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편 5

제 3 편

5

 

밤··· 밤은 평온과 휴식을 약속하나 김정일동지의 하루일과는 시작과 끝을 가를수 없이 밤에도 계속 이어져갔다. 총참모장 최광으로부터 오영범의 사업착수와 《섬광》작전의 추진정형에 대하여 보고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맨끝의 전화기를 끄당기였으나 잠시 그우에 손을 얹고계시였다. 외교부 제1부부장을 찾으려다가 달리 생각하신것이였다. 지금 그들은 이전보다 더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다.

적들이 우리 문제를 유엔안보리사회에 상정시켜 끝끝내 《제재》를 가하려고 책동하고있는 조건에서 대변인 성명, 회담, 담화발표, 기자회견, 비망록, 각서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맹활동을 벌리고있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그들의 사업과 활동, 계획하고있는 사업내용은 그이께서 바라시는 그대로 전투적이며 공격적이다. 그것은 지금 그이의 책상우에 놓여있는 보고문건의 몇가지 제목들만 훑어보아도 잘 알수 있다.

 

ㅡ외교부대변인 성명ㅡ

《우리의 〈핵문제〉를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 상정시키고 계속 압력을 가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자위적조치를 취할것이다.》

 

ㅡ외교부대변인 담화ㅡ

《유엔안전보장리사회는 우리의 〈핵문제〉와 같은것을 론의하는 마당이 아니다.》

 

ㅡ외교부대변인 기자의 질문에 대답ㅡ

《로씨야는 분수없이 남의 일에 끼여들지 말아야 한다.》

 

ㅡ외교부대변인 담화ㅡ

《미국은 자기의 경거망동으로 초래될 치명적후과에 대하여 심사숙고해야 할것이다.》

 

ㅡ외교부대변인 기자의 질문에 대답ㅡ

《우리의 군사대상에 대한 사찰은 애초에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ㅡ외교부대변인 성명ㅡ

《〈제재〉와 같은 부당한 압력책동을 강행하여나간다면 우리는 그것을 〈선전포고〉와 같은것으로밖에 보지 않을수 없다.》

···

우리 외교전사들의 심장이 커졌다. 조약탈퇴를 지레대로 하여 미국과 총결산하려는 당의 의도에 힘찬 보조를 맞추고있다. 배심있게 강경대처하고 유화도 배합하여 주동을 쥐고 지혜전, 전술전, 공격전을 잘 벌리고있다. 유엔안보리사회에 우리 문제를 상정시키려면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토의해야 한다고 강력한 선전공세도 펴고있다. 그것은 유엔안보리사회에 우리의 《담보협정불리행문제》를 꺼들려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담보협정악용문제》도 동시에 상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지금 미국의 청탁을 받고 우리의 강경조치가 진짜인지 허세인지 외교적제스츄어인가 하는것을 내탐하기 위해 날아온 여러 나라의 외교단들과 만나서도 존엄높은 우리 당의 외교전사들답게 무게있고 권위있게 우리의 담력과 의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들은 지금 핵대결전의 제일선에서 과감무쌍하게 돌파구를 열어나가고있다.

밤 1시가 지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전화를 드시였다. 조선적십자병원분원 원장을 찾아 그곳에 입원하고있는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의 병치료경과에 대하여 문의하시였다. 분원원장은 인민무력부장의 병치료경과가 대단히 좋으며 얼마후이면 퇴원할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무엇때문인지 그가 자주 말을 더듬고 두간두간 갑자르군 하는 그것이였다.

차마 말씀드리기 어려운 무슨 딱한 사정이라도 있는듯 하였다.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그런데 왜 대답이 시원치 못합니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원장은 당황한 어조로 서둘렀다. 《저···실은 지금 제 방에 무력부장동지가 와있습니다. 자기를 퇴원시켜달라고 막 을러메는중이였습니다.》

《아니, 지금이 몇시이게?···무력부장동무가 어떻게 아직 자지 않고 거기에 나와있습니까?》

《그건 전번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부장동지의 병치료때문에 밤에 전화를 걸어오셨다는것을 알고 그때부터 계속 퇴원시켜달라고 야단입니다. 장군님께서 지금 자기를 기다리신다면서···》

《그렇다?ㅡ 그럼 언제쯤이면 완쾌될수 있습니까?》

《아직 한주일은 더 치료를 하여야겠습니다.》

《음ㅡ 그럼 절대로 퇴원시킬수 없다고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런데···야단났습니다. 지금 부장동지가···꼭 장군님께 말씀드릴게 있다면서···》 그이께서는 소리없이 미소를 그리시였다. 분원원장의 옆에서 금시 전화가 끊어질가봐 안달아하며 몹시 바재이고있을 그의 모습을 선히 보시는듯 했다.

《좋습니다. 전화를 바꾸시오.》

오진우가 나왔다. 그리움과 반가움, 넘쳐나는 기쁨과 사무치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여 심하게 갈린 그리고 그답지 않게 몹시 덤벼치는 목소리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안녕하십니까. 오진우 전화받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방금 치료경과가 좋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예, 이젠 다 나았습니다. 정말입니다. 당장 일에 착수해도 됩니다.》

《아, 그런거야 의사선생들이 더 잘 알겠지요.》

《최고사령관동지!》하고 오진우는 그 간절한 애원이 담긴 목소리로 매달렸다. 《정말 다 나았습니다. 인젠 최고사령관동지 곁으로 가서 힘껏 일할수 있습니다. 당장 전쟁이 일겠는데··· 더는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거두시였다. 그의 진정이, 그의 불이 이는듯 한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그이께서는 다정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알겠습니다. 이제 때가 되면 꼭 부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하고 그는 기쁨에 넘쳐 부르짖다싶이했다.

《최고사령관동지! 언제쯤이면 불러주시겠습니까?》

이럴 때엔 나라의 최고위급간부이며 로혁명가인 그도 어린애마냥 순진해지는듯싶다. 그이께서는 다시 조용히 미소를 그리시였다.

《꼭 부르겠습니다. 수일내로!》

《수일내로!》하고 그가 큰소리로 되받았다. 《예, 알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그새 병치료를 잘하십시오.》

··· 밤은 소리없이, 바닥없이 깊어만 갔다. 그이께서는 더미로 쌓인 문건을 또 하나하나 허물기 시작하시였다. 먼저 우리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이 나간 이후 남조선괴뢰들의 동향에 대한 보고자료를 펴드시였다.

원래 우리의 준전시상태가 선포된 3월 8일 이후부터 매일 김영삼의 방에 모여 《안보관계장관회의》니 《통일관계장관전략회의》니 하는것을 벌려놓고 그 무슨《대응책》을 찾기에 급급하던 괴뢰들은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라는 폭탄선언이 나가자 별안간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될수록 북을 자극하지 말자거니 《핵특별사찰》문제도 민족내부문제로서 남북간에 풀수 있으리라고 본다느니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되는것은 12일 오후 우리의 성명이 발표된 즉시 판문점련락사무소를 통해 《리인모로인의 방북을 아무런 조건없이 허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귀측에서 상응한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전화통지문을 보내온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북》이라는 단어밑에 굵게 밑줄을 그으시였다. 《방북》이라니, 무슨 오그랑수를 또 쓰려는것인가?··· 우리는 《방북》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송환》을 요구하는것이다.

라지오에서는 취주악이 울려나오고있었다. 《전시가요련곡》이다.

요즘 라지오와 텔레비죤방송프로들은 거의나 전투적인 영화와 편집물들로 엮어져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시였다.

리인모!··· 그가 처음 알려진것은 기나긴 34년간 옥고를 치르고 1988년 10월 청주보안감호소에서 나와 경기도 양주군의 한 양로원에 있으면서 자기의 한생에 대한 수기를 써서 잡지 《말》에 1989년말부터 1990년초까지 네번에 걸쳐 발표한 때부터이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인모의 수기를 적구에서 당중앙에 보내온 전사의 보고로 접하시였다. 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당과 조국의 품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하시며 몸소 그 작전을 펴주시였다.

리인모의 수기는 곧 《로동신문》에 련재되였다. 그러자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로 끓어번졌다. 리인모의 송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해외에서까지 세차게 울려퍼졌다. 북남고위급회담 제5차회담때부터는 리인모송환문제가 긴급의제로 상정되였다. 마침내 지난해 9월 8차 평양회담에서 적들은 《수석대표》의 이름으로 송한문제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그 합의는 얼마 못가서 류산되고말았다. 괴뢰안기부가 정면에 나섰다. 놈들은 《총리》의 약속마저 차던지고 공공연히 그 반대리유를 이렇게 세가지로 내놓았다.

첫째, 세계에서 사회주의가 《종말》을 고하고있는 때 사회주의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전향을 거부한 리인모를 돌려보내면 그것이 북의 승리, 사회주의의 승리로 된다는것,

둘째, 북의 김일성주석의 삼촌 김형권이 이끈 조선혁명군무장소조의 파발리습격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생존해있는 증견자이기때문에 북을 돕는것이라는것,

셋째, 이제 북에서 또 제2의 리인모를 내라고 할것이 뻔한즉 그 단련에 녹아날것이므로 아예 그 전례를 만들어선 안된다는것이였다.

괴뢰안기부의 이러한 주장에 눌려서 적들은 리인모를 절대 돌려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정책결정》까지 내렸던것이다. 그런데 별안간 달라졌다. 우리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이 그들을 정신차리게 했다. 악에 받쳐 고함을 지르던 그들이 홀연 두눈을 흡뜨고 숨을 죽였다. 비로소 그들은 가장 위력한 절대의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게 되였다. 그것은 막강한 군사력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힘은 우리의 용기와 정신에 있는것이다.

그이께서는 또 다른 서류를 골라드시였다. 시간을 아껴야 했다. 아직도 헤아릴수 없이 많은 일감을 앞에 두고있는 이 하루였다. 한시도 미룰수 없는 적정보고, 전국로병대회준비를 위한 사업, 마감단계에 이른 서북부지구물길공사며 원산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건설, 통일거리건설정형에 대한 료해, 우루과이 3월 26일운동위원장 루벤 베라의 서면질문··· 시간은 쪼갤수록 부족되고 사업은 제낄수록 늘어만나고있다.

몇해전 중국에서는 《사람은 일생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수 있는가?》라는 책을 낸 일이 있다. 중국의 저명한 작가 로신의 생애와 활동에 대한 책이였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는 마감까지 자기가 제기한 물음에 그 어떤 수학적인 답을 주려고는 하지 않았다. 한 위인이 이룩한 사업은 그 어떤 수량으로 계산되는것이 아니기때문이다. 크기로도 잴수 없고 무게로도 달수 없다. 그것은 오직 력사에 남긴 공적으로만 계산되는 법이다···

얼마후 그이께서는 책임서기가 가져온 보고자료를 받으시였다. 반가운 소식이였다. 하동광산 로동자 림희문의 연구안에 대한 과학기술적검토가 끝났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즉시 허영태비서를 전화로 찾아 림희문의 연구안을 검토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지금 어데 있는가고 물으시였다. 허영태비서는 그들이 지금 대기중이라고 대답올렸다.

《좋습니다.》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그들과 같이 곧 여기로 와주시오. 직접 들어봅시다.》

그리하여 김형우를 비롯한 반백의 교수, 박사들이 허영태비서와 함께 그이의 집무실로 왔다. 두번째로 이 방에 들어서는 그들이였다. 처음에도 깊은 밤중이였는데 오늘도 역시 그러했다. 창가림을 모두 드리운 방안은 엄숙하리만큼 고요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모두에게 손수 자리를 권하시였다. 자신께서는 탁자를 마주한 옆자리에 앉으시였다.

《이렇게 또 늦은 밤중에 찾아서 안됐습니다. 널리 량해하십시오.》

과학자들은 몸둘바를 몰라하며 머리를 숙여 송구스러운 마음을 표시했다. 그이께서는 탁상전화로 책임서기에게 인민무력부 작전국의 정황보고를 제외한 일체 다른 사업은 잠시 뒤로 미룬다는것을 알리시였다.

《자, 그럼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저으기 흥분하고계시였다. 한 인간의 꿈과 념원 그리고 한생의 목적이 깃들어있는 연구론문이였던것이다. 교수인 김형우가 먼저 림희문의 연구안에 대한 검토결과를 보고드리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먼저 이 연구사가 탐구한 미광방전플라즈마에 의한 〈T강〉이온질화법에 대하여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미광방전플라즈마에 의하여 질소분위기를 이온화시키고 그것으로 음극역할을 하는 금속편을 포격하여 질화물층이 생기게 하는 이온주입방법입니다.

이온화질소에서 기본역할을 하는것은 플라즈마방전에 의해 생긴 활성질소이온인데 금속겉면에 자기마당을 걸어주면 활성질소이온의 에네르기가 높아지면서 재료겉면에 이온이 주입됩니다. 이때 금속안으로 질소를 필요한 깊이만큼 침투시키는것은 열확산에 의해 진행되게 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계시였다. 그이께서 계속하라는 의미의 눈짓을 하시자 김형우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 방법은 플라즈마불길에 의하여 용융상태 또는 그것에 가까운 상태로 가열된 녹여뿜기재료의 가루를 금속겉면에 빠른 속도로 분무 부착시켜 피막을 만드는 처리기술입니다.

여기서 플라즈마녹여뿜기의 우점을 보면 온도가 수천도로부터 1만도이상에 이르기때문에 거의 모든 재료를 다 녹여뿜을수 있고 플라즈마분사속도가 크므로 녹여뿜는 피막에 기공이 적게 생기게 하여 소재와 피막과의 밀착력도 크게 할수 있다는것입니다. 이 방법으로는 질화가 불가능하다고 하던 불수강과 티탄합금 등의 질화도 할수 있으므로 현대적정밀기계 및 무기생산에 절실한 금속재료 즉 닳음견딜성, 열견딜성, 삭음견딜성을 가진 새롭고 귀중한 재료를 얻을수 있습니다.》

《음ㅡ》하고 그이께서는 가법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러니 그 동무의 연구안은 실현불가능한것이 아니였단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 방법은 공업이 발전된 서방나라들에서도 최근에야 연구개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10년전에 연구했다는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때 비록 실험에서 실패하긴 했지만 계속 연구사업을 내밀었더라면 오래전에 우린 세계적으로 자랑할만 한 금속재료를 만들어낼수 있었을것입니다.》

《그렇다?!···》

불현듯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자우로 손을 내밀어 무엇인가를 더듬어 찾으시였다. 처음 도면우에 놓인 확대경을 잡으시였으나 그것을 놓고 연필을 쥐시였다. 그러나 그것도 도로 놓으시였다. 자신께서도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 잊으신듯 하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무엇인가 찾으려던것을 단념하고 흥분어린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그러면 그 실패원인은 알아보았습니까?》

《예, 실패원인은··· 실험을 시작하면서 뜻밖에 일어난 화재사고때문이였습니다.》

《화재사고는 왜 일어났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 화재의 원인으로 말하면 필요한 조건과 설비들이 갖추어지지 못한 불비한 상태에서 실험을 진행했기때문이였습니다. 그의 연구쩨마가 실현불가능한것으로 론의되였기때문에 실험이 중지되자 고집불통인 그 연구사는 가연성먼지가 꽉 들어찬 완성직장건물 한쪽에서 몰래 실험을 계속하였는데 그만 뜻밖에 가연성먼지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가연성먼지?》

《예, 지금 석탄, 야금, 수지, 원유, 식량, 목재가공, 화학공업 등 부문에서 먼지가 많이 늘어나는데 공기와 일정한 비률로 혼합되여있는 가연성먼지에 강한 에네르기를 가진 불꽃이 닿으면 폭발이 일어납니다. 세계적으로 등록된 첫 가연성먼지 폭발사고는 18세기말 이딸리아의 한 제분공장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공업의 현대화가 빠른 속도로 진척됨에 따라 가연성먼지의 폭발사고도 늘어나고있습니다. 특히 석탄먼지와 기타 화학제품먼지들에서 사고가 많은데 프랑스에서 있은 석탄가열성먼지폭발의 길이는 100여㎞나 되였다고 합니다. 바로 이러한 가연성먼지가 그때 플라즈마녹여뿜기를 진행한 완성직장에 꽉 차있었습니다. 이번에 저희들이 조사확인한데 의하면 강한 폭발성을 띤 휘발성이 농후한 가스와 신나, 기름알갱이 등이 혼합된 가연성먼지에 온도가 수천도에 달하는 플라즈마불길이 착화원으로 되였다는것이 판명되였습니다. 이것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어떤 우연의 일치로 그때 가연성먼지가 공기속에서 일정한 농도에 이르고 폭발을 일으킬수 있는 충분한 량의 에네르기를 가진 착화원이 있었기때문이였습니다. 그로 하여 많은 피해가 났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탁자우의 연필을 꽉 틀어쥐고계시였다. 채칵거리는 탁상시계의 초침소리만이 영원한 시간의 흐름을 재고있을뿐 방안은 숙연한 고요속에 잠겨있었다. 하건만 그이께서는 자신께서 이윽토록 아무 말씀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음을 잊으신듯 하였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있었다.

《그렇다! 그러니 그 동무의 실험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것이 아니였단말이지···》

《그렇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연구사업이였습니다.》

《음ㅡ》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깊은 생각에 잠겨 몇걸음 옮기시더니 갑자기 몸을 돌리며 물으시였다.

《실험을 금지시킨건 누구였습니까? 그리고 그 리유는?···》

《지금 금속공업부에서 총국장으로 사업하는 황시우동무였습니다. 그는 발전된 나라들에서도 해보지 못한 일을 벌려놓는다고 처음부터 믿지 못해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두번째까지 실험이 실패하자 아예 금지시켜버렸습니다. 당장 눈앞에 걸린 생산문제를 푸는 창의고안이나 하는게 차라리 낫다고 하였다는것이였습니다.》

《황시우?··· 그는 어떤 사람이요?》

《료해해본데 의하면 오래동안 연구소사업을 맡아본 동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어떤 문제에서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때문에 가끔 비판을 받지만 사업에서 융통성이 있고 해서 대체로는 평판이···》

허영태비서는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이께서 급히 창가로 걸어가시였다.

《융통성이라···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어둠에 쌓인 창밖을 내다보시는 그이의 마음은 무거우시였다. 불현듯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해나시였다. 불시로 아픔과도 같은 분노의 감정이 치밀어오르는것을 느끼시였다.

융통성, 책임회피··· 우리 생활에는 아직도 이러한 걸림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흔히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의 발전에 얼마나 큰 저애가 되는가를 잘 알지 못하고있다. 커다란 방, 커다란 량수책상앞의 자기 자리를 지키는데만 신경을 쓰는 그런 일군들때문에 얼마나 많은 훌륭한 싹이 짓밟히우고 얼마나 많은 유익하고 새로운 일들이 시작도 못해보고 사라져버리는지 잘 모르고있다. 왜냐하면 책임은 지지 않고 우에 밀고 아래에 미는 그런 일군들이 좋은 양복우에 깨끗한 작업복을 걸치고 늘 사무실을 떠나 현장을 돌아치는것을 사업에 대한 투신과 열정으로 보기때문이다. 그런 일군들일수록 그 작업복 한벌로 자기의 무능과 요령을 빈틈없이 감싸고있다는것을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그들의 자리지킴때문에 많은 지혜롭고 쓸모있는 일군들이 파묻혀있거나 부당하게 짓눌리며 결국은 새로운 탐구, 새로운 지향, 혁신적발기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과 날카로운 투쟁을 벌려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자리로 돌아오시였다. 무심히 담배갑을 열다가 그것을 여러 박사들에게 내미시였다. 그들이 황송해하며 사양하는것을 굳이 한대씩 쥐여주시였다.

《수고했습니다.》하고 그이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이번에 여러분들이 참 중요한 일을 맡아해주었습니다. 제일 기쁜것은 한 인간의 운명을 건져줄수 있는 희망을 찾은 그것입니다. 비록 과오는 있어도 재능과 능력이 있는 한 인간이 영영 파묻혀버릴번 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 10년세월이 걸렸다는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한 인간의 생활에서 10년이면 어떻게 됩니까!···》

사람들은 모두 눈물이 어려 뿌예진 눈으로 그이를 우러르고있었다. 허영태비서 역시 흥분을 이기지 못하여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있었다.

《여기서 우리는.》하고 그이께서는 좀더 준절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기술분야에서도 10년세월을 잃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였습니까?··· 일부 개별적일군들의 무책임성과 자리지킴때문이였습니다. 무책임한 일군들이 중요한 위치에 틀고앉아 사업을 망치는것보다 더 엄중한 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일군들의 비도덕성, 술풍, 관료주의작풍 등은 엄중시하면서도 아무런 창발성도 없이 자리지킴이나 하는 현상은 문제시하지 않고있습니다. 책임적인 위치에 오르면 그것을 벼슬자리처럼 여기면서 자리지킴이나 하는 일군들일수록 새로운 발기와 혁신을 두려워하고 낡은것만 고집하는 법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과 기술분야에서 특히 막대한 지장을 가져올수 있습니다. 이번의 교훈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있지 않습니까.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전적으로 자기가 책임을 걸머지는 일군이지 우나 아래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군이 아닙니다. 자리지킴은 창발성을 억제하고 침체를 낳으며 침체는 혁명을 해칩니다.》

그이께서 자리에서 일어서시자 모두 따라일어나 자세를 바로하였다. 그이께서는 허영태비서에게 눈길을 옮기며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비서동무, 이 연구안이 하루빨리 생산에 도입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책임이 있는 일군들은 심각한 교훈을 찾도록 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어 그이께서는 반백의 교수, 박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나라의 과학발전을 위하여 힘껏 노력해줄것을 부탁하시였다. 그리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친히 문밖에까지 따라나와 그들을 바래주시였다.

다시 탁자로 돌아오신다. 잠시 더미로 쌓여있는 문건들에 눈길을 두시였으나 곧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그 모든 일들에 앞서 하셔야 할 일이 있다. 언제부터 마음속에 안고오신 아픔이 오늘 비로소 가셔진것이다.

그이께서는 전화로 오영범을 찾으시였다. 잠시후 오영범의 쩡쩡한 목소리가 수화기로 울려나왔다.

《최고사령관동지! 중장 오영범 전화받습니다.》

그는 《섬광》작전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기세도 좋고 신심도 높다. 그이께서 지금 무얼하고있는가고 물으시자 작전준비정형에 대하여 대렬보고를 할 때처럼 크게 간단명료하게 대답올렸다.

《음ㅡ 좋소.》하고 그이께서는 미소를 머금고 말씀하시였다. 《오늘은 한가지 부탁을 할가해서 전화를 걸었소.》

《예?!》

그이께서 《부탁》이라고 하시는 말씀에 오영범은 저으기 놀란듯 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름아니라··· 오동무, 동무가 지휘하던 기계화보병려단에 림정산이라는 전사가 있지. 아버지와 결별했다던 그 정찰병···》

《예, 있습니다. 그새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이젠 구대원들 못지 않습니다.》

《아, 그렇소?··· 좋은 일이요. 이제 시간을 내서 그 동무를 좀 만나주오. 그를 만나서 아버지의 연구사업에 대해 당에서 료해하고 속한 시일내에 생산에 도입하도록 했다고 말해주시오··· 그의 아버진 나쁜 사람이 아니요. 새 출발을 한 아버지에게 그가 편지를 쓰게 할순 없을가?···》

《알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당장 편지를 쓰게 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명령으로 하는게 아니요. 당에서 그의 아버지를 믿고있다는것을 말해주면서··· 혈육의 정을 되찾게 해보시오. 아버지 품에 다시 안기도록 말이요.》

《예, 알겠습니다.》

속삭임같은 목소리였다. 그이의 말씀에 뜨거운 격정을 삼키는듯··· 수화구를 통해 울려오는 가쁜 숨결소리를 가늠해들으며 그이께서 또 나직이 당부하시였다.

《그럼 오동무, 부탁하오.》

전화를 놓으시였다. 만시름을 다 덜어놓은듯 한 심정으로 천천히 시계를 보시고나서 서류더미에로 손을 내미시였다.

 

하루는 24시간이다.

사람은 하루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수 있는가?··· 땅을 파거나 벽돌을 쌓는 일이라면 별로 계산이 어려울것도 없다. 비행사, 기관사, 설계가의 작업, 작가의 집필, 배우의 무대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지어 과학자의 실험, 교수의 강의, 탁아소보육원의 로동량도 어렵지 않게 산출해낼수 있다. 하지만 당과 국가의 령도자의 경우엔 그것을 어떻게 계량해낼수 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 작전국장으로부터 군사정세종합보고를 받으신것은 새벽 3시였다.

시간은 쉼없이 새벽을 향하여 줄달음쳤다. 4시 30분, 어느덧 집무탁우에 더미로 쌓여있던 서류들이 반나마 옆으로 옮겨졌다.

그이께서는 심한 피로를 느끼시였다. 인제는 눈시울이 천근만근 무겁게 드리우는것을 참기 어려우시였다. 하지만 하셔야 할 일은 아직 많고도 많다.

한순간 그이께서는 서류들이 옮겨진 옆탁으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방금 보고 넘긴 서류들가운데서 하나를 끄당겨 다시 펴보신다.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보고드린 자료들중 미국정부가 미국내에 있는 우리 나라의 재산 수백만딸라를 동결시켰다고 한 부분을 찾으신다. 적들이 동결시킨 재산이 정확히 얼마이며 거기에 들어있는것이 개인명목의 류동자금까지 포함된것인지를 확인하시려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보고자료를 번지며 한손으로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심야근무를 서는 교환수처녀가 《교환 듣습니다.》하고 속삭이듯 말씀드렸다.

《중앙통신사 사장동무가 지금 자리에 있는지 알아봐주오.》

《알았습니다.》

그이께서는 서류에 눈길을 주신채 대답을 기다리신다. 적막이 머리속을 파고드는듯 징ㅡ 울린다. 한순간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감으시였다. 그러자 아득한 심연속에 잠겨드는듯 혼곤해지는것을 느끼신다. 하지만 몽롱한 의식속에서도 또 한가닥 생각을 이어가신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다했는가? 리인모를 즉시 데려오도록 해야 한다. 그는 참된 공산주의자, 조선로동당원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자기의 영웅적삶으로 보여준 신념과 의지의 화신이며 민족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그의 운명이 더는 정치적롱락물로 되여서는 안된다. 그를 아무런 부대조건도 없이 즉시 무조건 데려오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연구사 림희문은··· 늦게나마 그의 마음속 그늘은 가셔주었어도 아픔은 남아있다. 이제 그 아들은 눈물을 머금고 아버지라 부르게 될것이다. 따뜻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 편지를 쓰게 될것이다···

점차 사색의 흐름이 멀리 아득히 사라져간다. 어데선가 명멸하는 불빛, 소리없는 음악, 그것은 빛의 음악인가?··· 머나먼 하늘가에서 울려오는듯 한 속삭임, 누군가의 조용한 부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누가 부르는가? 꿈결에 들려온 속삭임인가?··· 맑고 부드러운 그 목소리의 여운이 또 멀리 구름너머로 사라져간다. 한줄기 가는 별빛과도 같이 아득한 우주공간으로 자꾸만 멀어져간다. 그다음··· 고요, 삼라만상이 숨을 죽였다. 빛의 음악도 없다. 광대한 우주공간만이 무한히 펼쳐지고있을뿐··· 드디여 시간도 그 흐름을 멈추고 말았다. 정적···

문득 이상한 감촉에 놀라며 눈을 뜨시였다. 왜 이렇게 고요한가? 눈부신 빛은 여전하다. 멎어섰던 시계의 초침소리도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어찌된 일인가? 어느새 깜박 잠들었었는가?··· 시계를 보신다. 1분도 채 넘기지 못했다. 다행이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나서 다시 교환수를 찾으신다.

《동무, 어떻게 됐소?》

《!···》

짧은 침묵, 격정을 억제하는 헝클어진 호흡, 처녀는 참지 못하고 울음섞인 목소리를 터쳤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처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오열에 떠는 흐느낌소리뿐··· 숨죽여 흐느끼는 소리엔 경건한 아픔이 스며있었다.···

하루는 24시간이다.

사람은 하루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