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편 13

제 3 편

13

 

평양의 거리들이 리인모환영의 꽃물결로 설레던 그때 워싱톤은 방금 새날에 들어서고있었다. 밝아오는 새날은 미국대통령인 빌 클린톤에게 있어서 운명적인 날이다. 잠못이루던 길고도 지루한 밤시간에 그는 줄곧 이에 대하여, 자기가 최종검토하고 비준해야 할 《포커스작전》과 그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드디여 그는 영예와 치욕중의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것이다.

작전이 개시될 그날은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포커스작전》은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그의 최종비준을 기다리고있다. 이제 그가 미국전략항공대사령부에 보내는 명령서, 미태평양함대사령부와 남조선주둔 미군사령관에게 보내는 명령서에 수표만 하면 그 즉시 합동참모본부의 암호지령을 받은 현지 사령관들이 금고에 보관하고있던 검은 봉투의 봉인을 뜯게 된다. 그러면 12자리수자로 된 여러가지 암호가 전자계산기에 의해 대조확인되고 풀이되며 동시에 특별통신주파수를 통하여 명령을 기다리고있는 전략항공대와 태평양함대사령부소속 공군과 해군 지휘관들, 지상군부대들 및 《씨3아이체계》지휘소, 미싸일기지들에 명령이 하달되게 된다.

제일먼저 출격하는것은 괌도의 앤더슨기지에 있는 스텔스전투폭격기 편대들이다. 그것들은 이미 받은 지령에 따라 그날 새벽 북조선의 녕변지구 핵시설을 기습공격하여 철저히 파괴해버린다. 그후의 모든 사태발전은 북조선의 반응에 달려있는데 강경한 북조선이 기필코 강하게 반격할것이므로 극동에서는 대규모의 전면전쟁이 터지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클린톤은 북조선의 군수뇌부 역시 그것을 알고있으며 그 시각을 기다리고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조선최고사령관의 명령,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성명, 급기야 벌어진 북조선의 한개 군단무력의 위력시위훈련 등 그 모든것들의 시기선택과 벽력같은 결단엔 무서운 통찰력과 선견지명, 목적지향성이 들어있는것이였다.

지난밤 클린톤은 국방성작전보고실에서 합동참모본부장령들의 설명을 들으며 북조선군의 훈련모습을 위성통신화면자료로 보았다. 전문가들의 표현에 의하면 《전률할만 한 위력과시》라고 한다. 지어 녕변핵시설에 대한 기습공격을 앞당겨 진행하자고 주장해오던 합동참모본부의장마저 죽은 사람처럼 해쓱해져서 맥없이 중얼거렸다.

《놀라운 일입니다. 각하! 그들의 화력밀도와 타격솜씨는 실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록 클린톤은 전략전술적문제들에서는 문외한이였지만 그 역시 보고 느끼는것이 있었다. 그것은 불의 소나기로 퍼부어진 그 타격전의 리면에서 울리고있는 힘찬 리듬이였다. 음악에 조예가 있고 색스폰연주가이기도 한 그는 흔히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전체로서의 울림과 선률밖에 듣지 못하나 전문가들은 그속에서 울려나오는 개별적악기들의 소리와 장단 특히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리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 그 리듬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것이랴. 그것은 음악의 성격을, 그의 속도와 감정과 특징을 규정해주는것이다.

클린톤은 위성통신자료를 보면서 그 훈련의 특징을 말해주는 거센 리듬, 다시말하여 힘찬 박력과 번개불같은 비타협적성격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였다. 그것은 그가 상대하고있는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지략과 담력과 의지를 그대로 과시한것이였다.

클라우제위치는 자기의 《전쟁론》에서 상대를 놀래우기만 하면 벌써 절반은 이긴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북조선은 미국과 온 세계를 놀래웠을뿐아니라 지진과 같이 무섭게 뒤흔들어놓고 또 번개를 치고있는것이다.

클린톤은 북조선군의 훈련을 보고나서 합동참모본부의장에게 지금까지 준비하여오던 콤퓨터에 의한 북조선과의 전자전모의전쟁을 급히 조직하라고 명령하였다. 그 모의전쟁에 오늘 본 북조선군의 화력밀도와 타격력, 전술 등도 첨부하라고 했다. 실제로 북조선과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겠는지 이제는 전자계산기에 묻고 싶었던것이다.

온밤 궁싯거리며 잠들수 없었다. 줄곧 그를 괴롭힌것은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지략과 공격정신, 비상한 결단에 대한 신비의 공포였다. 그는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가 김정일최고사령관의 결단이라고 세계의 신문, 통신, 방송들이 왁자하니 떠들 때부터 그이께서 지니고있는 지략과 거침없이 그리고 련속적으로 무자비하게 타격하는 그 공격정신에 놀랐으며 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의 상대를 덮어놓고 무시하기에는 클린톤은 너무도 현명했다. 그는 김정일최고사령관이 세계의 유일초대국과 결투를 벌리는 그 용기와 배심에 놀랐으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제때에 급소를 타격하는 그 종횡무진하는 지략에 감탄하였으며 승리를 확고히 믿는 그 신념과 의지를 존경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여 나날이 자신심은 적어지고 불안은 커갔으며 따라서 그의 의아쩍은 감탄은 마침내 미칠듯 한 분노로 바뀌는것이였다.

날이 밝아 부석부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이를 앙다물며 생각하였다. 북조선을 격멸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없애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얼마후 1층의 가족식당에 앉아서도 그 한가지 생각에만 몰두하였다. 한때 트루맨대통령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원자탄을 투하할데 대한 명령서에 서명하자 곧 포츠담회담을 위해 유럽으로 가는 순양함 《오거스트》호에 몸을 실었다. 그는 무서웠던것이다. 그리하여 3일후에 있게 될 그 미증유의 폭발이 자기와는 무관계한듯 먼곳에서 그 소식을 듣고저했던것이다.

지금 클린톤의 심정도 바로 그러하다. 어데론가 멀리 화성에라도 날아가있다가 북조선의 녕변기습폭격소식에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싶었다. 웬일인지 그처럼 그를 격동케 하던 《포커스작전》이 인제는 두려워지고 멀리하고만 싶어졌다.

그는 힐러리가 줄곧 자기의 표정을 살피는것도 몰랐다. 남자접대원이 조그만 바퀴가 달린 작은 밀차를 밀고들어와 커피와 크림단지, 사탕, 군빵, 빠다와 닭알부침, 딸기짬, 쌘드위치 등 간소한 아침식사를 다 차릴 때까지 그는 벽에 걸린 세잔느의 그림 《례다와 백조》만 물끄러미 보고있었다.

《아버지!》 첼시아가 웃으며 포크로 접시를 두드렸다. 《〈식사시간!··· 얌전히 먹어요, 착한 어린이, 쩝쩝 소리내지 말구요, 흘리지도 말구요.〉》

첼시아가 유치원때 선생을 흉내내며 웃어댔지만 그는 아무 의미도 없이 머리만 끄덕이였다. 웬일인지 전혀 식욕이 나지 않았고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그는 피끗 머리를 돌리며 접대원에게 말했다.

《위스키를 주게. 한모금만.》

접대원이 찬장으로 가더니 잠시후 크지 않은 쟁반우에 위스키를 부은 은술잔을 얹어가지고 왔다. 그는 쟁반에서 잔을 들어 몇모금 천천히 마셨다. 힐러리가 놀라와하는것도 못본척 했다. 목구멍으로 흘러든 뜨거운 액체가 불길처럼 위장벽을 지지고 온몸에 퍼져가는것을 기분좋게 느끼며 반쯤 눈을 감았다.

《오늘은 웬일이세요?》하고 힐러리가 참다 못해 한마디했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구.》

실상 클린톤은 여느때 술과 맥주를 극력 삼가했다.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취한 사람으로 보인 일이 없다는것을 자랑으로 삼아온 그였었다. 클린톤은 접대원이 들고있는 쟁반에 술잔을 놓으며 그냥 가져가라는 의미의 손짓을 했다.

《용기를 돋구려고 그러오. 오늘은 몹시 바쁜 날인데···》

그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비로소 오늘 오후 미국을 방문하고있는 프랑스대통령 프랑쑤아 미떼랑과 단독회담이 있으며 저녁엔 만찬이 있다는것을 상기했다. 그밖에 또 중동문제와 관련한 국무성회의, 일본과의 무역마찰해소를 위한 대아시아정책작성자들과의 담화 그리고 끝으로 《포커스작전》명령을 하달하기 위한 국방성 및 합동참모본부의 작전모임이 예견되고있다. 그리하여 그는 대충 식사를 마친후 집무실에서 수석보좌관 토마스 맥클라티가 가져온 일정표를 보면서 작전모임을 제외한 기타 일정은 될수록 오전에 몰아서 진행하자고 하였다. 그는 말했다.

《프랑스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은 마운트 버논에서 진행할 생각이요.》

마운트 버논은 미국의 초대대통령 죠지 워싱톤의 묘지가 있는 국립공원이다. 클린톤은 재빨리 생각을 굴리면서 계속하였다.

《미리 요트를 준비시켜주오. 미떼랑대통령도 골프를 좋아하니만큼 그곳 골프장의 잔디가 잘 자랐는지 그것도 미리 알아봐야겠소.》

《예. 알겠습니다.》

토마스는 뜨직이 대답하고나서 잠시 머뭇거렸다.

클린톤이 물었다.

《토미, 뭐가 또 있소?》

《예, 시끄러운 일이 있습니다.》하고나서 토마스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대통령각하, 지금 남조선 외무부장관이 계속 접견을 요청하고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클린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남조선 외무부장관이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문제로 동분서주하고있다는것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그는 벌써 이틀째나 문밖에서 기다리고있습니다.》하고 토마스가 또 말했다. 《대통령각하께 직접 전달해야 할 메쎄지도 있다면서···》

클린톤은 미간을 찌프리며 한손을 홱 내저었다.

《나는 오늘 바쁘오. 토미, 그거야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기실 클린톤은 하루도 바쁘지 않는 날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듯 미국대통령인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서로 다른 네개의 모자를 갈아써야만 한다. 그 네개의 모자란 우선 국제문제에 대처하는 국가수반의 모자 그리고 내정문제를 다루고 립법계획을 제시하는 행정부수뇌의 모자, 다음으로 미국군대에 대한 최고권한과 책임을 지고나서는 최고사령관의 모자, 끝으로 중앙과 지방의 당조직들을 이끄는 민주당령수의 모자인것이다.

토마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손아래심복졸개따위는 돌아볼념도 하지 않고있다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그런데 남조선 외무부장관이라는자는 지독하게도 검질긴 녀석인것 같았다. 클린톤이 대아시아정책작성자들과 담화를 끝낸 점심무렵에 또 접견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엔 후생장관인 도너를 통하여 힐러리에게 전해진 요청이였다. 녀성장관인 도너가 대통령부인 힐러리와 가까운 사이라는것을 알고 공식적인 외교절차고 뭐고 다 줴버리고 뒤문치기를 하려고 맘먹었던것이다.

그때 클린톤은 오전사무를 끝내고 좀 휴식을 하려던 참이였다.

그가 언짢아하는것을 보고 힐러리가 말했다.

《시간이 없다고 적당히 말해줄가요? 오후엔 미떼랑대통령과의 회담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자는 내가 자기를 귀찮아한다는것을 꼭 알아야 하오.》

《그럼 좋아요, 장모의 병문안을 가야 한다고 하죠.》

힐러리다운 생각이였다. 사실 장모는 지금 워싱톤시내의 월터리드병원에 입원해있으므로 그렇게 둘러치는것이 제일 무탈할것이다.

《그게 좋겠소. 그렇게 말해주라고 하오.》

그는 힐러리가 후생장관 도너에게 전화하는것을 지켜보면서 힐러리야말로 자기의 진짜 수석보자관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어떤 문제이든 힐러리는 막힘이 없다. 언젠가 클린톤이 예일대학에 다닐 때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힐러리는 옆구리에 책을 잔뜩 끼고있는 수수한 처녀였었다. 언제나 제일 구석진곳 한자리에 앉아있었고 제일 늦도록 앉아있는 그것이 클린톤의 눈길을 끌었을뿐이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힐러리야말로 얼마나 능란하고 재기있고 타산적이였던가.

지난해 선거경쟁때 클린톤은 내외의 적수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고 질문을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치명적인것은 우선 윁남전쟁기간 군대복무를 기피한것, 다음으로 영국 옥스포드대학에 가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때 윁남전쟁을 반대하여 미국대사관앞에서 시위를 벌린것 그리고 녀성문제들이 있는데 하나는 아칸소주의 한 공격자가 재판소에 클린톤이 다섯녀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소송한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간사교구락부 녀가수 프루투스가 주간지 《명배우》에 자기와 클린톤이 1977년부터 1989년까지 장장 12년동안이나 관계를 가지고있었다고 폭로한것이였다.

교묘한 말재주를 가진 클린톤조차 녀성문제에서는 쩔쩔 매고있을 때 힐러리가 나서서 유명한 변호사답게 자기 남편에게 들씌워진 성오물을 솜씨있게 벗겨주고 씻어주었던것이다.

실상 출중한 인물이란 언제나 믿음직한 보좌관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이였다. 정치가인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력사상의 위인들을 보면 링컨에게는 세워드와 그란트장군이 있었고 쳐칠과 루즈벨트에게는 옹근 하나의 보좌관집단이 있었다. 그러나 력대의 그 어느 미국대통령도 힐러리와 같이 사심없고 절대적이며 현명한 보좌관을 가지고있지 못했을것이다. 하여 클린톤자신 언제인가 힐러리의 지지와 방조없이는 자기가 미국대통령을 하기가 힘들것이라고 고백했었다.

클린톤은 힐러리가 전화를 끝내자 그의 팔을 끼고 식당으로 가면서 말했다.

《오후에 있을 미떼랑대통령과의 단독회견때 나는 먼저 북조선에 대한 제재문제부터 의논해볼가 하오.》

힐러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도움이 될가요?》

《내가 관심을 가지는것은 우리의 대조선전략에 대한 유럽동맹국들의 반응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문을 두드려볼가 하는거요.》

《소득이 없을거예요.》하고 힐러리는 정색하여 말했다. 《그들은 외면할거예요. 그건 틀림없어요. 그보다 중요한건말예요. 빌! 북조선의 강경자세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가를 연구해보는것이 아닐가요? 나는 요새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의 명령전문을 다시 연구해봤어요. 그런데 거기엔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된 힘〉이라는 말이 강조되고있었어요. 우리에게 있어서는 전혀 생소한, 좀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죠. 하지만 그걸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가요?》

《그럴새가 없소.》하고 클린톤은 우울한 낯빛으로 말했다. 《나는 오늘 전쟁을 비준해야 하오.》

 

오후 3시, 클린톤과 프랑스대통령 프랑쑤아 미떼랑은 대통령전용요트 《첼시아》호를 타고 마운트 버논으로 떠났다. 력대의 대통령들마다 자기의 취미에 따라 전용요트에 숭배하는 위인들의 이름이나 자기 고향 이름을 달군 했는데 클린톤은 딸의 이름을 택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부호 오나씨스가 미국에서 자기의 화려한 려객선을 딸의 이름으로 《크리스티나》호라고 부르면서 시작된 류행을 따른것이다. (그 크리스티나는 오늘 그리스의 선박왕으로 또 쏘련대외첩보일군에게 유혹되였던것으로 하여 세계에 널리 알려져있다.)

맑게 개인 날씨였다. 원형창문유리로 따뜻한 해빛이 흘러들었다. 클린톤과 미떼랑은 그 창문아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다. 이제 그들은 광범한 국제문제들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여야 한다.

사실 프랑스는 드골대통령때부터 독자성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사이가 나빠졌는데 나토군최고사령부를 프랑스에서 철거시킨 1966년이래 오늘까지도 마찰음은 사라지지 않고있다. 그래서인지 미떼랑은 도착성명에서 의미심장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프랑스와 미국간의 보다 훌륭한 협조와 신뢰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왔다. 나는 두 나라 지도자들간의 보다 훌륭한 리해와 지지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왔다.》

클린톤 역시 그러한 지지와 리해를 희망하고있다. 물론 보다 실질적인 리해관계에서는 거리가 없지 않겠지만.

미떼랑은 광범위한 지식을 가진 절제있는 사람이였다. 그는 회담의 중요의제인 미국ㅡ프랑스관계, 미국의 대유럽정책문제, 마스뜨리흐뜨조약과 유럽동맹창설에 관한 문제 등에서 미국이 품고있는 우려나 프랑스가 가지고있는 불안과 우려를 허심탄회하게 내놓고 협의하자고 했다. 특히 미국이 유럽을 《도이췰란드인들의 유럽》으로 되게 하는데로 지향해서는 안된다는것을 주장하고자 했다.

클린톤은 이러한 기본의제들을 마운트 버논의 골프장에서 펴기로 했다. 그는 먼저 북조선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탈퇴로 하여 빚어질 무서운 후과에 대하여 동맹국들이 여기에 응당한 주목을 돌리며 국제적인 제재에 협력해나설것을 호소하였다.

미떼랑은 잠시 생각하고나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제재〉란 어떤것인가? 혹시 꾸바에서와 같은 경제봉쇠를 념두에 둔것인가?》

《공식적으로 유엔안보리사회에서 북조선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게 되기를 바라는것이다.》하고 클린톤은 대답하였다. 《국제사회계로 하여금 북조선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경제적봉쇄는 물론 군사적인 응징도 필요한것이라고 인식케 하는것이 중요하다.》

미떼랑은 잠시 생각하고나서 또 물었다.

《당신이 말하는 〈군사적응징〉은 어떻게 리해하면 좋은가?》

《우리는 북조선의 핵시설을 임의의 시각에 철저히 파괴해버릴 선제타격안을 고려하고있다.》

《그러니까 전쟁을?》

《그것은 북조선의 반응여하에 달려있다.》

《그들은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생각하는것보다 더 무섭게 반발할것이다.》

미떼랑은 버릇처럼 오른손 장지손가락으로 왼팔에 차고있는 시계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의 마음속 생각을 미리 두드려보는듯 했다.

《나는.》하고 그는 천천히, 그러나 신중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하였다. 《서방나라 지도자들중에서 유일하게 북조선을 방문한 사람이다. 나는 그때 김일성주석의 접견을 받았고 장시간에 걸쳐 광범한 국제문제들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

그는 클린톤이 놀라는것을 보고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하였다.

《그때 내가 받은 가장 큰 인상은 북조선이 자주성이 강한 나라이며 그 나라 국민과 정치지도자들이 한덩어리로 뭉쳐있는 그것이였다.》

여기서 클린톤은 아까 힐러리가 하던 말을 상기하며 눈살을 찌프렸다. 그러자 미떼랑은 무엇인가 경고하는 의미로 탁자를 두드리며 계속하였다.

《북조선은 특수한 나라이다. 이 행성에서 북조선과 같이 특이한 나라는 없다. 그러므로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에게는 그 어떤 압력도 통하지 않는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할수 있는가?》

《근거는 많다. 첫째로, 북조선은 이전 동유럽나라들이나 아시아의 일부 나라들과 같이 대국들의 위성국가가 아니라 독자성, 자주성이 매우 강한 정치대국이라는것, 둘째로, 이 나라 국민이 자기의 지도부를 철석같이 믿고있는것이다. 하느님을 믿지 않을지언정 당과 수령은 절대화하고있다. 쏘련이 해체된후 오늘까지도 그 나라의 정권지반이 흔들리거나 사소한 동요도 없었다는것이 그 뚜렷한 증거이다. 다음으로 이 나라는 경제적으로 시종 자립로선을 추구하여왔기때문에 대국들에 얽매이지 않았고 넷째로는 미국과 서방의 계속되는 압력이 오히려 이 나라 국민의 반미감정을 크게 자극하고 국력의 기본을 군사력강화에 돌리게 했다는것이다. 설사 미국과 국제사회계가 련합된 힘으로 이 나라를 거꾸러뜨리려 하여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다섯째로, 이 나라는 오랜 기간 무역제재를 받고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들의 민족적우월감만 증대시켜왔다. 그들자신은 그것을 민족제일주의라고 하는데 물론 그 의미속엔 수령과 당과 제도에 대한 우월감과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클린톤은 두눈을 가늘게 쪼프리고서 그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힐러리가 강조하던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된 힘》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 생소하고 불가사의한 말의 의미가 비로소 어렴풋이나마 리해되는듯 싶었다.

《끝으로 하나 더 첨부할것이 있다.》하고 미떼랑이 또 입을 열었다. 《그것은 북조선의 군사적위력이다. 얼마전 일본정부대표단과 담화하던중 북조선에 대한 말이 나왔는데 그들은 북조선때문에 마음을 놓을수 없다고 하면서 북조선군대의 포화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북조선의 군사적위력이 비상히 강화된것은 김정일비서가 군대를 틀어쥐기 시작한 그때부터, 즉 20년전부터 시작되였다고 보고있다.》

클린톤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그는 미떼랑이 바로 자기가 생각했던바 그대로를 옮기고있는듯이 여겨지기까지 했다. 미떼랑은 바로 클린톤 그가 감탄하고 존경하지 않을수 없었던 그 북조선군 최고사령관에 대하여 말하고있는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클린톤이 물었다.

《그럼 당신은 이 나라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이자도 말했지만 북조선은 절대 수그러들 나라가 아니다. 그러므로 위협과 공갈, 전쟁의 방법은 해결책이 못된다. 보스니아ㅡ헤르쩨고비나와 소말리아의 현 실태만 놓고보아도 아직 이렇다 할 방책을 찾지 못하고있지 않는가?··· 더우기 북조선과 전쟁을 치르려면 수백만의 희생을 각오해야 할것이다. 그것을 국민이 바라겠는가? 동맹국들도 외면할것이다. 사태는 바로 이러하다. 그러므로 나는 오랜 기간의 진지한 외교적술책과 타협, 사상적공세를 포함한 림기응변의 책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클린톤은 또 생각에 잠겼다. 미떼랑의 말에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컸으므로 한동안 물결을 헤가르는 배의 진동도 느끼지 못하였다. 처음으로 그는 《타협》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때 수석보좌관 토마스가 클린톤에게 마운트 버논가까이 이르렀다고 말해주었다.

클린톤은 미떼랑에게 량해를 구하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곳 강기슭에 죠지 워싱톤의 묘지가 있는데 그앞을 지나가는 모든 배들은 거기에 경의를 표시하는것이 관례로 되여있기때문이였다.

일행은 강기슭을 향하여 한줄로 섰다. 요트의 확성기에서 미국국가가 울려나왔다. 클린톤은 화강석으로 쌓은 워싱톤의 묘를 향하여 자세를 바로하면서 생각하였다.

워싱톤은 미국력사상 가장 걸출한 정치가들중 한사람인 동시에 명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정치무대에서건 전장에서건 고함을 지르거나 분별없이 거칠게 군적이 한번도 없었다 한다. 그저 침착하게 사색하고 완강하게 참아내고 조용히 미소했을뿐이였다. 그의 힘은 바로 그 미소에 있었다. 그 미소야말로 그의 불굴의 인내와 자신에 대한 믿음의 표시였다. 강한자는 을러메지 않는다. 소리지르고 숨을 헐떡거리고 미친듯 날뛰는것은 사관 후보생에게나 어울리는것이다.

가까운곳에서 기적소리가 울렸다. 마주 오는 배들이 경의를 표시하는 소리였다. 어느새 요트는 마운트 버논의 계선장에 들어서고있었다.···

 

이날저녁 미떼랑대통령을 위한 만찬회가 끝난 다음 클린톤은 다시 국방성작전보고실로 갔다. 국방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침울해진 그들의 낯빛에서 벌써 그는 일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느꼈다. 생각같아서는 《어떻게 됐소?》하고 묻고싶었으나 웬일인지 그렇게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실패나 불행을 예감할 때 사람들은 그것을 조급히 따져묻지 않는 법이다.

그것이 두렵고 무섭기때문에, 행여나 하는 일루의 희망이라도 잃지 않고저 될수록 시간을 끌면서 기다려보는것이다. 그가 바로 그런 심정이였다. 그는 제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싶었다.

군부관계자들이 발견하지 못한것을 대통령이며 미군 최고사령관인 자기가 찾아내고싶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뱉듯이 말했다.

《시작하시오. 봅시다!》

다들 자리잡고 앉았다. 한마디 말도 없이 서로 곁눈질해가며 말라드는 입술을 감빨았다. 이윽고 대형형광막에는 북조선과의 전쟁을 가상한 콤퓨터모의전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먼저 동북아시아전역의 미군기지들과 무력이 소개되고 조선반도에서 대치하고있는 쌍방간의 병력수와 군부대 및 대련합부대들의 위치, 전략전술적거점들, 교통로와 통신망, 각종 화력무기들의 수자 등이 소개되였다. 이어 1,000여대의 비행기와 250척의 함선집단, 각종 전략무기와 대기계화보병집단 등으로 구성된 미국의 력량과 북조선군과의 공중 및 지상, 해상전, 미싸일타격, 반항공전, 후방에서의 특공대전투 등 전쟁의 각이한 국면들이 복잡한 전술부호와 각이한 화살표식, 실지전쟁과 같은 여러 전투방식으로 전개되였다. 지도에서의 작전구역, 부대명들과 무력, 적아간의 작전전술적기도와 전투진행방식 등에 대해서는 전번과 마찬가지로 윌크슨중장이 옆에서 해설해주었다. 콤퓨터에 의한 모의전쟁은 40분간이나 계속되였다. 그러나 클린톤은 전혀 피곤을 몰랐다. 오직 하나 바늘끝같이 예민해진 신경으로 그 결과를 기다릴뿐이였다.

드디여 다 끝났다. 전자계산기는 전쟁개시 2주일만에 북조선군이 전전선에서 종심까지 진격하여 미군측 40여만의 병력을 괴멸시키고 승리하리라는 답을 냈다. 미국측의 물적손실액은 무려 800억US$에 이를것으로 산출되였다.

클린톤은 경악하였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미군이 이처럼 섬멸적인 타격을 받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미군의 병력과 무장, 작전전술적기도 등은 당사자들이 정확한 수치를 넣었으나 북조선의 경우엔 예상되는 수자들과 예상되는 의도 등을 전자계산기에 주입시켰을뿐이다. 실제로 그들이 가지고있는 무력과 그들이 활용할수 있는 작전전술적능력에 대해서는 거의나 알지 못하고있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2주일만에 그처럼 참담한 대패를 당하리라고 한다. 어떻게 되여 이런 일이 벌어질수 있단말인가?··· 클린톤은 지금껏 랭전이후의 현시대는 탈이데올로기시대이며 현실주의시대이고 힘 위주의 시대라고 믿고있었다. 힘 위주의 시대!··· 그런데 세계의 유일초대국인 미국이 그렇듯 작은 나라 북조선과의 핵대결전에서 걸음마다 곤경을 겪게 되다니··· 어제는 외교적으로, 오늘은 또 군사적으로 련속 강타를 받고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는 저도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였다. 분노와 고통스러운 모지름에 그의 얼굴은 이지러지고있었다. 문득 오늘 있은 미떼랑과의 회담이 떠올랐다. 그는 말했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조심스럽게?!··· 그러면 어떻게 하는것이 조심스럽게 대하는것인가? 그가 권하는 협상의 길을 택하자고 하여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세계 유일초대국인 미국의 체면을, 미국대통령 윌리엄 제퍼슨 클린톤의 영상에 먹칠이 가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없다. 있는것은 《힘》뿐이다. 힘 위주의 시대에 힘을 내두르는것, 그것만이 유일한 방책이다. 그러나··· 군부와 정계의 보수세력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것을 반대하고있다. 일본과 남조선이 아우성치고있다. 《국제적제재》요 《응징》이요 하고 떠들던것들이 지금은 무서워 떨고있다. 어제 프랑스국제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프랑스국방상까지도 북조선이 이라크와는 전혀 다르다고 하면서 《미국이 북조선의 핵개발의혹지점을 타격해도 큰 소용이 없다··· 군사적공격은 오히려 북조선의 보복타격을 유발시켜 남조선전역을 불바다로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바로 그가 한 말을 방금 전자계산기가 과학적인 계산수치로 증명해보였다. 최첨단과학기술로 개발된 전자계산기의 답을 무시할 근거란 없다. 기계엔 감정이 없으며 기계는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미국대통령이야 무엇을 원하든 그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과학적인, 절대의 계산수치를 산출해내면 그만이다.

갑자기 허탈상태에 빠진듯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믿고있던 절대의 힘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간것을 느꼈다. 현실주의자인 그에게서 최후의 지탱점이 무너져내렸다. 희벗해진 그의 입술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고있었다. 뜻밖의 모진 충격에 그는 아무말도 못하고 오래도록 굳어진 자세 그대로 앉아있었다. 국무장관과 합동참모본부의 장령들도 그의 뒤에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