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5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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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복도를 걷는 발자국소리만으로도 그가 누군지, 간수부장인지, 간수인지, 새로 들어온 의무관인지 하는것도 알수 있었다. 그리고 복도를 내다보는 눈도 있었다. 운동장에서 얻은 유리쪼각을 사찰구(간수들이 감방안을 들여다보는 구멍)의 1㎜가량 되는 철판을 세게 밀어 틈을 내고 끼우면 복도 맨 끝까지도 내다볼수 있는것이다. 여기에 정규찬이라는 간수가 그들의 인격과 사상정신적기개, 동지들간의 의리의 세계에 감복하여 비밀히 도와나서기까지 했다.

세계를 끓게 한 《푸에블로》호 사건도 그들은 감방안에서 낱낱이 듣고있었다. 통방신호가 낮과 밤을 이어 끝없이 오고갔다.

그러던 어느날 정규찬간수가 성냥개비처럼 가늘게 땅땅 말아놓은 쪽지를 넣어주었다.

《면회온 사람이 주더락꼬. 김국홍선생 보이소.》

쪽지를 펼쳐본 진서는 흥분으로 하여 광대뼈를 움씰거렸다. 배앓이로 버성겨진 턱수염을 덜덜 떨며 쪽지를 거듭 읽었다.

《동지들, 누구든 이 쪽지를 받으면 지리산빨찌산에서 싸운 동지들께 전해주세요. 변절자 차일평을 기어이 죽여버릴 결심을 품고 출소한 하정례가 이 글을 씁니다. 차일평은 종적을 감추었으나 그의 딸을 찾아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변절자 차일평은 박헌영, 리승엽일파의 졸개였습니다. 그자가 말 못 하는 최동환을 선무공작에 끌어넣었음. 최동환동지는 지금도 장기복역중이라 합니다. 알아봐주세요.

동지들, 기어이 차일평을 찾아 복수하고 다시 동지들께로 돌아가겠습니다. 믿어주세요. 하정례.》

밖에서는 눈보라가 태질하고있었다. 좁은 뙤창으로 하얀 눈가루들이 쓸어들었다. 감방안은 땅땅 얼어들었고 진서의 마음도 아연함과 사무친 증오심으로 하여 옥죄여들었다.

하정례의 쪽지를 몇번이고 읽었다. 누르끼레한 이마의 살가죽에서 피줄이 툭툭 요동을 치고 두눈에서는 원한의 눈물이 찔끔 거렸다. 그는 미친듯 성에가 하얗게 불린 감방벽을 손톱으로 박박 허비였다. 얼마전 하정례가 전향을 했다는 소식에 접했을 때에는 심리적압박과 괴로움에 비틀리던 그가 이번엔 실성해버린듯 했다. 그가 바로 참된 동지를 의심하고 저주하고 모욕했었다.

적들의 교활한 선전에 속아 차일평과 같이 더러운 배신자로 치부해버린것이였다.

그는 정규찬간수에게 최동환이란 사람이 어느 사동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될수록 빨리 알아보라고, 도와주면 평생 잊지 않겠다고 곱씹어 말하였다.

그리하여 모든것을 알아냈다. 최동환이 줄곧 그들과 같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으나 전전해부터 특별사의 먹방에서 엄정독거형을 치르고있다는것이였다.

페결핵이 심하여 죽음의 문전에 이르고있다는것도 알아내였다.

통방신호가 전류처럼 모든 감방들에 퍼져갔다. 전체 장기수들이 사연을 알고 치를 떨었다. 그리하여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이 최동환을 동지들곁으로 옮기라는 강경요구로 바뀌였다. 김진서가 죽음을 앞두고있을 때에도 그렇게 전체 사상범, 확신범, 량심수들이 떨쳐나섰던것이다.

이번엔 진서가 최동환을 옮겨주며 의료상방조를 줄데 대한 투쟁의 앞장에 섰다. 《강장군》으로 불리운 인민군출신 비전향장기수 강동찬이 범같은 기세로 놈들을 벌벌 떨게 하다가 고혈압이 튀여 식물인간이 되고 끝내는 참혹한 시체가 되여나간것도 이 무렵이였다.

드디여 최동환이 소지의 잔등에 업혀왔다. 지난해 진서가 업혀오던것과 꼭 같았다. 그때는 여름이였지만 지금은 겨울이다. 그를 눕혀놓을 자리마저 없다. 차디찬 콩크리트바닥에 누데기모포와 옷가지들을 깔고 최동환을 내려놓았다.

최동환은 입에 피거품을 우그그 물고 늘어졌다. 총알이 관통된 량볼에 검버섯들이 가득 널려있는것이 마치도 죽음의 지장을 무수히 찍어놓은듯 했다.

진서는 불에 타는 가랑잎처럼 그를 끌어안고 몸부림쳤다. 어찌하여 지난해 새 양복과 중절모차림을 한 그가 그처럼 참혹하게 보였었는지를 깨달았다.

그의 손에 쇠고랑을 채우고 강제로 술을 입에 부어넣고서 진서앞에 끌어냈던것이다. 그런데 진서는 그것을 가려보지 못했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침까지 뱉았었다.

《최동환동무, 정신차리오. 응?!》하고 부르짖는 그의 목소리는 억이 막혀 칼칼했다. 《최동환동지, 내 말을 듣소?!···》

시꺼먼 손가락들이 그의 목과 얼굴을 더듬으며 오락가락했다. 최동환의 몸에서는 한점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를 흔들며 불러댔으나 대답을 대신한것은 약간 벌려진 입안에서 피고름이 꾸륵거리는 소리뿐이였다.

그를 옮겨올 때 의무관은 한두시간을 더 넘기지 못할것이라고 말했었다.

《무슨 대책이 없을가?》 류은혁이 물었다.

《의무관을 불러옵시다.》 안기영이 소리쳤다.

《아니 그럴새 없소. 막 숨이 넘어가구 있지 않소!》 최하준이 주먹으로 벽을 쾅쾅 두드렸다.

한순간 진서는 이런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달았다.

하여 아무 주저없이 그의 입에 자기의 입을 가져다대고 피고름을 빨아내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하수도의 개구리조차 입에 대지 못하고 토악질에 몸서리치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런것을 몰랐다.

정신없이 피고름을 빨면서도 뼈저린 통한에 몸을 떨었다. 가장 처절한 삶을 이어온 최동환, 동지들한테서까지 멸시받고 저주받으면서도 삶을 버리지 않은 사람, 이런 동지를 믿지 않다니. 험해진 얼굴의 찡그린 표정만 보고 그 깨끗한 진속은 보지 못했었다. 그러면서도 정치교양과장, 책임강사랍시고 사람들을 가르쳤으니 내가 무엇을 제대로 가르쳤겠는가. 이처럼 훌륭한 동지도 알아보지 못했다. 청맹과니, 김진서 너야말로 멸시받을 놈이다!···

차츰 최동환의 숨이 열리기 시작했다. 생명이 다시 문을 열었다. 가르릉거리던 목구멍으로 뜨거운 입김이 부어졌다. 의무관이 최동환의 죽음을 확인하려고왔을 때 그는 이미 눈을 뜨고있었다.

《살아났군. 도대체···》 의무관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했는가?》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자리를 좁히며 은근히 그를 밀어내였다.

전체 사동이 숨을 죽이고 그에 대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최동환동무, 나요. 날 알아보겠소?》

진서가 소리쳤다. 여느때 같으면 이렇게 고함치는것때문에 뭇매질을 당하고 혀를 빼물었을것이다.

그러나 몰래 들어와있던 간수부장까지 철창속을 기웃거리며 아무말없이 귀를 강구고있었다. 강추위와 무거운 침묵의 압박에 으시시 몸을 떨고있을뿐이였다.

최동환이 마침내 진서를 알아보았다. 손을 내밀며 두눈을 껌벅이더니 목메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최동환동무, 내가 잘못했소. 내가, 우리가 잘못했소. 함께 싸운 전우를 믿지 못하고··· 괴롭혀왔소.》

최동환의 손이 쳐들리고 무엇인가 안타깝게 허공을 그었다.

마침내 진서의 손바닥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동지들···》

손가락으로 한자 또 한자 써나가는 그의 손에서 격렬한 파동이 물결쳐왔다.

《나는 언제나···》 진서가 갈린 소리로 그것을 읽었다. 《동지들과 함께···》

진정 그의 마음은 언제나 동지들과 함께 있었다. 동지들에게서 멀어져갈수록 피를 쏟고 뼈를 갉으면서 한치 또 한치 기여왔다.

그들의 모습을 눈물속에 지켜보던 류은혁이 돌연 찢겨진 수인복을 활 벗어던지고 알몸의 잔등을 최동환에게 들이대였다. 거기에 글을 쓰라는것이였다. 최동환도 그것을 알았다. 온통 터지고 찢겨진 잔등, 퍼릿퍼릿한 채찍자리가 뱀처럼 휘감고있는가 하면 불꼬치로 지져낸 싯허연 허물도 수없이 많았다. 최동환이 피에 젖은 손바닥으로 그것을 어루쓸자 갈비뼈가 앙상한 잔등우에 벌거우리한 문양이 그려졌다.

칼바람이 뙤창에서 잉잉거리고 어느새 온기를 잃은 류은혁의 잔등우엔 성에가 불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써야 한다. 동지여! 우리는 피와 땀으로 력사를 써왔다. 분렬조국의 력사를 우리는 하얀 종이우에 잉크로가 아니라 불타는 산과 들에 피를 뿌리며 써왔다. 아직도 헤아릴수 없이 많은 피와 땀으로, 아픔의 눈물로 써야 할 우리들이다.

그리하여 최동환은 쓰고 진서는 그것을 소리쳐읽으며 대답을 주고 설명을 달았다.

《나는 그때··· 1951년···》

《알고있소. 무얼 말하려는지 알만하오. 그때 차일평 그 더러운 자식이 놈들한테 투항할 때 그놈을 잡으려다가 체포됐겠지?··· 그런데도 그 개같은 자식이 동무를 자기와 같은 변절자로 몰았으니··· 얼마나 괴로왔겠소. 동지들한테서까지 버림을 받고··· 그래도 이겨냈구려, 최동환동무.》

《동지들, 나를 믿어주시오.》

《믿소, 믿소. 전체 동지들이 최동환동무를 믿고있소. 그래서 지금··· 모두가 동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있소!》

《장군님께서도··· 나를 믿고계시겠지요?》

류은혁의 잔등에 씌여지는 그 글발을 읽을 때엔 목이 꽉 메여 몇번이나 떠듬거리지 않으면 안되였다. 진서가 주먹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틀어막으며 허덕이자 최하준이 그를 대신하여 대답을 주었다.

《최동환동지, 위대한 수령님께선 어제도 오늘도 최동환동지를 믿고계십니다. 끝까지 믿어주십니다. 정말입니다!》

《그래, 정말이요!》 하고 진서가 또 계속했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지금껏 싸워왔소. 응?! 우리 장군님과 우리 당을 믿고 끝까지 살며 싸워오지 않았소. 그래서 동무도··· 매일같이 장군님께 마음속으로 보고를 드리며 그처럼 무서운 고통을 이겨낸게 아니겠소!··· 그걸 말하고싶었겠지? 최동무, 그렇지?!···》

최동환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아니, 불길이 황황 일고있는 두눈빛이 그렇게 대답하고있었다.

《최동무.》 진서가 또 거친 숨결을 퍼부으며 말을 이었다. 《동문··· 수십년간 독거형을 받았으니··· 또 들어보오. 여기 최하준동지가 말해줄거요. 우리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오. 꼭 들어야 해!》

진서가 자리를 내주자 최하준이 그의 어깨를 잡아 한몸에 부둥켜안았다. 뜨거운 속삭임, 눈물어린 속삭임이 이어졌다.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해가실 후계자로 추대되신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에 대하여, 그분께서 태여나신 백두산과 전쟁의 불구름속에서 성장하신 이야기며 《푸에블로》호사건때 온 세상을 들었다 놓으며 적들을 굴복시키신 전설같은 이야기 등을 목메여 들려주었다.

최동환의 두눈에서는 어느덧 피가 끓는듯 했다. 두손을 허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모지름 썼다. 최하준과 류은혁이 그를 일으켜주었다.

그의 눈길이 가닿은 곳은 손바닥만 한 뙤창이였다. 창살을 댄 뙤창, 그 작은 구멍을 통해서나마 넓은 품을, 조국을 보려고했다.

밖은 어느새 어둠에 싸여있었다. 동지들이 그를 붙안고 담벽에 세웠으나 보이는것은 따갑게 불타고있는 하나의 작은 별뿐이였다.

별!··· 별이 불타고있었다. 그것이 무슨 별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태양주위를 돌고있는 영원한 행성이라고 믿었다. 진서는 최동환이 그 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는것을 지켜보며 그 작은 별이야말로 최동환을 의미하는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름모를 작은 별, 그것은 지금 무엇을 속삭이고있는것일가?···

태양의 궤도를 따라 영원히 돌고도는 별, 태양계만 하여도 수천만개의 별들이 있다. 9개의 대행성, 1 800여개의 소행성, 35개의 위성과 수천만개의 살별들, 큰 별, 작은 별, 멀리있는 별들과 보이지 않는 별들··· 하지만 그것들은 영원히 떨어지지 않고 자기의 궤도를 돌고있다. 저 웅대한 태양가족, 자기의 궤도에서 탈선하면 별찌처럼 순식간에 타없어져버리는 우주의 법칙, 우리의 삶도 저 별들처럼 굳건히, 영원히 태양가족의 일원으로 이어져가야 할것이다.

그렇다, 동지들. 최동환동지, 태양을 따르는 별들로 한생을 빛내이자. 영원히 태양가족으로 살며 싸우자!···

최동환의 생각도 그와 같았다. 최후의 순간에 그가 남긴 글발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동지들, 나는 행복합니다.》

그가 손톱을 긁어 벽에 새기는 글이였다. 이윽고 더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최동환동무!》

진서가 소리쳤다. 류은혁과 최하준이 그를 흔들고 다른 감방들에서 숨죽이고있던 동지들도 갈린 소리로 웨쳤다.

《최동환동지! 용기를 내십시오.》

《죽으면 안됩니다, 최동환동지!》

또다시 눈보라가 아우성쳤다. 살창을 댄 뙤창너머에서 불타던 작은 별도 눈보라에 묻혀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또 눈을 떴으나 단말마의 몸부림에 뒤집혀졌다. 한순간 혀가 잘린 입안에서 울컥! 하더니 시뻘건, 아니 시꺼먼 피덩이가 쏟아져나왔다.

최후의 순간이 가까와왔다. 그것을 깨달은 최동환은 그 피덩이에 서슴없이 손바닥을 찍었다.

진서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것인지 알지 못했으나 뜨거운 눈물에 목이 잠기고 숨이 막히는것을 느꼈다.

최동환의 팔이 감방벽으로 뻗쳐졌다. 류은혁이 받쳐주자 그는 피묻은 손가락으로 벽에 남부군과 지리산빨찌산의 옛 전우들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리현상, 박종하, 리재명, 류주목, 리진범, 김선우, 고송균(리현상의 부관), 양봉순, 최정애(문화선전대원), 한월수(나팔수), 문춘, 하정례, 리영회, 김흥복···

최하준이 그 이름들도 소리쳐읽었다. 서리발같은 웨침이 감방복도를 쩡쩡 울렸다. 불굴의 영웅전사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가슴을 치고 적들을 얼어붙게 했다.

그는 왜 동지들의 이름을 새긴것일가?··· 그 동지들앞에서 그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 자랑스러운 대오속에 자기도 변함없이 서있다는것을 목청껏 웨치고싶었으리라. 그는 힘이 다할 때까지 동지들의 이름을 피로 새기고있었다.

한순간 모진 경련이 꿈틀거리며 그의 온몸을 진동시켰다. 또다시 선지피가 쏟아져나오고··· 그는 피묻은 손을 떨어뜨렸다. 진서가 그를 흔들며 제때에 고함치듯 했다.

《아들이 있소? 고향은?···》

그는 축 늘어진 손을 꾸무적거리며 자기의 가슴우에 무엇인가를 그렸다.

《수?!- 그담 또 뭐요, 응?··· 수- 지- 인?!··· 아들이요?··· 고향은?···》

그는 안깐힘을 쓰며 머리를 저었다. 최후의 기력을 다 짜내며 피를 토하던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웨치려던것, 목터지게 웨치며 세상에 고하려던 그것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은 알아들었다. 숨을 거두며 몸부림쳐 고하는 소리없는 웨침···

김일성장군 만세!···》

숨은 끊어졌지만 두눈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의 최후를 지켜준 동지들을 올려다보는 그 눈빛은 맑고 고요하였다. 한생 변함없이 타는듯, 끓는듯 소용돌이치고 무섭게 번득이던 눈빛이 비로소 고요히 쉬고있었다. 류은혁이 눈을 감겨주려는것을 황급히 막으며 진서는 거쉰 소리로 부르짖었다.

《가만!··· 좀 더 보게 합시다.》

무엇을 더 보게 하자는것인지 진서는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가 그처럼 괴로와하고 갈망했을 동지들을 좀 더 따뜻이 보게 하고싶었다. 끝내 그는 동지들의 품에 안겨죽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겪어보지 못한 무서운 번민과 고통끝에 사랑을 찾고 죽었다. 인제는 그의 이름도 불굴의 투사들의 명단에 진하게, 피로 씌여질것이다. 저 하늘의 뭇별들과 함께 태양가족의 일원으로 영원히 빛날것이다.

《잘 가시오. 사랑하는 동지···》

경건한 아픔, 가슴이 저려나고 눈시울이 조여들었으나 눈물은 없다. 눈물일랑 아껴두자. 이제 언젠가는 소리없이 아낌없이 눈물을 쏟게 될 그날은 꼭 올것이니 그날까지 부디 참아내자.···

밖에서는 눈보라가 태질하고있었으나 감방안은 추연한 정적속에 묻혀있었다. 사람들은 추위도 느끼지 못했다. 살을 에이는 추위도 뜨거운 피줄만은 얼구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