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편 15

제 3 편

15

 

두달이 지나갔다.

5월도 다 가던 어느날 오전 10시, 외교부청사를 나선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비행장으로 달리고있었다. 선두차에는 문선규가 앉아있었고 뒤따르는 차들에는 김세환참사 등 7명이 타고있었다.

뉴욕에서 열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사이의 정부급회담에 참가할 우리 측 대표단 성원들이였다.

일행이 비행장에 이르자 안내원이 그들을 대기실로 안내하였다.

그들이 타고갈 비행기는 20분후에 리륙한다고 했다. 잠간 기다리면 될것이다. 대기실에는 각이한 분야의 갖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와있었다. 남미주에 가는 당일군대표단, 아프리카의 어느 한 나라로 가는 농업기술협조단, 국제의학과학토론회에 갈 의학자일행, 사로청대표단, 림업부대표, 무역일군들··· 문선규는 안면있는 몇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곧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였다. 미국과의 회담에 가는 대표들이여서 그들을 둘러싸고 겨끔내기로 질문의 소나기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미처 대답할새가 없었다. 대기실로 금줄두른 인민군장령들로 무어진 어마어마한 일행이 새로 들어섰기때문이였다. 총참모장 최광차수를 위수로 두명의 대장과 해군상장 그리고 특히 젊어보이는 한명의 중장으로 무어진 일행이였다. 외국방문의 길에 오른 우리 나라 군사대표단이라는것을 누구나 짐작할수 있었다.

문선규를 발견한 최광이 가까이 다가오며 반가운 웃음을 띠웠다. 그들은 어제저녁에도 금수산의사당의 응접실에 같이 있었던것이다.

문선규는 총참모장과 여러 장령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갑자기 반가운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게 누구시오?··· 오영범동무가 아니요?》

젊은 장령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정말 반갑습니다. 1부부장동지, 이렇게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군요.》

《어느새 벌써 중장?!··· 대단합니다.》

《뭘요··· 그새 1부부장동지 소식을 자주 들었습니다.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문선규는 최광이 좀 뜨아해하는 표정을 짓고있는것을 보고 그에게 설명했다.

《총참모장동지, 우린 언젠가 렬차칸에서 한번 만난 일이 있습니다. 그땐 이 오동무가 려단장이였지요.》

《지금은 군단장이요. 본때나는 싸움군이고.》

최광의 말이였다. 문선규는 제일처럼 기뻐했다.

《예ㅡ 그렇습니까. 저도 첨 만났을 때 그러리라고 짐작은 했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발전하리라고는··· 축하합니다!》

문선규는 스스럼없이 오영범의 널직한 잔등을 툭 쳐주며 낮게 말했다.

《오동무, 그래 생각나시오? 그때 렬차칸에서 우리 외교일군들이 지내 쪼물짝하다고 비난하던 일을.》

《예. 생각납니다.》 오영범이 게면쩍어했다.

《그땐 제가 좀 지나쳤던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 그때 많은 자극을 받았는데 지금도 난 외교전선에서 한방 꽝! 하고 갈겨대라던 오동무의 말을 잊지 않고있습니다.》

그때 역사방송원이 평양ㅡ모스크바간 정기항로 려객기에 탈 손님들은 개찰구로 나와달라고 했다.

문선규는 오영범과 서둘러 인사말들을 나누었다. 군사대표단 일행은 다른 비행기편을 리용하는것이다. 마지막으로 총참모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최광은 정색하여 잘 싸워달라고 부탁하였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제격이라고 그저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두들겨패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핵문제에 대한 우리 군부의 변함없는 립장을 강조한 의미깊은 말이였다. 지금까지 그들은 외교일군들의 처사를 별로 달가와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적들이 군사적위협을 계속하는 한 압력이 동반되는 대화에는 결코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는것이 그들의 립장이다. 말로써가 아니라 총대로 사회주의조국을 지키고있는 그들이다. 낮이나 밤이나 눈이 오나 비오나 항시 적들의 준동을 예리하게 주시하며 언제나 전쟁에 준비되여있는 그들이다. 그들의 부탁이자 곧 온 나라 전체 인민의 부탁이기도 하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바로 그렇게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원래 속에 칼을 품고 악수를 청하는것이 호전광들의 상투적수법이라고, 그들의 외교 역시 힘의 연장이라는 폭력적교리에 기초하고있으므로 잠시도 공격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였다.

어제저녁의 일이다. 금수산의사당의 넓은 응접실에 정무원과 무력부, 외교부의 책임일군들이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모여와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준전시기간에 발휘한 기세를 늦춤이 없이 경제건설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기 위한 문제를 비롯하여 국방력강화와 특히 당면한 조미회담과 관련하여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지금도 문선규는 그때 수령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귀전에 쟁쟁히 울려오는듯싶다. 수령님께서는 처음 문선규에게 회담준비가 다 되였는가고 물으시였다.

《어버이수령님!》 문선규가 대답올렸다. 《저희들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밝혀주신대로 이번 회담의 총적목표를 미제가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을 중지하며 압살책동을 포기한다는 정치적공약을 받아내는데 두고있습니다. 저희들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구체적인 방침을 다 주셨기때문에 배심이 든든합니다.》

《그렇다!ㅡ 배심이 든든하단말이지.》하고 수령님께서는 만족하여 환히 웃으시였다. 《그게 중요해. 그게! 회담이라는것도 총소리없는 전투인것만큼 처음부터 배심 든든히 공격을 들이대야 해. 적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말고말이요.》

수령님께서는 가까이에 있는 총참모장에게 물으시였다.

《총참모장동무, 어떻소. 이게 바로 김정일동지의 일관한 정치방식, 령도방식이 아니요?》

《예, 그렇습니다!》하고 최광이 힘있게 대답올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공격을 멈추지 말며 적들이 더는 저항하지 못할 때까지 계속 불이 번쩍 나게 타격해야 한다고 늘 가르쳐주십니다.》

《옳소. 바로 그거요! 정치와 군사뿐만아니라 외교에서도 공격을 하고 사상에서도 공격을 하는것이 바로 김정일동지의 정치방식, 령도방식이요. 그러니 동무들은 김정일동지의 공격정신을 가지고 뜬뜬해서 어떻게 하나 꼭 정치적공약을 받아내야 해. 알겠소?》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만족해하실 때마다 두손을 허리에 짚으신다.

그때에도 수령님께서는 그러한 자세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세계의 유일초대국이라는 미국이 우리한테 무릎을 꿇고 대화를 구걸해오고있소. 이게 얼마나 큰 승리요. 광복후 40여년동안이나 우리를 적대시해오던 미국이 드디여 회담장에 끌려나왔거든. 이제 미국은 우리한테 두번째로 항복도장을 누르게 됐소. 바로 40년전 판문점에서 항복문서에 도장을 누르던것처럼 말이요!··· 이것은 다 전적으로 김정일동지가 이룩한 커다란 공로요. 김정일동지가 온 나라 전체 인민을 일심단결의 대오로 묶어세웠을뿐만아니라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지략과 담력으로 련속공격을 들이대여 적들을 무릎꿇게 했거든. 이걸 잊지 말아야 해. 노래에도 있는것처럼 김정일동지가 없으면 동무들도 없고 사회주의조국도 없소. 김정일동지이자 조국이고 조국의 운명이요. 그러므로 동무들은 모든 부문, 모든 사업에서 일대 전환을 일으켜 김정일동지의 업적을 더욱 빛내여야겠소.》

어버이수령님의 간곡한 가르치심을 되새길수록 문선규는 가슴이 젖어들었다.

이윽고 그는 배웅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비행기사다리로 올랐다. 밑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역시 손을 쳐들었다. 그것은 저밑의 사람들에게만이 아닌 온 나라 인민들에게 보내는 마음속 인사였다.

사다리가 물러갔다. 잠시후 비행기는 활주로우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맑게 개인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문선규는 기창아래 저기 아득히 멀어지고있는 지상의 모든것, 신록이 짙어가는 숲이며 하얀 댕기를 늘여놓은것 같은 강물이며 대도로와 넓고 푸른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특히 해빛에 번쩍이는 두줄기 은빛궤도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혹시 그 철길은 아니던가? 언젠가 국제원자력기구 2월관리리사회 회의를 앞두고 밤렬차를 타고 달리던 그 철길, 잠못이루던 그밤 끝없이 계속되는 무거운 생각을 이어가던 그 철길은 아니던가?··· 그날 그 기슭으로부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와있는것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얼마나 높이 올라있는것인가!···

비행기는 점점 더 고도를 높였다. 안내원이 록음음악을 틀었다.

그러자 준엄한 준전시기간에 우리 인민의 마음속깊이 아로새겨진 노래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의 힘찬 선률이 울려나왔다.

 

사나운 폭풍도 쳐몰아내고

신념을 안겨준 김정일동지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문선규는 부지불식간에 가슴이 뿌듯해지고 목이 메여오르는것을 느꼈다. 진정 얼마나 준엄한 시련을 이겨냈던가. 얼마나 엄혹한 시련이, 얼마나 참담한 핵참화의 위험이 조국땅우에 덮씌워져있었던가!···

어느덧 그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끓어오르고있었다. 점차 뜨거운 눈물이 두볼을 타고 줄지어내리고있었건만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벅찬 격정에 사뭇 커진 심장이 가슴속에 꽉 들어차는듯 했다.

 

세상이 열백번 변한다 해도

인민은 믿는다 김정일동지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

 

비행기는 구름속을 헤치고 찬란한 태양이 빛을 뿌리는 창공을 날고있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사나운 폭풍을 쳐몰아내고 열어주신 조국의 푸른 하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