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편 10

제 3 편

10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서자 먼저 외교부 제1부부장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지금 정세하에서 핵상무조의 활동은 전쟁이냐 협상이냐 하는 막다른 갈림길에 서있는 미국으로 하여금 우리가 의도하는대로 끌어내기 위한 심각한 투쟁으로 되기때문이였다. 문선규를 위시한 핵상무조는 지금 우리의 조약탈퇴성명으로 하여 바빠맞은 적들이 우리 문제를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 넘겨 《국제적제재》를 가하려고 하는데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있었다. 이전과 같이 핵상무조성원들이 함께 있다고 한다. 핵대결전의 어려운 싸움에서 공로가 있는 동무들이다. 그러나 보다 어렵고 심각한 싸움은 이제부터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선규에게 왜 미국이 한사코 우리 문제를 유엔안보에 넘기지 못해 안달이 나 하는것 같은가고 먼저 물으시였다.《제재》를 가하자는 목적인가, 전쟁의 명분을 세우자는것인가?···

《장군님.》하고 문선규가 대답올렸다. 《오늘 받은 통신에 의하면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여전히 군사력을 동원하여 우리의 핵시설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온건파들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시설을 선제공격하는 경우 남조선에 대한 북의 야포와 미싸일공격으로 반나절에만도 10여만의 목숨을 잃을수 있다〉면서 반대하고있습니다. 일본수상 미야자와도 우리에 대한 군사적공격은 지지할 립장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통신은 보지도 않소.》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내가 묻는것은 동무들의 견해입니다.》

《저··· 저희들은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보다 폭넓은 국제정치무대로 우리 문제를 옮겨서 미국의 체면을 유지하려 하는데 기본목적이 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미국것들은 핵무기전파방지조약규정에 의해 우리의 탈퇴조치가 3개월이 지나서야 효력을 발생하게 되여있으므로 그동안 필요한 정치외교적순서를 밟으면서 우리가 핵문제를 조미사이의 문제로 옭아매놓은데서 기어이 빠져볼 심산인것 같습니다.》

《그래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예, 저희들은 지금 덫에 걸린 미국이 절대 발을 뺄수 없게 더 바싹 조이려고 합니다. 우리 문제가 결코 유엔무대에서 토의할 문제가 아니며 오직 미국과 직접 해결해야 할 정치군사적문제라는것을 대외적으로 널리 선전하면서 강한 여론전을 펴고있습니다.》

《좋습니다!》

《동시에 장군님께서 주신 방침대로 기구와의 관계에서도 기구의 불공정성을 규탄하는 한편 우리가 기구측과 비정기사찰문제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면 기구는 우리 문제를 그냥 안보에 넘기자 해도 우리의 협상제의를 무시했다는 지탄을 받게 될것이므로 일대 혼란에 빠질것으로 보아집니다.》

《음ㅡ 좋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족해하시였다. 적들을 되게 다불러댈뿐아니라 혼란에 빠뜨려 갈팡질팡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던 적들이 오히려 국제무대에서 강권행사를 했다는것으로 하여 내외의 지지도, 전쟁의 명분도 잃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외교부의 《정예팀》이 공격전뿐만아니라 전술전, 지혜전도 잘 벌리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 또 물으시였다.

《그다음은?》

《그래도 적들이.》하고 문선규가 흥분어린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우리 문제를 유엔안보에 넘겨 〈제재〉를 〈결의〉할 경우 우리는 그 부당성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그것들이 〈제재〉를 하겠으면 하고 말겠으면 말라고 내버려둡시다. 우린 무서울것이 없소. 그러면 또 강한 수를 쓸것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럼 이제부터···》

《이제부턴 회담준비를 하시오!》

《?!···》

문선규의 대답소리가 없었다. 숨소리만 커지고있을뿐···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1부부장동무, 회담준비를 하시오. 회담준비를!··· 곧 적들이 흰기를 들고 나옵니다. 두고보시오!》

 

오영범이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이께서는 누군가와 전화를 끝내고 자리를 권하시였다. 이어 무역선 《무포》호와 관련한 소식을 들었는가고 물으시였다. 오영범은 그저 미국놈들이 먼 공해상에서 우리 배를 강제로 검열하겠다고 도발을 걸어왔다는것을 알고있다고 대답올렸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적들이 우리 나라 무역선 《무포》호를 잠수함으로 추격하던 때부터의 일들을 간단히 이야기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맨주먹뿐인 《무포》호 선원들이 적들의 수많은 군함과 비행기들의 공격을 결사적으로 막아내고 끝끝내 항행을 계속함으로써 사회주의조국의 존엄과 영예를 떨쳤다고 만족하여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마치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하여 오영범을 따로 부르신듯 하였다. 그이의 만족하신 표정과 환한 미소를 우러르면서 오영범은 속이 저려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기쁨에 넘치신 그이께 이제 가슴아픈 소식을 알려드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타들고 피가 말라버리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오영범의 괴로운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고계신듯 또 물으시였다.

《〈무포〉호에 동무의 매부될 사람이 있지. 알고있소?》

《예?!》

오영범은 놀라서 입을 벌린채 굳어져있었다.

《그러니 아직 모르고있구만.》하고 그이께서는 웃으시였다. 《동무가 사생활엔 통 관심이 없으니 누이동생한테 훌륭한 애인이 있는것도 모르고있지 않는가!》

《제 누이동생한테말입니까?》

오영범은 더욱더 어리둥절해졌다. 심한 화상으로 머리에서 수건을 벗지 못하고있는 동생에게 애인이, 그것도 《훌륭한 애인》이 있다는것을 그가 상상이나 할수 있었으랴!··· 그의 표정을 여겨보시던 그이께서 웃음을 거두시였다.

《〈무포〉호의 부선장이 바로 동무의 누이동생 영옥이의 애인이요. 해군출신으로서 대학을 나온후 〈무포〉호의 1등항해사와 부선장을 겸하는데 그 청년이 이번에 희생적으로 잘 싸웠소. 김철수라고 서른살이 썩 넘도록 영옥이만을 기다려왔소. 영옥이는 자기 처지를 생각해서 계속 단념해달라고 했지만 일생 변함없이 사랑할것을 다짐하고 끝까지 기다리고있소. 이번에 〈무포〉호 선원들을 료해하면서 그와 영옥이를 알게 됐는데 글쎄 영옥이가 오영범동무의 동생일줄이야···》

《···》

오영범이 아무 말도 못하고 여전히 말뚝처럼 박혀있는것을 보시고 그이께서 또 나직이 말씀을 이으시였다.

《영옥이는 지금 함흥외상외과병원 정형외과에 입원해있소. 그곳 의료집단에서는 영옥이와 김철수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어이 영옥이의 본래 모습을 되살리겠다고 결의해나섰소.》

《?!···》

오영범은 흐느끼듯 숨을 톺기만 했다. 비로소 그는 이 방과 잇달린 온 나라의 가정과 집들에로 생각이 미쳤다. 불밝은 이 방, 숙연한 정적이 깃든 이 방에 온 나라 인민이 살며 숨쉬고있다는것을 새로이 뜨겁게 절감하는것이였다.

《정말 좋은 청년들이요.》하고 그이께서 또 계속하시였다. 《나는 언제나 우리 인민들속에서 발휘되고있는 미거를 보고받을 때마다 우리 청년들처럼 좋은 청년들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오. 얼마전에 준전시상태가 선포되자 우리 청년들은 당과 수령을 위하여 총폭탄이 되여 싸울것을 맹세하고 앞을 다투어가며 인민군대 입대와 복대를 탄원했는데 그 수는 무려 160만명에 달하오. 이게 어디 간단한 일이요? 다른 나라들에서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 우리 나라에서는 례사로운 일로 되고있으니··· 그래서 나는 우리 청년들이 제일이라고 늘 자랑하는것이요. 특히 우리 인민군전사들을 볼 때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기 그지없소. 그들이야말로 90년대의 총폭탄정신으로 충만된 우리 당의 참된 아들딸들이요. 하기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모든 인민군지휘관들이 그들을 극력 아끼고 친동생처럼 사랑할데 대하여 강조하는것이요.》

《···》

또다시 오영범은 쑤시는듯 한 아픔이 가슴속깊이 스며드는것을 느꼈다. 희생된 림정산이 또 상기된것이였다. 당년 18살의 나어린 전사 림정산, 그가 부대의 전투지휘를 보장하기 위하여, 전우들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순간에 달려간 그 길은 몇발자국이였던가? 아마도 그것은 리수복영웅이 불뿜는 적의 화구를 향해 달려간 그 마지막 열다섯발자국과 꼭같은 거리였는지도 모른다···

《무슨 생각을 하오. 오동무?》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오영범은 흠칫했다. 인제는 보고드릴 때가 된것 같다. 가슴을 조이며 미루어온 림정산의 희생에 대하여 보고드리지 않을수 없는 그 시각이 드디여 온것이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한가지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하오.》

《저···》 오영범은 한순간 타는듯 한 입술을 혀로 감빨았다. 《이번 훈련과정에 기계화보병려단 정찰병이였던 전사 림정산동무가 굴러내리는 발전기를 몸으로 막고 희생되였습니다. 뒤따라 뛰여든 소대장 윤철동무는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후송되였습니다.》

《···》

그이의 안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더니 창가에 멈춰서시였다. 반쯤 터쳐놓은 창가림사이로 창백한 반달이 숨을 죽이고 안을 엿보고있었다.

《그 일때문에 동물 불렀소.》 그이께서는 오영범을 향해 몸을 돌리시였다. 《동무가 총참모부의 지시를 받고 여기로 떠난후 군단정치위원이 그의 영웅적인 희생에 대해 보고해왔소. 거기 보오. 바로 동무의 눈앞에 그 보고서가 있지 않소!》

《예?!···》

그제야 오영범은 그이의 집무탁 한쪽에 있는 보고서를 보았다.

《제97기계화보병려단 정찰병 전사 림정산의 영웅적희생에 대하여 보고드립니다.》라고 타자친 보고서 표지, 그 웃쪽에 비스듬히 달필로 힘주어 쓰신 그이의 필적이 한눈에 안겨왔다.

 

《당에 충직한 훌륭한 전사입니다. 〈인민군신문〉을 비롯한 출판보도물을 통하여 크게 소개선전하며 그의 희생적투쟁정신으로 군인대중을 교양할것이다.》

 

끝으로 날자와 친필존함이 굵게 씌여져있었다.

오영범은 불시로 목이 꽉 메여오르는것을 느꼈다. 다시 창밖에 시선을 주시는 그이의 얼굴에 비낀 침통한 애석의 빛을 비로소 발견하였다.

그이께서는 이미 다 알고계셨던것이다. 이름없는 한 전사의 희생이 그토록 가슴아프셨건만 지금까지 내색을 하지 않고 계셨을뿐이다. 아마 그이께서는 오영범이 림정산의 희생에 대하여 말씀드리기 주저하고 망설이는것도 다 알고계셨을것이다.

《열여덟살!》하고 그이께서는 혼자 말씀같이 조용히 뇌이시였다. 《아직 인생의 문어구에 서있었는데··· 정말 아까운 동무요.》

《···》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밝은 불빛도 마음속 그늘은 가셔주지 못하는듯 했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창가에서 물러나 집무탁으로 돌아오시였다.

《윤철소대장의 상태는 어떻소?》

《예, 그 동무는 비록 심한 타박상을 받았지만 생명에는 영향이 없을것이라고 합니다.》

《음ㅡ 훌륭한 동무들이요. 그들은 한순간에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서슴없이 죽음을 택했소. 이것은 결코 순간적인 충동이나 모험심에서 나온것이 아니요. 나는 윤철소대장과 그의 대원들이 무너진 수로뚝을 고쳐쌓는것을 보았을 때 벌써 그들의 가슴속에 들어차있는 불같은 충성심을 보았소. 참으로 우리 당에 의하여 교양육성된 청년군인들만이 할수 있는 소행이 아니겠소. 김광철소대장을 비롯한 우리 시대의 많은 영웅전사들이 바로 그렇게 살다가 제한몸 아낌없이 바쳤지. 그들의 희생정신은 바로 사로청 제8차대회때 우리 청년들이 500만의 총폭탄이 되겠다고 다진 심장의 맹세로 이어진것이요. 림정산동무도 그 맹세를 지켰소.》

그이께서는 림정산의 최후에 대하여 쓴 보고서의 마감부분을 다시 펼쳐보시였다. 벌써 몇번이나 보셨으련만 한자한자 천천히 또 읽고계신다. 이윽고 보고서의 마감페지를 넘기고 묵묵히 생각에 잠기시였다.

무거운 침묵속에서 한동안 더 생각을 이으시던 그이께서 마침내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내가 동무를 따로 부른건 바로 이 일때문이였소. 우리가 그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수 있을가.

어떻게 하면 그의 이름을 더 빛내줄수 있을가!··· 중요한것은 그의 투쟁정신을 전체 군인들이 따라배우는 그것이요. 그러니 오영범동무, 이제 군단에 내려가면 곧 조직사업을 해주시오. 우선 그가 속해있던 소대를 〈림정산소대〉라고 명명하고 기발도 크게 만들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의 장례를 군대식으로 엄숙하게 잘해줍시다. 부모들도 참가시키고··· 그 림정산동무의 아버진 금속재료연구사로서 국방력강화에 일정하게 공로가 있는 사람이요. 곡절도 많이 겪었고··· 겨우 며칠전에야 그의 마음속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을 가셔주었는데··· 또 이렇게 커다란 아픔을 겪게 되였으니···》

그이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침통한 기색이 어린 그이의 모습을 우러르고있던 오영범은 저도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불시로 치밀어오른 사무치는 격정을 참을길 없었던것이다.