족들도 참가시키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전민족적인 통일대행진을 위한 실천적문제들을 계속하여 하나하나 밝혀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