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3

 

제 2 장

3

 

비에 젖은 승용차들이 전조등불빛을 휘저으며 수도의 거리를 미끄러져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 꿈속에 잠겨있는 거리를 아프신 심정으로 내다보시였다.

가로등조차 켜있지 않는 거리, 전조등불빛이 고층살림집의 벽체에 줄줄 흐르는 물줄기를 언듯언듯 비쳤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비방울들이 불꺼진 창유리를 때리고있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황홀하던 수도의 야경이였었다.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라는 노래를 들으며 그리도 자주 이 거리를 질주하던 그이이시였다. 도중에 차를 멈추고 장식등은 어떻게 조화시키며 새 건물은 어느 위치에 어떻게 앉히자고 말씀하시군 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도의 거리들에서조차 불빛을 찾기 힘들다. 대건설로 들끓던 거리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잠못들던 거리들이 어둠속에서 비에 젖고있다.

앞서가는 승용차의 바퀴밑에서 물창이 튕겨나군 했다. 갑자기 비에 젖은 한 늙은 녀인의 모습이 전조등불빛에 확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술에 취한것처럼 비청거리며 걷다가 손을 들어 불빛을 막으며 가로수기둥에 머리를 기대였다.

승용차들은 비에 흠뻑젖은 늙은 녀인에게 전조등을 확 비치고는 지나갔다.

그 류다른 정상이 김정일동지의 마음에 그림자를 던졌다.

《가만, 차를 세우시오.》

그이께서 차를 세우시자 뒤따르던 차들도 멎어섰다. 앞서달리던 차가 경적소리를 울리고있을 때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푸릿한 어둠속에 망두석마냥 굳어져있는 늙은이에게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수행원들도 바삐 차문을 열고나섰다. 늙은이가 뒤걸음쳤다. 그러나 무슨 예감에서였는지 두눈을 밝히며 숨을 죽이고있는것이 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어쩌다 그렇게 비에 젖었습니까. 늙으신분이 밤거리를 홀로 헤매시니···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닙니까?》

《···》

늙은이는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반쯤 들고있던 손이 눈가로, 귀밑머리로 올려졌다. 자기 귀를 의심하는듯 했다. 아니면 그 어떤 예감에 숨을 딱 멈추고 두눈을 슴벅거렸는지도 모른다.

그이께서 가까이 다가가시자 늙은이는 몸을 흠칫 떨었다. 아니, 손으로 허공을 그러쥐며 무너져내릴듯 했다. 입에서 새여나온 가느다란 흐느낌, 이어 목갈린 소리로 부르짖었다.

《장군님?! 제가··· 제가 지금 장군님을 뵙고있는게 아닙니까?!》

《예, 제가 김정일입니다.》

《예?!···》

늙은이는 허우적거렸다. 불현듯 앞이 보이지 않고 숨이 막혀 견딜수 없는듯 했다.

《어쩌문 이런 일두··· 제가 어쩌문 장군님을 뵙게 되다니···》

기쁨의 탄성이라기보다는 신음소리에 더 가까왔다. 너무도 뜻밖의 일을 당하여 숨을 가쁘게 쉬며 모지름을 썼다. 그이께서 부축해주시자 또 한번 심하게 몸을 떨었다.

《장군님!ㅡ》

그이의 손회목을 더듬는 늙은이의 손도 마구 떨리고있었다.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헤매고있습니까?》

《장군님, 그건 그저 집안일일뿐입니다. 그런 일까지 어찌··· 장군님!··· 저때문에 그처럼 바쁘신 장군님을 지체시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일없습니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혹시 제가 알아선 안될 일이라면···》

《장군님,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장군님께서야 온 나라 가정의 아버지이신데··· 어찌 그런 말씀을···》

《고맙습니다. 그럼 얘기하십시오. 전 바쁘지 않습니다. 날도 개이겠다··· 마음놓고 천천히 말해보십시오. 아픔이면 함께 나누고··· 일없습니다.》

그 다정하신 음성에 늙은이는 또다시 흐느낌소리를 가까스로 삼켰다.

그는 서산옥이였다. 최광원수와 같이 오다가 집앞의 큰길에서 내렸는데 어인 일인지 빈집에 들어가고싶지 않았다. 빈집에 홀로 앉아 어둠을 지키며 번민과 고뇌에 시달리기보다는 훈훈한 비물에 젖으며 정처없이 걷는 편이 나았다. 그 비물이 고드름처럼 드리운 마음속아픔을 다소나마 씻어주고 녹여주기를 바랐다. 이렇게 그는 말씀올리고있었다.

《제가 제일 괴로웠던건··· 최광동지를 만나고서야 제가 얼마나 변했는가를 깨달았기때문이였습니다. 최광동지도 말했지만 그래도 로병이라는게··· 제 집안일때문에 뛰여다녔으니··· 그것도 최광동지를··· 한때 담당간호장이였다구해서 중책을 맡고있는분을 찾아갔으니··· 제가 무슨 로병이겠습니까. 장군님!··· 장군님께선 고난의 행군을 이끄시느라 밤잠도 잊고계시는데··· 전쟁때 피흘리며 싸웠다는 제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장군님을 받들어 숨이 질 때까지 흙 한삽이라도 더 떠야 할 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이 지경이 됐으니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장군님!ㅡ》

《이러지 마십시오. 자식들 문제인데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일없습니다.》

새벽의 첫 미광이 동켠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구름장에 파묻혔던 별들도 자주 깜박거렸다. 가로수의 잎새를 흔드는 가벼운 바람··· 그이께서는 차츰 선명해지고있는 서산옥의 파리한 얼굴을 따뜻한 눈빛으로 여겨보시였다. 자식을 위한 불안에 못이겨 허둥지둥 옛 상관을 찾아떠났을 녀인의 마음, 허나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자책의 눈물을 머금고있으니··· 쉽지 않은 일이다. 로병다운 마음이다. 정직하고 대바르고 순수한 마음···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정무원참사로 일하던 리재명동무는 나도 알고있습니다. 한때 지리산빨찌산에서 잘 싸웠다는것도 알고있고··· 그런데 옛 전우의 아들까지 데려다 키웠다니 얼마나 훌륭합니까. 의리를 귀중히 여길줄 아는 사람들만이 그럴수 있습니다.》

《장군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서산옥은 또 눈물에 목메이고있었다.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희들이 옳바르게 키우지 못해서 사고를 내구 친아버지일로 무얼 해명해보겠다고 뛰여다니게 만들었으니··· 이 못난것을 책망해주십시오.》

그이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이어 서산옥의 젖은 두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그 문제도 알아봅시다. 그의 친아버지 최동환이 변절자라면 리재명동무도 잘 알고있었겠는데 마지막까지 입을 봉하고있었으니 무슨 곡절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설사 변절자라고 한들 그를 누가 키웠습니까. 조국을 위해 피흘려 싸운 훌륭한 두 로병이 키우지 않았습니까. 일없습니다. 유복자로 태여난 아들이 아버지의 과오까지 책임져야 할 리유란 없습니다. 너무 속쓰지 마십시오. 일없습니다.》

《장군님!ㅡ》

서산옥은 금시 포도우에 꿇어앉을 태세였다. 그냥 속이 떨리고 숨이 찬듯 헐떡이며 솟구치는 눈물을, 오열을 정신없이 도로 삼키고있었다.

그이께서 다시금 안아일으켜주시였다. 웬일인지 가슴이 저려나는것을 느끼시였다. 복잡다단한 우리 혁명은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과 뼈저린 회한을 남기군 했던가. 지리산빨찌산의 영웅적투쟁의 리면에도 그러한 아픔이 수없이 묻혀있다. 수십년전의 그 상처가 오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시처럼, 파편처럼 박혀있다.

《자, 인젠》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날도 밝는데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너무 걱정마시고··· 그래 집에는 누가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 며느리나 손자애들도 없단말입니까?》

《장군님!》 서산옥은 손을 들어 눈귀를 훔쳤다. 《정말 맘씨고운 며느리가 있었는데··· 몇번씩이나 류산을 하고나서 잘못되였습니다. 그담부터 우리 수진이는 혼자 살면서···》

불현듯 서산옥은 깜짝 놀란듯 했다. 휘파람소리같이 숨을 내뿜으며 가늘게 부르짖었다.

《장군님, 제가 어쩌문 이런것까지 말씀올리다니··· 죄송합니다. 장군님, 제가 그만···》

《괜찮습니다. 제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픔이면 함께 나누자고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침통한 안색으로 서산옥을 여겨보시였다. 《우리 수진이》라고 할 때의 어머니다운, 친어머니이상의 사무치는 애정과 위구심에 떨던 음성이 여전히 귀전에 울려오는듯 느껴지시였다.

《그런데》하고 그이께서는 기억을 더듬으며 물으시였다. 《리수진이 말고 친딸이 있지 않습니까?》

《예, 있습니다. 함흥에 시집을 가서 여태 그곳에서 삽니다. 대학교원을 하댔는데 병으로 쉬고있습니다.》

《이름을 어떻게 부릅니까?》

《리향순이라고 합니다.》

《음ㅡ 리향순이라···》

그이께서는 그 이름을 곱씹으며 무슨 병으로 일을 놓았는가고, 치료대책은 어떻게 세우고있는가고 물으시였다.

눈물어린 서산옥의 두눈에서 불빛이 바르르 떨리고있었다. 그이께서 이름없는 한 로병의 딸에 대하여 그처럼 관심하시니 목이 칵 메여 겨우 대답을 올리군 했다.

《리재명동무, 참 아까운 일군이였습니다.》 그이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좋은 일군을 너무 일찌기 보냈습니다. 10월인민항쟁때부터 지리산빨찌산, 기계공장 당일군, 내각참사··· 편협한 사람들로부터 의심도 받고 그때문에 곡절도 겪었지만 변함없이 충실히 당을 받들어온 동무였습니다. 우리 수령님께서 언제나 믿어주셨고··· 그러한 리재명동무가 수진이를 키우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변절자의 자식이라니··· 안될 말입니다. 훌륭한 두 로병이 넋을 심어주고 키워왔는데··· 그를 잘 돕도록 하겠습니다. 두고보십시오. 그도 이제 새롭게 변모될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장군님!》

서산옥이 무릎을 꺾으며 두손으로 도로바닥을 짚었다. 그이께 큰절을 올리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를 잡아 일으키시였다.

《이러지 마십시오.》

《장군님, 부디 고마운 이 마음을··· 저의 이 마음 절을 올리게 하여주십시오.》

《아니, 그건 우리의 원칙입니다. 변함없는 도덕의리라고 할가··· 사람들을 믿고 아끼는 의리, 거기에 절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오히려 수진이를 키워준 두 로병에게 감사를 드리고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장군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그이께서 부축해주시자 서산옥은 《장군님!ㅡ》하고 목메여 부르짖으며 그이의 팔목을 부여잡았다. 이윽고 그이의 손등우에 방울지어 떨어지는 눈물은 초물처럼 진하고 뜨거웠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서 통일관계부문 일군들과 마주 앉으시였다. 당중앙위원회 권형일비서와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이 긴장한 자세로 그이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먼저 남조선역도들의 반민족적인 《남북페쇄정책》의 반동적본질을 해부하시였다.

김영삼일당은 이미 우리의 유고를 계기로 《조문파동》을 일으켜 동족의 아픈 마음에 칼질한것때문에 내외인민들과 세계의 규탄을 받았다. 남조선각계에서까지 《김영삼은 인간이기를 그만둔 추물로서 민족의 명단에서는 물론 인간세상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차게 울려나왔다. 궁지에 몰린 역도가 나갈 길은 대결과 전쟁소동뿐이였다. 하여 김영삼은 우리와 미국사이의 조미회담이 재개되자 북남관계개선이 조미관계의 《선결조건》이 되여야 한다며 어떻게 하든 회담에 끼여들어보려고 날뛰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배척받고 조미회담은 타결되였다. 극도로 고립된 상태에 이른 김영삼은 우리를 자극하여 북남관계를 악화시키고 미국을 등에 업고 전쟁분위기를 마련하려고 분주탕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침 그러한 전제가 마련되였다. 고난의 행군에 들어선 우리가 사상최대의 시련을 겪게 된 그것이다. 하여 역도는 미국의 사촉하에 대결의 원점으로, 전쟁상태에로 북남관계를 몰아가기 위한 도화선에 불을 단것이다.

《이리하여 북남관계는 전면단절되고 대화는 파탄되였습니다.》 그이께서 준렬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과연 우리가 이것을 용납할수 있겠는가, 민족을 반역하는 사악한 무리들을 보고만 있겠는가?!··· 말해보시오. 역도의 〈남북페쇄정책〉에 대응한 실제적조치를 어떻게 취할수 있겠는지?···》

모든 일군들이 거칠게 숨길을 내뿜고있었다. 그이께서 군부대현지지도일정을 뒤로 미루고 밤새 천리길을 달려오신것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엄중성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그들이였다. 권형일비서의 얼굴은 피기까지 가셔진듯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퍼리데데해진 코마루를 손으로 힘껏 비틀었다. 사무친 증오로 하여 누군가는 벌써 목이 꽉 메여버린듯 했다. 그가 먼저 거쉰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놈들을 되게 족쳐야 할것 같습니다.》

《어떻게?···》

《예, 여러 단체 대변인성명도 발표하고··· 역적놈의 죄상을 발가놓는 백서도 발표할수···》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격한 심정에 목이 잠겨버린것 같았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열을 올리며 일어섰다.

《당장 드세찬 여론전을 펴야 한다고 봅니다.》

《장군님, 판문점의 우리측 련락사무소대표들을 당장 철수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예, 옳습니다. 핵대결때처럼 결단을 보여야 합니다.》

《예, 결단을 보여줍시다. 장군님!》

김정일동지께서는 근엄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결단을 보여준단말이지···》

그이께서는 권형일에게 묻는듯 한 시선을 주시였다. 그러자 권형일이 일어섰다. 침착하게 말씀드리려하나 잘되지 않는듯 얼굴이 이즈러지고있었다.

《장군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영삼을 때리는 도수를 더욱 높여 철저히 고립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강력한 정치선전공세와 함께 북남사이의 일체 업무를 중지하는것이 옳을것 같습니다. 극악한 역도하구는 일체!···》

그는 칼로 베는듯 한 손짓을 하고 입술을 악물었다. 역도를 단죄하는 무서운 말마디를 더 찾지 못해 모지름쓰는듯 했다.

응당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이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그러면 비전향장기수문제는?···》

그이의 말씀에 모두 입을 다물고 굳어졌다. 뜻밖인듯 했다. 침묵··· 먼 우뢰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피끗 창문쪽으로 눈길을 던졌다. 아직도 장마비가 그치지 않고있는것이다. 시꺼먼 구름장들이 어데론가 황황히 밀려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피끗 창밖으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얼음쪼각같이 차고 예리한 그 무엇이 흉벽을 스쳐가는듯 느껴지시였다. 검은 구름과 우뢰, 비전향장기수들, 수령님의 유훈인 조국통일문제···

드디여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비전향장기수들을 데려오는것을 조국통일과 별개의 문제로 보아선 안됩니다. 통일의 길을 넓히려면 누구든 가고와야 합니다. 어제는 리인모로인 한 사람이 왔지만 이제 남조선의 모든 비전향장기수들을 데려오려 그만큼 문도 더 넓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꾸준히, 완강하게 전진해야만 합니다. 한걸음 또 한걸음 쉬지 말고 자꾸 내딛고 길을 열어야 한다는것을 언제든 잊지 마시오.》

격앙되였던 일군들이 땀배인 손으로 탁자를 문지르며 눈길을 떨구었다.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제기된 의견들이 대체로는 옳습니다. 역도들에게는 응당한 징벌을 안겨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세찬 여론전을 펴야 하겠습니다. 목표는 역적의 무리! 목적은 놈들을 더욱 철저히 고립시키는것입니다. 한편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을 더욱 튼튼히 결속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우선 비전향장기수들을 데려오는데 온 나라, 세계의 량심이 목소리를 합치게 해야 합니다. 판문점 우리측 련락사무소 대표들을 철수하는 문제는 좀 두고봅시다. 우리까지 문을 닫는 식으로 하면 우리 인민이 특히 비전향장기수들이 얼마나 괴롭겠는가. 이걸 잊지 맙시다. 매일 매순간 조국으로, 부모처자들에게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있는 그들을!··· 우리가 련락사무소 대표들을 철수한다고해도 그것은 잠정적인것이여야 하며 또 강력한 대응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강력한 대응책이란 무엇이겠는가?··· 내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일군들모두가 머리를 번쩍 들고있었다. 또다시 울려오는 우뢰소리, 창문들이 부르르 떨었다.

그때 책임서기가 들어와 인민무력부장 최광이 보낸 긴급보고를 그이께 올렸다. 그것을 훑어보신 그이께서는 잠시 안색을 흐리시였다. 그러나 그것을 밀어놓고 권형일비서에게 물으시였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범민련공동의장단회의가 몇시에 있습니까?》

《예, 오후 5시로 예견하고있습니다.》

《그 회의에 비전향장기수들의 가족들도 다 보냈습니까?》

《예. 장군님, 어제 국제렬차로 떠나보냈습니다.》

《음ㅡ》

그이께서는 시계를 보시였다.

권형일은 그이께서 무엇때문에 그 일을 물으시는지 잘 알고있었다. 사실 베이징공동의장단회의에 비전향장기수가족들이 참가하는 문제는 예견되여있지 않았다. 장군님께서 김진서의 두 딸을 비롯하여 김병택, 한제완의 가족, 친척들도 참가시킬데 대하여 말씀하셔서야 뒤늦게 렬차로 떠나보낸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보시며 무엇인가 생각하신 끝에 다시 화제를 돌리시였다. 김영삼의 《남북페쇄정책》에 대응한 조치들을 한조항 한조항 구체적으로 밝혀주시는데 그동안에도 두번씩이나 시계를 보시였다. 무슨 급한 사정이 제기되였음을 모두가 짐작하였다.···

 

×

 

《원수동지!》

작전국 부국장이 속삭이듯 말하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찾으십니다.》

최광은 숱진 눈섭을 흠칫거렸다. 늙은이답지 않게 송수화기를 두손으로 꽉 거머쥐며 허리를 꼿꼿이 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인민무력부장 최광 전활 받습니다.》

《병원에서 나왔다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이의 말씀이 진동판을 쩡쩡 울렸다. 최광은 미리 예견하고있던바이지만 목을 움츠리며 죄스러운듯 느리게 말씀드렸다.

《무더기비가··· 그리구 또 놈들이 서해상에서 도발을···》

《좋습니다. 그 얘긴 후에 하기로 하고 즉시 공군사령부와 함대사령부 그리고 36군단사령부에 수해지역인민들을 구원하는 전투를 벌릴데 대한 최고사령관명령을 하달해야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리고 내가 수해지역을 돌아볼수 있게 직승기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예?!》

최광은 꿈쩍 놀랐다. 그이께서는 멀리 동해기슭에 가계시지 않는가?··· 이동하는 최고사령부, 그이께서 타고계시는 승용차와 렬차, 함선들이 곧 최고사령부였으므로 수천리밖에서도 전군을 지휘하시는 그이이시였다. 그런데 여기서 직승기를 준비하라고하시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그이께서도 최광이 놀라는 까닭을 짐작하신듯 했다.

《지난 밤 평양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전국장에게 빨리 직승기를 준비하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부대들과 작전적의의가 큰 대상들의 큰물피해는 총참모부에서 피해복구를 조직해야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런데··· 지금 날씨조건이··· 직승기는 위험합니다.》

《일없습니다. 지금 청천강이북지역 특히 의주군과 신의주시, 피현군, 동림군에서 360㎜이상의 무더기비가 내렸습니다. 인민들의 생명이 위험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구원해야 합니다.》

통화가 끝났으나 최광은 꼼짝하지 않고있었다. 왜 위험하다고, 그것만은 안된다고 더 여쭈지 못했던가?···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것처럼 무턱대고 막아나설수 있는것은 아니다. 그이께서 일단 결심하시면 그 무엇으로도 움직일수 없다. 그리고 그이께서는 비록 그것이 전사의 절절한 호소나 간청이라 할지라도 험한 길, 위험한 길을 운운하며 애원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아니 역겨워하신다. 위험이 두려우면 애당초 따라다닐 생각을 말라고 엄하게 질책하신다!···

잠시후 최광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전하고 그 집행여부를 보고받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