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2

 

제 4 장

2

 

1996년 11월 23일 새벽 2시에 수도를 떠난 차들이 목적지인 서해기슭의 군항에 이른것은 날이 밝을 무렵인 6시 30분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차에서 내리시자 대기하고있던 함대 지휘관들과 제19전대 장령, 군관들앞에 서있던 키큰 중장이 차렷구령을 목터지게 웨치고 콩크리트바닥을 울리며 다가와 보고드렸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동지! 함대는 전투임무수행중에 있습니다. 함대사령관 중장 김용찬!》

《쉬엿하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영접나온 장령, 군관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시였다. 이윽고 한손을 허리에 짚고 풍랑세찬 바다를 바라보시였다.

총참모장이 재빨리 말씀드렸다.

《바다모양이 몹시 나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왜 바다모양이 어떻다고 그러오. 장관인데!》

《최고사령관동지!》 총참모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했다. 《좀더 기다려보면서 결심하셨으면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최고사령관은 이미 결심했소.》

영접나온 장령, 군관들모두가 바다쪽을 살피며 입귀를 떨고있었다. 엄엄한 규정의 요구만 아니라면 목청껏 웨치며 매달렸을것이다. 절대로 안된다고, 항해를 미루자고 떼질을 했을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직 《알았습니다!》라는 대답밖에 모르는 군인들이다. 진눈까비 섞인 칼바람이 어둠보다 더 꺼멓게 질린 그들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갈기고있었다.

쏴!- 무시무시하게 밀려드는 파도의 휘파람소리, 처절썩! 방파제를 때리고는 물보라를 휘뿌리며 쫘르르··· 밀려가고 또 산악같이 덮쳐드는 거센 물결과 부딪쳐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바다, 희벗한 하늘아래 무섭게 날뛰는 바다를 살피시는 김정일동지의 안면엔 그윽한 감동의 빛이 력연하였다.

《굉장해! 서해의 파도가 우릴 반겨 춤을 추는것 같구만.》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수행원들은 그처럼 사나운 파도에 벌써 으시시 몸을 떨고있었다.

함대사령관이 용기를 내여 그이께로 한발 나섰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말씀드릴수 있습니까?》

《왜? 또 항해를 미루자는거요?》

《보고드리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일기예보에 의하면 이제 파도가 2~3m까지 높아지겠다고 합니다. 중앙기상수문국과 우리 해군의 예보가 꼭 같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있소. 날이 밝을 때까지만 기다립시다.》

그이께서는 전대와 함대의 겨울나이준비에 대하여, 김장을 끝냈는가 하는것 등을 물으시였다. 이어 전대지휘부건물쪽으로 앞서 걸으시였다. 부두에서 제일 가까운 작은 건물을 가리키시였다.

《공군비행부대의 지휘소같구만. 무슨 건물이요?》

《옛, 전대무선통신대입니다.》

무선통신대에서는 처녀무선수들이 긴장한 작업을 하고있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항해에 앞서 제일 먼저 전투에 들어간 통신병들이였다. 키가 늘씬한 녀성대위가 변신문을 훑어보다가 급기야 몸을 돌리며 거수경례를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 사령부레이다감시소와 어떻게 련계되는가를 료해하시였다. 이어 문밖으로 나서려다 녀성대위를 다시 돌아보시였다.

《몇살이요?》

《옛, 통신장 대위 한룡숙! 스물아홉살입니다.》

어쩐지 나이가 좀 들어보여 물으신것인데··· 그이께서는 의문이 실린 눈빛으로 전대장을 돌아보시였다. 전대장이 쑥 나섰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한룡숙동문 제대되였다가 얼마전에 다시 복대하였습니다. 남편이 해상근무수행중 적들과 싸우다가 희생되였습니다.》

《남편이?》

《예, 남편이 경비정 정장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길을 내려깐채 고집스러워보이는 작은 입을 꼭 다물고있는 한룡숙을 여겨보시였다. 가슴속으로 짜릿한 경련이 스쳐가는것을 느끼시였다.

《그래서 복대했단말이지.··· 남편의 몫까지 하려고···》

《장군님!》 한룡숙이 펀뜻 눈길을 들며 속삭이듯 말씀드렸다. 《뜻밖에··· 장군님께 심려를 드려 죄송합니다.》

그이께서는 자신도모르게 주먹을 꽉 부르쥐시였다. 심장에 사무쳐오는 저릿저릿한 아픔을 참기 어려우시였다.···

바다는 여전히 사납게 울부짖고있었다. 바람은 더 세차졌다.

함대사령관이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이런 날씨엔 그 어떤 배도 띄울수 없습니다. 위험합니다.》

《그래도 해병들은 근무에 나갈게 아니요. 조국의 바다를 지키려말이요.》

《그렇지만···》

《괜찮소. 해병들은 나가는데 최고사령관은 위험하다?··· 그럴순 없소. 나갑시다!》

총참모장이 구축함을 타시는게 좋지 않겠는가고 또 말씀드렸다. 그는 바다에 띄우고있는 작은 뽀트형쾌속단정들을 불안스럽게 살피고있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단호하시였다.

《계획대로 합시다. 전사들이 기다리고있겠는데 언제 구축함을 끌어온단말이요!》

그이께서는 물보라가 휘뿌려지는 선창으로 앞서 걸으시였다. 그새 날은 밝았으나 검은 구름장들이 수면에까지 내려앉아 어둑시그레 했다. 바다모양은 시간이 갈수록 더 험악해지고있었다.

차디찬 해풍이 그이의 옷자락을 날렸다. 갑자기 그이께서 19전대장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한룡숙이라고 했지. 그 통신장동무말이요?··· 그 동무한테 자식이 있소?》

《예, 세살난 아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잘 도와줍시다. 희생된 아버지를 대신해서 바다의 아들로 키워줍시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다지는 말씀인듯 했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이께서는 부두벽에 대여놓은 쾌속단정들에로 곧추 가시였다. 순간 장령, 군관들이 일시에 부르짖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거센 파도가 들부시는 선창을 막아나섰다. 세찬 파도의 울부짖음소리가 뒤따랐다. 물보라가 흩날리며 옷과 신발을 적셨다.

《그러지 마시오.》 그이께서 엄하게 말씀하시였다. 《파도가 사납다고 우리가 주저할수 있겠는가?!···》

쾌속단정들을 부두벽에 바싹 대였으나 가랑잎처럼 파도우에서 들뛰고있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거침없이 단정에 오르시였다. 겨우 두명, 많아서 3명밖에 탈수 없는 단정- 하지만 물결을 꿰지르며 살같이 내달리는 이 소형쾌속정이야말로 그이의 성격에 걸맞는것이다.

《최고사령관동지!-》

목메인 웨침소리··· 어느새 다른 배들에도 수행원들이 올랐다. 코브라처럼 앞창머리를 든 쾌속단정들이 부두벽을 짓쪼으며 사정없이 흔들렸다.

드디여 발동소리가 터졌다. 쾌속단정들이 몸체를 떨더니 급기야 산악같은 파도속으로 날아들었다.

그이께서 타신 배가 선참으로 내달리고 그뒤로 함대사령관과 총정치국 부국장이 탄 배, 또 다른 수행원들이 탄 배가 폭음처럼 발동소리를 울리며 달려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단정의 앞창을 꽉 잡고 거연히 서계시였다.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저 물결너머에 서해의 군사요충지 초도가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생전에 꼭 한번 가시겠다고 하셨으나 끝내 틈을 내지 못하여 가시지 못한 초도, 바람은 태질하고 파도는 갈기를 날리고 옷은 젖어 어느새 온몸이 얼어들기 시작하였으나 그이의 마음은 뜨거우시였다. 칼날같은 해풍도 무시무시하게 울부짖는 파도소리도 그 뜨거움만은 식히지 못하였다. 그이의 눈앞에 우렷이 안겨오는 거룩한 영상···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변함없이 언제나 함께 계시는 위대한 수령님의 밝게 웃으시는 모습···

《내 언제부터 가본다 가본다 했더랬는데 오늘 김정일최고사령관이 떠나는구만!···》

그러나 차츰 어버이수령님의 만면에 피여나던 밝으신 미소가 사라지는듯··· 세찬 파도소리를 헤가르며 수령님의 근심어린 음성이 귀전을 울리시였다.

《그런데 바다모양이 사납구만.》

그에 맞추어 태질하듯 뒤척이는 파도소리···

《다른 날로 미루어도 되지 않겠소? 그 위험한 파도속을 오늘 꼭 가야만 하오?···》

 

예, 가야 합니다. 수령님! 파도가 제아무리 날치여도 가야 합니다. 오늘 미루면 래일은 더 힘겨워집니다. 수령님께서 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오늘 결심하지 못하면 래일은 늦는다고, 오늘 일어서지 못하면 래일은 주저앉고 만다고!··· 그래서 수령님께서는 항일혁명의 제일 엄혹한 시기에 결연히 고난의 행군을 결행하시지 않았습니까! 한겨울 밀영에서 숨을 돌리며 지낼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조국에로의 진군을 결심하시고 맨 앞장에서 헤쳐가시지 않았습니까. 보통때 한주일이면 가닿을 그 거리를 100여일간이나 피흘려 싸우며 헤쳐가시여 꺼져가던 민족의 운명을 구원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수령님, 가야 합니다. 초도의 전사들이 기다리고있고 온 나라가, 온 세계가 지켜보고있습니다. 적들도 고난의 행군을 하는 우리를 지켜보며 전쟁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있습니다. 이러한 때 제가 어떻게 파도가 사납다고 항해를 미룰수 있겠습니까. 가야 합니다. 수령님! 사회주의를 지키고 민족의 운명을 구원하기 위해 가야 합니다. 우리의 총대를 더 굳건히 다지기 위해서, 적들에게 단호한 징벌을 내리기 위해서 가야 합니다.

지금 적들은 《독수리96》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하는 우리가 지쳐서 맥을 놓기만 기다리면서 우리의 주변바다에서 《킨 스워드 97》이라는 미일통합실동연습까지 앞당겨 벌리고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미태평양함대사령관은 북조선을 괴멸시키는것은 시간문제라고 호언장담하고있습니다. 곁달아 김영삼역도는 지난 전쟁시기 맥아더의 주장대로 핵무기를 사용했더라면 통일이 앞당겨졌을것이라고 줴치고있습니다.

우리의 원쑤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내리기 위해서도 가야 합니다. 수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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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께서 타신 쾌속정이 어둠속에 사라진 그때부터 사람들은 난생처음으로 바다의 무서운 노성을 듣는듯 했다. 부두에 서있는 19전대장을 비롯한 장령, 군관들은 여전히 거수경례를 붙인 자세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이렇게 견디여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시간을 앞당겨올수 있단 말인가?··· 물보라가 들씌워졌다. 세찬 바람이 짠물에 젖은 그들의 얼굴을 맵짜게 후려쳤으나 까딱하지 않았다. 집채같은 파도가 무시로 밀려오며 콩크리트벽을 들이받고 미친듯 울부짖었다. 그러나 10분 또는 늦어서 15분이면 가슴속에 꽉 들어찼던 불안과 위구심을 활 뿜어버릴것이다. 바다모양이 사나운것을 계산해도 쾌속기계단정들이 15분이면 초도에 이를것이므로 그 시간만 견디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이렇듯 느리게 숨막힐 정도로 더디게 흐른적이 있었던가?··· 순간순간이 비수처럼 가슴을 찌르고 살점을 도려내는듯 했다.

5분··· 6분··· 여느때 같으면 갈매기들이 파도우를 스칠듯 날고있을 아침이건만 바다는 무섭게 광란하고있었다. 산악같이 일어서는 멀기와 쏴아!- 울부짖는 무시무시한 소음뿐··· 사람들의 가슴도 바다처럼 울부짖고 흐느끼고 모지름쓰며 뒤척이고있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쾌속기계단정의 앞창을 틀어잡고계시였다. 어느덧 손이 얼어붙어버린듯··· 덮씌워지는 물보라, 물에 젖고 얼음버캐가 끼고있는 솜옷자락··· 쾌속정은 산악같은 파도를 타고 솟구쳐 올랐다가는 어느새 천길나락 아찔한 파도밑으로 떨어져내리기를 거듭하였다.

번마다 요동치고 기관포소리같이 탕탕탕··· 배기가스를 내쏘며 뚫고나갔지만 파도의 유희에 말려들어 구름속으로 파고들고 부글부글 소용돌이치는 거품속에 구겨박히며 거리를 축내지 못하였다.

8분··· 9분··· 시간은 가고 배도 갔지만 초도는 아직도 아득히 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을 지켜보시는 수령님의 모습에 가슴이 쩌르르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크나큰 불안과 근심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어려있는듯 한 어버이수령님의 모습···

 

일없습니다. 수령님, 안심하십시오. 고난과 시련은 저에게 차례진 운명이 아닙니까.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그것을 뚫고 승리를 안아오기 위해서 김정일이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인제는 수령님께서도 계시지 않는데 제 어찌 잠시나마 쉬여갈수 있으며 위험을 멀리할수 있겠습니까. 절대 그럴수 없는 제가 아닙니까. 제가 남들처럼 쉬여가기라도 한다면 수령님께서 남기신 조국통일위업은 언제가야 이루겠습니까. 또 수령님께서 그처럼 마음쓰시던 비전향장기수들은 언제가야 데려오겠습니까.

지금 남조선에 비전향장기수가 100명정도 남았다고 하는데 흐르는 세월이, 분과 초들이 그들의 생명을 계속 앗아가고있습니다. 수십년세월 오직 수령님과 우리 당만을 믿고 전향을 거부해온 불굴의 전사들이 한사람 또 한사람 숨져가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파 견딜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 어찌 평탄한 길만 골라갈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저는 고난과 시련을 맞받아가는데서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있습니다.

수령님! 근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들끓는 바다를 보십시오. 여기에 번개가 치고 우뢰까지 운다면 얼마나 장관이겠습니까!··· 하기에 저는 바다를 사랑합니다. 바람이 울부짖고 산악같은 파도가 기슭을 들부시지 않는다면 그 무슨 바다의 성격이겠습니까. 그리고 고난과 시련이 없이 얻어진 승리야 무슨 기쁨이며 자랑이겠습니까!··· 풍랑이 잦아들면 바다는 고요히 설레일것입니다.

그 물결우에 금빛노을이 번져갈것입니다.

수령님, 저는 폭풍뒤끝의 그 엄숙하고 신비로운 바다의 노래를 듣고있습니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수령님, 저는 웃으며 가고있습니다!···

 

×

 

10분이 가고 15분, 20분도 지났다. 부두에 나가있던 전대장과 정치위원이 몇번이나 통신실에 뛰여들어왔다. 통신장 한룡숙은 그저 말없이 머리를 젓는것으로 아무 소식도 없다는것을 알리군 했다. 억이 막혀 말을 할수 없었던것이다.

한룡숙과 처녀무선수들은 온통 눈물에 젖어버렸다. 시계를 보며 가슴을 쥐여뜯었다.

전대장이 또 뛰여들어왔다. 숨쉬기가 헐치 않은듯 헐떡이면서 거칠게 《아직도 소식이 없어?》 하고 소리쳤다.

무엇을 어떻게 대답할수 있으랴. 눈물섞인 신음소리가 새여나왔을뿐··· 그러자 전대장은 험악한 기상으로 한 처녀무선수에게 달려들며 벽력같이 웨쳤다.

《너 똑바로 알아봤어? 귀구멍이 멘게 아니야?!》

처녀통신병이 왕왕 울기 시작했다.

《또 알아보라. 알아봐.》

처녀도 울며 소리쳤다.

《나 물새 하나, 대답하라, 보이는가?··· 수신!》

초도전대의 통신병도 울면서 부르짖고있다.

《나 물새 셋, 안보인··· 다!-》

전대장이 미쳐 날뛰며 주먹이 터질 지경으로 벽체기둥을 짓쪼았다.

《또 찾으라!》 전대장의 웨침소리는 가래끓는 소리같았다. 《거기 앉아있는게 어떤 등신이야. 눈을 크게 뜨고 보라구 해!》

그리고는 문을 차고 밖으로 뛰여나갔다. 열려진 문으로 차디찬 해풍이 휩쓸어들었다. 방파제를 때리는 사나운 파도소리가 인제는 태를 치는듯 험악하게 들려왔다. 그 파도너머 흐릿한 하늘에서 번개불이 펑끗한듯··· 한룡숙은 문설주를 꽉 부둥켜잡았다. 눈물이, 아니 피가 쏟아져 흘러내린듯 아무것도 보지 못하며 태질하였다.

부두가에 서있던 사람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파도속으로 뛰여들려고 했다. 물벼락을 맞으며 선창의 맨끝까지 허우적거리며 나가고있었다. 한룡숙이도 미친듯 달음질쳐갔다. 전대장이 그를 발견하고 홱 돌아섰다.

《소식이 왔어?··· 뭐라구?··· 그런데 여긴 왜 나왔어?!···》

이렇게 시간은 가고 또 갔다. 30분이 지나가고 또··· 아!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이처럼 무서운 일을 상상이나 했던가?···

시간은 또 사정없이 줄달음쳤다. 숨이 꺽 막히던 그때 뒤쪽에서 찢어지는듯 한 목소리, 거의나 사람의 소리라고 믿기 어려운 웨침소리가 울렸다.

《보인다- 아- !-》 레시바를 낀채 열려진 문으로 뛰쳐나오는 처녀통신병의 웨침소리였다. 《보인다아!-》

그러자 파도를 들쓰고있던 사람들이 머리를 돌리며 굳어져버렸다. 소리없는 웨침으로 쩍 벌어진 입들, 피가 내배고있는 전대장의 두눈··· 한룡숙이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왕왕 소리쳐 울며 전대장에게로 기여가 매달렸다.

《전대장동지, 보인답니다!-》

전대장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뒤미처 달려온 처녀통신병도 부둥켜 안았다. 파도에 삼키울듯 하던 사람들이 어푸러지며 밀려나왔다. 그리고는 일시에 목이 터져라 하고 부르짖었다.

《보인다!- 보인다아!-》

모두가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심장을 찢어발기던 끔찍한 고통과 뜨끔하니 깨무는 모진 충격에 목이 메여 울고 웃으며 허우적거렸다.

 

×

 

쾌속단정들이 초도에 닿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배에서 내려 련결발판에 오르시였다. 한순간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 멎어섰으나 인차 부두로 곧추 나가시였다.

바다물로 흠씬 젖은 솜옷자락에서 얼음버캐가 와삭거렸다. 영접나온 섬방어대와 해군전대의 장령, 군관들도 온통 눈물에 젖어있었다.

《차렷!-》

목메인 구령소리, 섬방어대장이 정보로 걸어나왔으나 규정의 보고를 잊은듯 모자채양에 올린 손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여 흐느낌소리같이 속삭이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어쩌면 이런 날씨에··· 오십니까. 그 위험한 항해길을···》

규정에도 없는 보고, 그마저도 끝을 맺지 못하고 비칠거렸다.

《됐소. 됐소!》 그이께서 그의 손을 잡아주시였다. 《오래 기다렸겠구만. 이 추운 날씨에.》

《최고사령관동지!-》

장령, 군관들이 울부짖었다. 그때 두번째 배에서 내린 함대사령관이 달려왔다.

《최고사령관동지, 무고하십니까?!》

시퍼렇게 얼어든 그의 얼굴에도 물기가 번들거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일없소. 아무일 없다니까. 조선의 장군이 조선의 바다를 건너왔는데 무슨 일이 있겠소!》

그이께서는 뒤따라 온 배들에서 다친 사람들이 없나 알아보라고 이르시였다. 수행원들이 전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부두에 오르고있었다. 제대로 몸을 가눌수 없어 거의나 들려오고있는 사람, 왁왁 토할것처럼 괴롭게 입을 벌리고 흐트러진 머리를 쥐여뜯는 사람(더 이상 토할것도 없었다.), 후주른해진 꼴을 보이지 않으려고 어거지로 헤식은 웃음을 짓는 사람··· 누군가는 갈비뼈를 상했다고 한다.

즉시 위생차에 실었다.

촬영가는 렌즈가 박살난 촬영기를 끌어안고 울고있었다. 자신의 부주의로 력사에 길이 전해갈 비상한 폭풍속의 항해길을, 불멸의 화폭을 담지 못했던것이다. 퍼르데데해진 그의 얼굴이 눈물로 젖어 불성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모두의 상태를 알아보시며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나를 따라다니느라고 정말 고생이 많구만. 그렇지만··· 힘을 냅시다. 이제 우리들이 어떤 험로역경을 헤쳐 승리를 이룩했는지 웃으며 추억할 날이 꼭 옵니다.》

어인 일인가. 기승을 부리던 바다가 수그러지기 시작했다. 방파제를 들부시던 파도도 맥이 진하는듯··· 아직 물갈기를 날리며 거침없이 밀려들긴 했어도 벌써 그것은 사나운 기개도 방자함도 잃은 마지막모대김에 불과했다. 대자연이 그이께 머리를 숙이고있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보도를 날리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서해안전방초소를 지키고있는 초도방어대를 시찰하시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해군 제154군부대를 시찰하시였다.

 

보도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방어대와 해군전대의 전투준비상태를 료해하시고 강령적지침을 주신 사실, 군인들의 생활을 따뜻이 돌보시며 자동보총과 기관총, 쌍안경을 선물로 주시고 기념사진을 찍으신 사실 등을 상세히 전하였다.

그러나 그이께서 얼마나 풍랑사나운 바다길을 헤쳐오셨는지 그리고 다시 뭍으로 돌아오시기까지 종일 신덕수 두 병으로 끼니를 대신하신것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면이 모자랐던지 아니면 수행기자들이 놓쳐버렸던것인지?··· 보도의 글줄들도 극히 실무적이고 딱딱한것이였다. 대신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진 눈물겨운 사연들은 이루 형언할수 없이 감동적인것이였다. 많은 일화들이, 세부들이 전설처럼, 노래처럼 전해지고 불리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